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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0

       다음 날이 되어서도 아피스의 서버는 열리지 않았다.

       

       본인에게는 참으로 잘 된 일이었다. 백호가 할 고생이 한참은 더 늘어난다는 소리였으니까.

       

       그 녀석이 보낸 문자를 받고서 얼마나 짜증이 났던지. 서버가 복구되자마자 한 번 더 터트려버릴까 하는 욕망이 들 지경이었다.

       

       그런 일을 벌이면 본인도 곤란하니만큼 실제로 하진 않겠지만.

       

       어찌되었든 다시금 방송을 킨 본인은 어제의 일을 이어나가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최강의 기사라는 녀석을 만나서 쓰러트리겠노라고 말이다.

       

       시청자들은 절대로 만날 수 없을 거라니 뭐니하며 나를 놀려댔지만 상관없었다. 왕국 최강의 기사라 하지 않았나.

       

       나라에 소속된 녀석이 나라가 멸망할 위기까지 등장하지 않을 리 없으니.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 때 쯤이면 이미 다른 나라에 망명했을 것 같은데요.]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다음번엔 제대로 된 길로 향해보자꾸나.”

       

       후원해준 이에게 간단히 대꾸하고 게임에 접속한 나는 빠른 속도로 게임을 진행했다.

       

       앞서 여러 영지를 회유하며 군세를 늘린 까닭의 우리 군의 크기가 커졌고, 그에 따라 상대 군의 규모도 거대해졌다.

       

       대군과 대군의 대결이 펼쳐지니만큼 그 양상도 무척이나 화려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마법의 향연을 보고 있자면 검과 마법의 세상에선 이런 전쟁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은 수준이었지.

       

       – 이겜1000시간함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대체 이렇게 공 들여 만들어놓고 왜 히든 루트로 내버려 둔 거냐고!]

       

       – 파라라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솔직히 지금 게임 제작사도 흐뭇해하면서 보고 있을 듯.]

       

       – 제작사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둔 개쩌는 게임을 봐라!]

       

       – ㅇㅇ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 정도 규모면 그냥 다른 게임으로 떼서 출시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내기도 도도 의도 없는 세상에서 어찌 기적을 펼치겠는가.

       

       본인이 하는 일은 그저 군대의 가운데로 파고들어 저를 찢어버리는 것뿐이었다.

       

       승리하고. 승리하고. 또 승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수도를 포위하게 되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작전을 짜는 천막의 안에서 얼굴을 마주한 뒤로 단 한 번도 칭찬 같은 것을 해 준 적이 없는 주인공의 아비는 지도를 노려보면서 목소리를 냈다.

       

       처음에는 왕국의 색인 검정으로 물들어 있던 지도가 이제는 대부분 주인공의 가문이 지닌 색인 붉은 색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이 게임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증거다.

       

       “내일 저녁. 우리는 왕궁에서 승전을 축하하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장군!”

       “저 부패한 왕국에 최후를!”

       “최후를!”

       “또한 우리 군에 살아 숨쉬는 승리의 여신에게 감사를!”

       “감사를!”

       

       이미 승리를 확정지은 것처럼 웃음을 터트리는 이들을 본다.

       

       나를 향해 동경과 믿음과 공포를 품은 그 눈들을 살핀다.

       

       교주 그 녀석의 세치혀에 휘말려 신교의 사람들을 이끌게 되었을 때 본 눈과 비슷하구나.

       

       아. 물론 그 정신나간 놈들의 눈에는 공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지. 내가 저들을 죽이더라도 신의 뜻이라며 기뻐하던 놈들이었으니까.

       

       또 옛 기억이 떠올랐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천막의 문이 열리고는 병사 하나가 다급히 들어왔다.

       

       “장군!”

       “…무어냐.”

       “긴급한 일입니다!”

       “그것이 무어냐고 물은 것이다.”

       “흑기사가 군을 이끌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하.

       

       드디어 왔군.

       

       *

       

       설아는 편집 일을 하면서 1분에 한 번씩 스마트 폰을 들여다봤다.

       

       화령을 만나고 배움을 얻으며 그 기색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결국 그녀의 근본은 게임 중독자다.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밥만 먹고 게임을 하던 시절의 기억이 사라질 리가 없으니. 그녀는 눈을 벌겋게 뜬 채 빨리 서버가 열려 화룡무인에 들어갈 수 있게 되기를 기다렸다.

       

       대체 왜 서버가 터진 거야.

       

       VR의 시대가 시작되고 화룡무인을 비롯한 여러 게임이 출시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온라인 게임을 거의 1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한 번의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단 말이다.

       

       업계 사람들이 저기는 외계인을 고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걔네들 장비를 약탈해온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곳이 아피스의 게임사다.

       

       대체 무슨 문제가 생겼기에 하루가 지나도록 서버가 복귀되지 않는단 말인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버가 복구될 거란 답변이 올라왔다는 거겠지.

       

       안타까운 것은 정확한 기한을 정해주지 않았다는 거고.

       

       만일 언제까지 복구될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설아는 손톱을 곱씹으면서도 어떻게든 그 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복구 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남기고 그 후의 후속이 없으니 계속 정보를 찾아볼 수밖에 없지 않나.

       

       도저히 편집이 손에 잡히지 않아 마우스에서 손을 땐 그녀는 다시금 스마트폰을 들었다.

       

       [복구 됐다!]

       <화룡무인 속의 풍경>

       

       씨이이이벌.

       

       – 또 낚시냐.

       

       – 언제적 사진 들고 온 거임?

       

       – 찐임?

       └ 찐이겠냐.

       └ 좀 정성 좀 들여 봐라.

       

       – 낚시할거면 그냥 야짤이나 올려.

       

       – 전술핵투하 마렵네.

       

       [찐이라고!]

       

       <또 다른 화룡무인 속 풍경. 한 남자가 오늘의 일자와 시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진짜라니까?! 로그인 해 보면 알잖아!

       

       – 이왜진.

       

       – ??? 아피스는 여전히 접속 안 되는데?

       

       – 씨이이이바. 호로말봉떾뜨. 일퀘하러 간다.

       

       – 이게 웨 진자임?

       

       – 믿고 있었다고 젠장!

       

       – 구라 치지 마. 서버 복구 됐을 리가 없어.

       └ 로그인 해보면 알잖아.

       └ 직장임.

       └ 네가 선택한 직장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 ㅆㅂ

       └ 아 ㅋㅋ 꼬우면 퇴사해서 직장대기열 비켜 주시든가.

       

       서버 복구 됐다고?!

       

       여지까지 몇 번인가 낚시에 걸려 VR 세상에 접속했다가 욕지거리와 함께 나오기를 반복한 설아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무엇에 홀린 것마냥 침대로 뛰어

       가 VR 세상에 접속했다.

       

       그리고서 화룡무인을 실행시켰다.

       

       돼라.

       

       제발 돼라.

       

       서버가 맛이 갔다는 그 괴상한 메시지 좀 뜨지 마. 나 무공 수련해야 한다고!

       

       필사에 가까운 설아의 외침이 영향을 준 것일까. 이윽고 설아의 눈앞이 검은 색으로 물들었다가 다시금 주변에 세상이 펼쳐진다.

       

       매일 같이 보던 화산의 풍경. 설아는 그를 확인하고는 두 손을 꼭 쥐었다.

       

       들아왔다! 들아왔다고!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 설아 하나만은 아니었던 까닭일까. 화산에는 설아 이외에도 여러 유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화산의 풍경을 보고서 환호성을 내질렀다는 것.

       

       그리고 하나 더. 화산의 풍경을 보면서 기이함을 느꼈다는 것.

       

       화산은 언제나 자그마한 활기를 품었던 장소였다.

       

       처마 위에 올라가 있는 바루.

       

       시덥잖은 소리를 하고 다니던 백주.

       

       간간히 들려 바루와 신경전을 벌이던 천마 백화령.

       

       언제나 이 곳에 머무르며 화산의 유저들에게 적절한 가르침을 내리던 학영충.

       

       화산의 무공이 보다는 무 그 자체를 어찌하면 잘 다룰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던 노인. 여기에 속한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니만큼 화산은 시끌벅적한 장소라 할 수 없었다.

       

       허나 어디까지나 시끌벅적하지 않을 뿐 밤이나 낮이나 활기를 품은 곳이라는 건 분명했다.

       

       오늘은 달랐다. 화산 전체에 도사리고 있는 조용하고도 삼엄한 분위기가 그를 증빙했다.

       

       

       “오. 여러분들.”

       

       익숙한 목소리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학영충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겨우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리 반가운 건지 모르겠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이전부터 화산을 이끌어 왔으며 지금도 사실상 화산 유저들의 정신적 지주라 할만한 한민준이 목소리를 내자 학영충이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옳지 못한 표현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가 더 적절하죠.”

       “그게 무슨.”

       

       한민준이 다시금 되물으려 하던 그 순간 뒤편에서 무언가가 날아 들어왔다. 인간의 형상을 한 그것은 팔과 다리가 뜯겨 있는 상태였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죽어 마땅한 상처이지만 그것은 멀쩡히 살아 숨 쉬며 몸을 꿈틀 거리고 있었다.

       

       “강시?”

       

       설아는 저를 알고 있었다. 화령이 저를 사냥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보았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강시.

       

       저게 있다는 건.

       

       “혈교가 쳐들어 왔나요?!”

       “그래.”

       

       이번에 대답을 한 것은 학영충이 아니었다. 과거 화령이 데리고 온 노인이 수풀을 해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학영충보다 윗선에 머무는 사람이라 그런 것일까. 노인의 얼굴에는 아직 여유가 묻어 나왔다.

       

       “난리도 아니었지. 그대들이 일순에 사라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 놈들이 쳐들어 왔거든.”

       “죽어도 죽지 않는 이들의 무리를 소수로 상대하는 것은 실로 까탈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화산은 노인과 학영충. 그리고 학영충이 이끄는 무리가 혈교의 무리를 퇴치했고.

       

       화음 쪽에는 바루와 천마가 향하여 그 수호를 도왔으며.

       

       백주는 지존과 함께 자신이 수호하던 산으로 향했다는 학영충의 설명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혈교가 단순히 화산만을 노리지 않았다는 것.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림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을 벌였다는 것.

       

       “뭐어. 그래도 슬슬 마무리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뒷정리를 하는 것이나 좀 도와다오.”

       “예에. 알겠습니다.”

       

       한민준이 노인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설아는 인터넷을 열었다. 혈교가 벌인 공세가 어디까지 향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아니 게임사 이 새끼들 점검하면서 뭔 짓 한 거임?]

       

       게임이 개판이 나 있잖아!

       

       대형 업데이트 할 거면 말을 하고 하든가!

       

       일퀘할라고 싱글벙글 접속했더니 이게 ㅁㅊ 뭔 일이야.

       

       – 뭔 일 남?

       └ 났지. 겁나 크게.

       

       – 아니 내 소중한 약소 문파가 사라졌어!

       └ ㅋㅋㅋㅋㅋ

       └ 아니 근데 진짜 정신 나갈 거 가태.

       

       – 하. 씨바.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밤 새게 생겼네.

       └ 연차 쓰셈.

       └ 좆소에 그런 게 있겠냐?

       └ 불쌍.

       

       – 아니 그래서 뭔 일 있냐고 미친 새끼들아!

       └ 그게 뭐냐면.

       └ 알려드렸습니다.

       

       [혈교 얘네 갑자기 왜 갑자기 급발진 한 거임?]

       

       진짜 영문을 모르겠네. 뭐 이득 본 것도 없다면서.

       

       – ㅇㅇ. 지금 거의 다 퇴치 됨.

       

       – 미친 놈 생각을 어떻게 읽냐.

       

       – 그냥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고 싶었던 거 아닐까.

       └ 혼란치고 너무 작은 거 아닌가?

       

       – 혈교 쪽에 협력하는 놈 없음? 오늘은 욕 안할 게. 알려주라.

       └ 우리도 몰라. 혈교주 혼자 급발진 한 거라.

       └ 혈교 새끼 검거.

       └ 그걸 속네.

       └ 이 새끼 차단 좀.

       

       [피해 리스트 정리했음.]

       

       리스트 정리하면서 알게 된 건데 혈교의 세력 자체는 꽤 컸음. 무림 여기저기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근데 이 세력을 여기저기에 나눠버리는 바람에 유의미한 결과를 못 냄.

       

       한 군데를 집중해서 공격했다면 꽤 큰 일이 벌어졌을 듯?

       

       일단 피해 본 곳 리스트 아래에 정리해 뒀음. 거대 문파 소속이라면 별 걱정할 필요 없는데, 중소나 약소 문파면 마음의 준비해라.

       

       1. 소림. 재건하던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여러 무인들이…

       27. 항주 일대. 여기는 피해가 좀 큼. 혈교 세력이 집중 됐거든. 그나마 오래 공격 안 하고 신선거 방향으로 세력이 이동해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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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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