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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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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3화. 유사품에 주의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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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물이나 장소에 오랜 시간이 깃들면 그만큼의 애정과 흔적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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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 평생을 한 장소에서 꾸준히 수양한 스님의 발자국이 나무 바닥을 파고들어 깊은 족적을 남기는 것처럼.

        한평생 낚시를 한 늙은 어부의 피부에는 짠 바다 내음과 따가운 햇볕의 흔적이 새겨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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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라도 긴 시간과 애정을 쏟으면, 그것은 형태가 없음에도 분명히 눈으로 보이는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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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탈로스가 조금 이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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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경우에는 그것 중 하나가 탄탈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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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나름 탄탈로스 하우징에 진심이었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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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징과 탄탈로스 확장에 미쳐있을 때는 자나 깨나 하우징을 생각했고, 일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했던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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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나에게 탄탈로스의 곳곳은 눈에 보이는 것처럼 훤했다. 보지 않아도 어디에 무엇이 어떻게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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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 벽의 무늬는 원래 이 패턴이 아니었을 텐데? 그리고, 이 용암 구덩이. 원래보다 조금 더 깊게 파인 것 같고. 길이 난 것도 조금 틀어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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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던 것과 조금씩 달라진 탄탈로스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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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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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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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와 더불어 내가 볼 때마다 조금씩 몸을 떠는 발가르와 이시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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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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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뭔가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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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싶은 마음에 슬쩍 찔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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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이 싸웠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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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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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아아아아닙니다 하나 된 분이시여! 어찌 그런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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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습니다! 하, 하하! 어떻게 하나 된 분의 아래에서 태어난 이들끼리 서로 다투며 우애를 상하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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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웠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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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어설픈 녀석들의 모습에 픽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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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봐도 만나자마자 싸운 다음에 아차 싶어서 탄탈로스를 고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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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래도 엄청나게 싸운 것 같지는 않고. 살짝 파이고 흠집이 난 걸 수습한 정도인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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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 수습하려고 노력한 모습이 가상하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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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야 뭐.

        너그러이 봐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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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무너졌거나 반파된 것만 아니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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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갈등과 다툼 없이 모든 이가 지낼 수 있겠느냐. 다만… 지나친 갈등으로 서로 감정을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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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지시 적당히 하라는 말을 하니, 그제야 녀석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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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

        – 《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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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발가르에게 내준 숙제를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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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발가르여. 내 너에게 닷새의 시간을 주었을 터. 이제 그간의 성과를 나에게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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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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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닷새 동안 심연의 모든 악마를 정벌하겠다 나에게 약조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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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쩐지 발가르가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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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동안 심연에 남은 악마들 전부 모아 온 거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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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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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뿔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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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는 머리를 쥐어 싸매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심정을 가까스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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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찬히 살펴보면 그러했다.

        어버이께서는 자신에게 탄탈로스의 수복과 더불어 심연의 악마들을 정벌하는 것도 함께 명하시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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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당초 탄탈로스는 수단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것을! 진정한 목적은 악마들의 영혼을 정화하는 것이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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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찰. 자신의 불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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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동안 심판자와 다투며 무너진 탄탈로스를 수복하는 것에 정신이 팔려, 남은 악마들에 대해 미쳐 신경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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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전부 심판자 때문이다! 녀석이 나를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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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작에 탄탈로스를 고치고 남은 악마들을 살필 수 있었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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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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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히 때려주고 싶은 심판자를 째려본 발가르가 천천히 호흡을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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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탄탈로스로 오기 직전, 대악마들에게 남은 악마들을 모아오라 명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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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이 잘 해줬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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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께서 저에게 막대한 과제를 안겨주셨으니, 조금 더 중한 것을 제가 해결하였고 나머지는 저의 수하들에게 주었나이다. 그러니 어서 확인해보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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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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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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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시선이 탄탈로스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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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깨를 짓누르던 중압감이 사라지자 한숨을 내쉰 발가르가 이시디움을 날카롭게 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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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청한 심판자 녀석! 네가 나를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다른 일을 잊는 일은 없었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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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매한 마귀의 왕이여… 어찌 그대의 흠을 나에게 돌리는가? 실로 소인배다운 모습에 한숨이 다 나오는구나.》

        《돌대가리!! 작은 마귀의 왕은 머리가 돌이다!! 흐하하하!!》

        《흐흐흑… 우리에게 패배한 마귀의 왕이 우매하기까지 하다니… 참으로 불쌍하고 애석하도다… 어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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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말을 말지.

        한 마디가 세 마디로 돌아오니 되려 정신이 피곤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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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웅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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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금 태산과 같은 중압감이 탄탈로스에 도래했다. 어버이께서 돌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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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제발… 녀석들이 잘 해줬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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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닷새 동안 발가르는 탄탈로스에 처박혀 있어 대악마들이 어떻게 일했는지 확인을 못 했다. 그렇기에 긴장감과 초조함은 수십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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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여 훌륭하도다. 흠 잡을 곳 없이 해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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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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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 나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발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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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다. 죄를 털어낼 탄탈로스가 준비되었고, 영혼을 정화할 악마들 또한 한곳에 모였으니. 이제 나의 오랜 죄업에 대한 속죄를 시작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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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아아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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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엄한 말씀과 함께 나타난 무수한 별빛이 작은 꼬리를 남기며 탄탈로스에 내려앉았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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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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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어, 끄르르르릅… 크허어어…”

        “끼헤에에… 피휴우, 끼에에엑… 피유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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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게 잠에 빠진 하급 악마 수백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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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녀석들을 구덩이에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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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구궁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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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탈로스의 모퉁이 바닥이 깊게 꺼지며 끝도 없는 구덩이가 나타났다. 밤의 기병대와 용암 거인이 하급 악마들을 우악스레 집어 들어 구덩이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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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죄를 털어내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고통을 느낄 것이니. 녀석들을 깊은 구덩이에 가둬 오감을 거두었노라. 구덩이 속에서 녀석들의 영혼은 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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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이 정화되는 과정에서 느낄 고통까지 염려하여 오감을 차단하시다니.

        하나하나 사소한 부분까지 얼마나 자비로우신 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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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탄하던 발가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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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고하신 어버이시여. 부족한 자식이 감히 아뢸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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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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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급·중급 악마들은 잠재운 다음 구덩이에 넣어 영혼을 정화할 수 있다고 하지만, 대악마들의 경우도 가능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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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은 하노라. 허나, 네가 말하는 대악마라면 영혼이 온전했던 대악마를 말하는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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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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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영혼은 타락한 것도, 타락하지 아니한 것도 아닌 중도의 길에 있나니. 다른 악마들처럼 정화하려 한다면 되려 큰 화를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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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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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게 침음한 발가르가 대악마들의 원한과 복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리하며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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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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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퍼하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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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침묵 속에서, 그리고 약간 흔들리는 시선에서.

        발가르는 어버이의 탄식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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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대해서는 내 따로 방법을 강구하겠노라. 너는 이에 대해 염려하지 말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악마들을 통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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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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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가르와 이시디움, 탄탈로스의 모든 존재가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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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을 짓누르던 중압감이 서서히 옅어지고 있다. 이윽고 어버이의 시선이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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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투는 것은 좋으나 과하지는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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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예엡!》

        《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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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지시 들려온 어버이의 말에 발가르와 이시디움이 대경하며 머리를 쿵, 바닥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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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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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발가르와 이시디움에게 적당히 다투라고 말한 뒤, 심연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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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실수로 타락한 악마의 영혼 정화라는 중대한 과제는 어찌어찌 넘겼지만 그닥 기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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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또 머리 아픈 일이 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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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이 반 정도 뒤틀린 대악마가 무려 넷.

        다르게 말하면 반 정도는 멀쩡한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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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이 완전히 뒤틀린 다른 악마들처럼 무작정 탄탈로스에 넣는다고 영혼이 정화되지는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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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락할 당시의 기억도 멀쩡하고, 나에 대한 복수심도 뚜렷하다.

        섣불리 접근하면 되레 적개심만 커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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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씁. 이건 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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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녀석들에 대한 문제는 머리 한구석에 잘 기억했다. 틈틈이 대악마들을 관찰하면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겠지.

        ​

        ‘그러면 이제 할 일은…’

        ​

        교리랑 성전, 경전 만들기는 나중에 케넬름이랑 하면 될 거고.

        ​

        “이제 다른 애들이나 좀 봐야겠다.”

        ​

        <세계 탐험 모드>에서 곧장 화면을 조작해 무작정 카메라를 이동시켰다. 대륙의 곳곳을 덮고 있던 안개는 나의 위명이 널리 퍼지면서 거의 사라진 지 오래.

        ​

        이제 대륙에서 내가 볼 수 없는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하는 김에 새로 만든 무기를 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

        제작 과정에서 작은 별빛이 깃들며 우연히 만들어진 ‘E등급, 작은 햇별의 롱소드’.

        ​

        케니스나 한스, 프리가와 이스칼에게 주기에는 너무 저급의 무기였지만.

        지금부터 내가 살펴보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절세의 보검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

        ‘뭐, 그것도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어야 주지.’

        ​

        내가 그간 이세계에 뿌린 무기만 해도 수백 개에 달한다. 그것도 한동안 무기 파는 것을 설렁설렁해서 그렇지, 계속 진심으로 했다면 수천 개는 너끈하게 팔지 않았을까.

        ​

        그 수백 개의 검과 방패, 활 등은 모두 내가 확인할 수 있다. 따로 게임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아니었고, 이건 그냥 내가 신이라서 할 수 있는 거다.

        ​

        애초부터 내가 만든 물건인데 그 정도쯤이야.

        ​

        ‘어디 보자… 무기들이 주로 모여있는 곳은, 역시 성도랑 제국이 많구나.’

        ​

        대륙 위에 내 무기가 돌아다니는 곳을 반점으로 표현하면 성도와 제국 주변에 많이 쏠려있다. 아무래도 그간 성도와 제국을 중심으로 활동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그만큼 내가 보는 것도, 활동하는 범위도 성도와 제국의 주변이었고.

        ​

        아무 생각 없이 무기의 분포를 확인하다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

        “…뭐지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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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반점의 밝기를 100이라고 표현한다면 그중 몇몇 소수의 것들의 밝기가 현저하게 낮았다. 대충 20에서 40 정도?

        ​

        설마 내가 만든 무기에 이상이라도 생긴 것인가 싶어 어두운 반점 중 하나로 화면을 이동시켰다. 한참이나 이동하니 가파른 산등성이가 보였다.

        ​

        – “이, 으이익!! 이 녀석!! 덤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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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꾸이이익!! 꾸헤에엑!!

        ​

        장비 하나 없이 창 하나만 들고 있는 녀석이 커다란 짐승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내가 제대로 확인했다면 저 녀석이 들고 있는 창의 상태가 좀 이상하다는 뜻인데.

        ​

        ‘…창? 내가 창을 만든 적이 있던가?’

        ​

        엄연히 따지면 만든 적은 있다. 하지만 만들어서 밤의 기병대와 이시디움에게 줬을 것이지, 지상에 뿌린 적은 없을 터.

        ​

        하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희미한 빛이 이 창을 가리키고 있다. 다른 정상적인 것들보다 조금 어둡기는 하지만…

        ​

        ‘저건 내가 만든 적 없는 무기인데, 내가 만든 무기라고?’

        ​

        아무리 기억을 해봐도 이런 창을 만들어서 지상에 뿌린 적이 없는데? 

        ​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황급히 다른 곳으로 화면을 옮겼다.

         조금 떨어진 곳에 마찬가지로 어두운 반점이 있었고, 그곳에는 쌍검을 든 녀석이 멧돼지와 대치하고 있었다.

        ​

        ‘싸, 쌍검이라고?!’

        ​

        양손에 들고 싸우는 필패의 상징, 게이의 필수 애장품이잖아!

        ​

        “으아아악! 내가 이런 게이템을 만들었을 리 없어!!”

        ​

        창에서는 조금 긴가민가했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 있다.

        쌍검이라니! 내가 저런 게이스러운 무기를 만들 리가 없잖아!!

        ​

        – “흐아아압!! 죽어라!!”

        – 꾸히이익!! 꿰에에엑!

        ​

        심지어 쌍검을 든 녀석이 높이 점프하며 공격을 시도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동작이 큰 만큼 빈틈 또한 크게 보였고.

        ​

        – 뻐억!

        ​

        – “끄하아악!”

        ​

        멧돼지의 돌진에 치여 꼴사납게 데굴데굴 굴렀다.

        ​

        “크아아악!! 점프 공격까지!!”

        ​

        도대체 누구냐! 

        누가 쌍검이라는 끔찍한 물건을 만들어서 세상에 뿌리고 있는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신선우’님. 후원 정말로 감사합니다…!! 세상만사 새옹지마, 라고 하지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에는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독자님들에게 좋은 일에는 계속 좋은 일만 생기고, 나쁜 일은 빨리 끝나고 좋은 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요즘입니다! 다들 따뜻하게 잘 입어서 감기를 피하시기 바라고, 좋은 일 뒤에는 계속 좋은 일이! 나쁜 일은 빨리 끝나고 엄청 좋은 일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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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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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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