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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2

     

    “그나저나, 이게 정말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준비한 거란 말이야?”

    “뭐,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다이튼은 내심 감탄을 하고 있었다.

    그냥 아카데미 축제라고 해서 별 생각 없이 온 건데, 이렇게까지 본격적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야 취직한 이후부터 거의 숲에서 살다시피 하던 다이튼은 이런 축제를 올 일도 없었고, 당연히 알아볼 일도 없었으니까.

    당장에 돈 벌어먹고 쉬기도 바쁜데 그가 축제를 갈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다른데…….”

     

    학생들이 주도해서 활동하는 아카데미 축제라고는 하지만, 티그 아카데미의 축제는 일반적인 아카데미의 축제와는 그 결부터 달랐다.

     

    일반적인 축제와는 그 투자규모부터 다른데다, 평소 친밀한 관계이던 부유층의 자제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각종 시범적인 사업을 벌이기도 하는 티그 아카데미의 축제는 본격적인 ‘기업 박람회’나 ‘게릴라 사업’을 방불케하는 수준인 것이다.

     

    지금 당장 루크가 있는 이 카페도 그렇다.

    카페를 한다고 해 봤자 기껏해야 포장마차 수준이 아닐까 했는데, 이건 거의 시중의 카페와 다르지 않은 수준이 아닌가?

    안에서 보면 여기가 아카데미인 줄도 모를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내부의 인테리어도 말끔하고 통일성이 있는데다, 조명이나 식기, 테이블에 놓인 장식과 화분 하나까지 전부 메이드라는 테마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모습이 꽤 그럴 듯 분위기를 자아낸다.

    심지어 메이드가 실제로 있는 가정이 꽤 되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메이드처럼 서비스하는 것도 꽤 현실적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디저트의 맛도 카페라는 본분에 충실할 정도로 괜찮았다.

     

    여러모로 아이들이 했다고는 전혀 믿겨지지 않는 퀄리티.

     

    그리고 그것은 비단 이 메이드 카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말 눈이 다 휘둥그레지더라. 별게 다 있던데……. 아, 저쪽에 마법 연구 동아리에서는 엄청 큰 골렘을 만들었던데? 루크야, 그거 봤어?”

    “아아, 그 변신골렘 말인가? 물론 봤지. 아이들이 만든 것 치고는 완성도가 꽤 높더군.”

     

    루크는 아이들이 만든 멋들어진 골렘의 모습을 떠올리며 슬쩍 미소지었다.

    아이들의 독특하고 참신한 상상력에 자본과 전문적인 설계가 합쳐지면 그런 결과물이 나올까?

    평소엔 마차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가 순식간에 인간형 우드골렘으로 변신하는 매커니즘이 아주 뛰어났다.

    5000년 전 마탑의 마법사들이 보았다면 더 이상 개선할 여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라며 설계한 사람의 뇌를 열어보아야 겠다며 게거품을 물 정도로 멋진 작품이었다.

     

    물론 그건 당시의 마법 수준으로는 그렇다는 이야기고, 현대 마법을 익힌 지금의 루크의 눈에 개선할 여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역시나 과거 장난감 상점에서 보고 생각했던 것처럼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변신기믹 때문에 내구성이 취약해 보인다는 단점을 수정하진 못한 듯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창의적인 사고는 싫지 않았다.

     

    뭐어, 그래도 작은 메모지에 개선점을 간략히 적어 붙여두었으니 다음 작품부터는 알아서 수정하겠지.

     

    이후, 그 메모지를 발견한 마법 연구부에선 ‘학생들만 있는 축제 준비 단계에서 이런 메모지를 남긴 귀인이 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주제로 한동안 떠들썩해 지기는 했지만, 당장 카페 준비가 급하여 메모지만 남기고 사라진 루크는 모르는 일이다.

     

    “그나저나, 애들은 다 어디에 있나?”

    “응, 파이리스는 낮잠자는 중이라 놔뒀고, 디아나는 추운 거 별로 안 좋아해서 집에 있는다고 하더라고.”

     

    파이리스는 오늘 아침에 있던 폭우를 잠재우느라 힘을 좀 남용한 탓에 지쳐서 낮잠을 자고 있었고, 디아나는 추운 날씨가 싫어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하필이면 숲지기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이튼이 집을 오래 비운 사이, 문 열쇠가 고장 난 집 앞에서 혼자 남아있다가 감기에 걸린 후에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추운 날씨에 외출하는 걸 많이 싫어하게 되었다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다이튼은 미안한 기억을 떠올린 탓인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아침에 비도 와서 날씨가 많이 쌀쌀하잖아. 좀 있다가 따듯해지면 오기로 했어.”

    “흐음, 그렇군.”

     

    모종의 이유로 올해는 봄이 일찍 와서 날씨가 디아나에게 괜찮았지만, 이제는 또 올해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아쉽기는 했다.

    본격적으로 손님이 많이 올 때 온다면 그 아이들을 제대로 봐 줄 수는 없을 테니.

    하지만 추운 날씨가 싫다면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다이튼이 카페에서 준비한 각종 디저트와 차를 맛보는 사이, 루크는 그가 싸 온 도시락을 먹었다.

    안 그래도 오늘 하루 이어진 불행스러운 일들 때문에 아침을 걸러야 했는데, 마침 센스있게 다이튼이 도시락을 챙겨온 것이 참 좋았다.

     

    ‘뭐, 사실 딱히 배가 고프다고 능률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배는 부른 편이 낫지.’

     

    도시락 뚜껑을 열자 알 수 있는 메뉴는 루크가 평소에 좋아하던 꼬치구이와 통조림을 넣은 비빔밥.

    그리고 입가심을 해 줄 싱싱한 샐러드가 구석에 조그맣게 몰려있다.

     

    온통 불행한 일들 사이에 빼꼼히 끼어든 이 소소한 행복이, 루크에게는 꽤나 감정적으로 다가왔다.

     

    “맛있다. 가끔은 이런 도시락도 괜찮을 것 같구나.”

     

    도시락을 맛본 루크가 웃으며 말하자, 다이튼도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아유, 우리 사랑스러운 딸이 원하면 얼마든지.”

    “케흑!”

     

    다이튼이 입을 열기가 무섭게, 루크는 사레간 들린 듯 기침을 연신 뱉어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다이튼이 자신을 칭하는 호칭이 굉장히 어색했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진정이 된 후, 루크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사, ‘사랑스러운’이라는 형용사는 좀 빼주지 않겠느냐. 지금 그대가 날 딸이라고 부르는 것도 적응이 안 되고 있는데…….”

    “아하하! 아빠가 그러면 사랑스러운 딸을 뭐라고 부르냐? 안 그래? 우리 딸내미. 자꾸 그러면 이 아빠가 서운해.”

    “다이튼, 제발! 그대는 날 놀리면 즐거운가!”

    “어우, 너무 즐겁지.”

    “다이튼!! 그대는 몸이 커도 영락없이 철부지로군!”

    “그리고 너는, 영락없이 사춘기가 온 딸내미 같구나. ”

    “아아악!”

     

    다이튼은 그 뒤로도 루크를 계속 친근하게 ‘사랑스러운 딸’또는 ‘우리 딸내미’등으로 부르고, 루크는 그 때마다 닭살이 돋는다는 듯 몸을 비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루크에게는 비극적인 이 상황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케일라는 그저 웃길 따름이었다.

     

    “푸하하! 루크도 역시 여자애는 여자애네! 그치?”

    “그러게요!”

     

     

    아빠랑 저렇게 투닥거리는 거 보면, 사이좋은 아빠랑 딸이 맞다.

     

     

    —–

     

    “잘 먹었어. 그럼 난 이만 가볼게.”

    “그래, 가는 길 잘 살펴 가거라, 얼른.”

    “야야, 그렇게 안 밀어도 진짜 갈거야.”

    “아까도 그렇게 말하고서 또 장난 치지 않았나. 이젠 안 속아.”

    “들켰네.”

     

    루크가 인파 속으로 다이튼을 밀어 배웅했다.

    사실 모습은 배웅보다는 쫓아내는 것에 더 가까워 보이긴 하지만.

     

    “이따가 애들하고 다시 올게.”

    “아니, 그대는 다시 오지 말게.”

    “우리 딸, 자꾸 아빠한테 너무해.”

     

    쫓겨나는 와중에도 다이튼은 꼬박꼬박 딸이라는 말을 붙이고 있었다.

    그게 딱히 나쁜 짓인 것도 아닌데다가, 실제로 귀여운 딸이기도 하니까.

    게다가 루크의 이런 신선한 반응은 다이튼에게 더할 나위 없는 보상이고 즐거움이었으니!

     

    다이튼은 루크의 수치스럽다는 듯한 얼굴을 보니 엔도르핀이 솟다 못해 아드레날린까지 분비될 지경이었다.

     

    뭐, 자신도 그동안 루크한테 이것저것 당했던 걸 생각하면 이 정도 복수는 아주 정당한 거 아닐까?

    평소 고마운 것은 고마운 거고, 당한 건 당한거. 별개의 일이니까.

     

    “으으으윽……!!”

     

    그러자 다이튼을 밀어내는 루크의 힘이 더욱 세졌다.

    마음 같아선 그냥 세게 밀어서 넘어트려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다이튼만 다치는 게 아니라 그에게 깔리는 사람도 문제여서 어쩔 수가 없다.

     

    “빨리 가! 그리고 오지 마!”

    “알았어, 알았어. 진짜로 간다! 장사 잘 해.”

     

    그가 아무리 인파로 섞여봤자 그 이질적인 몸으로 인해 다이튼의 위치를 찾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일단 안 보이면 정말로 간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

    루크는 그런 그의 모습이 눈에서 확실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몸을 돌렸다.

     

    그러자, 너무나 즐겁다는 표정의 케일라가 눈에 보인다.

     

    “왜 그렇게 보나.”

    “아니, 그냥. 아빠랑 사이가 좋아 보여서! 부럽네~.”

    “흐음…….”

     

    솔직히 말하면 루크는 저런 경박한 다이튼의 모습이 싫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는 진지할 때는 진지해 주니까.’

     

    루크는 과거 자신이 용으로 변한 때, 한치의 망설임 없이 예르나의 앞을 가로막던 다이튼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마력을 느낄 수 있는 체질인 만큼 당시 자신의 힘을 그 누구보다 정확히 알았을 텐데, 그럼에도 결연하게 예르나의 앞에 섰지.

    준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그 모습은 과거 마왕의 앞을 가로막던 케일의 모습을 연상케 했을 정도다.

     

    비록 당시 그의 복장이 영웅과는 거리가 꽤 많이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

     

    루크의 감상적인 모습에 마치 다들 가족에 얽힌 애틋한 이야기를 하나씩 떠올리는 모양인지 포근한 분위기가 카페를 가득 채웠다.

    그 때, 케일라가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말했다.

     

    -짝 짝.

     

     

    “자, 좋아! 그럼 이제 정말로 카페를 열어볼까! 루크, 팻말 뒤집어줘!”

    “알겠다.”

     

    루크는 카페의 팻말을 ‘운영중!’으로 뒤집어 두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카페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삽화 때문에…

    근데 이 삽화 하나 때문에 늦은 건 아니고요, 다음화랑 다다음화에 쓸 삽화도 그리느라 늦었습니다.
    왜 그걸 지각하는 거 알면서 오늘 그리고 있었냐고 하면요, 원래는 이번 화에 쓰려고 그린 삽환데 다이튼이 루크 놀려먹는 장면 쓰느라 기껏 그린 삽화가 다음화, 다다음화로 밀려버렸기 때문이죠…

    삽화를 미리 그려놓고 쓰는 패턴의 문제점은 중간에 개꿀잼일 것 같은 상황 나오면 그때 삽화 또 새로 그려야한다는 거네요…
    한두개도 아니고 무려 4개나 미리 그리게 된 덕분에 하루를 꼴딱 날리고 말았습니다 ㅎ;

    하지만 그래도 다음화 다다음화에 쓸 삽화가 또 있으니까….!
    내일은 괜찮을거야!

    하…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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