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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0

        

       “수고했다.”

         

       천마전을 나서니 나와 천마의 도박을 지켜보던 위서련이 입을 열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겼군요.”

         

       내가 천마의 속을 떠보고 있다는 것을 천마가 알고 있다는 사실은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뭐, 처음부터 쉽게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박 승부를 제안한 것은 아니었으니 이 정도는 각오해야겠지.

         

       어떻게 하면 저 천마의 빈틈을 유도해 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있자니 위서련이 입을 열었다.

         

       “정말 놀랍군.”

         

       “예?”

         

       “아버님 말이다. 그대와 진심으로 승부를 즐기고 계시더군.”

         

       “음…그렇습니까?”

         

       확실히 천마는 나와의 도박 승부를 즐기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지.

         

       천마가 도박을 즐긴다는 사실 자체가 위서련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던 모양이다.

         

       “천마께서도 뭐 도박 정도는 즐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위서련은 피식 웃었다.

         

       “흠. 글쎄 이걸 어찌 설명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설명할 말이라도 정리하는 것인지 위서련의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다. 나 역시 발걸음을 늦추며 위서련이 생각을 정리하기를 기다렸다.

         

       위서련이 들려주는 위지천의 이야기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버님은 천애고독한 분이셨다.”

         

       위서련의 이야기는 조금 뜬금없이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아버지께서 지니고 있는 고독함을 간파하고 있었다. 가정의 화목함과 별개로 아버지에게는….흠. 그래. 맞수가 될 만한 사람이 없었지.”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중원과 멀리 떨어진 이 마교에 천마의 상대가 될 법한 대단한 무인이 또 탄생하기는 어려웠을 테니까.

         

       “그래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천마의 자리를 추구하게 되었다. 옆자리에 나란히 서면 아버님의 고독함이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뭐, 천마의 자리는 어느 마교 무인이라도 탐내는 자리였으니 자연히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대는 잘 모를 수 있으나 천마신공의 계승자는 상속이 아니라 선발로 이루어진다. 경쟁자는 마교 무인 전체라고 할 수 있지. 치열한 선발 과정 끝에 천마신공을 전수받는 것에 성공하고 나는 이제 어느 정도 아버님 곁에 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위서련은 씁쓸한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결론을 말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천마신공을 계승받는 것만으로 아버님의 고독을 치료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은 아니었지만 천마신공을 계승하고 흑룡기를 다루게 되면서 나는 선택을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선택을 잘못했다라.

         

       위서련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했다.

         

       위서련은 천마신공을 익히며 천마 위지천과 동등한 조건을 갖추었다.

         

       그렇기에 완전히 수직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버린 것이다. 서로가 동등한 조건이라면 위서련과 위지천의 간극은 쉬이 좁혀지지 않을 테니까.

         

       “아버님은 소천마가 된 나를 자랑스러워하셨고 나 역시 천마신공을 익힌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아버님의 고독을 걷어낼 방도가 없다는 사실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

         

       위서련은 나를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너는 그걸 해냈구나. 아버지께서 너를 적으로 인정했어.”

         

       “흠.”

         

       나는 발을 멈추었다. 위서련 역시 그런 내 움직임에 엉거주춤 멈추어 섰다.

         

       “손을 내밀어 보십시오.”

         

       “…?”

         

       위서련이 주춤 손을 내밀자 나는 그 위에 무언가를 올려주었다.

         

       바로 주사위였다.

         

       이게 뭔가 싶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위서련.

         

       “천마께 가서 주사위나 굴려 보자고 하시지요.”

         

       “…뭐?”

         

       얼빠진 표정의 위서련을 바라보며 이런 말이 떠올랐다.

         

       망치를 든 사람의 눈에는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지금의 위서련이 딱 그랬다.

         

       위지천도 무인이고 본인도 무인이니 아버지와 어울리기 위해서는 무공을 갈고 닦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하여간 이 무공뇌들.

         

       이게 다 무림식 사고방식의 폐해야. 폐해.

         

       상대방을 알고 싶으면 자기소개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 무림인이라는 놈들은 괜히 기파를 뿌려보고 돌을 던져보고 술에다가 내공을 담아주고 젓가락 싸움을 벌이는 등 별 이상한 짓을 한단 말이지.

         

       아니 아버지가 적적해 보이면 그냥 가서 함께 놀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거기서 무공 경지가 부족하네 아버지가 천마네 하는 이야기가 나온단 말인가.

         

       무인은 즐거움도 무공으로만 느껴야 한다고 무림법으로 정해 놓기라도 했단 말인가.

         

       술도 마시고 돈도 벌고 사랑도 하는데 딸내미랑 주사위 굴리면서 놀 수도 있는 거지.

         

       혼란에 빠진 듯한 위서련의 손에 주사위를 쥐여주고 어깨를 잡아 친절하게 천마전 쪽으로 뱡항도 바꾸어 주었다.

         

       “아, 아니…”

         

       “괜찮아요. 괜찮아! 어차피 천마님도 도박을 접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소천마님도 일주일간 도박을 관람했으니 뭐 비슷한 수준이네!”

         

       “그, 그런다고 내가 아버님의 상대가 될 리가…시간 낭비일 뿐이…”

         

       “어허! 지금 이 천하제일 도박사의 말을 무시하는 겁니까? 도박에 한해서는 내가 전문가에요! 예? 일주일짜리 응애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으,응애?”

         

       “이것도 다 작전입니다 작전! 손님인 저를 도와주시겠답시고 매일 천마님과의 승부를 관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왕 도와주시는 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지요. 천마님과 도박을 하면서 천마님의 성향 좀 파악해달라 이 말입니다.”

         

       “그런…”

         

       소천마의 등을 마구 떠밀었다. 소천마 답지 않게 우물쭈물대며 버티던 위서련은 내 강짜에 어쩔 수 없이 천마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연신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는 꼴이 영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지만.

         

       뭐 이정도로 판을 깔아 주었으면 알아서 잘 하겠지.

         

       *** ***

         

       “무슨 일로 다시 왔느냐?”

         

       위서련은 의아함이 어린 위지천의 시선에 호천안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교는 무인 중심의 집단이었다.

         

       그만큼 마교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무인이 되기를 바라며 무인을 우러러본다.

         

       ‘뭐 비단 마교뿐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강함을 추구하고 우러러 보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다.

         

       그리고 그 날것 그대로의 본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 중 하나가 무공이니 무공을 익힌 무인은 보통 어디에서나 대우받기 마련이다.

         

       반면 도박사는 어떨까.

         

       누구나 인정하는 무인과 달리 도박사라는 직업과 도박 재주는 어디가서 당당하게 말하기도 어려웠다.

         

       무인의 기술과 도박사의 기술.

         

       어느 쪽이 더 인정받을지는 딱히 예시를 들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날 호천안은 그 누구보다도 당당하게 말했다.

         

       내가 지닌 도박의 재주는 천하제일이니 내 재주를 팔아 천마의 노고를 사겠노라고.

         

       천마의 무(武)와 내 도박기술은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노라고.

         

       그 모습은 위서련에게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왜냐하면 호천안은 초절정 무인이었으니까.

         

       소천마인 위서련 앞에서야 무게감이 떨어질 뿐 본래 초절정 무인은 그 지역의 도시에서 이름만 대도 별호가 튀어나올 만큼 사회적 인지도가 보장된 고절한 경지다.

         

       당장 호천안만 해도 사천성에서 아니, 이제는 사천에서 뇌검낭인이라는 별호를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그 정도의 인지도를 쌓은 무인이라면 무를 등한시하고 도박에 몰두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숨길 법도 하거늘 도리어 호천안은 도박 기술과 무공에 동등한 가치를 매겼던 것이다.

         

       6개월간의 도박 승부가 결정이 되고.

         

       위서련은 호천안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아무리 호천안이 도박 기술에 통달했다고는 하나 천마가 마음만 먹으면 잡기(雜技)에 불과한 도박은 순식간에 정복하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마는 일주일간 호천안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단순히 지기만 했는가.

         

       도박이라는 영역에 한해서는 호천안을 적수(敵手)로 인정했다. 아니 적수가 아니라 도전 대상으로 삼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런 천마의 태도를 떠올린 위서련은 망설임을 떨치고 입을 열었다.

         

       “하, 함께 주사위나 굴리시렵니까?”

         

       천마의 눈이 살짝 크게 뜨였다. 그 모습을 본 위서련은 갑자기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란 말인가.

         

       마교의 지존인 천마에게 그저 주사위 놀이나 하자고 찾아오다니!

         

       위서련이 몰려오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도망치려는 순간이었다.

         

       “그러자꾸나.”

         

       막 몸을 돌려 도망치려던 위서련의 발이 얼어붙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마주보고 상에 앉았다.

         

       “그냥 주사위를 굴리는 것은 조금 심심할 듯 하니 잔에 넣고 굴려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어제 호천안이 보여 주었던 그것 말입니까?”

         

       “그래. 맞추기만 하니 어쩐지 한번 해 보고 싶더구나.”

         

       멋쩍은 듯한 표정을 짓는 위지천을 생소한 눈으로 바라보던 위서련이 잔을 집고 주사위를 넣고 굴렸다.

         

       달그락 달그락.

         

       어색한 손놀림으로 마구잡이로 잔을 굴린 위서련의 손이 멈추었다.

         

       “흠…3에 걸겠다.”

         

       위서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잔을 들어올렸다. 위서련 역시 도박 초짜였으니 잔 안에 들어간 주사위의 숫자가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으니까.

         

       “4로군요.”

         

       “이번에는 내 차례로구나.”

         

       천마가 잔을 흔들었다. 지고의 경지에 도달한 천마의 잔 섞기는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손목을 흔들 때마다 조금씩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탁.

         

       잔이 멈추었을 때 문득 위서련은 궁금해졌다.

         

       “혹시 원하는 눈을 뽑으셨습니까?”

         

       “음. 바라는 바는 있었으나 잘 모르겠구나.”

         

       “그럼 저는 3에 걸겠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몇을 노리셨습니까?”

         

       “6을 뽑고 싶었다.”

         

       천마는 그렇게 말하고는 잔을 들어올렸다. 잔 속에 들어있던 주사위의 눈은 1이었다.

         

       큼지막한 한 개의 눈을 들여다보던 위서련과 위지천은 동시에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버지도 별 수 없으시군요. 이번에는 제가 한번 눈을 뽑아보겠습니다.”

         

       “좋다.”

         

       그렇게 엉망진창의 도박 승부가 시작되었다. 때로는 맞추고 때로는 틀리고 판돈도 없는 잔 흔들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해보니 쉽지 않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위지천은 잔을 흔드는 위서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갇혀 있었군.’

         

       일평생을 바쳐 무(武)라는 큰 산을 올랐다.

         

       그러다 보니 시야가 좁아졌던 모양이었다.

         

       어느새인가부터 무를 통해서만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재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던 것일까.

         

       ‘즐겁군.’

         

       위지천은 자신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지어지는 미소를 느끼며 딸을 바라보았다.

         

       무인으로서 위지천을 따라잡겠노라 다짐하며 늘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우러러만 보던 위서련의 표정 역시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무의 경지를 산에 빗댄다면 태산(太山)이라 할 수 있겠지.”

         

       위서련은 주사위를 흔들며 위지천의 말을 경청했다.

         

       “태산을 올랐다 하여 다른 산들을 너무 우습게 보았구나.”

         

       위서련 역시 위지천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가 잡기라 생각하며 폄하했던 일.

         

       이 작은 잔을 흔들어 원하는 주사위의 눈을 뽑아내는 일은 생각과 달리 결코 쉽지 않았으니까.

         

       호천안이 당당하게 눈을 빛내며 천마를 향해 가리킨 도박이라는 산.

         

       도박이라는 산은 하루아침에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작은 동산이 아니었다.

         

       “그자가 가리킨 다른 산을 보고 나서야 내가 태산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구나.”

         

       위서련은 위지천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대충 눈치챘다.

         

       위서련 역시 위지천과 비슷한 감상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태산의 봉오리만을 바라보던 시야를 돌려 다른 산을 바라보니 자연스럽게 천하(天下)가 눈에 들어왔다.

         

       무라는 태산에서는 그리 찾기 힘들었던 것.

         

       아버지와 함께하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란 무(武)라는 태산을 떠나니 이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문득 위서련은 호천안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호천안이 도박이라는 산을 가리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직접 재주를 펼쳐 그 산이 결코 낮지 않음을 깨닫게 해 주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이 태산이라는 산을 떠나 천하를 볼 수 없었을 테니까.

         

       “아무리 태산이 넓고 높다 한들 감히 천하에 비견될 수 있을까.”

         

       위서련은 생각했다.

         

       호천안이 시야를 트이게 해 주었으니 이제는 스스로 걸어야 한다고.

         

       “이제라도 알았으니 하나하나 경험해 보시지요.”

         

       탁.

         

       위서련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도박이라는 산은 본녀와 함께 올라 보시렵니까?”

         

       위서련은 당당하게 위지천을 향해 함께하자고 말했다.

         

       천마는 손가락을 두 개 올려 보이며 2를 골랐다는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로구나.”

         

       두 사람은 그렇게 잔을 흔들며 약속을 나누었다.

         

       또르르. 또르르.

         

       천마전에서는 한동안 잔속을 구르는 주사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건?전 한 취미 활동을 공유하는 부녀.

    *오늘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야행성이 되어버렸는지 늦은 밤에 글이 잘 써져서 참 곤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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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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