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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1

    “뭐? 아카데미에서 그런 일이 있었단 말야?”

     

    다이튼은 왜 경비들이 자신을 그토록 단호하게 막아섰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납득했다.

    평범한 하루였다면 다이튼의 입장을 그토록 고집스럽게 통제하지는 않았겠지만 하필이면 탈의실 몰카범이 잡힌 뒤에 얼마 안 있어, 수상한 인원이 학부모랍시고 교내에 등장한 것이아닌가.

    경비로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던 것이다.

     

    하지만, 루크는 그런 다이튼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확실히 그가 호적상 자신의 ‘아빠’인 것은 맞다만, 고작 이런 일로 그를 ‘아빠’라고 부르게 될 줄이야.

    다이튼에게는 미안하지만, 루크는 아직 다이튼을 ‘아빠’라고 부를 정도까지는 그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가 예르나의 ‘좋은 남편’인 것은 맞지만, 뭐랄까…….

     

    그에게서는 자신이 우러러 볼 만한 부분을 찾기 어렵다고 해야하나?

     

    뭐어, 평균적인 능력 내에서 그가 일반적인 20대 중반 성인 남성들의 능력치보다는 여러가지로 높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건 루크의 기준에서는 한참 아래쪽에 위치해 있으니까.

     

    예르나는 자신에 대한 헌신을 꽤 오래전부터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엄마’라고 칭할 땐 여전히 그 말을 뱉을 때 부끄럽기는 해도 거북한 느낌은 크게 없는 반면, 비교적 최근에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 그에게서는 그런 헌신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하나…….

     

    물론 그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숲에 나가 일을 하고 힘들 텐데도 아침식사를 만들고,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기념일도 챙겨주려고 하고 있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예르나에 대한 진정한 사랑으로 그 모든 일을 기꺼이 해내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아니었다.

     

    어쩌면 그가 너무 ‘어린 아빠’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루크에게 20대 중반은 새파랗게 어린 청년에 불과한 인식이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루크는 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빠’라고 칭해야 했던 것이 아주 상당히 부끄러웠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루크는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다이튼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정말이지……. 오기 전에 미리 연락이라도 좀 해 주지 그랬더냐. 그러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리고, 올 거라면 최소한 옷이라도 좀 차려입고 오지 그랬나. 그게 뭔가. 그런 차림이니 경비에게 수상하게 여겨지는 거 아닌가.”

     

    미리 연락을 했다면 자신이 마중을 나가서 이런 소란이 없도록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제대로 잘 차려입었다면 적어도 수상한 사람으로 몰리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무슨 동네 마실나온 건달처럼 차려입고 찾아오니 경비가 수상하게 볼 수 밖에 없지.

     

    “그럴 걸 그랬네. 나도 생각을 못 했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하하하.”

     

    루크의 투덜거림에 다이튼은 멋쩍게 웃었다.

    루크도 말투가 저래서 그렇지, 그 나잇대 아이들이랑 심리는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아빠라는 사람이 이렇게 후줄근하게 등장하면 좋아할 리가 없지.

    아무래도 자신에겐 이런 섬세한 부분이 부족해서 항상 실수를 하고 마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이튼의 면피용 웃음을 가만히 바라보던 루크는 이내 못 말리겠다는 듯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렸다.

    이제와 그런 말을 한들 무얼하나, 이미 다이튼은 여기 이렇게 왔는 걸.

     

    “에휴…….”

     

    그 때, 에밀리가 깡총거리며 루크에게 다가와서 관심을 보였다.

     

    “저 분, 정말로 루크네 아빠야? 생각한 거랑 많이 다르시네? 아빠보다는 오빠같아!”

    “……역시 이상한가.”

     

    20대에 결혼을 하는 사회 통념상, 최소연령대가 10세 이상인 이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존재는 아무리 젊다해도 기본적으로 30대를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니 이상하게 보여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불가능한 경우는 아니어도, 일반적인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에밀리는 오히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엄청 멋지시다!”

    “흐으음……. 고맙구나.”

     

    얼굴 자체가 아이들에게 그닥 위협적인 인상은 아닌 덕일까?

    다이튼은 꽤 위압적인 덩치를 지니고 있었지만, 다행히 아이들에게 다이튼에 대한 평은 의외로 호평인 듯했다.

     

    하지만 에밀리는 그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다이튼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손수 도시락도 만들어주시구, 이렇게 직접 가지고 와 주시다니! 루크를 엄청 생각해 주시나 봐! 몸도 엄청 크시구! 완전 멋있어!”

    “그, 그래?”

    “저기, 저기. 루크네 아빠는 무슨 일을 하셔?”

    “숲지기를 하고 있다만…….”

    “와, 엄청 좋은 일 하시네! 멋있다! 그래서 몸이 좋으셨구나! 그러고보니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숲지기는 아주 숭고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니까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하셨어! 그만한 대우도 받아야 한다고 하셨구!”

    “어, 그래? 그거 멋지구나.”

    “그치? 그러고보니 나, 사실은 작년에 숲 안전 포스터 그리기에서 장려상 받았다? 그때 숲지기 아저씨가 내 그림 칭찬도 해 주셨는데! 그때부터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또…….”

    “아아, 으응…….”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에밀리의 이야기에 루크는 아이의 말을 끊을 타이밍을 잡지 못해 곤란하게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도 아빠인 다이튼과 가족 같은 존재인 숲지기들에 대한 좋은 반응에 기분이 마냥 싫지만은 않았는지, 루크의 꼬리는 미묘하게 살랑거리고 있었다.

     

    그 때, 케일라가 어색하게 앉아있던 다이튼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그 두꺼운 패딩 계속 입고 계시면 덥지 않으세요? 주시면 제가 옷걸이에 잘 걸어 드릴게요!”

    “아, 이거 패딩 아닌데…….”

    “네?”

     

    평범한 후드인데, 그냥 근육 때문에 부풀어올랐을 뿐이다.

     

     

    —–

     

    그런 사건이 어느정도 일단락이 된 후.

     

    “자, 온 김에 한잔 하게.”

    “아, 고마워.”

     

    -스윽.

     

    루크는 다이튼의 테이블에 ‘활력차’를 한 잔 소리가 나지않도록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꽤나 능숙하고 우아한 몸짓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이튼은 조금 멍하니 바라보았다.

     

    ‘메이드 복이라…….’

     

    그런 다이튼의 시선을 느낀 루크는 그 시선은 뭐냐는 듯 물었다.

     

    “왜 그리 빤히 바라보나?”

    “아, 그게.”

     

    뭐, 항상 집에서 보이던 행동이었으니 특이할 것은 없었지만, 바로 그 부분이 문제다.

    생각해보면 현재 루크가 손대지 않는 가사일이 없었다.

    빨래, 청소, 식사에 육아뿐 아니라, 심지어 정원 관리까지……!

    웬만한 가사도우미도 안 할 일을 그동안 혼자서 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 생각해보니까 진짜 메이드같아서. 이제는 혼자서 집안일도 다 하잖아?”

    “시, 실례되는 말을!”

     

    뭐, 자신이 가사전반에 손을 대고 있기는 하다만!

    그건 메이드라서가 아니라, 자신 말고는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 자신이 인챈트한 저택의 기능을 사용하면 금방 끝내는 일들이라 도맡아서 했을 뿐이지, 그런 말을 듣고 싶어서 그런 게 결코 아니다!

     

    ……하고 루크가 말을 내뱉으려던 순간, 다이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 내 말은 그래줘서 고맙다는 얘기였어. 정말로 고맙다. 네 덕분에 난 여러가지로 안심할 수가 있어.”

    “……그, 크흠. 그런가.”

     

    갑작스러운 감사에 따질 타이밍을 놓친 루크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흠, 크흠. 뭐어, 이제라도 내 노고를 알아주었다면 다행이로구나.”

    “응, 정말 고마워.”

    “…….”

     

    루크는 다이튼의 칭찬에 왠지 부끄러워지기 시작해서 또 고개를 피했다.

    헌데 자신이 감사나 칭찬을 적게 받아본 것도 아닌데 이 칭찬은 어째서 이리도 부끄럽단 말인가?

    아무래도 정령어가 능숙해지면서 말에 녹아든 감정을 더욱 깊이 읽어낼 수 있게 된 터라, 이런 진심어린 칭찬에 더 취약해지고 만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 루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다이튼은 입가에 미소를 그려내며 컵을 들었다.

     

    ‘루크가 아무리 어른스러운 척 하면서 티를 안 내려고 해도, 칭찬받는 거 엄청 좋아한단 말이지…….’

     

    앞으로도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다이튼이었다.

     

    “흐음-.”

     

    루크의 차는 컵을 들어 입가에 가져가면 코에 확 퍼지는 이 향기가 굉장히 좋다.

    맡기만 해도 오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랄까.

    그런 의미에서, 루크가 이 차의 이름을 ‘활력차’로 지은 것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며 차의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루크가 말을 걸었다.

     

    “차는 어떤가?”

    “최고야, 완전 좋은데? 늘 그렇듯, 내가 마셔온 어떤 차보다 맛있어.”

    “하하하! 역시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그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응, 최고야.”

     

    다이튼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 루크는 활짝 웃으며 다른 차를 그의 곁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자, 그럼 이 차도 한번 마셔보게나.”

    “응? 이건 뭔데?”

    “밀크티라네.”

     

    그것은 루크가 개량한 타피오카 밀크티.

    다이튼은 그 이질적인 생김새의 차에 궁금증을 표했다.

     

    “저기, 이것도 네가 만든 거야?”

    “그래, 내가 만들었다.”

     

    적어도 루크가 만든 것은 맞는 모양이다.

     

    “뭔가, 안에 개구리알 같은 게 잔뜩 들어있는데…….”

    “원래 그런 음료다.”

    “으으음…….”

     

    다이튼은 루크의 시선을 한차례 마주했다.

    아무래도 꼭 마시고 평가를 들려줬으면 하는 모습.

    이상하게 생긴데다, 맛이 전혀 예상이 안 가는 탓에 불안했지만, 이렇게 간절해 보이는 루크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다이튼은 하는 수 없이 눈을 감고 입을 빨대에 가져갔다.

     

    -쭈욱-.

     

    그러자 느껴지는 물컹한 식감과 미묘한 차의 향과 단맛.

    확실히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뭐랄까, 미묘한 맛이었다.

     

    하지만, 처음 생각한 것보다는 괜찮았다.

    의외로 씹는 맛도 있고, 맛이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한 모금을 끝낸 다이튼이 이내 입을 열고 ‘맛있다’고 말하기 직전, 루크가 강요하듯 묻는다.

     

    “맛은 괜찮지만, 역시 이상하지 않나?”

    “음?”

     

    이상하다라, 확실히 그렇기는 하지만…….

     

    ‘……루크는 칭찬을 바라던 게 아니었나?’

     

    다이튼은 루크의 기세에 밀려 띄엄띄엄 대답했다.

     

    “어, 음. 그런, 가?”

    “그렇지? 완전히 못 먹겠지? 절대 먹고 싶지 않지? 향도 먼저 것보다 좋지 않고, 식감도 끔찍하지 않나?”

     

    마치 강요하듯 말을 토해내는 루크의 반응은 어딘가 혹평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다이튼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기, 이것도 네가 만든 거라고 하지 않았니……?”

     

     

    자신은 대체 여기서 무슨 반응을 해줘야 하는 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이튼이 입으면 평범한 후드도 패딩이 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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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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