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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3

        

         파장창—!!

         

         급조해서 만든 티가 역력한 화염병이 깨지는 소리가 거리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덧붙여서 건물 벽면엔 기다랗고 흉한 불길 자국을 줄줄 흘러내리게 만들며, 동시에 바닥 쪽으론 위험하기 그지없게 유리 조각을 흩뿌렸고.

         

         아, 물론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화마가 치솟거나 날카로운 파편이 좀 나뒹군다고 좆도 신경 쓰지 않았다.

         

         생활 수준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든가, 다른 이들의 시민 의식에 일말의 기대도 없어서 실망도 안 했다든가 그런 게 아닌.

         그저 당장 총알이 머리 옆으로 쌩쌩 날아다니는 판국에 겨우 신발 밑창이 찢어지거나 피부에 생채기나는 걸 걱정하는 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너무 사소한 문제인지라.

         

         “좀 끄지라, 이 개쌔끼들아!! 그냥 놓쳤다고 보고하고 느그들도 남은 잔부스러기나 좀 쌔비 가면 되지 않캈나!?”

         

         “그딴 변명이 위에 통하겠냐 이 머저리 새끼들아! 머리 터져서 뒤지기 싫으면 그냥 얌전히 총부터 버려! 씨발!!”

         

         자기네들이 민간 상점이나 기업세 상가를 좀 편하게 털게 내비두라며 적반하장을 시전하는 건 이때다 싶어서 기어 나온 갱단과 범죄자 무리들.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서 폭동 진압 작전을 시행 중인 주체는 다수의 용병 연합군이 되시겠다.

         

         메트로폴리스 공공기관과 기업의 입장 표명을 믿는다면 종말…이랄 것까지는 아니고, 자연 재해를 코앞에 둔 당일에 일어날 게 뻔했던 예정된 소요 사태라고나 할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웬일로 시에서 광범위하게 하청을 뿌린 셈이다.

         

         평소엔 규모가 과하다는 소리를 듣던 공권력과 경찰 부대였지만, 이 초거대 도시의 모든 장소를 동시에 치안 유지하는 건 역시 무리였다고.

         

         결국 번화가와 도시 주요 시설 및 공공기관 쪽에 예비 방어선을 치고 치안 악화에 대한 가중 처벌 기간마저 공표했으나 그것만으로 억제가 될 리 만무, 이제 원래부터 우선 순위가 조금 떨어지는 구역엔… 자경단에 보조금을 준다는 명목 상의 정책만 시행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전투 경찰이 출동할 여력이 없는 지구에 투입된 건 세금으로 고용된 해결사들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감독관이 따라붙긴 했다지만 한시적이긴 하나 암묵적 제압 권한. 즉, 어떻게 보면 살인 면허나 다름없는 물건을 잠시 대놓고 용인했다는 점에서 이걸 심각하다 봐야 할지. 아니면 아메리카 대륙의 기상은 여전하다 여겨야 할지.

         

         타당, 탕! 탕!! 드가가가갓——!!

         

         “씨이이발! 괜히 신사적으로 나가니까 웬 병신 취급을 다 당하네!! 거기, 복면 쓴 씹새끼들아!! 만약 잡히면 우리한테 린치당하고 끝나는 아니라 경찰 관할로 넘겨지는 거니까, 좆 되기 싫으면 지금부터 존나게 도망가는 게 좋을 거다!! 더는 안 참아줄 예정이니!”

         

         “아, 발포가 확인된 폭도에게만 대응 사격이 허용되는 점 꼭 기억해주세요? 나중에 바디 캠은 물론이고, 사이버웨어 검사로 다 과잉 진압 여부 검사해서 시민권 등급 평가에도 다 반영이 됩니다!”

         

         “댁은 제발 초 치는 소리 좀 하지 마쇼! 총 쏠 배짱도 없는 새끼는 보통 이러면 알아서 도망가니까!”

         

         평소엔 강도 상해 사건은커녕 골목에서 총성이 울려도 절대 안 나타나는 일이 빈번하면서, 이럴 때만 태평한 자세로 원리원칙을 강조하고 자빠진 경찰 사무직원 겸 작전 감독관에게 엄폐한 상태의 큐볼이 소리를 빽 질렀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난데없는 가스 폭발에 휘말린 탓에 살짝 그을린 옆머리가 오늘따라 유달리 애처로워 보이는 건 어째서일까.

         

         그렇지만 아무리 기분이 나쁘고 덕지덕지 붙은 제약 조건들이 거슬린다 한들 받아먹은 선금이 있는 이상 할 일은 해야 하는 법이다. 이제 추가 보너스를 약속 받은 검거율이나 근무 태도를 달성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을 테고.

         

         행동이 빠르거나 총알 한두 방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견딜 수 있을 만큼 터프한 녀석, 혹은 어떻게든 달라붙게만 만들어주면 발휘할 솜씨가 괜찮은 인재.

         

         잠시 눈살을 찌푸린 채 지금 상황에 호명할 인선을 고민하던 큐볼의 입이 이내 열렸다.

         

         “크리스, 가비, 카밀라! 그리고… 킴!! 저기 목덜미랑 이마빡에 트라이벌 타투한 렉소스 갱단 놈들 보이냐!? 저것들만 후딱 박살내 버리면 나머지 좀도둑 새끼들은 굳이 밀리는 전선에서 뭉그적거릴 생각 없을 거다. 씨바, 다른 용병단 관할로 도망치던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서 처박히던 알아서 몸을 사리겠지!”

         

         “아…… 하필 귀찮게 렉소스 새끼들이네…. 스틸볼 대장? 지금 멍청하게 머리 내밀고 있을 때 핀 포인트로 그냥 쏴 죽이면 안 되겠죠 역시…? 점마들 뒤끝 진짜 장난 아닌데.”

         

         “약기운으로 눈 돌아간 게 보이면 정당방위야 얼마든지 저질러! 개인적인 원한만 안 남기면 내가 나중에 커버쳐 준다!! 남은 인원은 엄호 사격 준비, 어쭙잖게 탄창 덜 비우는 등신이 다음에 술 사는 거다—!!”

         

         짜증난 고참 단원의 칭얼거림은 사뿐히 넘어가고, 네 사람 모두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인 것만 제대로 확인한 큐볼이 사이버웨어를 조작하며 여지껏 과도한 중력에 거스르지 않은 채 낮추고 있던 몸을 들어올리자.

         

         기이잉—…!

         

         절전 모드에 들어가 있던 전지가 연결된 회로판에 미친듯이 전력을 공급하며 파워 레벨을 끌어올렸고, 지면을 향하고 있던 두 정의 15연장 개틀링 중기관포.

         

         각각 분당 1.4만발에 달하는 탄환을 뿜어내어 근접 방어 포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괴물이, 개인의 양팔에 달린 상태로 무수한 탄띠의 출렁임을 자랑하며 그 위용을 드러냈으니.

         

         그건 정상적인 강화 외골격 슈트의 유려한 자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제대로 된 코어 대신 탈착이 용이한 충전식 배터리 팩을 이중으로 등에 진 탓에 윗부분이 어마어마하게 비대해졌고.

         정품 장갑이 지켜주고 있어야 할 전면 급소 부위엔 억지로 덕지덕지 용접한 탱크용 블래스트 실드가 보기 흉하게 울룩불룩.

         더군다나 본디 사용자가 날렵하게 움직이도록 보조해야 할 하반신은 반동 제어와 씹창 난 하중 설계로 인해 보조 펌프로 코끼리 다리처럼 두꺼워져 있었으니까.

         

         …그러나 정면에서 봤을 때 무슨 항공기 엔진처럼 생겨먹은 한 쌍의 거치포에 감히 엄격한 불만이나 냉정한 지적질을 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애당초 누구도 그럴 여유가 없어질 게 불 보듯 뻔했는 걸.

         

         항전 의지를 상실하게 만든다는 장점을 발휘하기엔 이만큼 폭력적인 비주얼도 없었다.

         

         “!?!! 다들 피하….”

         “$%&$^… %&^&**#&*…?!”

         

         미처 똑바로 인지하기도 전에, 삐이이이— 하는 이명만이 모두의 고막을 겁탈.

         

         눈부신 섬광과 함께, 일대의 모든 소음을 잡아먹는 재앙의 폭풍이 몰아 닥쳐 온갖 어중이떠중이들을 쫓아냄과 더불어 엄폐 행위를 강제하는 걸 본 용병 넷이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서로 눈짓으로 역할 분담은 얼추 끝낸 만큼 타겟이 겹칠 염려는 없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어도 각자 원체 스타일이 달라서 괜찮지 않았을까.

         

         “컥!?”

         “…….”

         

         크리스는 ‘더럽게 곱상해 보인다.’는 걸 이유로 이름 불리는 걸 싫어하는 클러치 히터 계열 근접 전투원. 물론 큐볼은 리더의 권위를 강조하며 신경도 안 쓰는 터라 꼴이 약간 우스워지긴 했지만, 빠른 발과 일단 달라붙으면 주머니칼을 꺼내 찌르는 한이 있더라도 악착같이 물고 늘어지는 독한 성격이 돋보이는 또라이.

         

         봐라, 지금도 입을 꾹 다물고 제일 가까이서 화망을 피해 지면으로 다이빙한 갱단원의 머리부터 화풀이 삼아 콰직! 내려치러 간 점마의 무표정한 작태를.

         

         꼭 격한 사춘기를 겪는 애새끼 같은 모습에, 시키는 대로 할 일은 하지만 프로 의식이 미묘하게 부족하단 평가는 이런 종류의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나 싶었다.

         

         “뭐, 거너한테 앞으로 들어가란 건 시체만 멀쩡히 남기란 소리로 알겠소 대장!”

         

         눈썰미가 좋기로 정평이 나 있고 부업으로 현상수배범 사냥을 했던 전적이 있는 애꾸 가비는, 어차피 들리지도 않을 말을 외치며 열심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소모가 격렬한 용병업 특성상 즐겨 쓰는 무기 모델을 정한 남들과 달리, 애지중지하는 대구경 볼트액션 소총에 전자동 오토 리시버를 부착한 정체불명의 변태 화기를 손에 쥔 사수.

         

         최근 똘똘하고 웃긴 후배가 들어온 덕택에 꽤나 유쾌해진 직장 생활이 컨디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듯, 폭도들 사이에서 정확히 대응 사격을 시도하는 놈들만 골라 쏘는 매끄러운 솜씨에 더 빛이 났다.

         

         그리고 카밀라는….

         

         “그래, 썅. 이거지!! 좆 달린 새끼들이 맨날 기업 정세가 어쩌구~ 그 구역엔 갱단 세력이 저쩌구~ 쪼다 새끼 마냥 찔끔찔끔 간이나 쳐 보기는! 이렇게 판 깔고 시원하게 서로 죽고 죽이면 딱 거리 청소도 되고 좋잖아?! …아, 씨발! 팬티 존나 젖었다. 꺄하핫♥♥!!”

         

         …근방에서 엮이면 피곤한 걸로 나름 명성 높은 트리거 해피 변태다.

         

         술집 근처에서 콘크리트 깨는 드릴 질 하는 것 같은 소리를 쫓아갔더니 취미로 사격 연습을 하고 있던 그녀가 나왔단 일화가 있을 정도로.

         

         호시탐탐이 큐볼의 전용 무장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도 않을뿐더러, 본인도 등짝에 장약까지 포함하면 15kg은 나가는 중화기를 세네 자루씩 잘도 짊어지고 전장을 뛰어다니는 와일드한 숏컷 헤어 화력광.

         

         흡사 인성과 실력이 반비례하듯 성질머리가 더럽고, 대화로 해결할 쉬운 일조차 경찰 출동하게 만드는 문제로 확대하는 경우가 빈번해서 피 보는 건수가 아니면 얼굴도 내비치지 말라는 쿠사리를 먹곤 했지만, 또 이런 난장판엔 그녀만큼 어울리는 인재도 드무리라.

         

         하지만 앞서 말한 세 명보다도 훨씬 눈에 띄는 인재는 정해져 있던 만큼 설명을 마지막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머리에는 통짜 방독면을, 전신 관절과 급소엔 교과서적으로 컴뱃 아머를 장착하여 안정성을 확보한 건 당연. 온갖 억까에 대비하기 위함인지 전술 장비도 주렁주렁 걸친 채 질주하는 남자는, 가명 ‘킴’으로 취업에 성공한 모 한국인이 되시겠으니.

         

       

       

         

         ‘미친, 시발! 존나 무섭네!! 이러다 삐끗하면 끔살인데, 생명 수당 따위에 의미가 있는 게 진짜 맞아?! 으아아아…!!’

         

         …불쌍하게도. 아직도 제 발로 총격전 한복판으로 뛰어든다는 것에 영 익숙해지지 못했는지, 머리속으로는 나약하기 그지없게 우는 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몸놀림만은 뒤지게 날렵했다나 뭐라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겁 없는 에이스를 연기하는 새가슴 군필 한국인.
    이 자식, 생각보다 엄청 정석대로 사이버펑크를 만끽하고 있다!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이모티콘 20종의 러프안이 모두 확정되었고, 아마 반려 위험이 크게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없는 만큼 채색과 세부 수정이 끝나면 바로 오픈 샵에 제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게 모두 독자님들의 아낌 없는 응원과 댓글, 추천. 그리고 과분한 후원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설마 이렇게 미리 호들갑 좀 떨었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어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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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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