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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3

       “게임 스토리가 조금 이상한 것 같습니다만.”

        

       “응? 이상하다니? 이야기는 제대로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어?”

        

       “그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지금 나에게 질문을 한 클레어나, 옆에서 같이 게임을 하는 걸 보고 있는 앨리스는 이 게임의 어디가 이상하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전 시리즈를 전부 플레이해본 내가 보기에는 시작 지점이 이상했다.

        

       내가 플레이한 전작까지의 스토리에서는 황제를 처단하는 것까지 다 끝났으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죽은 이들이 몇몇 있었고, 스토리 자체도 아직 다 끝을 맺지는 못한 상태였기에 다소 우울한 분위기로 끝나긴 했지만.

        

       “아, 그렇구나. 이건 소설로 치면 중간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했지.”

        

       옆에 있던 앨리스도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읍읍]

       [읍읍읍]

       [함정인가?]

        

       “함정 아닙니다. 물론 스포일러하시는 분은 제가 친절하게 밴 해드리겠습니다만.”

        

       [실비아다!]

       [진짜 실비아다!]

        

       그야 진짜 실비아가 맞으니까.

        

       그런데 이 게임에서의 실비아는 진짜 무슨 성격인 건지 모르겠네.

        

       그래도 초반에는 제대로 감정을 숨겼다고 생각하는데.

        

       “아무튼, 원작에서는 이미 스토리가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었습니다. 황제의 야욕을 저지할 수 있었으니까요.”

        

       다시 게임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러니 이렇게 게임이 ‘시작 부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조금 이상했다. 아무리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었다고 해도,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었다고 해도 무슨 평행세계 플레이하듯 스토리가 아예 초반으로 돌아가 버리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그게 프롤로그에서 잠깐 나오고 끝나는 상황도 아니고, 지금 거의 일곱 시간 째였다.

        

       말이 일곱 시간이지, 세세한 것 따지지 않고 스토리만 쭉쭉 밀면 20시간에서 30시간 정도 걸리는 게임 시리즈다. 사실상 거의 절반에서 3분의 1지점으로 왔는데도, 스토리는 이번 세계관 1편의 초반부와 거의 같았다.

        

       아니지, 그렇다고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의문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아냐. 이게 맞아.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기 방 안에서, 침대 구석에서 무릎을 안은 채 앉아 그렇게 중얼거리는 게임 속의 실비아.

        

       “언니…… 저런 고뇌를 품고서 지냈구나…….”

        

       “……아닙니다. 저는 저런 고뇌를 한 적이 없습니다.”

        

       “아마 실비아는 저렇게까지는 고민하지 않았을걸.”

        

       [뭐임? 컨셉임?]

       [코스프레하더니 진짜 캐릭터라는 컨셉으로 가려는 모양이네ㅋㅋㅋ]

       [오히려 좋아]

        

       게임의 실비아는 가슴 속에 뭔가 마음을 품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외로 행동 원리는 나와 비슷할지 모르겠다. 나도 최종적인 목적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이 죽지 않은 상태로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실제로 성공하기도 했고.

        

       *

        

       게임 자체는 레오의 시점으로 흘러갔다.

        

       그렇기에 저 안의 실비아가 시간을 돌리는 능력이 있는지 나오지는 않았지만,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스킬 중 명중률을 100퍼센트로 만드는 스킬이 있었고, 해당 스킬을 사용하면 뒤쪽에 있던 순서를 앞으로 당겨올 수 있었다.

        

       게다가 스킬의 이름은 ‘크로노 리버스’였다.

        

       다만 원래 이 게임 속에서 ‘크로노’라는 이름이 붙은 스킬이나 마법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실비아라는 캐릭터에 스킬 이름에 ‘크로노’라는 것이 붙은 것만을 보고 이 캐릭터가 아예 시간 자체를 돌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애초에 이 게임에서 스킬을 사용했을 때의 이펙트는—

        

       “조금 전에 배경이 도시 한가운데 아니었어? 왜 갑자기 산꼭대기로 자리가 옮겨지더니 검으로 눈송이를 베고 있는 거야?”

        

       레오의 오의를 보면서 앨리스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건 게임적 허용입니다. 시적 허용 같은 거죠.”

        

       “……그러면 내가 검을 휘두를 때 뒤에서 그리폰이 울부짖는 형상이 보이는 것도 그런 거야?”

        

       앨리스의 스킬 중에는 확실히 그런 것이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래도 내 검술은 꽤 평범하네.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진다는 것만 빼면. 그리고 움직임이 너무 뻣뻣해.”

        

       클레어는 자기 검술에 대해서 담백한 평을 남겼다.

        

       그런데 움직임이 뻣뻣한 건 검술을 재현하지 못했다기보다는 그냥 기술력의 문제 같은데…… 아닌가? 기술력이 부족해서 검술을 재현하지 못했다고 하면 또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검술?]

       [설마 본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

        

       “지금 방송을 보는 사람 중 일부가 저 게임 속의 인물이 클레어 당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응? 그야 당연히 나지. 보면 알잖아? 이름도 똑같고.”

        

       [?]

       [???]

       [?]

        

       순식간에 올라가는 무수한 갈고리.

        

       물론 저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리둥절하거나 정말로 믿는다는 듯한 표정은 아닐 거다.

        

       그보다는 그냥 웃고 있겠지.

        

       원래 누군가가 엄청나게 예쁜 다른 누군가를 자기에 비유하면 시청자는 저런 식으로 반응한다. 스트리머 놀리는 재미로 보는 사람도 많으니까.

        

       [너무 오그라드는 거 아님?]

        

       “오그라들어도 참으십시오. 처음부터 이 방송을 선택한 건 당신들입니다. 애초에 게임 안의 캐릭터들과 꼭 닮은 캐릭터들이 나올 때부터 알아보시지 않았습니까?”

        

       [인정합니다]

       [아ㅋㅋㅋ 실비아 본인이 하는거 아니면 이 방송 왜봤겠냐고ㅋㅋㅋ]

       [게임하는 내내 노가리만 깔텐데 왜 보고 있겠냐고 아 ㅋㅋㅋㅋ]

        

       그렇지.

        

       애초에 이 게임을 방송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은 게임 페이스가 루즈했기 때문이다.

        

       혼자서 느긋하게 스토리 감상하며 하기는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플레이하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일단 플레이 방식 자체가 턴제라서 화려함이 떨어지는 데다가 대사는 텍스트로 나오고, 한 편 한 편 플레이타임이 길고 여러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한번 방송하기 시작하면 게임 끝날 때까지 그것만 방송해도 모자란다.

        

       애초에 이 게임 팬들은 방송으로 게임을 보는 것보다는 본인이 하는 걸 더 좋아할 수밖에 없다. JRPG가 그렇지 뭐.

        

       미소녀 세 사람이 코스프레까지 하고 플레이하는 게 아니면 왜 보겠냐고.

        

       [아 본인들이 게임한다는데 어쩔거냐고 ㅋㅋㅋㅋ 산타도 실제로 존재하는데 게임 속 히로인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겠냐고 ㅋㅋㅋㅋ]

        

       “실비아 남편 님, 만원 후원 감사합니다.”

        

       “언니 남편?”

        

       “클레어, 저건 그냥 본인이 주장하는 자기 이름이야.”

        

       클레어의 반응에 앨리스가 대답했다. 클레어는 ‘아, 그랬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맞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산타클로스는 존재합니다. 산타클로스가 없다면 누가 크리스마스이브 정각에 제 머리맡에 선물을 두고 가겠습니까? 게다가 미 공군은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산타의 위치를 추적하여 보고하기까지 합니다.”

        

       [아ㅋㅋ 그렇지ㅋㅋㅋ 산타클로스는 실존하지]

       [실비아 꿈 지켜!]

       [오그라들면 알아서 나가라]

        

       내가 대놓고 그런 말까지 하자, 시청자들이 우리를 옹호했다.

        

       애초에 컨셉 잡고 방송하는 곳에 와서 오그라든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것부터가 웃긴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2D 가면 쓰고 방송하는 버튜버들은 뭐가 되겠냐고. 이해하지 못하면 본인이 나가야지.

        

       뭐, 사실 그 ‘오그라듦’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도 우리 세 사람이 그 2D 미소녀 캐릭터에 비견될 만큼 예뻐서이긴 하겠지만.

        

       “아.”

        

       그렇게 순조롭게 플레이하던 중, 나는 조금 당황했다.

        

       게임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본편에서는 주기적으로 ‘인연 이벤트’를 볼 수 있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인연 이벤트를 보거나, 게임 도중에 상인들에게 선물 아이템을 구매해 캐릭터들한테 선물하면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데, 이 호감도가 오름에 따라 엔딩에서 이어지는 캐릭터가 정해진다.

        

       아카데미에서의 첫 주를 끝내고 나서—그러니까, 내가 첫 의뢰를 나갔다가 클레어와 레오의 성실함에 질리고, 모의 전투에서 시간을 돌려가며 완벽한 승리를 얻어냈던 그 주의 주말—저녁 시간, 레오는 기숙사 안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오, 언니, 화면에 이 하트 모양은 뭐야?”

        

       그리고 클레어는 아주 순식간에 화면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하트 모양은 총 세 개로, 모두 분홍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인연 이벤트를 하나 볼 때마다 줄어들어, 세 번을 모두 보고 나면 그 주의 이벤트는 완료.

        

       원래는 두 개뿐이지만, 내가 게임을 하는 내내 서브 퀘스트를 확실하게 클리어해서 그런지 추가 포인트를 얻어 사용할 수 있는 하트는 총 세 개였다.

        

       “…….”

        

       그리고 그런 이벤트가 있다면—

        

       실비아 팬그리폰이라는 캐릭터도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 게임은 끝까지 공략했을 시 마지막에서 거의 언제나 키스신이 있었다.

        

       그래픽이나 모션 때문에 대단히 야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별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클레어나 앨리스한테는 뭐라고 핑계를 대야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Ilham Senjaya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으로 후원해주셨기에 독자닉네임 기능으로 인사드립니다!

    본편을 즐겨주시고, 이렇게 외전까지 읽어주시니 너무 감사할 따름입니다.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마다 언제 분량을 채우고 화수가 쌓이게 될까 걱정하는데,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읽어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그분들의 응원을 따라 달리고 달리다보면 이렇게 소설이 백 화고 이백 화고 쌓이게 됩니다. 그리고 본편을 완결낼때쯤에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의 글을 읽어주시며 돈과 시간을 써주셨다는 것에 놀랍니다. 부디 제 글을 읽으시는 동안 여러분께서도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외전은 소설 본편을 쓰면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장면들, 그리고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이나 아이디어들을 받아 쓰게 됩니다. 사실 어느정도 전개를 정해두어야 하는 본편에 비해서 전개가 더 자유로워서 쓰면서 꽤 즐겁네요. 그리고 이 즐거움도, 여러분의 응원이 아니었다면 느끼기 힘들었겠죠.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쭉 여러분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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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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