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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3

    <353 – 챕터보스 역전세계>

     

    화가 났다.

    그건 자신의 방심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모처럼 개꿀잼 억까이벤트가 나타났는데 그걸 이딴 얼간이 때문에 방해받다니!’

     

    축 늘어져 기절한 얼간이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루소였다.

    수명을 담보로 기혈, 마나회로에 과부하를 걸어가면서 싸운다.

    안정성이 줄어들다 끝내 폭발하면 대번에 단명하고도 남을 위험한 방식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중요했다.

     

    ‘지금이 아니면 루소가 이 정도로 자신의 전력을 끌어내는 일은 없을 거 아니야?’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을 두고두고 후회할지 모른다.

    강했겠지.

    분명 굉장했겠지.

    싸워보고 싶었는데, 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도 안 된다.

    그건 고인물의 방식이 아니다.

    공략되지 않은 이벤트는 마음 속에 미련을 남긴다.

    동시에 불안을 새긴다.

    어쩌면 나 위험했던 거 아니야?

    질 수도 있었던 거 아닐까? 라고.

    실제로도 미완료 된 이벤트는 돌고 돌아서 먼 훗날에 거대한 태풍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챕터보스 카멜라도 그렇다.

    기존의 다른 회차들보다 든든한 전력이 생기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마저 생긴 지금, 여지조차도 남기지 않고 확실하게 짓밟지 않으면 욕심이 생기겠지.

    지금까지보다 더욱 과감한 짓을 해도 루소가 있으니 괜찮아! 같은 생각을 하도록 여지를 남기고 만다.

     

    “누구 멋대로 다 끝난 것처럼 굴어요?”

     

    그래서 강화포션을 줬다.

    싱이 먹은 <다크매터>처럼 폭발내성을 영구적으로 올려주는 포션은 아니다.

    지속시간에 한해서 내성을 크게 상승시키고 영구적인 상승치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싸움을 이어나가기에는 충분한 수준.

     

    딸그랑.

     

    포션병은 비워졌다.

    루소는 도전을 받아들였다.

     

    “나가요. 이번에도 방해가 된다면 혼내줄 거야.”

     

    기절한 녀석을 들춰업고 도망치는 얼간이의 룸메이트들. 그래도 챙겨주기는 한 걸 보니 인망마저 나쁘지는 않았나보다.

     

    “어떡할래요?”

    “…나가 있어라, 카멜라.”

    “방해가 된다 이거죠? 알았어요…”

     

    고개 숙여 떠나던 카멜라가 복도 저편에서 소리쳤다.

     

    “루소!”

    “…?”

    “죽지만 말아요. 당신이랑은 앞으로 같이 하고 싶은 사업이 잔뜩 있으니까!”

     

    보는 고인물의 표정이 해괴해지는 소리였다.

    나쁜 년은 카멜라인데.

    왜 쟤가 착하게 보이고 내가 나쁘게 보이지?

    나도 딱히 나쁜 건 아니잖아.

    병 주고 약 주고라는 말도 있다고.

    그냥 병만 줄 수도 있는데도 친절하게 약을 줬잖아.

    약 줬으면 병도 줘도 되지.

    백신도 그런 거잖아!

    아닌가? 아님 말고!

     

     

    * * *

     

     

    “자. 시간은 충분히 드렸죠?”

    “카멜라를 휘말리지 않게 해준 건 감사를 표하지.”

     

    루소에게도 다시금 힘이 고조되었다.

    본인도 알고 있겠지.

    생명을 쥐어짜낸 덕분에 본의 아니게 각성했음을.

    각성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이어나가야 경지상승의 초입에서 실력이 더 가파르게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힘을 얻는 것은 그만이 아니다.

    새로움이란 고인물이 자라나는 양식.

     

    계열 – 암흑마법

    발동 – 도약

    전문화 – 가속

    추가술식 – 밀기, 당기기

     

    채찍 같은 발차기?

    다리에 실린 기를 쏘아내는 윙 커터?

    전부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3위계 – 암흑도약>

     

    도약지점에서 신체를 <밀기>로 날리고 도착지점에서 신체를 <당기기>로 끌어당긴다.

    단순하지만 무식한 사용방식을 마법사들이 즐겨쓰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

    신체의 부담이 말도 안 되게 커진다는 거지.

    정통마법사들은 이런 잔재주를 쓰면 적에게 마법을 두들겨 맞는 것보다 더한 피해를 받는다.

    그런데 나는 마검사다.

    근력이 성장하는 만큼 그 힘을 몸이 스스로 감당할 정도의 내구력을 지닌.

     

    ‘신체와 마법, 어느 한 쪽도 놓치지 않고 전부 성장시킨 만능캐릭. 오직 마검사만을 위한 마법!’

     

    1단계 기속잔상검의 환영이 통하지 않는다면 2단계 암흑돌진검의 속도로 찍어 누른다.

    고속이동에 동반되는 피해는 단련해온 능력치로 어떻게든 버틴다.

    요컨대 이것은 자신의 수명, 기혈의 안전성을 코스트로 삼아 수명을 깎는 교관 루소의 전투법에 대한 내 나름의 대응법.

    너만 그런 거 쓸 줄 아니?

    나도 비슷한 기술 쓸 수 있어!

     

    까득.

     

    검격을 받아낸 루소의 다리에서는 더 이상 출혈이 일어나지 않았다.

    마나코팅을 온전히 펼쳐내는 시점에서 다리의 내구력이 검기보다 못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이제부터 그가 사용하는 코스트는 수명도 출혈도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에요. 벌써 힘이 딸린다는 소리를 하지는 않겠죠?”

    “사람 얕잡아보지 마라. 2학년 과정을 끝마칠 때에는 최약체였을지라도 지금의 나까지 최약인 것은 절대로 아니니까!”

     

    저항포션에 의해 강해진 내구력만큼 몸이 견딜 수 있는 출력이 늘어난 루소.

    직전까지의 그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면 지금은 한 방향으로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날아오르는 폭죽이었다.

     

    <루소 식 마나연공법>

    <질풍난각>

     

    한 번의 발차기로 모든 힘이 다하며 다음 동작을 무리하게 앞당길 때마다 비명을 지르던 신체.

    몸이 비명을 지르지 않자 자세를 수복하고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 시간이 앞당겨진다.

    뜻대로 움직이는 몸은 루소에게 그 동안 상상의 영역에 그쳤던 무공을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죠. 바로 그거예요!”

     

    이 남자, 역시 고점이 높다.

    암흑돌진의 속도와 궤적을 교묘하게 뒤틀어 <이단돌진>으로 바꿔도 넓게 끌어치고 당겨치는 발차기로 이동경로를 궤적에 담는다.

    눈으로 이동경로를 전부 쫓아오지는 못해도 경로만큼은 쫓는다.

    천재의 감각은 없지만 영리한 전투방식으로 하나씩 착실하게 자신이 대응할 수 있는 선에서 천재의 걸음을 따라잡는다.

    폭심결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 남자의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대단했다.

     

    <암흑돌진>

    <변칙 3단 돌진>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번의 뒤틀림을 따라오는 발차기.

    그것을 농락하듯이 힘이 소진되는 것을 페인트로 유도한 직후에 다른 각도, 다른 경로로 물러나는 다리와 같은 박자에 전진한다.

    기다란 채찍을 다루는 편법에서도 채찍이 되돌아오는 도중에는 상대의 접근을 막아낼 수 없듯이 무투가의 다리도 마찬가지다.

     

    <스텝 : 회전보>

    <연속 돌려차기>

     

    루소의 대응은 간단했다.

    한 번으로 맞출 수 없으면 두 번 세 번 멈추지 않고 계속 차겠다.

    언제 접근하더라도 걷어찰 수 있도록 몸을 끊임없이 돌리며 팽이처럼 받아치겠다는 발상.

    뉴비다운 귀여운 생각이네.

     

    “이러면 어쩔 건데요?”

    “!!”

     

    계열 – 암흑마법

    발동 – 가시생성

    전문화 – 점성

    보조술식 – 흡착, 강화

     

    팽이처럼 움직이는 다리를 발치에서 솟아난 가시가 속박하며 강제로 움직임을 정지시킨다.

    루소는 아주 화끈하게 대응했다.

    회전속도를 더욱 높여서 달라붙은 가시를 전부 뜯어내었다.

     

    “와! 회전회오리 아시는구나!”

     

    얼마나 속도를 내었는지 불까지 붙으며 타들어가는 가시넝쿨.

    당하기만 하던 루소가 폭심결을 응용한 폭심보로 땅을 박차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런 루소의 주변으로는 이미 가방에서 잔뜩 꺼낸 종이비행기들이 날아가고 있었다.

     

    “…?”

     

    계열 – 암흑마법

    발동 – 매직미사일

    전문화 – 폭발

    보조술식 – 유도, 가속

     

    “받아랏, 메챠쿠챠 폭발하기!”

     

    내가 들어가서 손해를 보면 니가 들어오게 하면 그만이지!

    애들 장난처럼 보이던 종이비행기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는 순간, 루소가 기겁하며 상체를 땅으로 돌리고 두 다리를 휘둘러 비행기를 걷어찼다.

     

    <호신기 – 윈드밀>

     

    회전하는 다리에 기를 실어 넓은 면적의 접근과 폭발의 충격을 풍압으로 날린다.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중간 중간 어둠에 휩싸여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타나는 것처럼 변칙을 주었는데도 용케 다 받아친다.

    호신기를 제대로 촘촘하게 쳤다는 뜻이다.

    복도에서 지나가다가 용사를 발견하면 실수인 척 위에서 잔뜩 집어던지려고 준비했던 종이비행기 99개가 몽땅 바닥났다.

     

    “흐음~ 조금 더 올려도 되겠당!”

    “자, 잠깐만…”

     

    헉 헉 숨을 몰아쉬던 선배가 뭐라고 말해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준비한 게 잔뜩 남았다.

     

    “이얍! 메챠쿠챠 검 쏟아붓기!”

    “남의 발이 묶인 틈에 뭘 놀고 있는 거냐!”

    “논다니요? 제대로 싸울 준비를 했는데.”

    “애초에 그 검들은 다 어디서 나온 거야!”

    “가방이요!”

     

    가방에 잔뜩 쌓아둔 철검을 바닥 여기저기에 검기를 세워 푹푹 쑤셔 넣었다.

    이걸로 준비완료!

     

    계열 – 암흑마법

    발동 – 전기생성

    전문화 – 동조

    보조술식 – 전도성, 보호

     

    <3위계 – 전격함정>

     

    검과 검 사이로 파직파직 일어나는 검은 전깃줄.

    발차기에 튕겨 나온 종이파편 하나가 번개에 닿자마자 파사삭 타들어갔다.

    사람 몸에 닿으면 당연히 유해!

    전도성으로 전기를 더 잘 흐르게 만들고 보호로 검의 방어력까지 높였다.

    그런 검과 검 사이를 마구 흐르는 전기 사이로 나는 씨익 웃으며 걸어들어갔다.

     

    “전기가… 통하지 않아?”

    “실은 이 마법, 암흑속성을 띄우면 데미지를 주지 않거든요!”

    “그런 위험한 곳에 내 발로 들어갈 것 같은가?”

    “들어와야 할걸요? 안 그러면…”

     

    굉장한 속도로 밀집하기 시작하는 에너지.

    단단한 돌멩이 위로 응집하는 힘에 루소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지개볼부터 암흑볼까지 피구 단체전에서 보여준 기술, 다 써버린다고요?”

     

    선배는 죽을힘을 다해서 달려들었다.

    전격의 힘이 근육을 할퀴며 감전시켜도.

    막상 맞아보니 너무 아파서 전기줄 사이를 뛰어넘어 피하려다가 예상치 못한 사선의 검끼리 새로운 전기줄을 연결시켜서 감전시켜도.

    도약으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하려다가 힘을 밀집하는 오른손과 달리 여유가 있는 왼손으로 날리는 마법에 맞아 전깃줄 아래로 추락해도.

    기껏 달려온 보람도 없게 슬쩍슬쩍 다리를 움직여 다시 거리를 벌려도.

    우직하고 성실하게 모브처럼 열심히 다가왔다.

     

    “따라잡았다…!”

     

    감전스택이 쌓일수록 점점 몸이 무거워질 텐데도 기어이 마지막에는 스택을 세 번이나 한 번에 쌓는 걸 감수하면서도 달려든 선배.

    상태이상 피하려다가 싸움에서 더 큰 손해를 보는 우를 범하지 않은 판단력은 칭찬해주고 싶다.

     

    “우와, 빠르당!”

     

    무지개볼까지 가기도 전에 접근한 선배.

     

    “허억, 허억, 잡았, 허억,”

     

    땀이 비 오듯이 흐를 정도로 열심히 달려온 얼굴에는 그을음이 잔뜩 묻었다.

    하지만 내가 손에서 만들고 있던 건 무지개볼이나 암흑볼이 아니었다.

     

    “왔으면 다시 가야죠!”

    “너 이 개새,”

    “에어 밤!”

     

    지근거리에서 터진 충격파에 루소 선배가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가는 길에 감전스택까지 잔뜩 쌓인 채로 다시 전기망의 시작점으로 돌아간 선배.

     

    “그물망 페이즈 2차 패턴이에요. 잘 만들었죠?”

    “제발, 허억, 허억, 그만…”

    “자, 이거 받아요!”

     

    발치를 구르는 포션을 내려다보며 헉헉 땀을 쏟아내는 선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거 먹고 다시 힘내요!”

    “언제, 까지…?”

     

    그러게.

    언제까지 할까?

     

    “아까 여섯 시까지만 버틴다고 했었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앞으로 3시간 남았다.

     

    “3시간만 더 하죠!”

     

    선배가 정한 시간이야!

    해맑은 외침에 루소의 표정이 무너져 내렸다.

    물론 놀이는 결국 6시까지 꽉 채워서 즐겼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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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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