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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3

     성이 하늘을 난다.

     백악의 거성이, 밤하늘을 날아 우리의 앞까지 도착했다.

     그 위치는 얼마 전, 내가 에르윈 황후로부터 비행선을 받고 클레이돌 후작의 머리 위를 지나쳤던 바로 그 장소.

     “미친.”

     협곡의 위로 올라와 그 높이를 가늠하니, 떠 있는 높이가 대략 지상으로부터 2km 정도는 되어 보인다.

     높다란 산의 정상과도 같은 위치.

     심지어 노스트럼 왕국에서는 조금 찾아보기 힘든, 제국에서 가장 높은 산보다도 더 높은 곳에 성이 두둥실 떠 있다.

     제국의 마도공학자들이 말하는 물리법칙을 위배했다?

     그건 아니다.

     “하….”

     

     어디에서 이렇게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가 싶었다.

     “성을 띄울 정도로 무식하게 많은 양의 풍석을 때려박았다는 건가.”

     백악의 거성 아래로 다가가면 분명 수직으로 바람이 쏟아지겠지.

     그것은 풍석이 중력과 무게의 영향으로부터 자신의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아래를 향해 뿜어내는 일정한 출력의 현현.

     환영이 아니라면, 저 거성은 물리적으로 떠있을 뿐이다.

     마법의 힘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특정 마스터급 마법사가 강제로 성을 띄운게 아니라 마도공학과 연금술의 힘으로 하늘에 성을 띄웠을 뿐이다.

     그저 그 규모가 하나의 ‘성’ 단위라는 것이 특이점일 뿐.

     그리고 그걸 태연하게 저지르는 이가 황제라는 것일 뿐.

     “어처구니가 없어.”

     “…저희, 저기까지 날아가야 하는 겁니까?”

     “비행선으로는 올라가기 힘든 고도인 것 같은데.”

     로버트 경과 멘테 경이 심각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너무나도 까마득한 높이.

     심지어 저게 최고 고도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

     “비행선으로 알아서 올라오라는 걸까요?”

     “아니면 상급 마법사의 도움을 이용해서 텔레포트 하라는 걸 수도 있지. …그런 존재는 이미 죽어서 존재하지 않지만.”

     “그러면 생각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멘테 경이 창백해진 얼굴로 하늘을 가리켰다.

     “황제는 저 성을 그대로 노스트럼에 때려박을 생각인 겁니다.”

     “…….”

     “지브롤터든, 오로솔 아카데미든, 그게 아니라면 왕도 톨레도든. 마지막이 가장 가능성이 높겠군요. 노스트럼의 왕성 위에 자신의 황궁을 때려박는다.”

     “멸망이군.”

     성이 함락된다고 왕국이 멸망하는 건 아니지만, 왕성이 파괴된다는 건 분명한 사실.

     구구구.

     백악의 거성은 서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라고 해서, 2km 상공을 날아가는 성을 어떻게 제어할 수는 없다.

     결국 당장 닿지 못하기에.

     “일단 죽이되든 밥이되든, 비행선을 띄우는 수밖에 없나…!”

     “변경백 각하!”

     펄럭.

     지브롤터에서 키우던 비룡을 타고 올라온 카를로스 경이 다급히 소리친다.

     “비행선들이!”

     “……!”

     카를로스 경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협곡 아래에서 비행선 2대가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으하하하! 쌤통이다, 그레이 지브롤터!!”

     한쪽 얼굴이 고문으로 망가진 제국군 장교가 갑판에서 나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질렀다.

     용기병들이 일부 달라붙으려고 했지만, 다른 제국군 병사들이 머스킷을 비룡의 눈을 향해 정확히 저격하느라 쉽게 달라붙지 못했다.

     “우리는 황제께 향한다! 못 쫓아올 것이다! 흐하하!”

     “…….”

     뛰려면 뛸 수 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고도를 높이지만, 마력을 전부 끌어모아 뛰어오르면 아슬아슬하게 비행선 끝자락에 닿을 수 있다.

     “로버트 경. 비행선 마도엔진에 남은 마력이 어느 정도였지?”

     “…거의 끝자락에 맞춰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비행선을 다시 탈취한다고 해도, 저 백악의 거성에 닿을 충분한 마나가 비축되어 있을까?

     전혀.

     “일단 침착하게 있어보자고. 저 사양의 비행선이 황궁에 닿을 수 있다면, 우리 또한 닿을 수 있다는 이야기니까.”

     지브롤터의 설비로는 부족해도, 노스트럼에 대기 중인 몇몇 비행선은 비행황궁에 닿을 수 있다.

     “그러니-”

     순간, 황궁의 방향에서 무언가 빛이 반짝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마나가 응집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방금, 황궁이 살짝 내려오지 않았나?”

     “예?”

     “뭔가 살짝 출력이 저하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착각이 아니다.

     ‘내가 타고 있다고 생각한 건가. 아닐텐데. 그럴 리가 없는데.’

     황궁의 고도가 살짝 낮아졌다.

     

     “설마 비행선을 수용하려는 건…!”

     “…너무 과한 생각을 한 건가.”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해보자면 둘 중 하나다.

     내가 바로 비행선을 타고 자신을 죽이려고 가는 걸 맞이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거나.

     “황제가, 패잔병을 수용하기 위해 몸을 낮춘다?”

     가까스로 탈출한 제국군 포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풍석의 출력을 낮추거나.

     “…황제가 그 사이에 그렇게 성군이 되었나?”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제국군 장교들이 나름 황제의 이상에 맞는 ‘인간의 승리’를 위한 인재들이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필사적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자신의 병사를 따뜻하게 받아주는 인간이었나?

     사람이, 그렇게 단시간에 바뀔 수 있다는 말인가?

     있기는 하다.

     머리를 다친 이들이 간혹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는 하니까.

     “…….”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차악의 경우에는 타협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아.”

     아니다.

     변하지 않았다.

     변했다고 한다면, 오히려 더 ‘테르시안’스럽게 변했다.

     “각도는….”

     “예?”

     “엎드리지는 않아도 되겠군. 두 사람, 모두 무기를 아래로 꽂게.”

     나는 바로 검을 아래로 꽂았다.

     “무슨….”

     “충격에 대비하게.”

     “서, 설마 공격을…?!”

     “공격할 거야.”

     “……우리가 아니라, 저걸요?”

     막 바닥에 검을 꽂아넣은 로버트 경의 손가락이 비행선을 가리킨 순간.

     반짝.

     백은의 거성에서 황금빛의 무언가가 반짝이기 무섭게.

     콰아아아ㅡㅡㅡㅡㅡ!!

     그대로, 황금빛의 소용돌이가 비행선을 꿰뚫었다.

     휘이이잉ㅡㅡㅡㅡ!!

     바람이 분다.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명백한 살의를 가진 마나의 폭풍이 불어와 우리를 덮친다.

     “큭!”

     그 바람의 흉포함은 로버트 경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검을 두 손으로 붙잡아야 할 정도.

     “멘테 경, 바람에 날려가지 않게 주의를.”

     “하…!”

     멘테 경은 한쪽 무릎을 꿇고 버텼다.

     나는 전신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검을 두 손으로 잡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풍석을 무기로 쓰는 건가.”

     황금의 바람.

     그것은 제국의 색이 아니지만, 풍석에서 뿜어져나오는 마력방출을 살상용으로 쓴 건 분명하다.

     “마치, 전설 속 드래곤이 브레스를 뿜어내는 것 같군.”

     비슷하게 만들었거나, 아니면 지금 보이는 파괴력이 실제로 드래곤이 뿜어내는 숨결과 같은 살상력을 가지고 있거나.

     콰ㅡㅡㅡ앙!

     폭발한다.

     황금의 폭풍은 자신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선을 통째로 집어삼켰고, 비행선은 하늘에서 거대한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고 그대로 바람에 휩쓸린다.

     “으아아아악!!”

     심지어 충격에 날아가는 것으로도 모자라, 망가지고 파괴되고 폭풍에 휩쓸려 바닥에 처박힌다.

     “…….”

     지상 400m 정도의 높이에서 한 명의 인간이 추락한다면, 그 인간의 운명은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건가.”

     “저, 저건…. 그냥 병기가 아닙니까.”

     “1000점 주지.”

     “……젠장.”

     로버트 경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곧 내 점수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저거, 이길 수 있는 겁니까?”

     “글쎄.”

     “각하!”

     “황제의 의중에 달린 문제지. 그리고 지금…하나는 명백해졌다.”

     황제는 이쪽을 보고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하지 않은 채, 우리의 머리 위를 지나고 있다.

     “이건 경고야.”

     풍석에서 뿜어져나오는 바람이 우리를 억누른다.

     “언제든지 저 바람을 방금 전에 만든 황금빛 폭풍으로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머리 위를 지나친다는 것 하나만으로 우리에게 경고를 날리는 셈이지.”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

     “…단두대가 아니라 하늘에서 칼바람이 떨어져 목을 뎅겅 잘라버린다면, 그것만큼 공포가 또 없겠어.”

     “하, 하지만 저것도 전부 마력으로 이루어진 거 아닙니까! 무한한 마력이라는 건…!”

     “없지, 않지.”

     비행황궁이 협곡을 지나가려고 한다.

     “카를로스 경!”

     “크흑, 네!”

     

     카를로스 경이 다시 올라온다.

     비룡은 폭풍 때문에 날개를 쉬이 펄럭이지 못했고, 넙죽 엎드리듯 땅을 기어야만 했다.

     “용기사들을 이끌고 선회하여 지브롤터로 달리게. 협곡 바닥을 따라 최대한 고도를 낮게 달린 다음, 비행황궁을 지나치면 오히려 순풍을 달고 달리게 될 거야.”

     “하, 하지만….”

     카를로스 경은 바닥에 처박힌 비행선, 그리고 여전히 날개를 펴지 못하는 자신의 비룡을 번갈아봤다.

     “저건 지브롤터를 노리는 게 아니야. 설령 노린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 달려가서 대피하라고 해야지.”

     “…목숨을 걸겠습니다!”

     카를로스 경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비룡의 위에 올라탔다.

     푸르륵.

     비룡은 날개를 접고 절벽을 거꾸로 기어내려갔고, 곧 비룡들이 카를로스 경과 같이 절벽을 잡고 제3 관문을 향하기 시작했다.

     구구구.

     문이 열린다.

     하나둘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비룡들은 지상과의 거리를 1m 둔 채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고, 날아오르지 않고 그대로 땅을 스치듯이 날며 지브롤터로 향했다.

     “…….”

     넘어간다.

     하늘을 나는 비행황궁이 지브롤터 협곡을 넘어, 노스트럼으로 향한다.

     “…….”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고도가 거의 수직에 가까웠지만, 나는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에 절로 주먹이 떨렸다.

     “그래. 그걸 탈취했었나. 어쩐지 안 보이던데, 역시나.”

     비행황궁의 끝. 

     

     그곳에, 회색 코트를 입은 황제가 서 있다.

     한 발자국만 내디디면 곧바로 2km 높이에서 떨어질 곳에서, 그는 가만히 선 채 원형의 무언가를 옆에 놓고 한 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황금원판.

     지브롤터 성에서 사라졌던 물건.

     “……하.”

     그 황금의 원판을 보는 순간,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어쩌면 어머니를 숨긴 건 황제가 아닐까.

     어머니가 기적적으로 저 안에 숨어든 게 아닐까.

     혹은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도, 저 안에 있는 기적을 활용하면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있는 건 아닐까.

     “…….”

     진실은, 결국 저 하늘에 닿아야만이 알 수 있는 법.

     “황제는 말이야, 무조건 왕도까지 갈 거야.”

     나는 검을 뽑고 앞으로 나섰다.

     “왕도까지 갈 생각으로 마나를 끌어모았겠지. 물리적인 마석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전쟁 전에 모을 수 있는 모든 물자를.”

     “……변경백 각하.”

     “톨레도에서 반격하면 늦다. 그 때는 이미, 왕도를, 노스트럼을 날려버릴 모든 마력이 모여있을 때일 거야.”

     그대로 풍석의 출력을 꺼버리고 성을 통째로 박아넣어도 황제의 승리.

     “아마도 공격을 위한 칼바람이 황금색인 것은…로버트 경. 맞춰보게. 어디에서 마력을 얻어온 것 같나?”

     “…거짓된 황금?”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네. 점수는 나중에 확인되면 알려주도록 하지.”

     그 동안 제국의 경제가 초토화될 정도로 빨아들인 수많은 거짓된 황금, 골드 드래곤의 마나를 풍석에서 뿜어져나오는 금색의 브레스로 치환하여 노스트럼을 쓸어버려도 황제의 승리.

     “마음 같아서는 황제가 쓸어버리든 말든 놔두고 싶지만, 왕도에는 오로솔 아카데미가 있어서.”

     그러니.

     “황제가 하늘에 있다면, 하늘까지 쫓아가서 죽이는 수밖에.”

     막아야 한다.

     “후ㅡ우.”

     나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삐이이익ㅡㅡㅡ!

     휘파람을 불었다.

     “멘테 경. 로버트 경.”

     바람을 거스르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잿빛그림자.

     “지상을 부탁하지.”

     나는 그대로 손을 뻗어, 내 손에 닿는 것을 그대로 낚아챘다.

     펄럭.

     “니드호그.”

     나는 기꺼이 자신의 발목을 내어준 니드호그를 가볍게 토닥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게, 너와 나의 마지막 비행이다.”

     펄럭.

     니드호그가 몸을 뒤집는다.

     순간적으로 나의 몸이 붕 뜨고, 니드호그는 순간적으로 추락하듯 몸을 낮췄다.

     “가자.”

     나는 그대로 니드호그의 발목을 놓고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적에게.”

     니드호그가 다시 몸을 뒤집었고, 나는 니드호그의 등에 안착했다.

     “하늘은, 비룡의 영역이라는 걸 보여다오.”

     캬아아아ㅡㅡㅡ!!

     니드호그는 포효와 함께, 밤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백은의 거성, 합스베르크의 비행황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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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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