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52

       본인은 수많은 무인과 싸워왔다. 그 중에 검수는 참으로 많고 또 많았지.

       

       검이라는 것은 다루기가 어려운 데다가 좋은 것을 구하기도 어려운 물건이다만 그만큼이나 거대한 낭만을 지녔던지라.

       

       그러니만큼 본인은 많은 검술을 마주했고 또한 상대해 보았다.

       

       누군가는 극한의 쾌를 추구했다. 경쾌하고 빠른 공격으로 상대의 숨통을 조이려 들었지.

       

       누군가는 극한의 중을 추구했다. 자신의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베어낼 검을 바랐다.

       

       또 누군가는 환을 추구했다. 춤사위를 추는듯한 그 검술은 궤적을 보다 보면 거기에 홀려 자기도 모르게 약점을 노출하게 되는 검이었지.

       

       이외에도 수많은 검술이 존재했고, 내 앞에 펼쳐졌고, 그를 박살내어 보았다.

       

       그 중에 무엇이 정답인지 본인은 알지 못한다.

       

       본인이 걸어온 길이 검수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결국 무의 극에 도달할 수만 있다면 무어라도 정답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싶기도 한지라.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최강의 무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용자가 최강이라면 그 무공이 자연스레 최강이 되는 것이라고.

       

       본인은 이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길고도 긴 무림의 역사에서 천하제일을 두고 다투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았고, 그들이 다루던 무기와 무공도 저마다 달랐으니.

       

       결국 가장 위에 서 있는 자가 이것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이 옳은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만 이 흑기사라는 적은 자신의 검술이 정답이라 주장할 자격을 지닌 자였다.

       

       내 처음 이 녀석을 마주했을 때 한 가지 걱정을 했었다.

       

       우직한 육신을 가지고서 모든 걸 찍어 누르려는 멍청이라면 어떡하나 하고.

       

       흑기사의 육신은 압도적이다. 이를 가지고 있다면 무언가 고민을 할 이유가 없을 정도로. 보통 이런 놈들은 자신의 육신을 믿고 날뛰는 지라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지.

       

       개 중에는 평생 무를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를 최강이라 여기는 놈도 존재한다. 그 정도만 되어도 동네에서 주름을 잡고 다니기에 충분하니까.

       

       허나 이 놈은 아니다. 흑기사라는 녀석은 자신의 육신을 믿고서 게으름을 피운 녀석이 아니다.

       

       저만한 육신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하면 더 강해질 수 있을지. 자신의 검을 더 잘 휘두를 수 있을지를 고민해온 자다.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검의 궤적을 본다. 허공에 흩날리는 몇 가닥의 머리카락 너머로 흑기사가 휘두른 대검을 살핀다.

       

       이 녀석이 스스로의 중심으로 삼은 것은 놀랍게도 쾌다.

       

       생긴 것만 보며는 방어고 나발이고 그 채로 다 박살을 내버릴 생각을 할 것 같다만 이 놈은 일격에 모든 것을 걸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대충은 알 것 같구나. 위력은 충분하니 속도를 더함으로써 약점을 보완하겠다.

       

       나름의 고민 끝에 만들어낸 흑기사의 검술은 꽤 재미났다.

       

       스치기만 하더라도 행동 불능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위기감도.

       

       경우에 따라 검이 아닌 손과 발을 쓰길 주저하지 않는 것도.

       

       내가 간파했다 판단하기 무섭게 궤적을 뒤틀어 버리는 판단력도.

       

       “다른 아해들이 어려워 할 법 하구나. 이 자는 강하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마저도 타고 났구나.

       

       무림에 던져 놓으면 여러 무인들이 입맛을 다시겠어. 당장 검선 그 노친네만 하더라도 이 놈이라면 내 검을 가르칠 가치가 있다! 라고 외치지 않을까.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목을 노리는 검을 회피한다.

       

       이번에 또 다시 궤적을 바꾸었구나.

       

       머리가 좋아. 어지간한 녀석이 상대였다면 바뀌어버린 궤적에 어버버 거리다가 죽었을 것이야.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상대를 가지고 놀면서 말씀하셔도 설득력이 없는데요.]

       

       “본인이 어디 가지고 놀지 않는 이가 있더냐?”

       

       – …그른가?

       – 그렇지.

       – 나는 쳐바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바르기 어려울 듯? 인가.

       – 킹치만 그게 팩트인걸요.

       – 화령이 너무 강함.

       

       강하다 할 지라도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람의 기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본인과 비견될 정도의 강함을 이야기하려면 이 정도로는 안 된다. 신의 자리에 이를 정도는 되어야지.

       

       검이 지나간 자리로 발을 내딛으면서 흑기사의 육신을 살핀다.

       

       이곳저곳이 파인 갑옷. 누적된 피해 속에서 조금씩 둔해지고 있는 육신. 그 곳에 또 다시 하나의 타격을 더한다.

       

       흑기사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다시금 검을 휘둘렀다. 자신의 검이 나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허나 그 검은 나에게 닿지 않는다.

       

       닿을 수 없다.

       

       내가 그를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저 자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는 그런 것이다.

       

       “빌어먹으으을!”

       

       흑기사의 중후한 목소리를 들으며 심호흡을 한다.

       

       저 녀석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패배라는 늪에 발을 디뎠다는 것을.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그 아래로 빠져들어 어느 순간 익사하게 될 것이라는 걸.

       

       나라는 인간과 정면에서 마주한 순간부터 이 모든 결말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저만한 무재를 지닌 녀석이다. 이러한 현실을 모를 리가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녀석이 발악을 하는 까닭은 무인이기 때문이리라.

       

       혹시나 모를 희박한 가능성이 존재하리라 믿는 탓이리라.

       

       흔히 기적이라 이야기하는 것이 일어날지 모른다 여기기 때문이리라.

       

       허나 기적이 기적이라 불리는 이유는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니.

       

       흑기사가 늪에 익사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도 안 돼.”

       “흑기사님이.”

       “꿈…인가?”

       

       바닥에 널부러진 흑기사의 모습에 그 뒤편에 자리하던 병사들의 사이에서 동요가 퍼진다.

       

       “역시!”

       “승리의 여신이시여!”

       “네르니이이임!”

       

       나의 뒤편에 서 있던 병사들의 얼굴에는 환호성이 새겨져 있고.

       

       – 최!강!화!령!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화령!화령!]

       

       –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 미쳤다!돌았다!미쳤다!돌았다!…

       – 지금이라면 나도 흑기사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 ㄹㅇ. 공략법 다 나온 듯?

       – ㅋㅋㅋ. 개처럼 멸망하는 각인데.

       

       내 방송을 보는 이들은 여느 때처럼 저들끼리 놀고 있다.

       

       개 중에는 흑기사에게 도전하고자 하는 이도 존재한다마는 그 결말은 그리 아름답지 못할 것이다.

       

       저 놈은 평범한 사람이 쓰러트리라고 만든 녀석이 아니니까.

       

       저 놈을 상대하려면 최소한 대등한 수준의 육신이 필요하다.

       

       어찌저찌 공격을 피해 버텨낸다 치더라도 말이다. 상대에게 주먹이 닿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번에야 본인의 무로 갑옷을 뚫었으나 어지간한 이들은 이를 엄두도 내지 못할 터이니.

       

       많은 이들이 흑기사를 향해 불합리한 분노를 토해내겠구나.

       

       “남은 것들은 패잔병이다! 덮쳐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뒤 편에서 주인공의 아비가 목소리를 드높였다.

       

       상대의 기세가 죽고 우리의 기세가 높은 상황. 거기에 상대의 최고 전력이 무너져 내렸으니 이를 승기라 판단한 거겠지.

       

       “수고했다.”

       

       함성과 함께 앞으로 내달리는 병사를 구경하고 있자니 그런 목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 목소리의 잔향은 말을 타고서 내달리는 주인공의 아비를 향했다.

       

       *

       

       하늘을 밟아서 내달리던 검선은 신선거 인근의 풍광을 보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산을 풍성하게 만들던 나무들은 허리가 꺾여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초록으로 물들어 있던 대지는 그 위를 붉은 물감으로 칠했으며 그 초록의 위에는 한 때는 인간이었고 이제는 벌레의 먹이가 되어버린 살색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살색은 대부분 외부인의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존재한다.

       

       검선이 기억하는 신선의 얼굴이 여럿 있었으니까.

       

       “난장판이군.”

       

       외부인이 신선을 살해한 것은 아니다.

       

       저들을 안내하는 임무를 오랫동안 맡아온 검선은 외부인들의 수준을 알고 있다.

       

       민가라는 예외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외에 외부인들은 아직 갈 길이 먼 자들이다.

       

       우화등선을 하여 초월자의 지위에 이르른 신선에게 닿을 수 있는 녀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일을 벌인 것은 외부인이 아니다.

       

       저 산에 도사리고 있는 불길한 기운. 신선거에 존재하는 결계를 깨부수고 문이 있는 곳으로 향한 자.

       

       저 녀석이 이 지옥도를 구상하고 그려낸 자겠지.

       

       그리 확신한 검선은 다시금 허공을 밟아 산을 향해 내달렸다.

       

       태양을 베기 위하여 수련을 거듭하던 그가 이 곳에 온 까닭은 도움을 요청받았기 때문이었다.

       

       죽음을 모르는 녀석들이 이 곳에 도사리고 있으니 저들에게 죽음을 가르쳐달라.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에 검선은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신선문 인근의 풍경을 눈에 담게 된 지금은 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해괴한 존재구나.”

       

       죽었지만 살아있다. 강제로 살게 되어 그를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한 모순을 유지하는 동력은 저 녀석이 몸에 품고 있는 해괴한 술법.

       

       저는 도술이 아니다. 세상과 대화하지 않고 자신의 언사만을 드높이고 있는데 저를 어찌 도술이라 부를까.

       

       정체 모를 술법을 유지하고 있는 동력은 저들의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내기구나.

       

       모순을 한 곳에 품었기 때문일까. 저들은 단전이라는 호수가 박살났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내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내가 저를 어디선가 보았었는데.

       

       아아. 그래. 저는 민가가 자신의 혈도를 눌렀을 때와 한없이 닮아있구나.

       

       어디서 저리 괴이한 것을 익혔나 싶었다마는 이 녀석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배운 것인가.

       

       사람이 쓸만한 것이 아닌데 저를 사용하다니. 외부인이기에 가능한 발상이란 게구나.

       

       “검선이시여! 구경만 할 때가 아닙니다!”

       

       저를 보고서 감탄을 하고 있으려니 아래에서 다른 신선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외부인들에 의해 부여 잡히고 해괴한 것에 의해 공격당하고 있는 신선은 상당히 지친 기색이었다.

       

       과연. 저런 방식을 이용하는가. 죽어도 죽지 않는 것들 둘이 뭉치니 상당히 까다롭군.

       

       상대를 죽여봐야 의미가 없으니 결국에는 깎여 나가 당할 수밖에 없는 게로구나.

       

       “검선이시여?!”

       

       아차. 저 녀석의 말이 옳다. 지금은 감탄을 할 때가 아니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든 검선이 그를 휘두르자 수많은 외부인과 해괴한 것들의 목이 날아간다.

       

       외부인들은 그로써 죽음을 맞이했으나 해괴한 것은 아니었다. 놈들은 목이 날아갔음에도 여전히 적을 찾아 자신의 무공을 휘둘렀다.

       

       “귀찮은 놈들이군.”

       

       그를 본 검선은 해괴한 것의 팔과 다리를 날려버렸다.

       

       죽음을 모르지만 회복도 모르는 놈들이다. 저래 놓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겠지.

       

       “감사합니다!”

       “됐다. 별 일도 아닌 일이니까. 그보다 신선문은 어찌 되었나.”

       “…그것이.”

       

       방금 전 검선에게 도움을 받은 신선은 말했다.

       

       또 다시 신선문이 부서졌다고. 이 일을 기획한 침입자가 신선계로 향했다고.

       

       그를 들은 검선은 눈을 끔뻑이다가 웃음을 흘렸다.

       

       허허.

       

       설마 민가를 모방한 범죄자가 나타날 줄은 몰랐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하다? 왜 예약을 클릭했는데 예약이 안 된 거지?

    경화수월에 걸렸나?

    다음화 보기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