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4

       ​

        ​

        ​

        ​

        ​

        354화. 유사품에 주의 ( 2 )

        ​

        ​

        ​

        ​

        ​

        운명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다고 믿는가?

        ​

        사람이 태어나서 숨 쉬고 움직이면서 말하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져 결실을 자아내고…

        ​

        이 모든 것들이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믿는가?

        ​

        ‘운명은 존재한다!’

        ​

        시골에서 막 상경한, 꿈으로 가득 차 패기가 끓어오르는 발리안은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자신은 운명을 만났기 때문이다!

        ​

        사람의 손이 왜 두 개인지 아는가!

        ​

        ‘무엇이라도 양손에 동시에 잡을 수 있게 하시기 위함이지!’

        ​

        그렇다.

        사람의 손이 두 개인 이유! 검을 동시에 잡고 쌍검으로 휘두를 수 있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

        발리안은 ‘검’이라는 것을 처음 본 순간부터, 아니!

        태어나서 양손으로 동시에 나무 막대기를 쥔 순간부터 자신의 운명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쌍검은 나의 운명!

        쌍검은 나의 불꽃!

        쌍검, 나의 안식!

        쌍검, 나.

        ​

        “이 또한 하나 된 분의 위대한 지혜겠지. 음음.”

        ​

        사람의 양손은 쌍검을 쥐기 위함이다.

        ​

        허나 발리안의 마을에서는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너무나 많았다.

        ​

        이 또한 선구자의 고독일지니.

        ​

        발리안은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 무작정 성도로 향했다. 아주 유명한 쌍검사가 된다면 결국 모두가 자신의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

        검, 아주 훌륭한 검이 필요했다. 

        쌍검에 걸맞은 훌륭한 지고의 검이.

        ​

        “성도에는 인간 중에서 제일가는 대장장이가 있다고 들었어. 그 대장장이를 찾아가면 분명 나에게 꼭 맞는 쌍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

        검을 살 돈은 아버지가 고이고이 뒷마당에 묻어둔 쌈짓돈을 가져왔다. 훔친 것은 아니고, 잠깐 자신의 호주머니로 위치를 이동시킨 것뿐이다.

        ​

        카앙! 깡! 카앙! 깡!

        ​

        새하얀 성도에 도착하여 오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가며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서부터 맑은 쇳소리와 함께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덮쳐왔다.

        ​

        “흐읍!”

        ​

        다급하게 코를 막고 고개를 숙인 발리안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

        이 얼마나 뜨거운 열기란 말인가. 대장간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주던 행인의 이상야릇한 표정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마 시골 촌놈이 멋도 모르고 대장간의 열기에 고생하는 것이 나름의 신고식 비슷한 것일 터.

        ​

        “이, 이까짓 열기가…! 내 운명을 막을 쏘냐!!”

        ​

        얼굴을 잔뜩 구긴 발리안이 옷을 찢어 코와 입을 가리며 일어났다. 작열하는 열기에 안구가 말라가고, 폐는 타들어 가는 듯 괴로웠지만, 이런 것들의 괴로움은!

        ​

        “쌍검을 쥘 수 없는 괴로움에 비할 수 없다ㅡ!!”

        ​

        빠드득.

        ​

        발리안이 피부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이겨내며 대장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

        쌍검을 향해 나아간다!

        ​

        허나ㅡ

        ​

        ‘의, 의식이… 흐려진… 다…’

        ​

        만용과 용기는 한 끗.

        숨 막히는 열기를 뚫고 나아가기로 한 발리안의 선택은 너무나 무모했다.

        ​

        열기에 익어가는 듯 점차 의식이 몽롱해지고, 눈이 감겨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몸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

        ‘허, 허나… 쌍, 검… 쌍검…을…’

        ​

        “소, 손님?!”

        ​

        한계에 달한 발리안이 비틀 거리면서도 열기를 뚫고 대장간에 가까워지자, 근육질의 남성 한 명이 후다닥 달려왔다.

        ​

        ‘아… 대, 대장간을…지키, 는… 성기사… 인가?’

        ​

        단련된 근육질의 몸을 보아하니 필시 성기사, 혹은 그에 준하는 병사일 것이다.

        ​

        몽롱한 머리로 그리 생각하며 발리안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여기까지가… 쌍검을 추구한 나의 최후… 인가…’

        ​

        결국 지고의 쌍검을 얻지는 못했지만, 이 또한… 

        ​

        “─…! …!! 일어나!!”

        ​

        “흐읍!”

        ​

        촤악!

        ​

        차가운 물에 흠뻑 젖은 발리안이 크게 숨을 들이켜며 눈을 떴다. 폐를 익혀가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이 사그러들었고, 눈에 보이는 것은 사방이 시뻘건 대장간의 풍경이다.

        ​

        “여, 여기는?”

        ​

        “참 내. 애송이가 멋도 모르고 그렇게 막 들어오면 어쩌자는 거냐! 어?! 우리 막내가 제때 발견하지 못했으면 훅 갈 뻔 했잖아!”

        ​

        꼬장꼬장하게 생긴 할아범이 발리안에게 마구 소리쳤다. 뜨거운 불 앞에서 타들어 간 구릿빛 피부와 남다르게 발달한 팔 근육, 장갑처럼 가득한 굳은살은 그가 완숙한 경지에 다다른 대장장이임을 말하고 있다.

        ​

        “이건…”

        ​

        그제야 발리안이 제 얼굴을 가린 털 뭉치를 알아챘다. 까슬까슬한 것이 직모의 일종 같기도 하다.

        ​

        “그거 덕분에 제대로 숨을 쉬고 있는 거니까 함부로 떼지 마라. 또 껄떡거리다가 죽고 싶은 거 아니면!”

        ​

        발리안이 깨어난 것을 확인한 노인네가 툴툴거리며 불 앞으로 다가가 망치를 잡았다.

        ​

        “에잉. 모자란 놈. 저 앞에다가 종을 설치해 놓으면 뭐 하나. 달에 한 번씩은 꼭 저런 머저리가 나오는데!”

        ​

        ‘종이… 있었나?’

        ​

        쌍검을 살 생각에 신이 나서 잘 보지 못했는데, 아마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

        까앙! 캉! 까강! 카앙!

        ​

        발리안에게서 등 돌린 노인이 힘차게 망치질을 시작했다. 한 번의 망치질에 무수한 불똥이 번지고, 두 번의 망치질에 벌겋게 달아오른 주괴가 모습을 바꾼다.

        ​

         카앙! 깡! 까앙! 카앙!

        ​

        발리안이 무심코 넋 놓고 바라볼 정도의 모습. 야금술에 무지한 발리안은 몰랐겠지만, 노인의 망치가 그리는 궤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궤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

        마치 판에다 고정을 한 것처럼 일정한 궤도와 강도를 유지하며 철을 단련하는 행위.

        수만, 수십만 번의 행위 끝에 만들어진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었다.

        ​

        “후우…”

        ​

        정신을 차려보니 두껍던 주괴는 어디 가고 붉은 열기를 머금은 실뭉치만이 남아있는 상황.

        노인은 그제야 구슬땀을 닦으며 발리안을 돌아봤다.

        ​

        “무턱대고 조르지는 않는 것이 그래도 싹수는 제대로 박혀 있구나. 애송이.”

        ​

        “아, 네, 네? 감사합니다!”

        ​

        “뭘 사러 온 거냐. 검? 아니면 방패? 우리 대장간은 일단 검을 위주로 취급하기는 하지만 방패나 창도 제법 쓸만하지.”

        ​

        노인이 그리 말하며 한쪽에 가득 쌓인 창과 검, 단검을 손짓했다. 번쩍거리며 날이 살아있는 것은 문외한이 봐도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

        허나ㅡ

        ​

        “제가 원하는 것은 여기 없습니다.”

        ​

        발리안은 고개 저었다.

        그의 심장이, 영혼이, 정신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

        “쌍검을 사고 싶습니다!!”

        ​

        ​

        ​

         * * * * *

        ​

        ​

        ​

        “으, 으음…”

        ​

        성도 제일의 대장장이, 애덤 더 ‘스미스’가 곤란하다는 신음을 삼켰다.

        ​

        평생을 불과 망치질에 바친 것이 어언 60년. 온갖 진상도 만나봤고, 별 희한한 고집을 가진 녀석들도 많이 만나봤다.

        ​

        하지만, 누가 봐도 햇병아리인 녀석이 다짜고짜 쌍검을 사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

        “그, 애송아.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쌍검은 너 같은 햇병아리한테 힘든 무기다. 애초에 양손을 검에만 사용한다는 건 굉장한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거야.”

        ​

        마귀나 마수를 상대할 때도 그렇고, 같은 인간을 상대할 때도 쌍검은 늘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

        동 실력이라는 전제하에 한 손에는 방패를, 반대 손에는 검을 든 상대와 양손에 검을 든 자가 싸운다고 해보자. 누가 더 불리한 것인지는 너무나 뻔했다.

        ​

         허나 발리안은 요지부동이었다.

        ​

        “아뇨! 저는 쌍검을 사야 합니다! 오직 쌍검! 쌍검을 사고 싶습니다!”

        ​

        “이런 애송이 녀석이…”

        ​

        애덤의 팔뚝에 불룩 혈관이 올라왔다. 꼬장꼬장한 노인의 분노 1단계다. 주변에서 망치를 두들기던 제자들이 눈치 빠르게 샤샤샥 사라졌다.

        ​

        “이 햇병아리 녀석!! 내가 너 같은 녀석을 한두 번 보는 줄 아는 거냐!! 애송이한테는 애송이에게 어울리는 무기가 있는 거다! 겉멋에 취해서 쌍검 같은 것을 쥐려는 꼬맹이한테 무기를 팔 수 없다! 하루도 못 가서 시체가 될 테니!! 나는 시체한테 무기를 팔지 않는다!”

        ​

        “저는! 쌍검을 쥐고 싶습니다!! 최고의 쌍검을! 저에게 팔아주십시오!”

        ​

        쿵!

        ​

        발리안에 크게 외치며 대장간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애덤의 눈은 싸늘했다.

        ​

        “흥. 멋대로 굴어라. 난 절대로 너에게 검을 팔지 않을 거다. 죽을 녀석에게 무기를 파는 취미는 없어.”

        ​

        매정하게 뒤돌며 애덤이 말했다.

        ​

        “그러고 백날 있어봐라. 내가 너에게 검을 파는 일은 없다.”

        ​

        “…”

        ​

        쌍검에 진심인, 아니 운명을 느낀 남자. 발리안은 묵묵히 대장간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있을 뿐이었다.

        ​

        애덤은 생각했다.

        ​

        ‘어디 시골에서 또 이상한 바람이 들어서 온 촌놈인 모양인데. 저렇게 하루 이틀 놔두면 알아서 가버리겠지.’

        ​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

        “…꼬맹이. 아직도 그러고 있는 거냐.”

        ​

        “저는, 쌍검을…”

        ​

        “미친놈…”

        ​

        애덤이 지긋지긋하다는 듯 발리안을 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이 녀석한테 쌍검이 무엇이길래 그리도 집착한단 말인가?

        ​

        “…물이랑 음식이나 먹어라.”

        ​

        “! 가, 감사합니다…”

        ​

        일주일 동안 물과 음식을 먹지 않고 온종일 대장간에 무릎을 꿇고 있던 발리안이 허겁지겁 물과 음식을 들이켰다.

        ​

        “꼬맹이… 도대체 너한테 쌍검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냐? 쌍검술은… 그래. 간혹 몇몇 고명한 검사들이 쌍검술을 쓰기도 하지. 쌍검의 실전성을 무시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난이도가 엄청 높은 검술이다. 거기에 쌍검사들이 전부 유명한 이유는 그만큼 고수인 녀석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

        “우걱우걱… 저한테, 쌍검은…”

        ​

        발리안이 눈을 빛냈다.

        ​

        “운명입니다.”

        ​

        ‘미친놈이군…’

       

       애덤이 발리안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광인 짓을 실제로 하면 광인이거늘.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눴읍니다.
    다음화 보기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