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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4

       과거의 이야기다.

       

       본인이 막 천마신공을 배우기 시작했을 무렵.

       

       영문도 모른 채 무림의 세상에 떨어져 반년 간 고문에 가까운 수련을 받은 끝에 무재를 인정받았을 적에.

       

       본인은 천마신공에 발을 들였더랬다.

       

       지금 돌이켜보더라도 그 때의 본인은 신공을 배울 만큼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다 반년 남짓 수련했을 뿐인 꼬맹이가 무얼 알겠는가.

       

       본인이 신공을 익히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천마의 딸이라는 특수성이 낳은 결과였다.

       

       신교의 신께서 자신의 딸을 아끼겠다는데 그 아래에 있는 잡것들이 무어라 떠들 것인가.

       

       ‘그 무엇보다도 드높은 하늘 위에 오르라.’

       

       무림의 아해들이 들으면 기겁할 이야기다만 당시의 본인은 천마신공을 배우고 싶지 않았다.

       

       천하제일의 무공이고 나발이고 그는 본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 시절의 본인이 바라던 것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지옥 같은 신교가 아니라 과거의 집으로.

       

       돌아가더라도 반겨줄 이 하나 없는 집이라 할지라도 집은 집일지어니. 본인은 그 곳의 침대에 드러누워 길고도 긴 잠을 청하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휴식을 취하길 바랐다. 그것이 당시 본인의 유일한 소망이었다.

       

       ‘만마가 그대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을 만큼 높은 곳으로 향하라.’

       

       그랬기에 본인은 천마신공을 수학하는 것이 싫었다.

       

       안 그래도 힘들었던 수련이 더 고되어 졌으니 말이다.

       

       일주일에 다섯 시간은 잤던가? 모르겠군. 하도 오래전의 이야기인지라.

       

       그 때의 나는 쓰잘데기 없이 튼튼한 백화령의 몸을 욕했더랬다. 왜 이렇게 구르는 데 죽지 않는 것이냐면서. 제발 쉬게 해달라며.

       

       ‘하늘 위에 올라섰다면 그대의 마를 펼쳐라. 하늘 아래의 모든 것이 굴복하도록.’

       

       백화령의 몸만을 욕하진 않았지.

       

       내게 수련을 강요하는 아비를 욕하고. 모진 소리를 내뱉는 장로들을 욕하고. 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겠다며 부담을 더하는 신도들을 욕하고.

       

       생각해보면 하늘을 부수겠노라 결심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구나.

       

       하늘이 되어달라는 말이 귀에 메아리치도록 들은 탓에 네놈들이 바라는 게 하늘이라면 그걸 박살내버리고 말겠다 생각했었으니.

       

       ‘만마의 주인이 되어라. 타인의 억압을 허락하지 마라.’

       

       본인은 하늘을 부수는 데에 성공했는가? 본인의 권이 하늘에 닿아 모든 억압을 부수었는가?

       

       그렇다. 이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천마의 권, 본인의 권은, 본좌의 권은 하늘에 닿았다.

       

       하늘을 부수었다.

       

       ‘오롯이 스스로의 뜻을 펼쳐라.’

       

       허나 본인은 그 후의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늘을 부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기에.

       

       벽을 깨부수고 나면 더 높은 벽이 존재할 것이라고만 생각했기에.

       

       본인의 위에 언제나 무엇인가 있으리라 여겼기에.

       

       하늘을 부수고 나서도 위를.

       

       또 다시 위를.

       

       위를 올려다봤다.

       

       그 위에 무엇이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조차 추측하지 못하는 주제에 무작정 무언가가 있으리라 믿고 그를 부수기 위해 권을 수련했다.

       

       ‘하늘이 되어라.’

       

       그랬기에 이런 당연한 것조차 떠올리지 못했다.

       

       하늘을 부수면 무엇하는가. 무엇이 부서진 자리는 다시금 채워지기 마련이라는 것을.

       

       상처가 난 자리에 다시금 살이 차오르듯.

       

       호수의 물을 뜨면 자연스레 빈자리로 물이 파고들 듯.

       

       비어버린 자리는 다시 채워지는 것이다. 하늘도 그러리라.

       

       내가 부수었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는 또 다시 새로운 것이 세워지겠지.

       

       그렇다면 그를 채우지 못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장에 떠오르는 것은 두 가지 정도구나.

       

       아예 물이 채워지지 못하도록 호수 전체를 날려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가 채워지기 전에 그 곳을 다른 것으로 채워넣던가.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후원음성이 들려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게임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어느새 이야기가 끝나버린 것인가.

       

       별 관심도 없는 검은 화면과 하얀 글자에서 시선을 떼고 내 앞에 떠올라 있는 여러 반투명한 화면을 살폈다.

       

       후원을 해 준 이들에 관하여. 채팅창에서 떠들고 있는 이들에 관하여. 여러 방송 설정에 관하여.

       

       “자아. 그럼 오늘 할 것은 끝낸 것 같으니 방송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그리 이야기를 하니 시청자들이 무어라무어라 떠들어댔지만 무시했다.

       

       방송을 끄고서 현실의 세상으로 돌아온 본인은 VR기기 위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이전에도 수도 없이 깨달음을 얻고 경지를 올렸던 나다.

       

       이것을 한 번 놓치는 순간 영영 흩어져버릴 구름 같은 것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본인은 이를 놓칠 생각이 없다.

       

       수십년만에 간신히 찾아온 단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를 붙잡고 말리라.

       

       *

       

       “민가와의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화음과 돌산을 습격한 혈교 무리를 일소한 후에 화산으로 돌아온 바루는 화산의 외부인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네. 그렇습니다.”

       

       나설. 최근 들어 민가에게 무공의 기본을 배우고 있는 아이는 곤란하단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아하니 이 아이도 지금 상황에 당혹을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평소에는 조금 늦어도 항상 연락에 대답해주시던 분인데 어제를 기점으로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아이가 이야기를 하길 어제까지만 해도 평소처럼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다고 했다.

       

       무슨 변고가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아이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바루는 그리 생각하진 않았다.

       

       민가가 변고를 겪는다고?

       

       그럴 리가 없지.

       

       녀석은 변고를 만들어냈으면 만들어냈지 변고에 빠져 곤욕을 느낄 이는 아니다.

       

       부족한 육신을 지닌 이 세상에서도 그럴 지언데 그 경지에 걸맞는 육신을 지닌 바깥에서 무어가 잘못되겠는가.

       

       만약 그녀가 위기를 느낄 만한 일이 발생했다면 이 외부인들도 이리 여유를 부리지 못하리라.

       

       민가가 위협을 느꼈다는 것은 그야말로 세상의 존폐를 건 위기가 생겼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그러니 냉정하게 생각을 해보았을 때 무언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 잠적했다고 봐야 할 터인데.

       

       바루는 지팡이를 쥔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고민을 했다.

       

       당장에 민가가 필요한 이유가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갑작스레 시작된 혈교의 습격은 이미 해결된 상황이다. 가장 먼 곳에 있는 백주조차도 일이 해결되었으니 돌아가겠다는 이야기를 전한 시점이니 말이다.

       

       외부인에게 듣자 하니 다른 곳도 화산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하니. 폭풍은 몰아 다쳤으나 이제 그쳤다 봐도 무방할 터.

       

       설령 새로운 위기가 찾아온다 하더라도 지금 화산에 있는 무력이면 어지간한 것은 해결할 수 있겠지.

       

       이 곳은 그저 하나의 문파일 뿐이지만 지닌 힘은 하나의 파를 이루었다 봐도 무방할 지경이니까.

       

       그러니 당장에 민가를 찾아야 할 이유는 없다만.

       

       “녀석이 없으니 어색하단 말이지.”

       

       매일 같이 이 곳에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던 녀석이 없어지니 한 구석이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구나.

       

       어린 아이의 투정 같은 이야기야.

       

       “네?”

       “아니. 되었다. 나중에 민가 그 녀석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면 알려다오.”

       “바로 알려드릴게요.”

       

       바루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화산의 처마로 향했다.

       

       그녀의 꼬리는 축 처져 있었다.

       

       *

       

       혈교주가 또 다시 구슬을 부순다.

       

       그러자 닳을 대로 닳아버렸던 그의 몸이 원상태를 되찾는다.

       

       광인의 행동이다.

       

       급격한 회복은 그 자체로 고문이나 다름없다.

       

       피가 흘러나오는 와중에 살이 돋아나는 것도. 부서졌던 뼈가 끼워 맞춰지는 것도. 단전에 갑작스레 내기가 흘러넘치는 것도.

       

       어지간한 이라면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혀를 깨물었을 법한 일.

       

       허나 혈교주는 멀쩡했다.

       

       그러한 일을 수도 없이 반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웃음만이 지어져 있었다.

       

       “재밌네요. 확실히 신선분들과 싸우고 있으면 배우는 것이 많아서 좋아요. 소모가 좀 크긴 하지만 배움에 비하면 딱히 손해 같지도 않고요.”

       

       검선은 헛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력의 차이는 분명했다.

       

       지금 혈교주의 근처에 서 있는 이들은 모두들 인간의 격을 탈피한 이들 중에서도 드높은 존재.

       

       혈교주 수준의 무인이라면 눈을 마주치는 순간에 목이 날아가 죽어도 불평하지 못하는 그런 차이다.

       

       그만한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치는 하루가 지나가도록 이어지고 있었다.

       

       저것은 죽음이라는 단어를 세상에서 지워버린 듯한 존재였기에.

       

       사지를 자르면 사지가 돋아난다. 가루로 만들면 머잖아 재결합해 본래의 형상을 취한다.

       

       목을 날려도 마찬가지다.

       

       재생이 의미가 없도록 포박하거나 봉인하려 하면 다른 육신으로 옮겨 버린다.

       

       제일 악질적인 부분은 이 빌어먹을 대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상대가 성장하고 있단 사실이었다.

       

       종선조차도 해석을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다 이야기할만큼 괴이한 술법을 사용하던 자다.

       

       놈은 도를 볼 줄 알았고 신선이 펼치는 것을 해석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 뿐일까.

       

       놈은 무를 보는 눈도 좋았다.

       

       극에 이른 양기와 음기를 뒤섞는다는 미친 짓을 실현시켜 보인 녀석이다. 기본적으로 지닌 무의 이해도 자체가 드높으니 고수와의 생사결을 이어감에 따라 실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가 작금의 대치였다.

       

       처음에는 1초만에 죽었던 녀석이 어느샌가 10초를 넘게 버티게 되었고 그 시간이 1분을 넘기더니 이제는 30분 동안 싸워야 쓰러트릴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신선들이 지치고, 혈교주의 실력이 올라감에 따라 이러한 결과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다들 지치신 듯 한데 계속 하시겠습니까?”

       

       이대로 흘러간다면 자신이 이길 것임을 확신한 저 얼굴이 참으로 고깝다고 생각한 검선이었지만 저 자신감이 옳았다.

       

       이 전투에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자명했다.

       

       신선들은 깎여나갈 테고, 저 녀석은 성장할 테니. 어느 순간 이 둘의 관계는 역전될 테지.

       

       변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계속해야지. 이제 겨우 해석이 끝났는데.”

       

       종선이 너털웃음을 흘리며 자신의 파초선을 휘젓기 무섭게 바람이 불어온다.

       

       온화하고도 따스한 생기를 품은 바람은 검선을 비롯한 이들에게 닿았을 때에는 활기를 전해줄 뿐이었지만 혈교주와 그의 강시들에게 닿았을 때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강시에 담긴 주술이 사라짐에 따라 저들의 모순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실이 끊어진 인형마냥 바닥에 널부러지는 강시들의 모습에 검선이 미간을 찌푸린다.

       

       “종선. 자네 너무 오래 쉰 거 아닌가? 이 단순한 작업이 이토록 오래 걸려서야 원.”

       “그러는 그대는 저것의 해석조차 못하지 않았나.”

       “난 검수니까.”

       “하. 그러시겠지.”

       “저 분의 말이 옳습니다. 이야. 설마 하루만에 술식이 파훼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여러모로 공을 들인 건데.”

       

       승리를 확신하고서 검선과 종선이 말을 나누던 그 순간 강시 무리에서 하나의 인형이 다시금 몸을 일으켰다.

       

       “…종선.”

       “그대도 보이지 않나. 저기에 이전의 도술은 없다.”

       “그럼 저것은 무엇이냐.”

       “강시가 아니란 거겠지.”

       “정답입니다. 혹시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본체를 들고 왔죠.”

       

       싱긋거리는 웃음 너머로 혈교주가 술을 펼친다.

       

       그것은 방금 전 강시를 이끌던 것과는 아예 다른 종류였지만 그 도술이 가져다 준 결과는 같았다. 강시들이 다시금 몸을 일으킨다.

       

       “계속 해보도록 하죠. 아직 준비된 것이 많답니다. 재앙을 상대하기 위해 해 둔 대비가 한 둘이 아니라서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 화령전 대비를 철저하게 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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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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