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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

       

       

       

       

       

       35화. 낡은 단검 ( 1 )

       

       

       

       

       

       얼어붙은 나뭇가지들을 헤쳐가며 숲을 얼마나 나아갔을까.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던 비명 소리는 멈춘지 오래였다.

       

       숲은 적막으로 가득했다. 벌레의 울음소리도, 새의 날갯짓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얼음과 눈만이 존재하는 얼어붙은 숲속. 

       

       

       ‘이게 이단들이 바라는 풍경인가?’

       

       

       단장은 신경질적으로 나뭇가지를 쳐냈다. 거지같은 이단들의 피부를 모조리 벗겨내야 분이 풀릴 듯싶었다.

       

       

       “단장님, 저 앞에 마을이 보입니다.”

       

       

       눈이 좋은 성기사 한 명이 말했다. 그 말대로 저 앞에는 화전민들이 사는 것으로 보이는 마을이 보였다.

       

       작은 크기의 마을에서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들 긴장을 늦추지마라. 이단들의 기습을 주의하고, 전방을 주시해라.”

       

       

       단장이 검을 고쳐잡으며 천천히 마을로 들어갔다.

       

       온통 얼음에 뒤덮인 마을에서 인기척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모두 이단에게 당했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프리가가 나지막하게 욕설을 뱉었다.

       

       

       “…씨발. 단장, 저 앞에.”

       

       “저건…”

       

       

       프리가의 턱이 힐끗하고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ㅡ흐읍

       

       

       단장은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온갖 모습을 다 봐온 단장으로서도 처음 보는 잔혹한 풍경.

       

       그 모습을 뭐라고 표현하며 좋을까?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다가 얼린 진흙 덩어리? 짐승이 씹다가 뱉은 고깃덩어리?

       

       

       ㅡ그,어으, 어으으

       

       ㅡ 어,엄,므아…흐어

       

       

       인간을 이리저리 구겨서 뭉친 구체가 공터에 놓여 있었다. 꿈틀꿈틀 삐져나온 팔들이 허공을 휘젓고, 새파랗게 얼어붙은 얼굴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구의 형체를 만들고 있었다.

       

       살아 있는지, 아니 차라리 죽었으면 하는 모습으로. 고통스러운 신음 비슷한 무언가를 소리 지른다.

       

       

       ㅡ 우어으, 주,겨으져

       

       

       “이 개새끼들…”

       

       

       프리가는 입술을 꾸깃 깨물며 도끼를 꽉 움켜쥐었다. 도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프리가의 눈동자가 단장을 바라봤다. 이 정신 나간 짓에 대한 의문이 깃든 눈빛.

       

       슬프게도 단장은 이유를 알고 있었다.

       

       

       “…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뭐?”

       

       “아무런 이유 없이, 재미로. 그들의 오락을 위해서 이런 겁니다.”

       

       “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녀석들이 이 행위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 순수하게 재미로. 장난삼아 이렇게 만든겁니다.”

       

       

       단장은 핏발이 선 눈동자로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인간의 존엄 이전에, 같은 생명체로 바라보지 않는 버러지들. 이단이란 그런 존재들이다.

       

       이 땅에서 사라져야 마땅한 악의 족속들. 

       

       

       “늦었지만… 이들에게 안식이라도 주고싶습니다.”

       

       “그래, 알겠어.”

       

       

       살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단장의 말에 프리가는 천천히 도끼를 들어 올렸다.

       

       날카롭게 빛나는 도끼의 날이 허공을 번뜩이고.

       

       

       ㅡ서걱

       

       

       인간으로 만들어진 구를 반으로 갈랐다. 반으로 갈라진 구는 끝에서부터 부서져가며 바람에 흩날렸다.

       

       작은 얼음결정들이 허공에 휘날리면서 반짝였다.

       

       이 세상에서 가장 역겨운 반짝임이 성기사들의 위를 날아갔다. 단장은 모든 과정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 “역겨운 이단새끼들.”

       

       – “모조리 그 피부를 벗겨서 천천히 죽어야…”

       

       – “다섯 신과 여섯 번째 신이시여, 저들에게 안식을.”

       

       

       성기사들의 기세가 흉흉하게 끓어올랐다. 이단들의 목적이 도발이였다면, 훌륭하게 성공한 것이다.

       

       

       “모두 침착해라. 분노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분노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해라. 냉철한 이성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라.”

       

       

       과하게 흥분한 성기사들을 향해 단장이 낮게 말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는 프리가는 볼 수 있었다.

       

       검을 쥐고 있는 단장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살리지 못한 주민들에 대한 죄책감일까? 아니면, 이단에대한 분노일까?

       

       프리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도끼를 조금 더 강하게 움켜쥐었다. 

       

       

       “단장, 어서 가자. 아직 남아 있는 녀석들이 있을 수도 있잖아.”

       

       “…예. 어서 가시죠.”

       

       

       흩날리는 반짝임을 뒤로하고, 단장과 성기사들은 마을의 안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얼마나 마을을 돌아다녔을까. 기껏 해봐야 촌락 수준의 마을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다.

       

       … 이단조차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단장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아무것도 없다고?”

       

       “예! 마을에는 벌레 한 마리 없었습니다!”

       

       “그럴 리가… 녀석들이 연기까지 피워가면서 우리를 도발했는데. 아무런 흔적이 없다고?”

       

       

       단장의 고심이 깊어졌다. 숲, 연기, 도발… 그리고 자신들.

       

       무언가 빈 퍼즐같은 느낌. 마치…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기분.

       

       땅을 바라보며 돌을 툭툭 차던 프리가가 말했다.

       

       

       “허탕만 쳤네, 찝찝하게. 아무것도 없으면 얼른 돌아가자고. 케니스가 기다리겠네.”

       

       

       순간 단장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강렬한 직감. 어쩌면 본능.

       

       

       “… 케니스! 그겁니다, 공녀님! 어서 돌아가야 합니다!”

       

       “어우씨 깜짝이야. 뭔데 그래?”

       

       “함정, 함정입니다! 녀석들이 저희들을 유인한겁니다! 젠장, 처음부터 케니스가 목적이였는데!”

       

       “우리가 유인당한 거라고?”

       

       

       프리가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단 녀석들이 함정을? 

       

       

       “젠장, 한 방 먹었네. 그럼,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ㅡ”

       

       

       ㅡ콰아아앙!

       

       

       프리가의 말은 강렬한 폭발음에 묻혔다. 아니, 폭발음일까?

       

       숲 너머에서 거대한 얼음 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얼음으로 된 뿌리가 허공에서 자라나듯, 사방을 향해 뻗어 나가는 굵은 얼음 기둥.

       

       마차가 있는 방향이다.

       

       

       “시발, 케니스!”

       

       “공녀님! 너희들도 서둘러라! 마차가 있던 곳으로 간다!”

       

       

       땅을 박찬 프리가가 나무 사이로 사라지고, 단장과 성기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인기척이 사라진 마을에서는 작은 얼음결정만이 바람에 따라 작게 흩날렸다.

       

       

       

       

       ***

       

       

       

       

       “아ㅡ똥겜 삭제하고 싶다!”

       

       

       저주에 걸린 케니스가 ‘마수 토벌’에 나오지 못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저주를 어떻게 푸는지 힌트도 안 주고, 패키지도 안 팔고.

       

       공식 카페가 있기는 한 건지 찾아도 안 나온다. 프리가 혼자서 ‘마수 토벌’을 해도 골드는 들어오지만…

       

       

       “아쉽단 말이지.”

       

       

       이래서는 영웅급 모험가 한 명 있는 거랑 다를 게 없는 상황. 뭔가…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챱ㅡ챱챱

       

       

       한 손으로는 익숙하게 케찹과 콩나물을 쓱쓱 섞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상점을 뒤적거린다.

       

       이게 바로 숙련된 K-게이머의 모습.

       

       

       “하읍… 음. 맛있네.”

       

       

       케찹의 새콤한 맛과 콩나물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케찹 콩나물무침을 집어먹으면서 화면을 옮긴다.

       

       

       “찾아도 방법이 안 나오고. 그냥 드워프나 더 뽑을까?”

       

       

       신전을 돌아다니는 10명의 일꾼들. 저번에 술집에서 농땡이피는 모습을 봤더니 뭔가 다른 건물을 더 올려주기가 싫어졌다.

       

       

       “드워프나 더 뽑아야겠다.”

       

       

       남는 돈으로 일꾼을 좀 뽑았다. 저번에 무지성으로 광산만 뚫어 놨더니 효율이 너무 떨어지는지, 6층까지 열어둔 의미가 무색하게 광물을 못 캔다.

       

       

       “일꾼 업그레이드는 없나?”

       

       

       이런 게임에서 일꾼 업그레이드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일 텐데?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어떤 일꾼을 눌렀을 때,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삥뽕ㅡ

       

       

       《’일꾼1’의 승급이 가능합니다!》

       

       

       “아, 일꾼을 직접 눌러서 하는구나?”

       

       

       그래도 제일 먼저 뽑은 일꾼이라고 승급도 제일 먼저 한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바로 승급 시켜줬다.

       

       

       《gra¥ias t£b$》

       

       

       ‘일꾼1’이 일하다 말고 갑자기 빛의 기둥에 휩싸였다. 마치 디지몬이 진화하는 듯한 이팩트다.

       

       

       빠밤ㅡ!

       

       《’일꾼1’이 ‘커먼 드워프’에서 ‘언커먼 드워프’로 승급하였습니다!》

       

       

       “오, 뭐가 좀 달라졌나?”

       

       

       외형적으로 변화는… 잘 모르겠다. 팔다리가 좀 더 두꺼워졌나? 수염이 조금 더 길어진 거 같기도하고…

       

       애초에 짜리몽땅한 녀석들이라 그런지 잘 알아보기가 힘들다.

       

       

       “뭐가 바뀌긴 했겠지. 승급까지 했는데.”

       

       

       일꾼에 대한 관심을 끄고, ‘마수 토벌’ 화면으로 옮겼다. 이제 슬슬 ‘마수 토벌’ 돌리고 끌 시간이다.

       

       저번에 1 스테이지 보스의 탈을 쓴 미친 뉴비 제초기 ‘서리고룡’을 잡은 이후.

       

       2 스테이지로 올라가긴 했는지 뒷배경이 숲으로 바뀌었다. 

       

       

       “1탄 보스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2탄 보스는 더 어렵겠지?”

       

       

       화면 한구석에서 반짝이는 보스 레이드 아이콘. ‘서리고룡’에서 크게 데여서 그런가, 2탄 보스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 방어구나 뭐 이런 거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무기만 좋으니까 평타 한 방에 골골거리지. 상점 어딘가에서 방어구 패키지 비슷한 걸 본 것 같기도 한데.

       

       나중에 한 번 찾아봐야겠다.

       

       그건 그거고, 한동안 스펙을 좀 올려야 한다. 1탄 보스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2탄 보스에 안일하게 도전했다가는… 정말 모험가가 전부 죽을지도 모른다.

       

       

       “여관에서 영웅급 모험가를 부를 수가 있나?”

       

       

       아마 찾아보면 있을 듯싶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스펙업을 하겠는가? 설마 그것도 패키지로 파는 건 아니겠지?

       

       이런저런 잡생각하며 무난한 게 ‘마수 토벌’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화면 한가득 차오르는 경고창.

       

       

       《Warning! Warning! Warning!》

       

       

       빨갛게 점멸하는 화면과 불길한 경고문자. 몹시 나쁜 예감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뭐야, 뭔데…”

       

       

       ‘마수 토벌’에 랜덤 인카운트가 있던가? 별거 아니겠지? 닥쳐오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무시했다.

       

       그런 내 희망을 짓밟듯 떠오른 메시지창.

       

       

       《마수토벌 2스테이지 보스 출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2 스테이지 보스 레이드가 시작되었다.

       

       

       “이 미친 망겜 진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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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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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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