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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3

       *** ***

         

       전입은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끼며 주섬주섬 품을 뒤졌다.

         

       “후우우우….”

         

       비싼 돈을 들여 구매한 청심환을 꿀떡 삼킨 전입은 한참이나 숨을 내쉬다가 중얼거렸다.

         

       “이런 사기꾼들 같으니라고. 전혀 진정이 안 되잖아!”

         

       약의 힘을 빌려 긴장감을 다스리려는 시도를 실패한 전입은 어쩔 수 없이 천마전을 향해 나아갔다.

         

       찌릿!

         

       천마전을 향해 나아가자 경비무인들의 칼날 시선이 전입을 향해 쏟아졌다.

         

       “무슨 용무지?”

         

       “소, 소인은 전입이라 합니다. 마교의 지존께서 오늘 소인보고 천마전으로 출두하라는 명을 내리셔서…”

         

       “신분증.”

         

       “예, 예!”

         

       신분증을 확인한 경비무인이 검을 거두며 말했다.

         

       “따라오시게.”

         

       전입은 마구 고개를 끄덕이며 경비무인의 안내에 따라 천마전에 진입했다. 전입은 위서련와 위지천이 마주 앉아 있는 방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신교의 주인을 뵙습니다!”

         

       “흠. 그래. 가까이 오도록.”

         

       “예! 예!”

         

       전입은 떨리는 몸을 이끌고 천마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나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이보다 더 가까이 있지 않았나?’

         

       그 사실을 자각하고 나니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남모르게 심호흡을 하며 조금씩 평정심을 되찾아 가고 있을 때였다.

         

       “본좌가 오늘 그대를 부른 이유를 알고 있는가?”

         

       전입이 잽싸게 부복하며 말했다.

         

       “미천한 소인이 어찌 천마님의 의중을 간파할 수 있겠습니까! 하명하신다면 충심으로 따르겠습니다!”

         

       “오늘 그대를 부른 이유는 이것 때문이다.”

         

       전입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천마의 손을 따라갔다. 상 위의 무언가를 가르킨 천마의 손을 확인한 전입은 부복한 자세 그대로 고개를 빼들어 상 위를 확인하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주사위. 잔. 골패.

         

       익숙한 도박용품들이 펼쳐져 있었다.

         

       “어제 지하도박장에서 펼쳤던 수법에 관심이 가더군.”

         

       전입은 어제의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렸으나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종일 머리가 터지도록 고민한 결과 아주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니까.

         

       ‘천마께서 명하시는 대로 하자!’

         

       전입은 생각을 포기했다.

         

       나는 마교의 아랫사람이니 그냥 천마님께서 까라는 대로 까자!

         

       어제의 결론을 머릿속으로 되새긴 전입은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수라고 해 봐야 뭐 별 것 있겠는가.

         

       지하도박장에 드나드는 무인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자신을 부른 것일지라도 그냥 천마께서 시키는 대로 하자.

         

       주리를 틀라고 명하시면 주리를 틀면 되지.

         

       상상속에서 다른 지하도박장의 무인들을 고문하던 전입은 각오를 마쳤다.

         

       “그대가 아는 도박 수법들을 본좌와 소천마에게 알려줄 수 있겠는가?”

         

       “…예?”

         

       그러나.

         

       전입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의미의 각오였다.

         

       *** ***

         

       “도박의 기본은 섬세함입니다.”

         

       전입은 절정무인이자 도박사였다.

         

       전입은 의도적으로 잔을 쥔 채 쾌의 초식을 펼쳤다.

         

       딱!

         

       그리고 울려 퍼지는 명쾌한 소리.

         

       바로 잔 속의 주사위가 잔과 부딪힌 소리였다.

         

       “야바위를 하던 도중 이런 소리가 들린다면 아무리 빠르게 잔을 움직인다 한들 소용이 없겠지요.”

         

       “음.”

         

       천마와 소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우선 두 분께서는 기초가 숙달되어야 할 것입니다.”

         

       전입은 천마와 소천마에게 최소한의 기본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잔을 잡는 법. 패를 섞는 법. 주사위를 쥐는 법과 같은 자세부터 시작해서 판에서 쓰이는 손기술들까지.

         

       “도박의 종류는 많습니다. 보통은 한 종목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익혔다 싶으면 다음 것으로 넘어가기 마련이지요.”

         

       “그럼 어떤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겠는가?”

         

       “저는 야바위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골패는 수싸움이 매우 치열하기에 경험이 중요하고, 주사위 도박은 공격과 수비 양측에 운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 있어 직관적인 판단이 어렵습니다. 반면 야바위는 아주 직관적이지요. 상대를 속인 것도 확실히 알 수 있고 상대에게 속은 것도 확실히 알 수 있으니 도박의 기초를 닦기에 좋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메마른 솜에 물이 부어진 것처럼 전입의 지식과 기술을 흡수했다.

         

       그렇게 기초를 닦기 시작한지 일주일.

         

       전입은 속으로 감탄했다.

         

       ‘두분 다 학습능력이 엄청나시군.’

         

       남들이라면 익히는데 몇 주는 걸릴 법한 기술을 하루만에 소화해내는 두 사람.

         

       과연 천마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럼 이제 무공을 섞은 도박기술에 대해서도 알려드리겠습니다.”

         

       “호,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가는군.”

         

       “사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들을 상대로는 무공을 섞은 도박기술 자체가 필요가 없습니다.”

         

       일반인 도박사들의 발작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입에 담은 전입.

         

       “도박에 아예 문외한이라면 모를까, 어느 정도 도박 기술을 알고 있다면 내공을 동원하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지천과 위서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낮은 경지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절정부터는 무인과 무인이 아닌 자들간의 체급 차이가 확연해지니까.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기술이 무용지물인 것과 같았다.

         

       이미 압도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이가 굳이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 무공을 섞은 도박은 무인과 무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도박을 위한 전용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그렇군.”

         

       “정확히는 일반인이라면 속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인이기에 걸릴 수밖에 없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에 상대와의 경지 차이가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입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도박 기술이 비슷한 화경 고수가 일류 고수를 이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무공을 섞은 도박을 펼치면 훨씬 더 큰 차이로 압승을 거둘 수도 있지요.”

         

       위서련과 위지천의 눈이 마주쳤다.

         

       두사람의 머리에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경지 차이가 나면 더 잘 먹히는 기술이라.

         

       그렇다면 호천안을 상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이제부터 무공을 섞은 도박 기술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전입은 두 사람을 상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풀어냈다.

         

       두 사람은 전입의 가르침을 흡수하면서 생각했다.

         

       이건 정말로 호천안에게 통할 지도 모르겠다고.

         

       그 뒤로 일주일.

         

       전입은 두 사람이 펼친 야바위를 최종 점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야바위에 한해서는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겠군요.”

         

       전입의 말은 들은 위지천은 지금까지 호천안과 벌인 승부를 떠올렸다.

         

       승부라기보다는 강습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기억들이 위지천의 머릿속을 채웠다.

         

       “그래. 이제는 한번 겨룰 때도 되었지.”

         

       초짜 도박사 위지천.

         

       위지천은 도신 호천안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기로 결심했다.

         

       *** ***

         

       천마 위지천과의 도박승부.

         

       위지천과의 도박승부는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위지천에게 도박을 사용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으나 위지천이 도박 그 자체를 즐기게 된 지금은 일이 훨씬 쉬워졌다.

         

       어디까지나 승부를 겨룬다는 전제는 바뀌지 않았지만.

         

       그저 흥미 위주의 볼거리로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마구 다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도박사 대 도박사로 겨루는 구도가 훨씬 안정적이고 유리한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그렇게 조금은 편안한 마음을 품고 천마전으로 향했더니 위지천은 내 느슨해진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변화를 몰고 왔다.

         

       “오늘은 제대로 승부를 겨루어 볼 생각이다.”

         

       하루에 하나씩 내가 소개하는 대표적인 도박 종목들을 체험해보던 위지천.

         

       그런 방식으로 도박을 즐기던 위지천이 돌연 종목을 지정했다.

         

       “야바위 말입니까?”

         

       “그러하다. 그대는 오늘 본좌의 공세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승부는 5선승제로 진행하지.”

         

       나는 위지천을 바라보면서 정신무장을 새로이 했다.

         

       위지천은 오늘 나에게 배움이 아닌 승부를 신청했으니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공격만으로 위지천이 나에게 이길 확률은 한없이 0에 가까웠지만 절대 방심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천마가 괜히 승부를 걸었겠는가?

         

       일말의 승산이라도 있으니 승부를 걸었겠지.

         

       내 판단으로는 전혀 승산이 없을지라도 천마의 입장에서는 무언가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 시작하지.”

         

       천마가 잔을 섞는 것으로 승부가 시작되었다.

         

       사삭. 사사삭.

         

       나는 천마가 잔을 섞는 것을 보며 생각했다.

         

       확실히 타고난 신체적 재능이 다르긴 해.

         

       천마와의 도박승부가 시작된지는 한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천마의 잔 섞기는 고작해야 도박을 접한지 한달도 안 된 초짜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재능만으로 이루어진 결과는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요 근래 실력이 쑥쑥 느는 것이 어디서 스승이라도 구한거 아닌가 몰라.

         

       천마의 도박 스승이라.

         

       참으로 기묘한 어감이었다.

         

       상념을 떨쳐내고 천마의 야바위에 집중했다.

         

       천마의 실력이 빠르게 느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마의 야바위가 위협적이라는 건 또 아니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어느 장터에서나 어렵지 많게 만날 수 있는 야바위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뭐라도 준비를 했으니까 천마가 판을 벌였을 터.

         

       천마의 승부수가 고작해야 이 정도일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 순간 변화가 시작되었다.

         

       변화는 잔이 아닌 천마에게서 시작되었다.

         

       스스스!

         

       갑자기 은은하게 분출되는 흑룡기!

         

       나는 깜짝 놀라 천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속을 알 수 없는 천마의 담담한 눈동자를 바라본 순간 나는 직감했다.

         

       당했다.

         

       잔이 섞이고 있는 와중에 판에서 눈이 떨어졌다.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돌려 보았지만 이미 천마의 손은 멈추어 있었다.

         

       “후.”

         

       나는 천천히 방금 전의 상황을 복기했다.

         

       흑룡기가 꿈틀하는 순간 나는 도박판에서 시선을 떼고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도박사로서는 있을 수가 없는 기초적인 실수.

         

       ….그러나.

         

       무인 호천안으로서는 그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눈은 마음의 창.

         

       상대방이 기를 움직이는 순간 그 기의 운용을 짐작할 수 있도록 눈동자를 쫓아야 했으니까.

         

       내가 도박판에 앉아 있었고 천마 위지천이 모종의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튀어나온 무인의 본능.

         

       나름대로 위지천의 수에 대응한다고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 있었는데 긴장감이 부족했던 것일까.

         

       머릿속에서 방금 당한 수를 복기하고 있을 때 위지천의 입이 열렸다.

         

       “잔을 골라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담담하게 잔을 고를 것을 종용하는 위지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내 생각을 정정했다.

         

       긴장감은 충분했다.

         

       내가 판에서 눈을 뗀 것은 내 방심 같은 것이 아니었다.

         

       …유도당했다.

         

       천하제일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무인 위지천이 자연스럽게 내 무인으로서의 본능을 자극한 것이다.

         

       나는 위지천의 채근에 왼쪽의 잔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잔에서 눈을 떼버렸으니 주사위의 행방은 알 길이 없었지만, 그때까지 잔을 섞은 위지천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그나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왼쪽의 잔이었으니까.

         

       툭.

         

       잔이 쓰러지고 잔 속이 드러났다.

         

       왼쪽의 잔은 텅 비어 있었다.

         

       “1승이로군.”

         

       담담하게 말하는 위지천의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승부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음화는 완성되는대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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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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