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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4

        

         

       그 기회는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기회였다.

         

       자신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지도 모른 채, 그렇게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의원은 다시 한번 소리높여 외쳤다.

         

       “여러분!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그는 기세등등했다.

         

       자신이 맞았다는 확신 때문인지 자신감이 한계를 돌파할 것처럼 넘실거렸고, 자기 생각 안에 세상을 집어넣은 것처럼 오만하고 당당했다.

         

       “한국은 떼를 쓰는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어린아이에게 훈계해서 세상을 알게 해주는 것 역시 어른의 일이지요! 우리 일본은 어른으로서, 한국이 얼마나 미숙한 짓을 했는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주장했다.

         

       무력.

       무력을 투사하자고!

         

       “물론 어른으로서 어린아이를 상대할 때 진심을 내는 것은 창피한 일이지요. 그러니 제안하겠습니다. 전쟁이니 뭐니 하는 그런 ‘진심’ 대신에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의원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모임을 휘젓고 다녔다.

         

       모임에 참가한 다른 사람들은 제집처럼 모임을 휘젓고 다니는 의원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는 했으나, 특별히 그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의원의 말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었고, 의원이 전쟁 대신에 다른 방법을 사용하는 게 어떠냐고 하자 그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기도 했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있는 사람도 있었고, 그냥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어르신’이 조용히 있기 때문이었다.

         

       저번 모임에서 의원을 제지하고 나름의 추측하였던 모임의 가장 큰 어른은 조용히 입을 닫고 있었다. 대신에 의원의 말에 경청하는 것처럼 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끌끌. 나이를 먹으니 내 통찰력도 떨어진 것인가….’

         

       어르신이 가장 가만히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저번 모임에서 자신이 한 말이 틀렸기 때문이었다.

         

       단둘, 혹은 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소규모 모임에서라면 별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극히 사적인 만남에서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친분을 통해서 모집한 곳에서도 상관이 없을 수 있으며, 그보다 웃어른이 있는 모임에서라면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 모임에선, 그가 가장 어른으로 있는 이 모임에서 그는 틀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노인의 지혜와 통찰력을 한껏 뽐내고, 다른 사람에게 존경받아야 하는 위치란 말이다.

         

       본디 권위의 추락은 실패에서 나오는 법.

         

       ‘아직은 실수의 영역이기는 하지만….’

         

       물론 전 모임에서 한 말이 틀렸다고 해서 그것을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노인은 그저 경험에서 우러난 가능성을 말했을 뿐이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러한 실수도 반복되게 되면 실패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그 실패가 쌓이면 쌓아 올려진 권위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게 될 터이고, 그렇게 된다면 ‘존경받는 어르신’에서 ‘나이 때문인지 총명함에 빛이 바래기 시작한 노인’으로 변모하게 되겠지.

         

       그런 일은 절대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그렇기에 노인은 간단한 방법을 택했다.

         

       상황을 관망하는 것으로 말이다.

         

       관망하고 있다가 일이 잘 풀리면 아직 경험이 부족한 나이임에도 통찰력이 대단하다, 미래가 기대된다 등의 칭찬을 늘어놓으며 인정하면 그만이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잘 정리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에게는 아무런 손해가 없었다.

         

       “다른 방법이라고 하면?”

         

       그리고 이러한 어르신의 침묵은 다른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평소라면 어르신의 눈치만을 살피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원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방법이라…. 뭐 복잡할 게 있겠습니까?”

         

       의원은 관심을 받아서 기쁜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당당하게 말이다.

         

       “능력자를 한국으로 보냅시다!”

         

       “능력자를…?”

         

       의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는 충격을 받았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침묵한 이유는, 그 가능성에 대해서 재고해보기 위함이었다.

         

       “이보게. 생각은 좋기는 한데…. 어떤 능력자를 파견할 생각인가?”

         

       그래.

       말은 참 쉽다.

         

       능력자를 파견하자.

         

       그런데 쉬운 말과는 달리,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한국은 군사 강국에 속하는 나라였다.

       한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그것만은 인정하고 있었다.

         

       한국은 북한이 존재했을 때는 북한에 대비하기 위해서, 북한이 멸망한 이후에는 위에서 내려오는 악령과 악귀들을 막기 위해서 끊임없이 군사에 돈과 노력을 퍼부었다. 특히나 육군에 비정상적일 정도의 투자를 계속해왔는데, 그 모습은 거의 광기의 수준에 다다라 있었다.

         

       게다가 그 비정상적인 투자에, 악령과 악귀들을 잡아내기 위한 노력, 거기에 좁은 땅덩어리까지.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한국의 국토는 쉬이 침투할 수 없는 요새같이 변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침투는 가능하되 반드시 발각되는 곳이라고 하는 게 맞으리라.

         

       자동차에 의무적으로 달게 되는 블랙박스.

       도로와 도시 곳곳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CCTV.

       중요 시설 근처마다 있는 감시 장비와 경보 장치.

       취약 지점에 하나 이상 박혀있는 군부대와 감시용 첨단 장비들.

       한국이 돈을 퍼부어서 쏘아 올린 다목적용 인공위성.

       미국에 빌린 감시 인공위성까지.

         

       한국에 침투해서 들키지 않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좁아터진 나라 주제에 강력한 무인이나 능력 있는 마법사들이 꽤 많은 편에 속해있었으며, 산간 지역 같은 오지에는 소환사들이 별장 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에서 은퇴하는 능력자들에게 어마어마한 혜택을 안겨주며 거기에 거점을 만들도록 유도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강력한 능력자가 취약 지점과 전략적 요충지에 알박기하고 있으니 든든하고, 은퇴하는 능력자로서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으면서 유유자적 은퇴 라이프를 즐길 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윈-윈(Win-Win)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윈-윈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속이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악의를 품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이러한 오지에서 벗어나 당당히 도시에 숨어든다?

         

       가능은 하다.

       그런데…한국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것이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의 생활에 먹구름이 잔뜩 끼는, 마법의 숫자가 말이다.

         

       게다가 그 마법의 숫자에 대한 관리 역시 엄청나게 철저했다.

         

       한국 정부는 80년대 벌어진 간첩 체포 작전을 통해 간첩을 찾아내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한국 정부와 국정원에서 나서서 철저하게 관리를 해왔다. 위조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아주 철저하게 말이다.

         

       이런 한국에 능력자를 투입한다?

         

       블랙박스와 CCTV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장비가 있어야 하며.

       오지에 있는 능력자와 소환수의 감지 능력을 피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곳곳에 깔린 감시 장비를 피할 수 있는 정보력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위조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현지 한국인 협력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능력자를 투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저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해야 쉽게 발각되지 않고 무사히 작전을 완료할 수 있으리라.

         

       물론 저 조건을 충족하는 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블랙박스와 CCTV?

       수가 많기는 하지만 저것을 피할 수 있는 군사 장비가 개발되어 있었다.

         

       오지에 깔린 능력자와 소환수?

       위치를 알지 못해서 꺼림칙한 것이지, 그들이 머무는 지역만 알아낸다면 거기만 피해서 이동하면 그만이다.

         

       감시 장비?

       근처에 안 가면 그만이 아닌가?

         

       협력자?

       한국에는 아직 친일파들도 많았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있었다.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래.

       저 조건을 충족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모임에 있는 사람들이, 저 최소한의 조건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지.

         

       “우리는 자위대도 아니고, 공안조사청도 아니네. 우리에게는 쉽지 않아.”

         

       정부가 나선다면, 자위대가 나선다면 저 조건 정도는 손쉽게 충족하리라.

       충족할 뿐일까?

       실제로 지금 한국에서 ‘작전’을 하는 요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화족에 불과한 사람이다.

       제국 시절 군대에 대해 영향력을 강하게 발휘했던 그 찬란함은 온데간데없이, 그냥 지역 유지로서의 권력과 돈, 정·재계에 인맥 정도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

         

       군사 작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자?

       그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미국도, 일본 정부도.

       화족이 ‘무력’을 갖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와 자위대는 화족이 제국 시절처럼 군부대에 영향력을 발휘해 허튼 짓거리를 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고, 일본 정부는 화족이 무력까지 손에 넣어 군벌화가 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했다.

         

       따라서 화족은 절대로 강한 무력을 보유할 수 없었다.

       능력자 개인으로서의 무력까지는 인정하기는 했다.

       호신을 위한 약간의 무력 정도도 인정했고.

         

       하지만 세력을 만들려고 한다?

       큰 집단을 만들려고 한다?

       

       반드시 정부에서 나서서 경고했다.

       그리고 말로 들어 먹지 않으면, 요원들이 나서서 암살해서라도 ‘경고’를 현실로 만들었고.

         

       그렇기에 그들은 능력자를 투입하자는 의원의 말에 난색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원은 그러한 반응까지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여러분. 제가 그런 것도 생각 못했겠습니까?”

         

       의원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면, 영상이나 사진에 찍힐 걱정이 없이 한국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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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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