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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2

   “당연히 가능하지! 우리 루시가 친구를 저택에 데려온다는데 어찌 거절을 하겠느냐!”

   

   베네딕은 내가 말을 내뱉기 무섭게 목소리를 드높였다.

   

   어… 이렇게 쉽게 허락 받을 줄은 몰랐는데.

   

   기사단의 훈련에 다른 사람이 참가해도 괜찮은 거야?

   

   내부의 지식이 바깥으로 흘러나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나?

   

   그리고 말야. 최소한 기사단 측에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것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아?

   

   “하하! 무얼 걱정하느냐! 포셀 그 녀석도 루시의 친구들이라면 환영할 거다!”

   

   그거 여전히 대책이 아니잖아.

   

   베네딕. 가주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해선 안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루시. 다른 가문에서 우리의 훈련을 가져간다하여 따라할 수 있을 듯 싶더냐? 그런 게 가능한 놈이라면 다른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기사단에 들어왔겠지.”

   

   기사단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나는 어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른 기사단의 훈련이 그렇게까지 빡센가?

   

   아니 물론 엄청나게 힘든 건 사실이긴 하지만 기사쯤 되면 다들 할 수 있는 거 아냐?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따르면 지금의 나도 어지간한 기사 수준이지만 기사들이 하는 걸 따라갔잖아.

   

   <…여아야. 그건 네가 좀 많이 특이한 거다.>

   ‘그래요?’

   <그래. 작금의 기사들이 어떤 식으로 훈련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만 전쟁 당시를 기준으로 해도 알른 가문의 훈련은 격하디 격하다.>

   

   어지간한 기사라면 중간에 탈진해서 죽어버릴지도 모른단 설명에 난 내가 크나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아니 난 그냥 방학 때 가볍게 지옥 훈련을 경험시킬 생각이었지 진짜로 지옥에 보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흐윽! 항상 혼자이던 우리 딸이 드디어 친구를!”

   

   허나 입 밖으로 꺼낸 말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친구를 데려온단 사실에 감동하여 울고 있는 딸바보에게 어떻게 농담이란 말을 하겠어.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포셀이 알아서 잘 하겠지.

   

   걔가 다른 이들을 가르치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닌데 어련히 친구들 수준에 맞추지 않겠어?

   

   <내 하나 조언을 하자면 미리 네 친구들에게 줄 사죄의 선물을 준비하는 편이 좋을 거다.>

   ‘…생각해볼게요.’

   

   *

   

   “알른 가문의 기사단에서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진실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서는 눈을 빛내면서 입술을 늘어트렸다.

   

   잔뜩 신이 났다는 것을 도저히 감출 수 없는 느슨한 웃음은 평소 어른스럽던 아서도 결국 사춘기 남자아이에 불과함을 알려주는 듯 했다.

   

   ‘네. 허락 받았어요.’

   “그걸 믿었냐 말하고 철없는 불쌍왕자님이 어깨를 늘어트리는 걸 보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이에요. 허락도 받았답니다.”

   

   “정말 고맙다! 루시 알른! 세상에! 알른 기사단의 훈련이라니!”

   

   가만 서 있을 수가 없는지 방 안을 돌아다니면서 들뜸을 달래는 아서의 모습에 조이가 고갤 갸웃거렸다.

   

   “알른 기사단에서 훈련을 받는다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요?”

   

   그거 나도 물어보고 싶었어.

   

   알른 기사단의 훈련이라고 해봐야 그냥 죽어라고 구를 뿐인데 왜 저렇게 좋아하는 거야?

   

   도저히 이해가 안 돼.

   

   “마법사인 조이 그대는 이해할 수 없겠지! 무를 수련하는 자들에게 알른 기사단이 어떤 존재인지 모를 테니까!”

   

   쾅하고 책상을 내리친 아서는 집중해서 들으라는 말과 함께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과거 알른 기사단이 벌였던 여러 위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거 A급의 위험도를 지녔다 알려진 던전을 단신으로 공략해 작위를 수여 받은 알른의 시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수십 년 전 전쟁이 벌어졌을 때 알른 혼자의 힘으로 전선을 유지시켜 전황을 뒤집어 버렸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한 치의 쉼도 없이 늘어놓은 아서는 갑자기 내 쪽으로 고갤 돌리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알겠나! 루시 알른! 언젠가 네가 이끌어야 할 기사단은 이토록 깊은 역사가 있는 곳이다! 스스로의 이름에 자긍심을 가지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야 한다!”

   

   지금 아서랑 비슷한 모습을 언젠가 봤던 거 같은데.

   

   아. 그래.

   

   오타쿠.

   

   아이돌이건 애니메이션이건 뭐건 좋아하는 애들이 저런 느낌이었어.

   

   아서는 기사 오타쿠인 거구나.

   

   …기사를 동경한다는 설정은 있었지만 설마 그 동경에 오덕에 경지에 이렀을 줄이야.

   

   약간 질리네.

   

   “뭐냐! 그 표정들은! 남자가 기사를 동경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니. 겉모습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도 일단 남자거든?

   

   갑옷 입은 기사를 멋있다고 생각하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넌 정도가 심해.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열정적이지 않다고.

   

   “들어봐라! 내가 기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3왕자님. 그쯤 해두세요. 말이 길어질수록 더 괴짜로 보일 뿐이니까.”

   

   조이가 눈짓으로 날 가리키며 말을 하자 아서가 헛기침을 하면서 입을 다물었다.

   

   “그보다 알른 영애. 기사단의 훈련이라는 건 대충 어떤 형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알고 싶어요?’

   “뭐야. 얼빵영애. 궁금해? 꼭 듣고 싶어?”

   

   “영애와 함께하는 훈련은 되도록 참여하고 싶으니까요. 뭘 하는 지 미리 알고 싶어요.”

   

   조이의 말을 들은 나는 알른 가문에서 했던 것들을 회상해 보았다.

   

   으음. 그 때 그 때 마다 훈련의 내용이 달라서 정확하게 뭐라고 말하긴 애매하네.

   

   그나마 공통점을 찾자면.

   

   ‘잠은 포기하는 게 낫단 거려나요.’

   “일단 자는 건 포기하는 게 편해. 바보 포셀은 냄새나는 아저씨지만 훈련 때만큼은 악독하거든.”

   

   “…자는 걸 포기해요?”

   

   ‘네. 당연한 거잖아요?’

   “응. 기사들의 멍청한 훈련은 다 그렇잖아?”

   

   방금 전 아서에게 향했던 질린다는 시선이 내 쪽으로 돌아왔다.

   

   아냐? 다들 그런 거 아니었어?

   

   나 어느 정도 체력이 붙은 후부터는 항상 그런 식으로 훈련 했었는데?!

   

   내가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조이가 이마를 짚었다.

   

   “하아아. 알른 영애께서 제안하는 훈련이 왜 상식과 괴리 되어있는 지를 이해했어요. 알른 가문 전체가 그랬던 거군요.”

   

   그리고는 짜게 식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설명을 이었다.

   

   “영애. 보통의 기사단에선 잠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잠을 자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인간은 인간인 이상 잠을 극복할 수 없으니까요.”

   

   엑?!

   

   진짜?!

   

   훈련 도중에 잔다고?!

   

   일주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저희 교회 측 기사단도 마찬가지랍니다. 영애님. 잠을 포기하는 건 악영향이 더 크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 잠은 재워.”

   “…수도 기사단도 그렇다. 과거 타볼 녀석이 난리를 피우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후로 잠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 됐지.”

   

   파트란 가문 하나라면 모를까 다른 세 사람이 증언을 더 한 이상 어느 쪽이 상식적인지는 분명했다.

   

   보통 기사단의 훈련에선 잠을 재운다.

   

   <당연한 거 아니냐?>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난 판타지 세상의 기사들이면 다들 그렇게 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기사들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거고!

   

   “알른 영애? 당황스러우신 건 알겠지만 다른 부분들도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여태까지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이 상식이 아니란 게 밝혀질까 두려웠지만 다른 네 사람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결국 난 생각나는 대로 알른 가문에서 했던 훈련들의 공통점을 이야기해줘야만 했다.

   

   “말과 동일한 속도로 행군을 한다고요? 그것도 이동하는 내내?!”

   “미쳤군. 사람이 할 짓이 아냐.”

   “재미없을 것 같아.”

   “…죄송합니다. 영애님. 그건 저도 이상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거 안 해?!

   

   기사들은 기동력이 생명이라는 게 포셀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었는데?!

   

   “지쳐 쓰러지면 억지로 물약을 먹여서 움직이게 한다니.”

   “그거 이미 고문의 영역 아니에요?”

   “절대 재미없어.”

   “…죄송합니다. 영애님.”

   

   위기는 상황을 봐주지 않는다면서 강행했던 그 훈련이 일반적인 게 아니라고?!

   

   난 기사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하는 줄 알았는데!

   

   “서로 진심으로 죽일 생각을 하고 검을 휘두른다니. 그건 좀 재밌을지도.”

   “재미없다! 그런 게 재미있을 리가 있느냐!”

   “저 점점 더 알른 기사단이 무서워져요.”

   “…죄송합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창백해져 가는 친구들의 얼굴은 내가 자라왔던 곳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곳인지를 알려주었다.

   

   …생각해보면 알른의 기사단이 훈련할 때 할배가 질색했던 것 같기도 하고.

   

   <것 같은 게 아니라 질색했다. 같은 인간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지.>

   ‘그랬으면 미리 이상하다 말해주면 안 돼요?!’

   <요즘 세상의 기사들은 다 그런가 싶었지. 난 오랜 기간 던전에 머물렀으니까.>

   

   내가 스스로의 상식을 바로 잡는 동안 테이블에 앉은 네 사람은 서로 미묘한 시선을 나누고 있었다.

   

   “루시 알른이 왜 저리 강한지를 이해했다. 알른 가문의 사람들이 하나 같이 비범한 이유도.”

   “저런 훈련을 반복해왔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기사단이 된 거겠죠.”

   “예전에 성기사분께 소문을 전해들은 적이 있지만 현실은 소문보다 더 하네요.”

   

   그들이 나누는 말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비슷했다.

   

   “…3왕자님. 정말 하실 거에요?”

   “왜 나에게 먼저 묻는 거냐.”

   “그야 훈련을 받게 됐다면서 제일 신나한 게 왕자님이잖아요!”

   “그 땐 알른 기사단이 저런 정신 나간 녀석들인 줄 몰랐지!”

   

   아니. 정신이 나갔다니. 말이 심하네.

   

   걔네들이 좀 괴짜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들 착하고 재밌는 애들이라고.

   

   그렇지 않았다면 나 같은 괴짜랑 같이 훈련을 해줬겠냐.

   

   “그러는 너는! 루시 알른과 함께 훈련할 수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겠다 그러지 않았나!”

   “저런 식의 훈련인 줄은 몰랐죠! 아무리 봐도 마법사에게 필요한 훈련이 아니잖아요!”

   

   마법사한테도 필요하거든?

   

   마법사는 피곤함을 몰라? 위기에 처하지 않아?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할 일이 없어?

   

   기사단의 훈련은 모두에게 필요한 거야.

   

   두 사람이 툴툴거리는 것을 끊은 건 무심한 듯 턱을 괴고 있던 프레이였다.

   

   “재미는 없겠지만 강해질 수는 있을 것 같아. 난 할래.”

   “…진심이냐?”

   “왕자님은 하지 마. 강해진 후에 박살내고 허접이라고 해줄게.”

   

   승리의 광경을 상상한 듯 프레이의 입꼬리가 히죽거리자 아서가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젠장! 하면 되잖으냐! 하면! 아무리 훈련이 고되도 죽진 않겠지!”

   

   아. 그건 괜찮아. 진짜 죽을 만큼 힘들긴 하지만 죽진 않거든. 몇 번이나 훈련에 참여했던 내가 보증할게.

   

   “저. 저는 아버님께 따로 마법 수련을 받기로 해서.”

   “어디서 도망칠 생각을 하느냐! 조이! 3왕자의 명이다! 너도 참가해라!”

   “싫어요! 저는 기사가 아니라 마법사라고요! 그러니까!”

   “흐응♡ 난 얼빵이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얼빵이는 아니었구나?♡ 이렇게 쉽게 날 버릴 줄이야♡ 완전 실망♡ 어쩔 수 없네요♡ 이제 다시 존대를♡”

   “하겠습니다아아아! 꼭 하고 싶습니다!”

   

   하. 조이. 어디서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어.

   

   널 위한 훈련은 따로 생각을 해뒀다고.

   

   내 손아귀에 들어온 이상 넌 절대 도망칠 수 없어.

   

   “흐아앙. 제 발로 지옥에 들어가게 될 줄이야.”

   “지옥에서 죽지 않는다면 강해질 수 있다니. 꼭 신화 속 이야기 같군.”

   “왜 죽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이에요?”

   “루시 알른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하잖나.”

   “…부정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싫어요.”

   “기왕이면 재밌는 죽음이었으면 좋겠어.”

   

   알른의 기사단에 방문하기로 결정한 세 사람이 투덜거리는 동안 난 남은 한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페이비. 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고 싶어 하는 그녀는 내 시선을 받고는 고개를 숙이더니 책상 아래에서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죄송합니다. 영애님. 저는 참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페이비! 당신 혼자 도망치는 거에요?!”

   “성녀님! 치사합니다!”

   

   평소의 페이비라면 저 두 사람의 심술에 웃으며 대응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달랐다.

   

   페이비는 심술을 넘기는 대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술에 대응했다.

   

   “저라고 영애님의 곁에서 떨어지고 싶은 줄 아세요?! 저도 교회의 일만 아니었으면!… 아.”

   

   두 손으로 다급히 입을 틀어막은 페이비이지만 이미 말은 바깥으로 튀어나온 뒤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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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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