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1

   엔마이아 산에서 내려올 시점.

   크라슈는 올라갈 때보다 더한 고행을 겪은 기분을 느껴야 했다.

     

   엔마이아 산의 정상에서 검존을 상대로 힘을 다 쏟다시피 했으니.

   몸에 힘이 남아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여태껏 중에 제일 힘든 귀환이다.’

     

   다시는 오르고 싶지 않은 산이라 생각하며 크라슈가 몸을 두둑 풀었다.

   그래도 내려오는 길, 중간중간 쉬어서 그런지 몸이 꽤 회복됐다.

     

   “흐음,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지?”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데려와 준 만큼, 내려가는 것까지도 함께해 주겠다며 따라온 지니묘아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중간중간 엔마이아 산에서 내려올 때 생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겠지.

     

   그녀에게는 여러모로 고마운 마음이다.

     

   “클로리아로 갈 생각이야.”

   “클로리아로?”

     

   크라슈의 대답을 들은 지니묘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클로리아는 그녀의 친구 아들인 조디악 클로리아의 가문이 있는 도시기 때문이다.

     

   조디악은 정작 마황에게로 갔는데.

   구태여 뭐 하러 클로리아 가냐고 묻자 크라슈가 몸을 풀던 걸 멈췄다.

     

   “익시온을 굴리고 있는 녀석에 관해 좀 더 알 수 있는 단서가 클로리아에 있을지도 모르거든. 무엇보다.”

     

   크라슈는 그리 말하며 입가에 스산한 웃음을 띄웠다.

   그 웃음은 영락없이 악당이 짓는 웃음이었다.

     

   “익시온은 조디악을 노리고 있는 거잖아. 그렇다면 그가 클로리아에 나타났을 때, 익시온도 움직이지 않겠어?”

   “조디악은 마황에게 가 있지 않나.”

   “그래서 내가 갈 거야.”

   “조디악으로 분장하겠다는 소리인가?”

   “그래, 정답이야.”

     

   크라슈는 현재 익시온에게 너무 위험도 높은 존재로 등극했다.

   익시온은 크라슈를 묶어둘지언정 섣불리 접근하려 들지 않을 터.

     

   그러니 여기서 크라슈는 자신이 또 다른 미끼가 되기로 했다.

     

   익시온 놈들도 속일 수 있는 수준의 분장.

   크라슈는 이를 완벽히 연기할 자신이 있었다.

     

   ‘나한테는 스킬 세이블이 있다.’

     

   크라슈는 몸에 지닌 힘을 조디악 수준으로 맞추고, 나머지 출력은 세이블을 통해 계속 빨아들일 작정이다.

   이러면 아무리 눈 좋은 놈이라도 지닌 힘으로 상대를 구분할 수 없다.

     

   ‘더불어 스킬 녹스는 움브라와 비슷한 과다.’

     

   녹스의 힘은 밤하늘.

   이는 그림자와 꽤나 맞닿아 있는 스킬이다.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결국 눈치채겠지만.

   음기가 가득한 스킬인 만큼 납치를 해야 한다는 급한 상황에 착각하기에는 충분할 거다.

     

   하지만 외형적인 부분은 크라슈도 방법이 없다.

   그러니 이를 위해 만나러 갈 녀석이 한 명 있다.

     

   “실력 좋은 녀석이 있거든.”

     

   미래의 연금성주, 달링 단펠리온.

   오랜만에 그녀를 만나러 스타론으로 갈 때가 왔다.

     

     

   * * *

     

     

   어느새 여름이 코앞까지 다가온 시기.

   크라슈는 달링 단펠리온을 만나기 위해 스타론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단펠리온 영지가 아닌 스타론 수도 스타리스로 말이다.

     

   라헬른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 달링은 현재 수도에 와있다.

     

   “오랜만이네.”

     

   크라슈는 스타리스의 경치를 바라보며 그리 말하였다.

   크라슈의 수도 방문 소식은 왕국의 고위층에게만 전해져 있다.

     

   그러니 크라슈가 돌아왔다 해서 딱히 떠들썩하거나 하지 않았다.

     

   “용왕이 썼던 검팝니다!”

   “용왕이 즐겨 먹던 가게 음식 있습니다!”

     

   문제는 어디를 가던 크라슈의 별호가 여기저기서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크라슈가 천하십강에 올랐다고 발표된 건 불과 얼마 전이다.

   한 왕국에서 천하십강이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국뽕을 일으킨다.

     

   하물며 크라슈는 전에 없던 최연소 천하십강.

   그가 해놓은 업적만 해도 온종일 읊어야 할 정도이니.

     

   같은 왕국 출신인 크라슈의 활약에 스타론 시민들은 거하게 국뽕에 취한 것이다.

     

   그리고 그건 곧 상품성으로 이어진다.

     

   영웅과 같은 것을 지니고, 같은 것을 먹고 싶다.

     

   이런 점을 파고들어 장사꾼들이 대거 크라슈와 관련된 모든 걸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민들도 당연히 그걸 좋아하며 사고 있다.

     

   ‘만약 라헬른 아카데미를 다니던 신분이 아니었다면.’

     

   높은 확률로 스타론 왕국에서 크라슈를 불러 스타리스를 순회라도 시켰을 것 같다.

     

   실물로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더더욱 크게 열광할 테니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그런 관람 인형이 되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러니 크라슈는 최대한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 숨어 걸음을 옮겼다.

     

   현재 달링은 단펠리온이 수도에 내놓은 연금술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예전에도 달링은 이곳에서 연금술을 갈고 닦았다.

     

   크라슈에게는 익숙한 길이었던 만큼 크라슈는 얼마 안 가 가게를 찾았다.

   그리고 곧 서서히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가게 앞에 적힌 간판을 보았기 때문이다.

     

   《 용왕, 크라슈 발하임이 가장 애용했던 연금술 가게 》

     

   가게는 사람들로 터져 나가고 있었다.

     

   가게 간판 때문인지 아니면 약이 효과가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단펠리온 가게마저 크라슈를 장사에 써먹고 있었다.

     

   《 용왕과 동문이자 그의 전속 연금술사, 달링 단펠리온이 직접 영약을 만듭니다! 》

   《 달링 단펠리온 표 영약 하루 수량 1,000개 한정판! 》

     

   그것도 달링이랑 같이 엮여서 말이다.

   과연, 이게 누구 작품일까.

     

   ‘달링이겠지.’

     

   관종 같으니.

     

   크라슈는 가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안은 밖과 똑같이 사람으로 터져 나갔다.

     

   “그 약품은 A-13 왼쪽 서랍에 있습니다!”

   “계산하실 분은 이쪽으로 줄 서주세요!”

     

   단펠리온은 원래도 연금술로 유명한 가게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진짜 저딴 선전 간판이 먹히는 걸까.

   크라슈는 기가 막혀 하며 바쁘게 정리하고 있던 점원 한 명을 잡았다.

     

   “저기, 말 좀 묻고 싶은데.”

   “아, 네, 무슨 일이신가요?”

     

   점원의 얼굴에는 피로함이 가득했다.

   보아하니 쉬지 않고 일만 한 모양이다.

     

   “달링 단펠리온을 좀…….”

   “아, 죄송합니다. 손님, 달링 님 관련 상품은 오늘치 전부 판매되었습니다.”

     

   점원은 그 말을 마치고, 곧장 다시 떠나려 했다.

   하지만 크라슈는 서둘러 점원을 붙잡았다.

     

   “아뇨. 그게 아니라 달링 단펠리온을 직접…….”

   “하아,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달링 님 관련 상품은 전부 한정판이라 우기셔도 구매 못합니다.”

     

   이 사람 말을 끝까지 듣지를 않는다.

     

   “게다가 달링 단펠리온 님께서는 지금 워낙 바쁘신 상태라 왕께서 오신다 해도 시간 내기 어렵습니다.”

     

   달링 녀석 그렇게 바쁜 상태인가.

   크라슈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 안쪽에 내가 왔다는 말이라도 좀 전해줘.”

     

   그래도 지낸 사이가 있는데 얼굴 정도는 비춰주겠지.

     

   “네, 성함을 말씀해주세요.”

     

   결국 점원은 포기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차라리 말해주고 나 몰라라 하겠다는 심보였다.

     

   “크라슈 발하임.”

   “……네?”

     

   그리고 돌아온 이름을 듣고, 점원이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깜빡였다.

     

   “크라슈 발하임이야.”

     

   크라슈는 푹 쓰고 있던 로브 자락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러자 발하임의 상징인 검푸른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그것을 본 순간 점원의 얼굴이 점점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입술을 벙긋거리더니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아, 안에 말씀드리고, 바로 자,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닷!”

     

   그녀는 사색이 된 표정으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처음부터 정체를 밝힐 걸 그랬나.

   저렇게까지 놀랄 줄은 몰랐다.

     

   크라슈가 얼마간 기다렸을까.

   안에서 쿠당탕 소리와 함께 누군가 뛰쳐나왔다.

     

   그는 마스터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중년 사내였다.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저는 단펠리온 수도 본점 마스터, 오리모스 카리안라고 합니다.”

     

   손님들을 해치고, 뛰어온 그는 크라슈에게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손님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모였다.

     

   “오리모스 님이 저렇게 고개를 숙인다고?”

   “저 사람이 대체 누구길래?”

     

   크라슈는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손을 들어 그를 자제 시켰다.

     

   “우선,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여기는 너무 눈에 띄어서요.”

   “아, 당연히 그래야지요. 어서 들어가시죠.”

     

   그는 크라슈의 말을 따라 냉큼 안내했다.

     

   “잠깐!”

     

   그 순간 표독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크라슈가 누군가하고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한 귀족 여식이 서 있었다.

     

   좀 앳돼 보이는 그녀는 오리모스를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자 오리모스의 얼굴이 굳으며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오리모스, 지금까지 제가 그렇게까지 공방 안으로 가 달링 단펠리온 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여도 허락이 돌아오지 않더니.

   그 사람은 누군데 냉큼 공방 안으로 들이는 거죠?”

     

   그러자 그녀는 구두 굽을 또각또각 울리며 다가와 오리모스 앞에 섰다.

     

   그러고는 이내 크라슈까지 같이 노려봤다.

     

   “말해보세요. 저 엘라시야 에뤼에뜨도 들이지 않던 공방에 누군데 들어가는 건지요.”

   “에뤼에뜨 아가씨,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녀가 크라슈를 언급하자 오리모스는 화들짝 놀라 그녀를 만류했다.

     

   크라슈의 모습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영웅으로만 잡혀 있지만.

     

   스타론 귀족들 사이에서 그렇지만 않다.

     

   그는 발하임 출신.

   역대 발하임 출신 중 뛰어난 무력을 지닌 이일수록 성격이 지랄 같다.

     

   이것은 스타론 모든 귀족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즉, 크라슈 또한 높은 확률로 성격이 지랄 같을 확률이 높았다.

   오히려 역대 발하임 직계 중에서 가장 큰 업적을 세운 크라슈인 만큼 더 지랄 같을 확률이 있었다.

     

   만약, 그의 화를 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게다가 오리모스는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아가씨께서는 왜 그런 선전 문구까지 거셔서!’

     

   가게 앞에 걸려 있던 선전 문구.

   그것은 크라슈의 생각대로 달링의 짓이었다.

     

   일반 시민이라면 모를까, 귀족인 이가 그런 문구를 거는 걸 보고 오리모스는 뒤로 넘어갔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가게는 대성황.

   그러니 조마조마한 마음보다 가게 성과에 만족감이 더 올라갔을 때.

     

   크라슈가 딱 등장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세상천지 모르는 엘라시야까지 그의 신경을 거스르려 하니.

   오리모스는 얼마 전에 도졌다가 사라졌던 스트레스성 장염이 재발하는 기분이었다.

     

   크라슈는 주위를 힐끗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엘라시야 탓에 시선이 더 모였다.

     

   “오리모스, 그냥 이 분도 일단 같이 안으로 들어가도 됩니까?”

     

   더 시선이 모이는 건 사양이다.

   그러니 크라슈가 그를 바라보며 묻자 오리모스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그럼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요?”

     

   그러자 엘라시야의 눈이 땡그랗게 변했다.

   설마 공방 안에 들어가는 허락을 받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기분이 조금 높아지며 좋아졌다.

     

   “누군지는 몰라도 예의를 아는 사람이군요. 당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이 엘라시야 에뤼에뜨가 뭐든 구매해주도록 하죠.”

     

   그렇기에 그녀는 크라슈를 보며 아량을 베풀듯 말했다.

   당연히 오리모스의 얼굴은 점점 더 하얗게 변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