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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0

    <350 – 교관>

     

    교관. 기프트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다보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길가의 나무나 강의실의 책상 같은 존재지만 그 스펙마저 허접하지는 않다.

     

    ━━━

    교수직속 교관 : 원하는 교수와 직접면담.

    실습보조 교관 : 각 학부별 실습보조 조건 이수. 상급반 우대.

    행정보조 교관 : 각 학부별 행정보조 조건 이수. 모범생 우대.

    치안보조 교관 : 서류면접 및 기초교육 후 현장투입.

    ━━━

     

    교수직속 교관.

    통칭 조교.

     

    특정교수의 눈에 들어 흔히 사무보조원이라 불리는 조교 루트를 타는 이들은 ‘교수의 눈에 들어온’이라는 시점에서 이미 상당한 인재들이다.

    대부분은 상급반이며 일부 특정강의나 교수에 특화된 인재들이 채용된다.

     

    실습보조 교관.

    통칭 훈련교관.

     

    그때그때 필요한 강의나 교수에게 불려가서 학생들 개개인의 실습을 도우며 현장에서 잘못된 시도를 바로잡고 사고를 수습할 실력이 요구되기에 나름대로의 실력이 요구된다.

    대부분은 중급반이며 일부 다재다능한 하급반 인재들도 학생회 및 학부교수의 추천으로 채용된다.

     

    행정보조 교관.

    통칭 행정교관.

     

    세계각국의 학부모들 및 강의재료수배에 필요한 현지 업체와의 연락 등등을 도맡는 이들에게는 상당한 신용이 요구되기에 성실한 성적을 요구받는다.

    대부분은 하급반이며 그중에서도 교관들의 생활점수평가에서 감점이 적은 성실한 학생들이 채용된다.

     

    ‘내가 바란 건 그런 교관들이었는데.’

     

    진급에 필요한 포인트를 벌기 위해 휴학 후 교관활동으로 포인트를 벌려던 그는 학부장과의 면담에서 비정한 현실과 직면했다.

     

    “979기 입학, 3학년 진급시험 실패, 현 휴학생 루소. 매 학년 하급반으로 이수했으며 특별히 좋은 평가를 받은 교수는 없음. 위 사유로 교수직속은 불가능하네.”

    “네…”

    “이수한 강의목록 또한 실습보조를 맡을 정도로 다재다능하지도 못하고 그만한 재능을 증명하질 못했군. 행정보조를 맡길 성실성도 입증하지 못했네.”

    “그건 억울합니다. 한 학년 위의 선배들이 자기들 강의에 필요하다고 실험채집재료를 독점하느라 먼 곳까지 원정을 나갔다가 사고에 휘말려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때에도 그런 변명을 일삼을 텐가?”

    “…”

    “치안보조교관. 자네에게 남은 자리는 이것밖에 없군. 현실을 받아들이게.”

     

    교수직속조교는 교수와 협의한 만큼의 포인트를 능력대로 받을 수 있다.

    훈련교관과 행정교관은 아카데미 행정부의 비정규직 교직원으로 인정받아 월 평균 1만 포인트 상당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

    하지만 치안교관은 업무강도는 높고 야간근무나 비상근무도 심심찮게 벌어지면서 받는 페이는 가장 작은 월 평균 3천 포인트 상당에 불과하다.

    일 년을 꼬박 일해서 버는 포인트가 12만 포인트 대 3만6천 포인트.

    결코 적은 차이가 아니다.

    2학년 진급에 필요한 포인트가 10만 포인트이고 3학년 진급에 필요한 포인트가 100만 포인트, 4학년 진급에 필요한 포인트가 1000만 포인트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실력이 없어도 포인트를 벌 길이 있는 것이 어딘가. 돈으로 메우려고 들면 100배는 더 비싸게 사야 하는 포인트가 아닌가. 아카데미 밖에서 돈을 벌어서 포인트를 사려면 100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기회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문의 지원, 조직의 지원, 국가의 지원.

    뒷배가 없는 이들에게 치안교관은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였다.

    이마저도 못해서 아카데미 밖에서 죽어라 돈을 벌어오는 휴학생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다시 교육에 다 때려박아도 자신의 재능으로는 제대로 건질 것이 없음을 직감할 때, 휴학생들은 자퇴를 각오하기도 한다.

    치안교관의 자리마저 떨어졌다면 루소 본인이 맞이할지도 모를 미래였다.

     

    “우리는 마하바라타 교수님의 관제실 실습평가 모니터링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제실의 요청에 따라 교내 다양한 시설 및 현장을 순찰한다. 특정학생의 밀착감시에 들어가기도 하나 너희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현장배정을 진행하겠다.”

     

    짬이 찬 고참조교가 신입 치안조교들이 맡을 구역을 분배하였다.

     

    “각 구역마다 중요도에 따라 매월 활동보너스가 차등적으로 주어지며 치안조교 실적에 따라 포인트에 추가적인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이점 명심하고 성실히 근무하며 기준치 이상의 실적을 내도록 노력하라. 이상, 보급장비를 챙기고 각 구역에서의 치안활동에 필요한 기초교육을 진행한다.”

     

    루소는 억울했다.

     

    “교관님. 기숙사 치안조교는 페이가 가장 작은 자리가 아닙니까. 정말 제가 이곳에 있어야 합니까?”

    “불만이라면 다른 구역을 맡은 치안조교와 배정구역을 매매하던지 결투로 승부를 지어라. 그 결과를 알리는 것은 받아들이겠지만 불만은 받지 않는다.”

    “…”

     

    미친 실력주의 아카데미 같으니.

    약한 놈들은 같은 조교라도 버는 포인트도 적어야 한단 말인가?

    치안교관이 실적을 채우기 가장 좋은 곳은 학생들이 사고를 치기 좋은 장소.

    기숙사는 지칠 대로 지친 학생들이 기절하듯이 잠들거나 공부하기 바쁜 곳이다.

    그가 실적을 채울 가능성은 한없이 낮은데 그 낮은 가능성조차 배정된 다른 조교들과 나눠먹어야 한다.

     

    “2학년 휴학생은 실력의 미진함으로 인해 1학년 신입생기숙사를 맡는다. 너희를 1초 만에 벽속에 허리를 끼게 만들고 유유히 떠날 수 있는 3학년이나 그보다 더한 4학년의 기숙사를 맡고 싶지는 않을 것이고, 그런 무능한 교관을 파견할 생각도 없다. 같은 이유로 배정구역 변경 또한 배정등급 이하에서의 변동만 허락한다.”

     

    신입생기숙사의 등급은 A1 ~ B4.

    배정등급은 알파벳 A부터 Z까지의 26개를 ABCDE / FGHIJ 순으로 5개씩 5번을 나누고 Z를 따로 두는 6등급 보안체계를 가진다.

    낮은 알파벳과 낮은 숫자일수록 안전하고 높은 알파벳일수록 위험한 시설을 의미하는 이곳에서 신입생기숙사는 아카데미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1학년의 안전구역 ABCDE.

    2학년의 활동구역 FGHIJ.

    3학년의 위험구역 KLMNO.

    4학년의 금지구역 PQRST.

    교수의 재난구역 UVWXY.

    교장을 제외한 누구의 출입도 불허하는 Z.

     

    딱히 근무지에서 스릴을 원한 건 아니지만 보너스도 실적도 기대할 수 없는 유배지에서 자잘한 포인트만 쌓는 나날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젠장. 이러는 와중에도 다른 녀석들은 더 많은 포인트를 벌고 있을 텐데.”

     

    생산학부 학장은 이조차도 좋은 기회라고 말했지만 루소는 내심 불만이 있었다.

    이만한 기회도 붙잡지 못하는 학생들은 사실상 자퇴생이나 다름없다.

    아카데미에 남은 이들 중에서는 자신이 가장 밑바닥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것이다.

     

    ‘1년을 조교로 머물러도 버는 포인트는 고작 3만 6천 포인트. 3학년 진급시험에 합격하면 진급료는 10만 포인트지만 진급시험에 떨어지면 진급에 필요한 진급료는 진급자격습득권을 포함해서 100만 포인트. 바깥사회 기준으로는 금화 1만개. 내 실력으로 진급시험에 붙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만한 금화를 버는 것도 불가능해.’

     

    100만 포인트를 버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그러나 지난 1학기 동안 그가 손에 얻은 보너스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고뇌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뜻밖에도 1학년이었다.

     

    “교관님. 제 사업을 도와주시면 포인트를 챙겨드릴 수 있는데… 구미가 당기시나요?”

     

    카멜라.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것처럼 당돌한 여학생과 만난 날을 기점으로 인생이 달라졌다.

     

    “고마워요. 감시의 눈에 걸려서 썩 좋을 물건은 아니었거든요.”

    “그 계약서, 걸리면 위험할 거다. 학생회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럼 안 걸리면 되죠. 저는 지젤의 암흑상회나 벨로카시오 선배의 노예들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은 수익모델을 구축할 작정이거든요.”

     

    계약서의 효력만으로 학생들의 자유를 앗아가는 벨로카시오의 방식에 자발적인 조력을 이끌어내는 암흑상회의 방식을 더한다.

    펫 계약의 유용성에 빠진 주인과 노예, 수많은 커플들의 연심을 미끼로 삼아 계약서의 ‘빚’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킨다.

    눈치 챘을 때에는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의 빚에 짓눌리니, 마음만 먹으면 포인트를 쥐어 짜내거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수익성은 어느 정도지?”

    “훗. 궁금한 게 많아 보이네요. 지난 주 기준이라면 대략 이 정도?”

    “5만 포인트!?”

    “돈으로 포인트는 샀지만 그걸 제대로 써먹을 줄 모르는 바보들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전부 제 펫 계약서 설계에 당한 바보들이죠. 후후.”

     

    고작 한주 사이에 자신의 월급보다 더한 양의 포인트를 벌어들였다.

    그마저도 최대수익이 아니라 매주 점점 들어오는 수익이 늘어나고 있다.

    펫 계약서의 사용갱신에 필요한 자금.

    고작 그것 하나만으로도 막대한 포인트를 아낌없이 지불하는 주인님의 탈을 쓴 노예들이 있으니까.

     

    “나도… 나도 끼워줘.”

    “저런. 딱히 더 부탁드릴 건 없는데요.”

    “부탁이야. 3학년으로 진급하려면 더 많은 포인트가 필요해. 나 같은 평민이 금화를 벌어서 포인트로 바꾸는 건 비현실적인 이야기야. 교관일로 버는 것도 너무 느려. 제발 부탁이야.”

     

    3.6만 포인트로 100만 포인트를 벌려면 28년이 필요하다.

    부수익으로 어떻게든 4만 포인트를 채워도 25년이 걸리기는 마찬가지.

    강의를 들으며 포인트를 얻을 수 없고, 교관 일에서도 큰 보너스를 기대할 수 없는 휴학생의 삶은 이토록 비참하다.

    카멜라는 기회였다.

    귀한 포인트를 대량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재능의 소유자이면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유일한 사람.

     

    “흐응~ 계약서를 쓴다면 도와드리지 못할 것도 없는데. 어때요?”

     

    카멜라가 계약서를 쓴 이들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왔으면서도 그는 그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오크노디와 대면한 이 순간이 되었다.

     

    [나 를 지 켜]

     

    카멜라의 계약의 인을 사용한 명령이 아니더라도 그에게 물러선다는 선택은 없었다.

    이 자리를 잃어버린다면 기간을 다 채우기도 전에 진급의 꿈을 저버리고 아카데미를 떠나 어설픈 경지에 안주하게 될 테니까.

     

    “카멜라를 건드리지 마라. 이대로 나간다면 오늘 일은 불문에 붙이겠다.”

    “싫다면요?”

    “교관자격을 달성한 휴학생이 얼마나 강한지 그 몸으로 직접 깨닫게 되겠지.”

     

    상대가 981기의 학년수석 오크노디라도 물러설 수는 없다. 루소의 눈에 독기가 가득 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관들의 실력차이가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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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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