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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어느새 주위로 영혼들이 가득했다.

       

       조용히 몬스터가 온 방향을 노려보는 엘프들의 영혼.

       

       그 시선은 몬스터를 넘어선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다.

       

       “어디를 보고 있는가?”

       

       “저 뒤에 뭔가 있는것 같아서요.”

       

       “허허…그럴걸세.”

       

       파라몬 영감도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엘프들과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걸까?

       

       전투가 한창이었지만 영혼들 중에 몬스터를 쳐다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진짜 적은 몬스터가 아니라네.”

       

       딱 봐도 그랬다.

       

       전투는 일방적이다 못해 학살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으니까.

       

       파라몬 영감이 그 너머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진짜 적은 마족과 마수, 그리고 언데드 들이지…”

       

       “….”

       

       “언데드들은 죽여도 죽지 않는다네. 마수야 더 말할 것도 없고.”

       

       마족이 얼마나 강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늘어 놓는 파라몬 영감이었지만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저런 느낌이 아니었다.

       

       영감의 말에 공감하는 영혼 또한 없었다.

       

       “그것 말고 다른건 없나요? 가령…엘프들을 분노하게 할 만한?”

       

       “음…”

       

       전투를 치르는 지금조차 엘프들의 모습은 평온했다.

       

       몬스터를 보고 겁을 집어먹을 이도 없었으며, 몬스터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엘프도 없었다.

       

       심지어는 옆에 있는 동료와 대화를 하며 활을 쏘는 엘프도 있었다.

       

       다만, 영혼들의 얼굴이 무서우리만치 차가웠다.

       

       세계수에 자리를 잡았던 허주가 가지를 흔들었을때나 나왔던 표정.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굳이 추측해보자면 네크로맨서가 있을 수는 있겠군. 무언가 걸리는게 있는가?”

       

       “예. 엘프 어르신들이 굉장히 화가 나 있네요.”

       

       내 말에 영혼 하나가 나를 쳐다봤다.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다.

       

       “어르신?”

       

       – …..

       

       하나 둘씩 영혼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옮겨졌다.

       

       그들에게선 분노 대신에 미안함이 느껴졌다.

       

       사람이 염치가 없을때 짓는 표정이 딱 저럴 것이다.

       

       “말 해보세요. 어르신들 한 풀어드리라고 있는게 저니까.”

       

       묘지의 어르신들이 딱 이랬다.

       

       무언가 더 해야 할것이 남아 있는 듯 이들의 염은 두터웠다.

       

       “뭐가 그렇게 안타까워서 쳐다만 보고 있는거에요?”

       

       몬스터들과 전투가 한창인 곳에서 온 영혼.

       

       그들의 얼굴은 특히나 더 차가웠다.

       

       “어르신들을 화나게 하는 거라면…또 네크로맨서가 세계수에 뭔가를 하고 있나요?”

       

       끄덕.

       

       그것만 있는것이 아닌것 같았다.

       

       나에게 느껴지는 분노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

       

       영혼들이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움직였지만 그 모양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순간적으로 입이 흐릿해 보였던 것이다.

       

       갑자기 영혼이 흐려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한번 더 말 해 보실래요?”

       

       이번에는 얼굴마저 흐릿하게 보였다.

       

       모든 영혼들의 상태가 비슷했다.

       

       이건 내 영안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성불을 하기 직전과 영혼이 얽매인 것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세계수…!”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세계수의 방향이 아닌 엘프들의 방향이었다.

       

       일방적인 전투에도 엘프들에게 드리운 횡액이 사라지지 않았다.

       

       전투의 양상대로라면 이렇게 짙은 횡액은 없어야 한다.

       

       이걸 왜 진작에 깨닫지 못한 걸까.

       

       몬스터와의 거리는 상관 없이 모든 엘프들의 주변에 상문이 끼고 있었다.

       

       “영감님! 당장 세계수로 가야해요!”

       

       튀어나가려는 내 몸을 영감이 막아 섰다.

       

       “잠깐 기다리게.”

       

       “지금 그럴 시간이…”

       

       “어느 세월에 달려갈 생각인가?”

       

       내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다행히 시간을 잘 맞춰서 왔나보군.”

       

       “클로셀 영감님!”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가지.”

       

       온몸으로 바람이 부딪쳐왔다.

       

       이 속도라면 순식간에 세계수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휘이익 –

       

       나무들이 뒤로 사라지며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흘러갔다.

       

       “…!”

       

       방금까지는 바람의 저항 때문에 몸이 불편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뜨거운 것이 몸에 닿은 듯 몸 곳곳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읍….”

       

       찌르는 듯한 통증도 함께 느껴졌다.

       

       가까워지는 세계수 또한 그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스쳤고, 무언가 불에 타고 있는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밑으로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

       

       “로메넬….!”

       

       로메넬과 세계수 모두 상태가 엉망이었다.

       

       금줄에 붙은 부적들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로메넬은 넋이 나간듯 침음성을 뱉고 있었다.

       

       “윽…”

       

       가까이 오니 확실히 알 것 같다.

       

       이 냄새는 불에 타죽은 귀신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농도로 보아서는 한 둘이 아니었다.

       

       “내가 치료 하겠네.”

       

       클로셀 영감이 포션을 꺼내 로메넬의 입속으로 흘려넣었다.

       

       하지만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몸을 다친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제는 숨길 생각도 안하네.”

       

       저주가 마구잡이로 날 뛰고 있었다.

       

       디행히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그 형체를 다 이루지는 못했지만, 아마 지금부터는 시간 문제일 것이다.

       

       저주가 시작되는 곳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이라면 그 위치를 잡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방울에 손을 대자 마자 머릿속으로 소리가 울렸다.

       

       “….”

       

       짐승의 소리.

       

       얼핏 들으면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절망, 공포, 고통.

       

       가슴이 시큰거릴 정도로 뚜렷한 감정이었다.

       

       딸랑 –

       

       지난번 허주가 보여주었던 사람을 홀리는 환상 따위가 아니었다.

       

       아직 형체를 갖추지도 못한 저주속에 담겨있는 지독한 원한.

       

       이것들은 원한이 만들어진 계기였다.

       

       딸랑 –

       

       “쯧쯧….”

       

       점사가 아니다.

       

       마치 세계수를 힐난 하는 것만 같았다.

       

       입 밖으로 튀어나온 공수는 분명히 세계수를 탓 하고 있었다.

       

       “제대로 안내려주니 이 지경이지…”

       

       강신이 짙어 질 수록 탄내가 강해졌다.

       

       뜨거움을 느끼는 내 몸에서마저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온 몸이 쑤시고 목에서 칼칼함이 느껴졌다.

       

       “얼마나 소리를 질렀으면 내가 목이 다 아프냔 말이야….”

       

       몇날 몇일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 느낌이다.

       

       이 고통의 주인은 이미 목이 쉬었을 것이다.

       

       정신마저도 온전치 못하리라.

       

       순간 짜증이 확 치밀었다.

       

       내가 내는 감정이 아니었다.

       

       벌어지지 않아도 될 일이 이것때문에 벌어진 듯 했다.

       

       로메넬과 세계수 사이의 문제인 듯 싶었다.

       

       딸랑 –

       

       금줄과 부적이 버티고 있을 때 해결을 해야 한다.

       

       세계수에 손을 가져다 대며 방울을 흔들었다.

       

       딸랑 –

       

       귓가로 또 다시 비명이 스쳐지나갔다.

       

       머릿속에 스치는 장면들이 처참했다.

       

       불에 시커멓게 탄 엘프.

       

       사지가 끊어져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엘프.

       

       이미 죽어버린 수 없는 엘프들까지.

       

       딸랑 –

       

       하지만 한을 내 뿜는 주체는 이들이 아니었다.

       

       초점을 잃은채로 절규하는 엘프의 모습이 떠오른 순간.

       

       가슴이 욱신거렸다.

       

       “…..”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절망이었다.

       

       도대체 무슨짓을 하면 감정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수가 있단 말인가.

       

       안타깝지만 지금은 감정보다는 위치가 필요했다.

       

       어떤 장소가 아지랑이가 핀것 처럼 일렁거렸다.

       

       세계수가 어렴풋이 보이는 곳.

       

       하늘을 시커멓게 덮은 몬스터들도 보였다.

        

       아까 영혼들이 바라보던 그 방향이었다.

       

       “화가났던게 이 엘프 때문이었네.”

       

       그들은 엘프를 통해서 세계수에 저주를 걸고 있었다.

       

       “….”

       

       클로셀 영감이 로메넬을 바닥에 눕혔다.

       

       “또 저주인가 보군. 이번에도 돌려보낼 셈인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불가능해요.”

       

       아직 저주를 시전하는 매개체가 엘프였다.

       

       지난번 처럼 완성된 저주라면 모를까 지금 역살을 날렸다가는 엘프 혼자 모든 걸 뒤집어 써야 할 것이다.

       

       살을 날릴때 반동에 대비해서 준비를 하는 것이 있다.

       

       액막이라 불리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금 엘프의 상태는 그 자체로 양밥이었으며 액막이였다.

       

       세계수에게로 저주를 보내는 통로의 역할인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 끝은 엘프였다.

       

       “죽어야 네크로맨서가 가져가겠네…”

       

       잔인하기 그지없는 방법이었다.

       

       “저주에 필요한 한을 만들어내는 엘프가 있어요.”

       

       “…대충 알겠네. 그 엘프를 살려야 하는게로군.”

       

       역시 전쟁속에서 살았던 영감들이라 그런지 이해가 빨랐다.

       

       “저주가 완성되기 전에 구해내야해요.”

       

       고작 엘프 하나를 구하는 일이 아니었다.

       

       점점 강해지는 저주를 따라 온갖 불운 들이 근처로 모여들고 있었다.

       

       가 봐야 알겠지만 전투중인 엘프들의 경우엔 상황이 더 안좋아 졌을 수도 있다.

       

       세계수는 그들의 근원이니 최악의 경우엔 로메넬처럼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 세계수를 노린거네.”

       

       “위치는 찾았는가?”

       

       “무언가로 위치를 가려 놨어요. 대략적인 모습은 봤지만…일단 방향은 저 쪽이 확실해요.”

       

       “아까 자네가 쳐다보던 그곳이군.”

       

       클로셀 영감이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며 마나를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날아가는 건 곤란해요.”

       

       “문제라도 있는가?”

       

       “하늘에 몬스터들이 가득했어요.”

       

       클로셀 영감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럼 거기에 네크로맨서들이 있겠군. 바로 출발하지.”

       

       이 영감이 지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건지···.

       

       뭔가 방법이야 있어 보였지만 그 수가 너무나 많았다.

       

       상식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기사가 공중에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파라몬 영감이라면 어떻게든 해 줄것 같지만 아무래도 땅에서보다는 그 힘이 약할 것이다.

       

       그렇다는건 클로셀 영감 혼자서 몬스터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데···.

       

       하다못해 엘프들의 도움이라도 받는다면?

       

       “공중전에서의 절대 법칙이 무엇인지 아는가?”

       

       클로셀 영감이 우리의 몸을 띄워 올리며 웃었다.

       

       “날개가 있으면 불리하다는 것이네.”

       

       “….예?”

       

       “저번처럼 방향을 가리키면 그곳으로 날아가겠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몸이 안 좋아서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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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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