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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0

        

         

       피어오른다.

       불꽃이, 불씨가 피어오른다.

       거기에 누군가가 부채질을 하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바람이 더해지고, 불꽃은 크게 눕고 몸집을 퍼뜨리고 조각나서 흩어진다. 흩어진 불꽃은 불씨가 되어서 바람을 타고 이곳저곳에 날아가 또 다른 불을 일으키게 되리라.

         

         

         

        * * *

         

         

         

       야사키 토키타카(矢崎敏高)는 정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별장에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그때 내가 자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건데, 이 한국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지 않나?”

         

       “예, 물론이죠. 은혜도 모르는 놈들입니다.”

         

       “미개한데다가 부패하기까지 해서 평생 땅이나 파먹고 살아갔을, 그 가난뱅이들에게 개화해주었더니 감히 반항이나 하고. 근대화시켜준 은혜도 잊고 일본에 이빨을 드러내는 꼴하고는. 쯧. 말 못하는 개새끼도 먹이를 주는 사람은 알아보고 꼬리를 흔드는데 말이야. 저놈의 나라는 은인은 몰라보고 이빨을 드러내고 시끄럽게 짖기만 하고 말이야. 아주 고약한 것들이야.”

         

       “그래서 지금 천벌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것도 저놈들이 믿는 하늘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일본의 요괴와 팔백만 신님이 내린 천벌 말입니다!”

         

       그는 별장에서의 만남 이후 더더욱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별장에서는 야사키 토키타카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야사키 토키타카가 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생각과 잘 맞는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해야 맞는 말이리라.

         

       한국은 은혜도 모르는 것들.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높으신 분들은 그렇게 입이 터져라, 입에 침이 마를세라 열변을 토하곤 했지만 토키타카에는 알 바 아닌 이야기였다.

         

       한국에 대해 호의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예 관심이 없었고, 관심을 가지고 싶지도 않았다.

         

       “허허허. 그렇지, 아주 제대로 생각이 박혀있어. 역시 자네도 한국에 대해 참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구먼.”

         

       “하하, 물론이죠.”

         

       “그러고 보니 한류니, 뭐니 하면서 한국 놈들이 국책사업으로 이것저것 밀어주고 있다고 하지? 그놈의 한류인지 뭔지 하는 싸구려 때문에 업계가 잠시 오염되기도 했을 테니, 자네가 그런 올바른 생각을 품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겠구먼. 하하하.”

         

       토키타카의 앞에 있는 남자는 이해가 간다는 듯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권위적이었으며, 자신이 한 말이 정답이라는 것에 확신이 있었다.

         

       실제로는 그런 게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내 알 바 아닌데 말이지.’

         

       한류?

       그래.

       일본에 영향을 끼치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토키타카에게 악영향을 끼쳤는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도리어 그것을 이용해서 큰돈을 번 것도 몇 차례 있었다.

         

       게다가 한국인이니 뭐니 하는 것을 중요시하지도 않았다.

         

       한국인이면 어떻고, 유럽인이면 어떻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이득이다.

       이득.

         

       그에게 명예를, 돈을, 쾌락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출생?

       그게 뭐 대수라고.

         

       ‘외국인이면 다 외국인이고, 내국인이면 다 똑같은 내국인이지.’

         

       과거 토키타카는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아주 시답잖은 것이었다.

         

       학창시절, 합숙 때 번갈아 가며 백 가지의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백물어(百物語)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토키타카는 할머니가 오키나와에서 겪었던 무서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토키타카의 핏줄에 오키나와 원주민의 피가 섞여 있다는 이야기였다.

         

       시덥잖은 소문이었다.

       실제로도 토키타카는 그 소문을 그리 신경 쓰지도 않았고.

         

       소문이 사실도 아니었고, 소문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오키나와 원주민의 핏줄이니 뭐니 그게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다 같은 일본이 아닌가.

         

       그렇게 토키타카는 소문을 그냥 무심하게 넘겨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실수가 되었다.

         

       조금이라도 성숙했으면 몰랐으되 그때의 토키타카는 란도셀을 메고 다니는 아이였고, 그의 또래 역시 성숙하기는커녕 벌레의 다리나 날개를 거리낌 없이 떼면서 가지고 노는 잔혹한 동심이 있는 아이였다.

       거기에 모난 것이 있다면 때려 부수는 일본의 특성까지 더해졌다.

         

       그렇게 토키타카는 이지메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순수혈통 일본인이 아니라면서 따돌림을 당했다.

         

       다행히 그 따돌림이 길지는 않았다.

         

       토키타카는 갑자기 자신을 에워싸고 괴롭히는 이지메에 굴복하는 대신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주동하는 주동자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렸다. 그 주동자의 가문이 부라쿠민이라는 소문이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아주 크게 효과를 보았다.

         

       오키나와 원주민이니 뭐니 하는 하찮은 소문과는 다르게, 부라쿠민이라는 소문은 어른들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냥 아이들 수준의 일이라면서 신경을 꺼버린 토키타카의 경우와는 다르게, 주동자가 부라쿠민이라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아이들의 부모가 그 아이와 놀지 말라면서 단단히 일러두었고, 학부모회가 직접 나서서 ‘그런 수준이 떨어지는 아이와 우리 아이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게 걱정이 된다.’라면서 학교에 직접 압박을 주기까지 했다.

         

       아이, 특히 10살도 되지 못한 아이는 부모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당연하게도 부모의 태도를 학습한 아이는 그 주동자를 정말 더러운 오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기피했고, 그를 한껏 괴롭혔다. 그리고 그 괴롭힘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혐오감으로 변질하였고, 종국에는 정말로 오물이라도 건드리는 것처럼 그 주동자와 같이 있는 것을 거부하는 아이까지 생겨났다.

         

       그렇게 토키타카는 어린 나이에 훌륭하게 복수에 성공했다.

       이지메의 늪에서 아주 현명하게 벗어나는 것도 성공했고.

         

       그때의 그 기억은 지금까지도 그의 뇌리에 강하게 틀어박혀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출생이니 뭐니를 따지며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출생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그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그를 유능한 프로듀서로 이끌어주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그는 출생이니 국적이니 하는 것으로 불이익을 주지 않았지만, 동시에 이득을 주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득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 이득을 위해서는 양심이니 올바른 것이니 하는 것은 집어치울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속으로는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겉으로는 완전히 다른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아주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납니다. 어디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 예능이니 드라마니 기웃거리는 꼬락서니가 아주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거 더는 안 되겠습니다. 사장님의 말도 그렇고, 다른 분들의 말도 그렇고. 저도 팔을 걷고 나서볼 생각입니다.”

         

       “흠, 어떻게 말인가?”

         

       “일단 뭐, 제가 아는 PD들에게 친한파나 한국인, 재일(在日, ざいにち)놈들을 되도록 사용하지 말라고 말을 해볼 생각입니다. 대신 그 빈자리에 회사 연예인을 끼워 넣어주면 더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허, 그렇지. 그걸 싫어할 리가 있나. 하하하하! 그래, 야사키 자네가 이렇게 나서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일단 우리 회사의 광고는 모두 자네 회사에서 맡아주게. 그리고 내 친구들도 있는데, 그 녀석들도 설득해서 자네 회사에 광고를 넣도록 하겠네.”

         

       토키타카의 말을 들은 남자는 반색했다.

       정말로 기쁘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 중요한 것은 내 이득이지.’

         

       무관심은 그저 이용의 대상일 뿐이다.

       저울의 추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토키타카는 기꺼이 남자의 뜻에 따라 한국에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유?

       그게 이득이 되니까!

         

       ‘별장에서 만났던 그분들도 기뻐하겠지.’

         

       토키타카는 별장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별장에서 뭐를 했더라?’

         

       별장에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던 까닭일까?

       거기서 무얼 했는지가 흐리멍덩했다.

       마치 안개가 끼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토키타카는 머릿속에 든 위화감을 치워버렸다.

         

       술을 마셨으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별장에 있을 때 내내 술을 달고 살았으니 뭐…. 흐리멍덩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그래.

       분명히 그렇다.

         

       술을 마셨는데 어떻게 정신이 말똥할 수 있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이다.

       그 대화가 단편적으로 이어졌다가 뚝뚝 끊기기는 했지만, 그 사람들과 한국에 대해 욕을 했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별장에 들어가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연회를 즐기고, 별장 안에서 편안하게 휴식 겸 인맥 쌓기를 했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얼마나 분위기가 좋았고, 얼마나 유익했는지를 똑똑히 기억하면 된다.

         

       그래.

         

       ‘분위기가 좋기는 했지.’

         

       별장은 고풍스러웠고, 음식은 맛있었고, 사람들은 친근했다.

         

       ‘모임 내내 별장 밖으로 나가지도 않을 정도로 말이야.’

         

       액살의 집이니 뭐니 하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던 별장이었지만, 차기 신관이 직접 나서서 그런 것인지 오싹한다거나 하는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도리어 아주 포근했으며, 노곤하고 사람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주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그 저택에서 단 한 걸음도 밖으로 나서지도 않고, 테라스에서 바람을 쐬지도 않았다.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기분 전환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다.

         

       그래.

       분명히 그랬다.

         

         

         

        * * *

         

         

       한국.

       어느 언론사에서 누군가가 불평을 토해냈다.

         

       “쯧, 기회가 오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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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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