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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1

    <351 – 교관 루소 vs 오크노디>

     

    교관이 강해봤자 고작 휴학생인데 얼마나 강하겠어.

    오크노디와 싸우라고 불러낸 당사자인 카멜라가 정작 교관을 가장 불신했다.

    그녀에게 교관이란 어디서나 학생들을 감시하고 있는 스토커이자 어쩔 수 없이 한 명은 포섭해야 하는 애물단지였다.

     

    ‘많이도 바라지 않아. 오크노디와 헤스티아로부터 하룻밤을 버틸 시간만 벌어줘. 하룻밤이 아닌 한순간이라도 좋아. 여기서 달아날 기회만 만들어줘!’

     

    펫 계약서에 빚을 진 학생들을 모두 모을 수만 있다면 빚을 소수인원에게 모아서 생사를 도외시하는 특공도 강제할 수 있다.

    오크노디가 그 정도로 죽일 수 있는 녹록한 상대는 아니지만 그런 자폭공격은 손속에 자비를 두어가며 막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오크노디 또한 상대를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찾아오겠지.

    그것이 카멜라의 노림수였다.

    교관 루소.

    그는 노림수를 성공시킬 시간벌이용 버림패에 불과했다.

     

    “어…?”

     

    그 버림패가 <마나연공법>을 사용하는 순간, 카멜라는 자신의 오산을 깨달았다.

    번쩍!

    육안으로 포착할 수 없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무언가가 벌어졌음을 깨달은 것은 강렬한 충격파가 실내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뒤였다.

     

    “꺄악!?”

     

    몸을 가누지도 못할 정도의 풍압에 뒷걸음질 치다가 가구를 붙잡고 나서야 겨우 버틴 카멜라.

     

    ‘휴학생 따위가 대체 어떻게…?’

     

    루소에 대한 평판은 카멜라도 이미 조사했다.

    교관최약체.

    가장 급이 낮은 교관 중에서도 보너스가 가장 열악한 말단중의 말단.

    같은 교관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처지다.

    그가 소외된 처지임을 확신했기에 손을 내밀었던 입장에서 루소의 강함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사태였다.

     

    “아니, 오늘만 살고 말 거예요!?”

    “알아차렸나? 그럼 더 잘 알겠지. 이 자리에 선 각오를.”

     

    잠깐 사이에 한쪽 팔의 교복소매가 산산이 터져나간 오크노디.

    넝마주이가 된 손으로 검을 쥔 오크노디와 마찬가지로 교관 루소의 한쪽 다리도 바짓단이 처참하게 찢겨져 걸레짝처럼 펄럭거리다가 툭 떨어졌다.

    차이가 있다면 피부가 퍼렇게 멍이 든 선에 그친 오크노디와 달리, 정작 선공을 가한 루소의 다리는 피투성이라는 사실.

    교환비는 나쁘다.

    더 큰 손해를 본 것도 루소였다.

    그러나 오크노디의 표정은 마치 용사를 상대할 때처럼 상당한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카멜라는 몰라도 헤스티아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매주 함께 동아리시간에 페이퍼던전에서 탐험을 하면서 오크노디의 싸움을 지켜보았으니까.

     

    “오크노…”

    “오지 말아요!”

     

    오크노디의 검에 색이 뒤덮어졌다.

    서방에서 이르기를 마나코팅.

    동방에서 이르기를 검기.

    검을 통해 펼치는 마나연공술의 기예를 꺼낸다.

    그것도 칠흑보다 새카만 암흑의 색채로.

     

    “수명까지 계산해가면서 투자하는 마인드는 ‘4학년’의 방식. 잘못 끼어들었다간 정말로 죽어요!”

     

     

    * * *

     

     

    고인물은 확률의 농간을 당할 때, 억까를 당한다는 말을 쓴다.

     

    <카멜라 격퇴 이벤트>

    ○60%의 확률로 카멜라 사단 전체와 사투

    ○30%의 확률로 카멜라의 자살특공대와 사투

    ○9.9%의 확률로 상급반 학생과 사투

    ○0.1%의 확률로 교관과 사투.

     

    고작 0.1%의 확률.

    확률의 농간으로 수천에서 수만 회차를 반복하면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교관과의 전투.

    드문 확률이지만 농간이라 하기에는 부족한 수준.

    이런 식으로 마주하게 되리라 생각하진 못했지만 교관에 대한 정보 자체가 전무한 것은 아니었다.

     

    ‘교관이야 아카데미 어디에나 널려있는걸!’

     

    교관들의 실력은 이미 알고 있다.

    교관들은 대체로 3학년 휴학생.

    기숙사처럼 안전한 곳을 지키는 교관은 그보다도 못한 2학년 휴학생이다.

    실력은 당연히 하위권.

    실력도 재능도 성실함도 인정받지 못한 자들.

    찬란한 재능을 꽃피우는 천재들 사이에서 밀려나 짓밟히는 것을 인정할 수 없는 잡초 같은 존재.

     

    ‘하찮은 잡초라도 생명력은 끈질기지!’

     

    명색이 2학년 커리큘럼을 끝까지 이수해낸 사람이라면 <마나연공법>의 기초는 전부 떼고 숙달에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빨간이빨버섯을 양식하던 선배들처럼 자신만의 방법으로 부족한 재능을 채우려는 사람이다.

     

    “재단의 엘리트는 아는 것도 많군. 4학년의 방식을 새내기가 논할 수 있다니.”

    “부럽나요? 재단에 들어오면 선배님도 이것저것 많이 알게 될 텐데.”

    “이적제안은 거절하지. 위약금까지 물어낼 자신은 없으니. 대신 갚아주겠다는 눈에 훤히 보이는 거짓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내게 그럴 가치는 없으니.”

     

    심지어 단순한 휴학생도 아니다.

    이 선배는 진심으로 ‘위’를 노리고 있다.

    그렇기에 마나연공법의 금기를 가차없이 범했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운용법.

    고인물이나 <시한부파티>를 결성할 때 운용하는, 일전에 싱에게 직접 전수했던 기술.

    마나연공법의 폭심결을 실전에서 써먹고 있다.

    심지어 보완수단을 지닌 것도 아니다.

    혈관과 마나회로가 상하다 못해 파괴되어 두 번 다시 마나를 쓸 수 없는 몸이 되는 것마저도 각오하면서 쌩으로 써먹고 있다.

    그것도 일단 증폭이 아니라 다중 증폭으로.

     

    “카멜라를 믿을 수 있어요? 그런 몸을 축내는 방식의 운용을 각오할 정도로?”

    “시간벌기는 통하지 않는다. 이 방에는 들어오면서 이미 결계를 쳤고 다른 교관이나 사감이 외부에서 소란을 눈치 챌 일은 없을 테니까.”

    “!”

    “그래도 네 발로 결계 밖으로 나가는 정도는 가능하지. 해가 뜨기까지 앞으로 여섯 시간.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는 없는 조건부술식을 추가했지만.”

    “그게 교관님이 제시하는 협상안이군요?”

     

    자기 생명을 깎아서라도 싸울 작정인 미친 선배님이 열어준 퇴로.

    어설픈 실력의 소유자라면,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목숨이 아까운 자라면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들었죠, 헤스티아? 먼저 나가요.”

    “싫어. 넌 나갈 생각 없잖아.”

    “안 나가면 마나연공법 안 가르쳐줄 거예요. 리프한테 가르쳐주지 말라고 이를 거야.”

    “그런 치사한…!”

    “어떡할래요?”

     

    헤스티아는 고뇌 끝에 어렵게 운을 떼었다.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는 거지?”

    “그럼요!”

    “…치료사를 불러올게. 다치면 나한테 죽어.”

     

    먼저 떠난 헤스티아를 두고 카멜라가 비웃었다.

     

    “네 친구는 생각만큼 친하지 않았나봐?”

    “시끄러워요. 여긴 당신이 낄 자리가 아니야.”

     

    [진동]

    [확산]

    [2위계 증폭마법 – 포스에너지]

     

    세차게 내뿜은 기가 교관이 마주 방출한 포스에너지에 상쇄되며 진동을 일으켰다.

    방어법을 익히지 못해 그 여파만으로도 속이 진탕이 된 카멜라가 핼쑥해진 얼굴로 입을 꾹 닫았다.

     

    “다시 생각해봐요. 카멜라는 충성을 바치기에 그리 좋은 옵션이 아니에요.”

    “재단의 꼬드김에 넘어간 열등생은 많지만 그 말로는 하나같이 비참했지.”

    “카멜라의 펫 계약이라고 다를 것 같아요?”

    “다르지 않다.”

     

    교관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것은 포기를 의미하는 인정이 아니었다.

     

    “아카데미 안팎의 그 어떤 계약과 비교해도, 그녀의 계약은 다르지 않다. 노동력을 지급하면 대가를 받는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배신한다. 어느 영지의 영주에게 의탁해도, 어느 상단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도 모두 마찬가지다.”

     

    비정한 사회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자각.

    꿈과 희망이 아닌 현실과 절망을 직시하는 인정이다.

     

    “카멜라는 내게 가장 높은 값을 쳐줄 고용주였다. 그리고 계약의 대가를 충실히 이행했지. 충성을 바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참 충견 납셨네요!”

    “떠날 생각이 없다면 대화는 여기까지다. 이제부터는 널 쫓아낼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

     

    싱의 서투른 연공법보다 명백히 높은 숙련도로 재가동하는 폭심결.

    저 사람은 폭심결의 오리지널 구사자다.

    그 많은 허접 교관 중에서 정확히 저 사람이 나타난 것도 확률의 농간이겠지.

     

    ‘흥. 그래도 이쪽은 고인물이라고.’

     

    이에 맞서 돌진자세를 취하는 나, 다리를 채찍처럼 뻗어오는 교관의 경로에 검을 내미는 나, 상하좌우로 검격을 흩뿌리는 나…

    여러 개의 잔상이 펼쳐지다가 역순으로 동작을 되돌리는 <되감기>의 테크닉을 섞었다.

     

    <가속잔상검 – 중첩궤적>

     

    같은 경로의 다른 타이밍에 휘두르는 검.

    마나를 실은 잔상은 달려 나가지만 본신은 한 템포 뒤에서 적의 반격을 일방적으로 베는 고등테크닉이 펼쳐졌다.

    교관은 분명히 속았다.

    마나로 이루어진 잔상을 다리로 걷어찼지만 그 발은 허공을 스치는 데 그쳤다.

    뒤이어 날아드는 내 진짜 공격에 영락없이 베일 위기의 순간.

    이 공격은 통한다.

    선배의 피투성이의 다리를 보고 확신했다.

     

    ‘폭심결은 부족한 마나로 최대한도의 위력을 보기 위해 수명손실과 경지의 영구적인 감퇴를 각오하는 위험한 수. 방어에 돌릴 마나가 있다면 쓰지도 않지!’

     

    서걱-

    예상은 적중했다.

    선배의 다리는 분명히 베였다.

    계산보다 8mm는 더 얕게.

     

    <루소 식 마나연공법>

    <폭심회전각>

     

    잔상을 걷어차며 발끝에 피격의 감각이 없음을 알아차린 직후, 본능적으로 마나를 몸의 한쪽에 실어 근육을 뒤틀며 몸을 회전시킨 선배.

    자기학대에 가까운 끔찍한 운용에 상처가 터지며 피가 세차게 튀어 올랐다.

    그것을 비웃을 여유는 없었다.

    검격을 이어나가려던 내 시야를 튀어 오른 피가 덮쳤기 때문이다.

     

    “!!”

     

    각기 다른 동작으로 잔상을 쏘아보내는 가속잔상검을 이용해 좌측과 후방, 우측으로 잔상을 날리며 본체는 <도약> 기능을 이용해 위로 뛰었다.

    본체가 적중당할 확률은 사분의 일.

    제 몸에 부담을 주는 대신에 파괴력을 증강하는 방법은 알아도 고등테크닉을 알아볼 안목은 없는 무식한 범재를 상대하는 기술이다.

     

    ‘위력과 각오는 인상적이지만 그뿐이에요!’

     

    근육은 무리하면 반드시 손상을 입는다.

    고인물 플레이어처럼 감각을 일시적으로 끊는 <무감無感> 기술을 익히지 않았다면 저런 무식한 테크닉에 <경직>은 피할 수 없다.

    그 틈이 기회다.

    사뿐히 따돌리고 반격을 가하자.

    그런 계산이 저 아래에서 손으로 땅을 짚는 선배의 모습에 일그러졌다.

     

    ‘경직된 하반신을 상체의 힘으로 또 뒤틀었어!?’

     

    팔과 허리를 쥐어짜내며 발휘하는 힘으로 세차게 지상을 반 바퀴 덮치는 쓸어차기.

    좌측과 후방, 우측으로 쏘아지던 잔상이 일격에 모두 사라졌다.

     

    찾 았 다.

     

    그렇게 말하듯이 마주치는 시선.

    뛰어올라 발차기를 한다면 그대로 도륙을 내주마.

    먼저 <천장>에 발을 딛고 힘을 실은 내게 달려드는 대신, 교관의 다리가 바닥을 쿵 내리쳤다.

    와르르 부서지며 떠오르는 바닥타일.

    영리하게도 직접 달려드는 대신, 강력한 발차기가 연달아 타일을 걷어차 허공으로 날린다.

     

    파사사삭!

     

    깨진 타일에서 일어난 연기에 엉망진창이 된 단체실 숙소.

    난장판 속에서 다시금 지상에 착지한 나는 인상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

     

    “교관님은 지금 걸로 얼마나 많은 수명이 줄었다고 생각해요?”

    “많지는 않지. 각오한 것에 비하면.”

     

    허세가 아니다.

    직접 수를 섞어보며 느낀 실력도, 정말로 수명을 갈아버리는 미친 짓도.

    이 교관, 전부 진심이었다.

    학년수석.

    다회차의 고인물.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수석장학생.

    이런 나를,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을.

    해가 뜨기까지의 6시간 동안,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갈아 넣어서 막을 작정인 것이다.

    그 대단한 각오를 높이 쳐서 나도 진심으로 응했다.

     

    “그럴 것 같아서 저도 이걸 찾았죠!”

     

    연기가 자욱하게 번지는 순간부터 바닥에 착지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내가 한 것은 타일베기가 전부가 아니었다.

    실제로 벤 타일은 절반도 안 된다.

    공백의 시간.

    가속잔상검의 테크닉을 활용하여 한발 먼저 지상에 착지한 내가 찾아낸 것은 카멜라의 자물쇠가 걸린 서랍장 속 계약서보관함.

    소음을 틈타 일격에 깔끔하게 자물쇠를 베고 계약서 뭉치를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순순히 항복하면 계약서는 살려드릴게요!”

    “!!!”

     

    이것이 고인물의 비기, 진심으로 협박하기.

    이거 베면 너 포인트 못 받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약체 교관의 유쾌한 반란
    을 진압하는 마검사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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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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