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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3

    “흐음, 손님이 생각보다 많지 않구나.”

     

    루크가 곤란한 듯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저런 일과 함께 카페 영업이 시작되고 몇시간이 지났으나, 한가로운 카페 상황.

    참 이상한 일이다.

     

    케일라를 비롯한 아이들의 친구들도 놀러와서 하나같이 호평 일색이었건만, 좋은 반응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것에 비해 실적은 저조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이래선 기껏 생각해 준 시루드의 도움도 전혀 필요 없겠구나 싶다.

     

    그에 케일라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게, 지금 쯤이면 이제 외부인도 들어오고 있을 텐데, 아무도 오질 않네. 카페가 눈에 잘 안 띄나?”

    “그럴리가, 기껏 간판까지 달았는데. 당연히 눈에 띄지 않겠느냐?”

     

    혹시나 사람들이 못 보고 지나칠까봐, 루크가 직접 깔끔하고 고풍스런 글씨체를 살려 간판작업까지 했다.

    그러니 아마 길을 오가면 반드시 보였을 텐데, 그것을 보고도 들어오지 않는 건…….

     

    그 때, 케일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렸다.

     

    “글씨가 너무 딱딱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러게 내가 간판은 조금 더 귀여운 글씨체로 하자고 했잖아.”

    “무, 무슨 소린가, 내 글씨체가 어때서!”

    “좋게 말하면 고풍스럽고, 나쁘게 말하면 좀 낡아 보이는 정도?”

    “뭐라고!”

     

    손님이 오지 않는 원인을 자신의 글씨체에서 찾는 듯 한 케일라의 주장에 루크는 억울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글씨체는 무려 레니에가 직접 ‘좋아한다’고 말해 주었던 것인 만큼, 내심 자부심을 갖고 있었거늘!

     

    루크는 케일라에게 간판작업을 하던 당시 했던 이야기를 다시한번 읊었다.

     

    메이드라고 한다면 당연히 효율적이고 단정한 이미지!

    그렇다면 당연히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체보다는 적당히 세련되고 절제된 글씨체가 맞지 않겠는가?

    게다가, 당시엔 또 다들 잘 썼다며 인정하는 분위기이지 않았던가?

    이제와서 책임을 물으면 억울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 그게 원인이라 하기에는 너무 사소하지 않나? 손님이 오지 않아서 다들 실망한 건 나도 잘 알겠지만…….”

     

    루크의 주장은 하나같이 일리가 있었다.

    고작 간판의 글씨체가 딱딱하다는 이유로 손님이 아무도 없다는 건 확실히 이상했으니까.

    그러자 케일라도 깊이 생각을 하고 내뱉은 말은 아니었는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하아, 사실 그냥 해본 말이야.”

     

    케일라는 근처에서 의자를 하나 쭉 빼서 등받이에 가슴을 기대며 앉았다.

    꼬리와 귀는 그녀의 기분만큼이나 힘없이 축 늘어졌고, 얼굴은 이미 여러가지로 체념한 듯 보였다.

     

    “다들 엄청 노력했는데, 아무도 안 오니까 좀 속상해서 그래. 미안해.”

     

    케일라의 사과에 루크는 자신이 너무 감정적으로 몰아붙인 게 아닌가 싶어 표정을 누그러트리며 그녀의 곁에 다가가 등을 토닥여주었다.

     

    “괜찮다, 아마 여기서 제일 심란한 게 그대일테지.”

     

    케일라는 동아리의 부장으로써, 이 카페의 총 책임자이기도 했다.

    메이드라는 테마를 준비하고 카페의 인테리어나 분위기전반을 구상한 것도 그녀였으며, 디저트 메뉴를 작성하고 식재를 조달한 것도 바로 그녀였다.

    물론 루크가 옆에서 퀄리티를 조금 더 높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는 했다만, 그래도 대부분의 일은 부장인 케일라가 도맡아했다.

     

    즉, 이 축제를 위해 누구보다 노력한 것이 바로 케일라인 것이다.

    헌데 이런 결과가 나오면 답답하고 속상할 수 밖에 없지.

     

    “메이드로 하면 분명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봐.”

    “흐음.”

     

    케일라의 힘없는 웃음에 루크는 왠지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간판 글씨체 건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문제가 전혀 없다고 하기엔 찔리는 부분이 없지않아 있었으니까.

     

    ‘혹시 이것도 내 ‘불행’때문인가.’

     

    오늘 하루, 불행이 자신의 주변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이상, 아무래도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기엔 스스로도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 불행은 주체인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

    애초에 그러려고 이곳에 남아있던 것이 아닌가?

     

    루크는 힘을 실어 케일라에게 제안했다.

     

    “케일라, 장사가 안된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한번 직접 나가서 홍보지라도 돌리는 게 어떤가?”

    “홍보지? 지금? 뭐어……. 그럴까.”

     

    ———

     

    그 시각, 서드는 티그 아카데미에서 벌어진 축제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애당초 티그 아카데미에서 축제가 하는 중이라는 소식조자 듣지 못한 서드에게는, 이 광경이 너무나 낮설었다.

     

    너무나 많은 인파와 물건들.

    이래서야 자신이 아카데미를 찾은 것인지, 시장바닥을 찾은 것인지도 알 수가 없다.

     

    ‘대체 이게 다 뭐지.’

     

    게다가 아카데미 행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압도적인 규모.

    여기가 정말로 스승님이 다니는 아카데미란 말인가?

     

    그 때, 유미르가 흥분한 듯 외치며 팔짝 팔짝 뛰었다.

     

    “우와! 저거 봐! 거대 변신골렘이야! 진짜 멋지지 않아? 우와아……. 서드! 저거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축제에는 학생들이 만든 작품만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원래 드워프인 유미르는 그런 기계적인 매커니즘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변신, 그건 모든 남자아이들과 드워프들의 로망이었으니까.

    그 뿐 아니라, 볼 거리와 먹을 거리가 가득한 즐거운 축제는 굳이 좋아하는 주제가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기분이 상당히 들뜨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만 해도 좋은데, 무려 친구하고 같이 왔다니!

    유미르가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서드는 전혀 아니었다.

     

    “뭐, 만드는 놈이 알아서 했겠지…….”

     

    매사에 시니컬한 서드는 애초에 이런 자리를 즐길 수가 없는 성격이었고, 그렇다고 깊이 빠져들어 몰입할 만한 관심있는 분야도 지극히 적은데다, 인간들이 많이 몰려다니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이런 곳에 있으면 아무래도 경계해야 할 것들이 많기도 하다.

    인파 속에서 급습해오는 흉기는 아무래도 대처하기 어려운데다, 이어진 소동으로 범인을 뒤쫓는 것도 쉽지가 않으니까.

    게다가, 자신은 지금 촐싹대는 꼬맹이 하나와 같이 있는 상황.

     

    “와! 저거 봐! 솜사탕도 판다! 서드, 혹시 단 거 좋아해?”

    “아니, 별로.”

    “아하하, 그래? 사, 사실 나도 솜사탕은 별로 안 좋아해. 어, 먹으면 얼굴에 다 묻잖아. 끈적하기도 하고!”

    “그럼 왜 물었냐.”

     

    서드는 한숨을 팩 내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유미르는 꼬맹이가 맞는 것 같군.’

     

    주변에서 보면 무슨 여동생하고 놀러온 오빠처럼 보이지 않을까.

    서드는 이걸 보고서 유미르가 자신과 동갑이며, 그저 드워프라서 키가 작은 뿐일 거라는 상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하는 짓이 영락없이 어린아이 그 자체였으니까.

     

    그리고 어린아이가 저렇게 혼자 다니면 백이면 백, 길을 잃고 말 거다.

    이런 곳에서 미아찾기는 사절하고 싶은 서드는 이미 신나서 저 앞에 있는 유미르를 불러세웠다.

     

    “유미르.”

    “으, 응?”

     

    -덥썩.

     

    유미르는 크게 동요했다.

    서드가 유미르의 손을 잡아온 것이다.

     

    “놓치지 마라.”

     

    유미르가 동요를 하던 말던, 서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에 유미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서드가 손을 잡은 것은 미아 방지대책에 불과했지만, 유미르에게는 아니었으니까.

     

    “유미르?”

    “흐엑! ㅇ, 왜?”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갛지, 그렇게 추운가?”

    “아, 그, 그런가? 그럴지도…….”

    “그럼 목도리를 좀 올리지.”

     

    서드는 유미르의 목에서 목도리를 집어올려 입가를 덮었다.

    비가 왔다가 그친 날씨라 쌀쌀한 만큼, 감기는 조심하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굳이 감기에 걸린 여자애를 여기까지 데려왔느냐며 스승님께 잔소릴 듣고 싶지는 않으니 말이다.

     

    “…….”

     

    서드의 자상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던 유미르는 얼굴에 부는 찬바람이 괜히 고맙게 느껴졌다.

     

    “그,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찾는 사람이 있어서. 흐음, 분명 이 근처일 텐데.”

    “찾는 사람? 여기서?”

    “그래.”

     

    서드는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여기까지 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딱히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서드는 자신의 시야는 꽤 넓은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인파들 사이에서 목표물을 빠르게 찾는 건 뒷골목에서 암살자로 활동할 당시엔 당연한 능력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왠지 찾을 수가 없었다.

    반지에 새겨진 위치로는 분명 여기라고 나오는데 말이다.

     

    ‘이상하군, 저기 메이드 휴게소처럼 보이는 곳 말고는 다 훑어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실력이 녹슬었나.

     

    “하아.”

     

    서드는 근처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유미르도 그 곁에 따라 앉으며 물었다.

     

    “못 찾겠어?”

    “유감스럽게도……. 흠. 전화도 안 받으시고, 어떻게 해야하나.”

     

    이곳은 어딜 가든 사람이 붐비는 탓에, 서드가 찾는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찾기가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유미르는 그렇다면 자신도 찾는 걸 도와야겠다 싶어 묻는다.

     

    “나도 찾는 거 도와줄게! 찾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어?”

    “괜찮은 제안이군. 흐음, 그러니까…….”

     

    서드는 잠시 루크의 생김새를 떠올렸다.

     

    “고양이수인이고, 옅은 금발에 약한 곱슬머리. 언뜻 어리게도 보이지만 동시에 성숙해보이기도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성이지. 아마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다. 굉장히 특이하신 분이니까.”

     

    서드의 이야기를 듣던 유미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 그 모습을 상상했다.

    음, 음.

    그러니까 고양이수인에, 옅은 금발이랑 곱슬머리. 어리게도, 성숙해 보이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어, 여성?”

     

    여성이라고?

    순간 유미르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그렇다만.”

    “그, 그 사람하고는 무슨 관계인데?”

     

    서드는 문득 스승이라고 말하면 유미르가 지나치게 성숙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말 거라는 생각에 조금 에둘러서 대답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래도 대놓고 딱 보면 어린애라고 하기엔 스승님께 불경을 저지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어려 보이기도, 성숙해보이기도 한다는 식으로 말하기는 했다만 그녀의 첫인상은 ‘성숙’보다는 ‘어린’에 더 가깝기는 하니까.

     

    “뭐어……. 가까운 관계라고만 해 두지, 일단은.”

    “……!”

     

    유미르는 그런 서드의 말에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가까운 관계의 신비로운 여성’!

     

    유미르는 서드가 그녀의 외모를 묘사할 때에 굉장히 고심하면서도 묘하게 풀어진 듯 한 인상과, 왼 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의 존재를 뒤늦게 깨닫고 연관짓기 시작했다.

     

    설마.

     

    “그, 그럼 그 반지도……?”

    “아, 어떻게 알았나. 그녀가 선물해 준 거다. 너, 보기보다 눈치가 꽤 빠르군.”

    “!!”

     

    ‘여, 여자친구가 있었어?’

     

    끝이다.

    뭐, 진심으로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해도 받은 충격이 지워지는 건 아니었다.

    유미르는 서드의 손을 놓고 비틀거리다-.

     

    -타닥!

     

    도망쳤다.

     

    “?!”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기 때문일까, 이 경우엔 서드의 드래곤하트도 그에게 경고를 보내오지 않은 탓에 반응이 늦었다.

    그리고 그렇게 늦어진 반응 때문에 유미르는 금방 사람들 틈으로 섞이고 말았다.

    서드는 당황해 외쳤다.

     

    “어이, 유미르! 갑자기 어딜 가는거야? 돌아와!”

    “미안, 미안해!”

    “미안하다니, 뭐가? 일단 멈춰!”

     

    당최 갑자기 뭐가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서드는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어린애를 스승님과 만나기도 전에 미아로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그럼 나는 이쪽으로 가 보겠네!”

    “어?”

     

    -퍽!

     

    돌연 튀어나온 누군가와 부딪히고 말았다.

     

    “…?!”

     

    서드는 크게 놀랐다.

     

    자신이 이 정도의 위협에도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니?

    게다가, 부딪힌데다 자신이 밀려 쓰러지기까지 하다니?

    아까는 그렇다고 쳐도, 지금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자신이 평화에 찌들어 약해졌다고 해도, 이건…….

     

    “이건…….”

    “어이쿠, 미안하네. 다친 덴 없는가? 내가 요즘 운세가 영 좋지가 않아서…….”

     

    그 때, 메이드가 손을 내밀어오며 말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잠깐, 이 목소리는 익숙한데.’

    ‘흐음, 이 인상은 익숙한 것 같구나.’

     

     

    “에엑, 스, 스승님?”

    “서, 서드? 네가 왜 여깄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무리 서드가 살기감지능력 MAX여도 TRPG에서 회피굴림했는데 1이 뜨면 맞아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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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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