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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2

   엘라시야 에뛰에르가 멋대로 지껄인 말.

   그 말을 듣고, 오리모스는 피를 토하는 기분과 함께 외쳤다.

     

   “엘, 엘라시야 아가씨, 이 분은.”

     

   크라슈는 오리모스의 앞에 손을 들며 막았다.

     

   됐고, 들어가자니까.

   자꾸 소란스럽게 왜 이래. 눈치 없이.

     

   크라슈의 눈빛을 알아들은 오리모스는 결국 고개를 숙이곤 두 사람을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공방 실은 왕국 제일이라 일컬을 정도로 무척이나 많은 연금술과 관련된 도구들이 즐비여 있었다.

   이를 보고, 엘라시야는 감탄을 터트렸다.

     

   “이곳이 바로 왕국 제일의 공방실이군요.”

     

   엘라시야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직 한창 호기심이 많은 그녀는 이곳에 있는 모든 게 신기했다.

     

   정작, 크라슈는 따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저주 받이 시절 때 매일 같이 드나들었던 곳이니 말이다.

     

   “달링은?”

     

   크라슈가 오리모스를 향해 물었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함께 들어가시지요.”

   “달링? 달링 님을 정말 직접 뵐 수 있는 건가요?”

     

   그러자 엘라시야가 냉큼 반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크라슈는 그녀에게 물었다.

     

   “달링이 어떻길래. 직접 보는 것 하나로 그렇게 기대해?”

   “무슨 소리를! 달링 님은 지금 불세출의 영웅이신 크라슈 님을 보좌한 본인 것으로요!

   게다가 그분의 영약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혁명을 떨칠 만큼의 성능을 보이고 있어요.”

     

   엘라시야는 다다다다 달링의 찬사를 쏟아냈다.

     

   “저주와 영약을 합쳐내는 이론이 발표되고 나서 연금술 학계가 얼마나 뒤집혔는지.

   달링 님은 정말 시대에 다시 없을 천재라고요!”

     

   뭔가 했더니 크라슈랑 같이 연구했던 저주 영약이다.

   발표하라고 했더니 그사이에 발표했나.

     

   하긴, 영약도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된 모양이니.

   시중에 풀 수 있는 영약들도 더러 있겠지.

     

   ‘학문은 발표할 때 비로소 제 가치를 찾아간다고 했던가.’

     

   달링이 종종 입버릇처럼 내뱉곤 했던 말이다.

     

   “그러냐.”

     

   물론 같이 연구한 크라슈로서는 시큰둥했다.

   크라슈의 밋밋한 반응에 엘라시야는 살짝 안쓰럽다는 표정을 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이쪽 관련으로는 공부를 많이 안 한 모양이군요. 덕분에 저주가 완전히 새로운 가치로 평가받고 있을 정도인데 말이죠.”

   “다른 건 몰라도 저주는 너보다는 잘 알걸?”

     

   그러자 엘라시야가 콧대를 세웠다.

     

   “어머, 이래 봬도 왕도에서 제일 먼저 저주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게 저랍니다.”

     

   이런 영애가 배울 정도라면 정말로 저주도 재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을까.

   지금 하는 행동이 굼벵이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란 걸 말이다.

     

   “다 왔습니다.”

     

   더 이상 엘라시야의 미래가 걱정되어 참지 못한 오리모스가 문 앞에 멈춰서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엘라시야를 잠시 안쓰러운 눈으로 보고는 노크하였다.

     

   “달링 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응, 들어오라 해.”

     

   그러자 안쪽에서 달링의 대답이 들어왔다.

     

   엘라시야의 얼굴이 급속도로 밝아졌다.

   달링을 만난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가득 찼다.

     

   대답을 들은 오리모스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엘라시야가 먼저 걸음을 옮기고, 크라슈가 그 뒤를 따랐다.

     

   안으로 들어서자 각종 약품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이 냄새는 여전히 적응 안 된다며 코앞을 손으로 휙휙 휘저은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마침 약물 하나를 조합하던 여성이 있었다.

     

   금색의 머리카락과 자줏빛 눈동자.

   달링 단펠리온이다.

     

   그녀가 마지막 한 방울을 태우자 약품이 분홍빛으로 변했다.

   어째선가 달콤한 립스틱 향기가 흘러나왔다.

     

   왜인지는 몰라도 크라슈는 저 약품에 관해서는 듣지 않기로 했다.

     

   “달링.”

     

   크라슈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그녀가 고글을 벗으며 고개를 돌렸다.

     

   “요, 내 남친.”

   

   

   

   

     

   여전히 그 호칭인가.

     

   “나, 남친?!”

     

   그 순간 호칭에 크라슈 대신 엘라시야가 반응했다.

   그녀는 경악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당신, 어떻게 달링 님의 공방에 들어오는 걸 허락 맡나 했더니 달링 님의 남자친구였나요?!”

     

   그녀는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눈을 했다.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는 엘라시야를 크라슈가 어이없이 보고 있으니.

   달링이 그녀를 보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래서 저 애는 누구야? 처음 보는데. 새로운 여자친구?”

   “여, 여자친구 아니에요!”

     

   그러자 엘라시야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자칫해서 달링과 치정 싸움하게 됐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걸 본 크라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쯤 해라. 네가 부르는 호칭 때문에 이게 뭔 난리냐.”

   “흐흥, 나도 입에 익어 버렸던 걸 어떡해? 이제 원래대로 부르라고 하면 어색한걸.”

     

   달링은 그렇게 말하며 눈웃음 지었다.

     

   “왜 아니면 용왕이라고 불러 줄까?”

   “화낸다.”

     

   크라슈는 눈을 와락 찌푸리며 로브를 벗었다.

   그러자 그의 검푸른 머리카락이 천천히 흩날렸다.

     

   “어, 어?”

     

   곧이어 달링과의 치정 싸움을 걱정해 당황했던 엘라시야가 크라슈를 돌아봤다.

     

   “용, 왕?”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 색과 별호를 대조한 그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앞에서 자신이 저지른 모든 짓이 머릿속을 스쳐 갔기 때문이다.

     

   “저 아가씨, 왜 저런대?”

     

   달링이 묻자 크라슈는 그녀를 힐끗 보곤 말했다.

     

   “다음부터 상대의 신분과 이름도 모른 채로 함부로 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히끅, 네, 네엣.”

     

   크라슈가 말하자 엘라시야는 어지간히 놀란 듯 딸꾹질하며 대답했다.

     

   “이만 가봐. 에뛰에르 가문에 문제 갈 일은 없을 거니까.”

   “죄, 죄송했습니다.”

     

   엘라시야는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로 공방 밖으로 나갔다.

   한 번 제대로 겁줬으니 앞으로는 공손한 영애가 되겠지.

     

   [ 성격 나쁜 녀석. ]

     

   이왕, 말하는 거 교육해준 거라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여자나 울리는 나쁜 남자 씨, 무슨 볼일이실까?”

     

   오랜만에 봐도 달링은 변함없이 예전처럼 대해 주었다.

   이런 부분이 있었기에 과거 성격이 비뚤어져 있던 시절에도 달링과는 잘 지냈던 거겠지.

     

   “예전에 만들어줬던 모습 변환 약, 그게 좀 필요해. 특정 인물로 변해야 한다.”

   “꽤나 까다로운 주문이네.”

     

   하지만 못 한다고는 안 한다.

   달링다웠다.

     

   “추가 조건은?”

     

   거기에 크라슈가 추가로 조건을 더 말할 것도 그녀는 눈치채고 있었다.

     

   “마법에 탐지가 안되어야 해. 진짜 그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질 만큼 완성도 높아야 한다.”

   “이게 진짜 조건이네.”

   “오러 부분은 내가 해결 할 수 있어. 필요한 건 겉모습이야.”

     

   달링은 팔짱을 낀 채 잠시 턱을 이리저리 만졌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변신할 상대를 못해도 일주일은 나도 뜯어봐야겠어. 그 정도는 해야 시작할 엄두를 낼 수 있을 거 같거든.”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역시 달링이다.

     

   “만나려면 제블람으로 가야 하는데 시간 괜찮아?”

   “문제없어. 가게에 납품하던 약품들은 어차피 미리 다 만들어 둔 걸 올리는 거거든.”

     

   괜히 한정판 제한한 게 아니란 소리다.

     

   “고맙다. 부탁할게.”

     

   크라슈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달링도 따라 일어섰다.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기라도 하는지.

   그녀는 냉큼 가방 하나를 들고 와 크라슈의 옆에 착 붙었다.

     

   “오랜만에 남친이랑 동시 작업이라니 좀 설레는걸?”

   “그거 부정맥이야. 병원 가봐.”

   “병원에서 나오는 약 만드는 거 내 역할이야.”

     

   크라슈가 피식 웃었다.

     

   “그럼 이 세계 좀 괜찮게 만드는 약 좀 개발해주라.”

     

   크라슈의 농담에 달링이 크라슈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있잖아? 여기.”

     

   크라슈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곧 달링을 보고, 진심으로 한 말임을 느꼈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약재를 쏟았는데?”

     

   이 녀석은.

     

   “그래, 네 말대로네.”

     

   약재 쏟은 값은 똑똑히 해야지.

     

   “가자, 제블람으로.”

     

   익시온과의 끝을 보기 위해.

   크라슈는 마지막 피스를 완성 시키기로 했다.

     

     

   * * *

     

     

   클로리아 도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상당히 삭막한 도시다.

     

   풀잎이 피어나는 초목도 없고, 땅바닥도 쩍쩍 갈라져 있다.

   특히, 하늘은 무척이나 우중층하기 그지없어 클로리아에 사는 도시민들은 우울증 지수가 높다.

     

   이런 삭막한 곳에 왜 도시가 만들어졌는가.

     

   이유는 간단했다.

   클로리아의 도시에서는 온천과 함께 귀중한 자원이 나오는 산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클로리아는 광부나 온천 여관 주인이 많은 곳이었다.

   클로리아 가문이 세워진 계기도 이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 클로리아에 한 소년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올해로 18살.

   클로리아 가문의 직계이자 라헬른 아카데미까지 졸업한 이, 조디악 클로리아였다.

     

   “조디악 님, 이번에 나온 신상품 달걀인데 하나 드시고 가시지요!”

   “이 양반아, 그런 썩은 달걀 누가 먹어! 조디악 님, 그러지 마시고 요번에 운 좋게 들여온 질 좋은 찻잎입니다. 가져가서 드셔 보시지요!”

     

   조디악은 도시 주민에게 무척이나 인기 많았다.

     

   클로리아는 과거, 클로리아 자경단에서 시작한 가문인 만큼.

   평민에서 시작된 뿌리라 평민들도 클로리아 가문 사람들을 워낙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실력과 귀여운 외모를 지닌 조디악이 특히 인기가 높았다.

     

   “미안, 형이 불러서 다음에!”

     

   조디악은 해맑게 말하고는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시민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이내 슬쩍 모여들었다.

     

   “불쌍한 조디악 님, 왜 그런 망나니 형을 둬서는.”

   “쯔쯧,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리만 차지하고 재능 있는 둘째는 취급이 저러니.”

   “클로리아의 미래가 어둡구만.”

     

   시민들은 다들 조디악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그들의 말대로 클로리아의 첫째 조르발 클로리아는 소문이 무척이나 안 좋았다.

     

   일하던 하녀와 하인을 손찌검했다는 것부터 시작해.

   가게에 종종 들어와 깽판을 친 적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그 일들은 대부분 감히 클로리아의 첫째를 무시하느냐로 시작됐다.

     

   만약 그의 곁에 있던 기사들이 가주의 명으로 폭주하는 첫째를 막지 않았다면.

   그의 손에 맞아 죽은 시민까지 나왔을지도 몰랐다.

     

   “그런 폭군이 클로리아의 가주라니.”

   “말세다. 말세야.”

   “현가주님이 세상을 뜨시면 나도 클로리아를 떠야겠구먼.”

     

   시민들에게 탐탁지 않은 반응이 나오던 때.

   조디악은 가문의 정원에 들어왔다.

     

   “조디악.”

     

   그가 걸음을 옮겼을까.

   얼마 후 조디악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다.

     

   조디악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조디악과 닮은 사내가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의 사내는 조디악보다 우중충한 얼굴과 큰 키를 지녔다.

     

   사내는 천천히 조디악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짝!

     

   이내 조디악의 뺨을 후려쳤다.

     

   “가주 후보인 형의 말이 우스워? 뭘 했길래 이리 굼뜨게 오지?”

     

   조디악은 꺾인 고개 그대로 침묵했다.

   그걸 가만히 내려다보던 사내는 하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이내 몸을 돌렸다.

     

   그가 바로 클로리아 가문의 첫째인 조르발 클로리아였다.

   

   “바깥에서 들어온 천한 핏줄인 놈이니 시간 개념조차 없는 것이겠지. 따라와라. 아버지께서 부른다.”

     

   뺨을 맞은 조디악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왜일까.

   뺨을 맞은 조디악은 스산할 정도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가족마저 속였다. 완벽하다.’

     

   당연하다.

   그는 조디악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조디악의 정체는 크라슈 발하임.

   그가 조디악의 분장을 한 것이다.

     

   조르발은 모를 것이다.

   그가 지금 누구의 뺨을 후렸는지.

     

   그리고 앞으로 그에게 들이닥칠 불행 또한 말이다.

     

   그렇게 클로리아 가문에 어두운 그림자가 들어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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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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