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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4

       

        

        

        

        

        

        

        

        

       

        

        

        

        

        

       “백 년 전의 조상들이 자유와 평등, 박애를 전파하러 유럽을 건넜는데, 이젠 아주 그냥 반대가 됐구만. 제3제국 자리를 한족과 슬라브 새끼들이 꿰찰 줄은 몰랐어.”

        

       “월터 군단장님, 지시사항에 따른 병력 배치가 끝났습니다. 15분 내로 사격이 가능합니다.”

        

       “그래, 집에 다시 돌아왔으니 분주하게 움직이자고.”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 다르게 말하면 과거 미국 제1군단의 주둔지였던 곳.

        

        이제는 말하면 입이 아플 지경인 여러 가지의 이유, 요컨대 바이러스와 침략군의 존재로 인해 과거의 제1군단은 말 그대로 공중분해되었다. 그리하여 남쪽으로 밀리고 밀린 이들은 샌디에이고까지 내려가 간신히 재편에 성공하였고, 그로부터 몇 년 동안이나 칼을 갈았다.

        

        그리고 오늘, 유달리도 날이 푸른 4월의 둘째 주. 제1군단은 무려 5만 명의 병력을 이끌고 자신들의 보금자리였던 루이스-맥코드 합동 기지에 다시금 되돌아왔다.

        

        통신망이 지직대더니 이내 선명한 음색을 갖추었다.

        

        

        

       “도착했나?”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파우드 전력사령부장님. 최대한 빠르게 작전 목표를 획득하고 기동할 예정입니다…만, 최전선에 있는 그림자 친구들한테 화력지원만 좀 해주라는 작전명령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센트럴 파크의 너구리들이 또 한 마디 했답니까?”

        

       “말 좀 가려서 하게, 환장하겠구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정체모를 불사신들한테 모든 걸 맡겨버리면 하루아침에 고향을 적들에게 헌납해준 친구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으란 이야기입니까.”

        

       “인력을 한 명이라도 아껴야 할 시점이 아닌가.”

        

       “그 아껴야만 하는 인력들의 의사를 종합하여 대변하는 것도 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대로.

        

        그는 결코 아군 혹은 휘하 병력들을 갈아 전과를 내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시대와 상황, 그리고 피를 흩뿌릴지도 모르는 당사자들이 그 상황을 원했다. 실로 골치아팠지만 어떻게든 타협을 본 것이 현재 시애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그런 복잡한 속내를 뒤로 한 채, 윌터 브림 중장은 전진기지 사령부로 달려갔다. 이미 사전 논의는 거의 다 끝난 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절차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애틀의 상황 역시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지휘통제실의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보이는 거대한 전선 지도. 시애틀 다운타운은 완전히 푸른 색으로 물들었고, 적을 의미하는 붉은 색은 속수무책으로 뒤로 후퇴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파월 사령관과 시선이 마주친다.

        

        이어지는 경례.

        

        

        

       “브림. 오랜만이로군. 그동안 잘 지냈나?”

        

       “진급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런 골치아픈 상황을 대가로 얻은 별이라 기뻐하기가 어렵군. 일단 앉지. 식사는 좀 했나?”

        

       “전투식량으로 해결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군단을 끌고 북상해서 제대로 된 걸 먹지는 못했죠. 나중에 화장실 위치나 알려주시지요.”

        

        

        

        MRE를 은근슬쩍 돌려까는 말이었다.

        

        그렇게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받은 이들은 자리에 앉았고, 그러자 지휘통제실의 문이 완전히 폐쇄되며 뒤쪽에서부터 몇 명이 걸어나왔다. 철저히 관리된 장구류와 총기,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전투의 흔적이 흙먼지가 되어 몸에 소복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것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월터 브림 중장은 히죽 웃으며 그 자리에서 일어서 손을 내밀었다.

        

        

        

       “미국의 구원자 분들이 오셨군.”

        

       “시애틀에 다시 온 걸 환영합니다, 장군님.”

        

        

        

        안토니 오웬스를 포함한 대거 팀 전원, 그리고 월터 브림.

        

        명령계통은 조금 달랐지만, 어쨌든 비교적 다른 영역에서 그들만의 실력을 쌓아온 이들이 빠르게 인사를 나누었다.

        

        오웬스가 손가락을 공중에 내리그음과 동시에 허공으로 퍼져나가는 불빛. 그와 동시에 지휘통제실 위로 퍼져나가는 수많은 데이터들. 월터의 개인 단말기 위로 새로운 정보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게 무엇인지는 구태여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대단하군.”

        

       “3주 가량 시애틀 북부를 돌면서 직접 찍어온 좌표입니다. 실시간으로 퇴각 중인 적들이 많아 도로와 지형지물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물론 중핵이 되는 부대 일부에는 표식을 달아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끔 만들었지요.”

        

        

        

        그리고 그 말대로.

        

        대거 팀은 붉은 색으로 칠해진 영역 내부에 빽빽하게 밀집된 좌표를 업데이트했고, 그리하여 지휘통제실 위에 새로 띄워진 지도는 그야말로 가관에 가까운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물론 방 내부에 있는 인원들 중 신속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데이터 공유가 시작되었다. 해당 지점에 포격과 폭격을 때려박기만 해도 실로 굉장한 결과가 나올 것임이 확실한 이상, 머뭇거리는 건 불필요한 행동이었으니.

        

        그리하여 새로 구축된 제1군단 참모부로 데이터와 간단한 구두 명령이 송신되었다 – 준비되는 즉시 보내준 좌표에 불의 비를 퍼부을 것. 실로 단순명료하지만 효과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잘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긴급 연락과 동시에 묘한 표정을 지은 참모장의 모습이 눈에 가득히 비춰졌다.

        

        

        

       “무슨 일이지?”

        

       “…직접 보여드리는 편이 빠를 것 같습니다.”

        

        

        

        그 순간 돌아가는 카메라. 아예 회선 자체가 변경된 것처럼 실내에서 실외로 전환된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광경 – 실시간 발사 준비에 돌입한 자주포로부터 백수십 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수백 명의 그림자들이 해당 광경을 슬금슬금 구경을 하고 있었다.

        

        방독면을 비롯한 여러 장구류에 감싸여 외관이 정확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여전히 알기 어려웠지만, 언뜻언뜻 보이는 머리카락의 길이와 평균적인 신장, 그리고 어깨 넓이 등을 감안하면….

        

        

        

       “…오늘도 숨겨야만 하는 데이터들이 많아지는군.”

        

        

        

        그림자의 대부분은 여성으로 보인다, 라니. 후세 사람들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개소리가 아닐까.

        

        피식 웃으면서, 지휘통제실 내부의 이들은 – 현장 지휘를 하러 간 윌터 중장을 제외하고 – 발사를 기다렸다. 유개호 방면으로 이동한 수백 대의 자주포 차량이 TOT 계산을 끝마친 후 해당 결과에 맞춰 발사하는 것을 배경음 삼아 이들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전장 한복판에서의 여유였다.

        

        시애틀에서의 전투가 끝나가고 있었다.

        

        

       

       

        

        

        

        

        

       ───쾅!

        

        

        

       “일로 와, 이 맹랑한 놈!”

        

       “우왁, 우와아악! 제가 잘못했어요! 꾸에에엑…!”

        

       “우후후후후, 절경이로군요.”

        

        

        

        한편, 그로부터 며칠 후. 청담동.

        

        이사를 끝마친 유진의 집으로 북극곰이 쳐들어왔다.

        

        

        

        

        

        

        

        

        

        

        

        

        

       “으….”

        

       “막내를 아주 으깨진 팬케이크로 만들어버렸군요.”

        

        

        

        그 말대로, 나는 반쯤 구겨진 채 침대 위로 실시간으로 처박히는 중이었다.

        

        드디어 이사를 끝마치고, 매일 저녁 한강뷰를 눈에 담으며 잠들고 매일 아침 한강뷰를 눈에 담으며 일어나는 우리 집에 가장 먼저 침입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로건이었다. 미리 로비 경비원들에게 말을 해놓지 않았다면 무슨 상황이 벌어졌을지 벌써부터 두렵다.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내가 눈치조차 채지 못할 스피드로 다가온 로건이 내 목을 실컷 졸라댔다. 에이펙스 프레데터 중의 하나인 북극곰 아니랄까봐 실로 어메이징한 압력이었다. 아마 내가 아니라 강철 기둥을 졸랐으면 지금쯤 찌그러졌을지도 모르겠다.

        

        꼬리로 바닥을 탁탁 쳐댔다. 항복의 의사였다. 그제야 로건은 팔에서 힘을 풀며 덧붙였다.

        

        

        

       “아주 삐까번쩍한 곳으로 이사를 오셨어.”

        

       “에, 그렇죠. 아무튼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비행기 비용이라도….”

        

       “안 받아, 요 녀석아.”

        

       “우에에….”

        

        

        

        나 하나 보려고 고작 며칠만에 다시 자기 돈을 써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날아왔단 사실이 위장을 쿡쿡 쑤셨다. 속이 따끔따끔해…그렇게 죄책감에 젖어있는 나를 한 손으로 끌어올린 로건이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뭐, 사정이 있었겠지. 아주 멀리도 산다. 얼굴 한 번 보러 오기 힘드네.”

        

       “싱크탱크가 궤도에 오르면 미국에도 집을 하나 마련할 거라서, 앞으로는 좀 낫지 않을지….”

        

       “네 몸이 하나지, 둘이냐?”

        

       “으브브브브….”

        

        

        

        순식간에 볼따구가 잡혔다. 이내 아프지도 약하지도 않은 아주 정밀한 힘으로 내 볼을 찰떡처럼 주물거리던 로건은 소파에 풀썩 앉았다. 실로 다행스럽게도 소파는 망가지지 않았다.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특제 주문을 요청한 거라 다행이었다.

        

        바깥은 해가 지고 있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로건은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최단시간으로 이곳을 향해 달려온 거겠지. 차량을 댔다는 소리가 딱히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중교통을 타고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

        

       “에, 뭐라도 후딱 시켜야겠네요. 드시고 싶은 건…뭐, 일단 아무거나 시켜볼게요.”

        

        

        

        그제야 로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로비 경비원 분들에게 1시간 이내로 배달이 올 예정이라는 말을 남겼다. 추후 설명을 들어보니 이 건물도 나름 여러 번의 기능 추가 공사를 했고, 그 중 하나는 배달원들 및 실거주자의 편의를 위해 각 호마다 연결된 소(小)화물 엘리베이터였다.

        

        물론 집 안으로 바로 오는 건 아니고, 복도를 한 50미터 정도 걸으면 나오는 로비에서 수령하는 형식이었다.

        

        로렌티나도 딱히 뭔가 먹지 않았다고 말했으니, 피자는 넉넉하게 열다섯 판 정도를 주문했다.

        

        

        

       “최상층이라 그런지 전망 하나는 괜찮구만.”

        

       “어쩌다보니 이런 곳으로 오게 됐네요.”

        

       “물건 간수를 잘 하다 보면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하나씩 나타나지.”

        

        

        

        그 순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내 왼쪽 손목으로 향하는 시선.

        

        어처구니없단 듯 웃음을 터뜨린 후, 슬그머니 화제를 돌린다. 남이 얼마만큼 좋은 곳에 사는지, 돈이 얼마나 많은지. 내 앞에 있는 두 분은 그런 부분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좀 살벌한 이야기지만, 나를 포함하여,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보통 불법적으로 번 돈을 모으고 모아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스틱스 강 무료 투어를 시켜주는 쪽에 서있는 쪽이었다. 그리 생각하니까 조금 살벌하긴 한데.

        

        아무튼 그것과는 별개로, 아직 저녁 식사가 오려면 조금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었다. 그 사이의 시간을 무료하게만 보낼 수는 없었기에 내친 김에 주변 시설을 좀 보여주기로 했다.

        

        

        

       “피트니스 센터?”

        

       “뭔가 신기한 게 많더라고요. 아쉽게도 사이클이랑 트레드밀은 못 타지만.”

        

        

        

        집 문을 닫고 복도를 걸으며 그런 농담을 덧붙이자, 다들 큭큭거리며 웃는다. 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었다.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듯해보였다.

        

        다들 하나둘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실로 충격적인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지난 번에 몸에 추 비스무리한 걸 매달고 파워 랙에서 풀업을 했는데, 결국 찌그러졌어요. 막바지라 반동을 조금 많이 주긴 했는데 그렇게 구겨져버릴 줄은 몰랐네요.”

        

       “도대체 뭘 매달고 한 거예요?”

        

       “공병 쪽에서 간편조립교 상부 주형 하나를 빌려왔죠.”

        

       “이런 미친 사람 같으니라고.”

        

        

        

        안 그래도 나랑 몸무게가 비슷한 양반이 175kg짜리 쇳덩어리를 몸에 묶고 그 짓거리를 했는데, 거기에 반동까지 주면 파워 랙이 안 구겨지고 버티나.

        

        로건도 그 정도로 무식한 짓거리는 상상도 못 했는지 연신 헛웃음을 토해내는 가운데, 로렌티나는 실실 웃으며 휴대폰을 들어올려 당시의 상황으로 보이는 사진 몇 장과 영상 하나를 보여주었다.

        

        근데,

        

        

        

       “…도대체 상의는 왜 다 벗고 있는 거예요?”

        

       “몸을 묶은 쇠사슬에 옷감이 걸려서 말이죠. 군복이 죄다 찢어져버리더군요. 걱정 마요, 영상 찍어준 사람은 여자니까.”

        

       “어련하시겠어요….”

        

        

        

        하반신은 DEVGRU가 자주 쓰는 벨로시티 시스템의 디지털 카모 바지, 신발은 플립플랍, 상체는 알몸. 하다 못해 언더웨어조차 안 입었다 – 물론 등만 보이는 상태긴 했지만, 좌우지간 실로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근육이 그리 많이 있다고는 생각조차 안 드는 아름답고 선명한 여성의 신체적 굴곡이지만, 애초에 발현자는 물리적 및 생체적인 구조가 사람과는 아예 달랐기 때문에 외형으로는 근력과 근육량 측정이 불가능했다. 근섬유가 인간에 비해 몇 배나 얇은데도 인간 이상의 섬세한 조정이 가능한 판에.

       

        하여튼, 영상 막바지에 도달하자 파워 랙이 마지막 단말마를 토해내며 찌그러진다. 손잡이가 무지막지하게 굵다 했더니, 손잡이가 찌그러진 게 아니라 파워 랙의 골조가 안쪽으로 함몰된다.

        

        그걸 보며, 나는 피트니스 클럽을 구경시켜준다는 생각을 재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어디로 갔냐 하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요번에 새로 슈퍼펜트하우스에 입주하신 분이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뒤에 계신 두 분은….”

        

       “궁금하신가요?”

        

       “…아닙니다. 주문하고 싶은 음식 혹은 음료가 있으신지? 식사도 가능하고, 룸서비스도 물론 가능합니다.”

        

        

        

        라운지바였다.

        

        한강의 야경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았다. 오늘은 딱히 이용객이 없는 듯했다. 주변에 우리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었다.

        

        소음 차단 기능을 켜고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주문한 음식을 여기로 가져오는 건 어려울지?”

        

       “안될 것도 없겠죠.”

        

       “그럼 됐어요.”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로건도 왔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아까부터 궁금하던 걸 물어봐야겠네요.”

        

       “궁금한 거요?”

        

       “3시간 24분 전, 로건이 찾아오기 26분 전. 뭔가 메시지 하나를 받고 꽤나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다 기억하는 거예요?”

        

       “다 방법이 있죠.”

        

        

        

        그리 말하며 슬그머니 눈동자를 힐긋 옮긴다. 시선의 끝에는 로렌티나의 손가락이 있었고, 가느다란 뱅어 같은 손가락은 일절의 오차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는 중이었다.

        

        그것이 하나의 초가 흘러가는 속도와 정확히 동일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즘 DEVGRU에서는 저런 것도 배우나?

        

        표정 하나조차 변하지 않은 채, 로렌티나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잠깐의 고민. 그러나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이 들으면 꽤나 괜찮을 것만 같은 이야기였기에, 이카루스 기어를 조금 조작해 홀로그램을 허공에 띄웠다.

        

        내용은 간단했다.

        

        

        

       “강화 협정 관련 특별 담화, 헨리 미카엘 브레이튼 주최라.”

        

       “잠깐. 이거 설마….”

        

        

        

        로건이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짓는 가운데, 나는 그게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화 협정…이지만, 시애틀과 밴쿠버의 현장사령부와 한 게 아니예요. 정확하게는 연합군의 주체인 러시아와 중국에서부터 직접 날아온 거죠.”

        

        

        

        시애틀과 밴쿠버도 아니었다. 도시는 이미 아군 영역을 의미하는 푸른 색으로 변한 지 오래였고, 시애틀 전체를 호령하던 집단군 규모의 세력은 대략 십수 킬로미터 북쪽으로 떨어진 위성도시인 에버렛, 메리즈빌, 노스 메리즈빌까지 밀려올라갔다.

        

        저 위의 밴쿠버도 상황은 엇비슷했다. 애초에 밴쿠버 자체가 바다와 접한 캐나다 최남서 도시였기 때문에 빠져나갈 곳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캐나다군은 거침없이 진군하며 원래 자국의 땅이었던 곳을 거침없이 수복하고 있었다.

        

        깊게 숨을 내쉬며, 나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 덧붙였다.

        

        

        

       “길어도 보름, 짧으면 1주일 안에 전쟁이 끝날 거예요.”

        

        

        

        ‘얼마 남지 않은 시애틀 수복전’이라고 쓰인 다크 존 기사가 팝업된다.

        

        이 세상에 다시 돌아온 뒤로 숨가쁘게 달려왔던 근 8개월, 그 끝이 보이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주에 완결납니다

    물론 1부가요

    외전은 저도 몇편이나 쓸지 모르겠는데 일단 생각해둔 사이드 스토리가 24개 정도 있습니다

    아마 전부 다 턴다는 가정 하에 120편 정도 쓸 것 같기도 하고 잘은 모르겠네요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한참남았으니 앞으로도 잘부탁합니당~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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