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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4

     속도는 좋아한다.

     남들보다 빠르게 달리고, 남들보다 빠르게 날아가며 안전을 추구하는 건 사람에게 즐거움을 가져온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크윽…!”

     칼바람이 날아온다.

     황금으로 빚어진 칼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날아오고, 나는 니드호그의 회색 깃털을 최대한 강하게 붙잡는다.

     “좌상! 15!”

     방향과 각도를 전한다.

     인간의 언어와 숫자로만 전해서 안 될 걸 알기에, 니드호그의 등을 손가락으로 잡아당긴다.

     부ㅡㅡ웅!

     니드호그가 왼쪽으로 빙글 방향을 튼다.

     그와 동시에 니드호그가 날고 있던 방향을 향해, 황금빛 바람이 화살처럼 날아왔다.

     크르르….

     니드호그가 낮게 울부짖는다.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니드호그는 그대로 목이 잘려나갔을 것이다.

     “그래. 저기 있는 인간은 너 뿐만 아니라, 나까지도 죽이려고 작정한 인간이다.”

     이 정도 높이에서 떨어지면 무조건 즉사다.

     기적과도 같이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 5년 정도는 요양을 해야 할 것이다.

     설령 땅에 떨어지기 전에 크게 검을 휘둘러 충격파를 만들어내며 낙법을 친다고 하더라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니드호그는 글쎄.

     “한 번도 맞으면 안 돼.”

     “……..”

     맞는 순간, 그대로 황금의 폭풍에 휘말려 땅에 곤두박질 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집중해다오.”

     마력을 읽고 방향을 지시하는 건 내가 할 것이다.

     니드호그는 날아오르기만 하면 된다.

     “일단 선회. 일부러 낚으려는 건지는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한 번 폭풍을 꺼뜨린 곳에는 재장전에 시간이 걸린다.”

     니드호그가 날개를 크게 펼치며 활공한다.

     비행황궁은 여전히 노스트럼의 왕도를 향해 날아가지만, 그냥 쉽게 날아갈 생각이 없어보인다.

     고오오오-

     지브롤터의 땅을 벗어나기 무섭게.

     콰ㅡㅡㅡㅡㅡ앙!!

     아래를 향해, 황금빛 광선을 그대로 쏴버린다.

     

     “하….”

     하늘을 나는 비행황궁 너비 만큼의 마도포격이 수직으로 땅에 내리꽂히고, 그 강렬한 마력폭풍은 노스트럼의 땅을 순식간에 박살내버린다.

     모래사장에 손가락을 밀어넣고 쭉 그어버리듯, 마도포격이 닿은 땅은 강력한 폭발에 휘말려 쓸려나가듯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일부러.”

     역시, 일부러다.

     “백은을 이용해서 마나를 수급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거짓된 황금에서 마나를 추출해서 포격을 날리는 건가. 징한 인간 같으니라고.”

     제국 흡혈귀 병사들을 죽여서 그 마나를 쌓아 포격을 날렸다면, 분명 제국을 상징하는 백은빛의 폭풍과 포격이 날아왔겠지.

     하지만 지금은 황금이다.

     마치 이제는 ‘황금의 기적이 합스베르크 황제에게 있다’라고 선언하는 듯한.

     혹은 황금의 기적이 더 이상 노스트럼을 보호하지 않고, 노스트럼을 파괴하려고 하는 듯한.

     흡사, 저 백악의 거성이 황금의 대재앙이 되어버린 듯한 위상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

     “니드호그. 괜찮나?”

     푸르르.

     적당히 휴식을 취하던 니드호그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땅을 마구 헤집어놓는 대규모 포격은 이어지지만, 지상을 향해 온 포격을 집중하는 지금이야말로 하늘로 더 높이 날아오를 때.

     펄럭.

     날개를 크게 펼쳤다가 접는다.

     몸을 빙글 돌리며,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금빛 바람의 칼날을 피하며 다시 날개를 펼친다.

     크르르…!

     “괜찮다. 잘 나아가고 있어.”

     직선으로 날아간다면 분명 빠르게 닿을 수 있겠지.

     하지만 니드호그가 그리는 선은 곡선이며, 호선이며, 때로는 아래로 추락했다가 다시 치솟는 꺾은선이다.

     ‘혼자서는 뚫기 힘들어.’

     모든 포격이 니드호그를 향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니드호그 단독으로 뚫는 건 불가능하다.

     도움이 있다면-

     철컹.

     “……?”

     마도포격을 위해 우리쪽을 향하고 있던 풍석의 일부가 방향을 바꾼다.

     동시에 황금빛 마도포격을 뿜어내며 지상을 초토화시키고 있던 풍석들도 서서히 그 화력을 줄이기 시작한다.

     “저건….”

     “그레이ㅡㅡㅡ!!”

     노스트럼 방면에서 한 무리의 검은 날개들이 펄럭거리며 달려온다.

     “상황은, 묻지 않겠다!”

     윈체스터 대공.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되나!!”

     얼굴 한쪽에는 피딱지가 앉은 붕대를 칭칭 휘감고 있고, 검은 갑옷은 곳곳이 깨지거나 금이 가 있으나, 창만큼은 굳건히 붙잡은 채 우리를 향해 단숨에 날아왔다.

     “대공.”

     “무엇이든, 지시하게!”

     “…….”

     “어서!”

     윈체스터 대공이 나를 재촉한다.

     동시에 그의 뒤에 있는 용기병들 또한 결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혁명군이 제국을 상대할 때를 보는 것 같았다.

     죽음을 각오한 것 같은 그런 눈빛.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지시가 될 수 있습니다.”

     비행황궁은 마도포격을 거둔 채,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노스트럼을 향한다.

     빠르게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왕도로 먼저 떠나겠다는듯, 조금의 망설임도 용서하지 않는다.

     “제가 저 성에 안착할 수 있게, 시선을 끌어주십시오.”

     “음…!”

     “죽을 수도 있습니다. 비룡 뿐만 아니라, 그 등 위에 탄 여러분들 또한.”

     이들은 지브롤터의 기사들이 아니다.

     “경룡 때와는 다릅니다.”

     대부분 경룡장에서 나와 속도를 다뤘던 이들.

     모르가니아의 흑장미 용기병들이라고 해도 이들은 이미 많이 지쳤다.

     “기회는 한 번 뿐이며, 추락은 곧 죽음입니다.”

     늙었다고 해도, 마스터인 윈체스터 대공이 지금 이 상태다.

     다른 기사들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상태가 더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물며 이쪽까지 다급하게 날아온 비룡들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지시를 따르겠습니까?”

     “이거, 이거. 잡설이 긴 걸 보니 우리보고 다들 죽으라고 할 모양이군.”

     윈체스터 대공이 피식 헛웃음을 흘린다.

     “역시 자네는 아직 어려.”

     “…대공.”

     “그렇다면, 어른이 나서야겠지.”

     펄럭.

     윈체스터 대공이 몸을 돌리자, 그가 든 창에 휘감겨있던 깃발이 펄럭인다.

     모르가니아와 지브롤터의 깃발이 함께 묶인, 두 개의 깃발이.

     “모르가니아의 검은 장미들이여! 들으라! 여기, 우리의 왕도를 파괴하려는 제국의 병기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앞, 저 간악한 제국의 병기를 무너뜨릴 이가 여기에 있다!”

     기사들이 하나둘 고삐를 붙잡는다.

     망가진 투구 아래에서 형형한 눈을 빛내며, 피땀이 절여진 장갑으로 창을 움켜쥔다.

     “창을 들라! 날개를 펼쳐라! 모르가니아의 자랑, 흑장미 용기병의 위세를 보여라!”

     비룡들이 편대를 짠다.

     비어있는 위치가 일부 존재하지만, 나를 최후방에 둔 채 비룡들이 정면에 선다.

     “윈체스터가 명한다! 그레이 지브롤터를 가장 안전하게 제국의 황궁까지 인도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날아라! 길을 열어!”

     “대공.”

     “그대는, 날 따라오게.”

     

     하늘을 난다.

     선두에 있는 용기병이 빠르게 비행황궁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구치고, 곧 뒤따르던 용기병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다.

     시선분산.

     동시에, 교란.

     목숨을 걸고, 이들은 나를 저기 황궁까지 보내주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용기병들 모두, 자네가 검을 들기 이전부터 비룡을 탔던 자들일세.”

     

     윈체스터 대공이 수직으로 솟구친다.

     나 또한 대공의 뒤를 따라 하늘을 난다.

     “자네가 우리 모두보다 강하다고 할지언정, 우리들은 전부 자네보다 십수 년은 더 나이를 먹은 이들이란 말이야.”

     콰ㅡ앙!

     우리를 향해 날아오던 황금의 폭풍이 폭발을 일으킨다.

     대공의 비룡이 폭발을 역으로 이용하여 위로 솟구치고, 나 또한 그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

     아래로 떨어지는 비룡과 기수.

     비룡은 기절했고, 기수는 비룡으로부터 추락하고 있지만-

     척.

     그는, 어째서인지 나를 향해 웃으며 엄지를 들고 있었다.

     “앞만 보게.”

     윈체스터 대공의 목소리가 귀를 찌른다.

     “우리들 모두, 죽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게 아니야.”

     금빛 폭풍이 날아온다.

     직선으로 날아오는 게 아닌, 흡사 매직 미사일에 회전을 넣어서 날아오는 것처럼 궤도를 비틀어 우리를 향해 날아온다.

     “지브롤터 경!!”

     

     나의 옆으로 달려온 흑장미 하나가 외친다.

     “앞으로!”

     별다른 말은 없다.

     오직 그가 남긴 말은 앞으로, 그 한 마디 뿐.

     

     콰ㅡㅡ앙!

     폭발이 일어난다.

     순간적으로 보였던 검은 갑옷이 부서지는 것이, 꼭 검은 장미가 꽃잎으로 흩날리는 것과도 같았다.

     “그레이!”

     윈체스터 대공이 외친다.

     “믿어라!”

     무엇을?

     노스트럼을?

     국가의 재앙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려고 하는 이들을?

     “믿거라!”

     영웅적인 희생을 강요받으며 자라왔으며, 죽어서 모두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꺼이 황금의 폭풍에 몸을 내던져 우리의 길을 열어주는 이들을?

     “우리 모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음을!”

     “……예.”

     그래.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기 위해서.”

     

     이들은 회귀 전, 매국노 시절에 내가 지켜봤던 이들이 아니다.

     “기사들이여ㅡㅡ!!”

     “””예ㅡㅡ!!”””

     설령 일부는 회귀 전과 후나 지금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해도, 그런 이들은 이 자리에 올라오지도 않았다.

     “우리는 명예를 탐하지 않는다!”

     하나의 검은 꽃잎이 바스라지고.

     “우리는 영광을 탐하지 않는다!”

     

     두 개의 깃발이 폭풍에 쓸려나가고.

     “우리가 바라는 것은 내 가족의 안위요!”

     

     사람과 비룡이 함께 지상으로 낙화하듯 떨어지더라도.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일지어니!”

     앞으로, 나아간다.

     “가라, 지브롤터!”

     윈체스터 대공이 비룡의 위에 두 발로 선 채, 창을 크게 뒤로 당긴다.

     “우리의 ‘앞’을, 부탁한다!”

     오러가 가득 담긴 창이 비행황궁을 향해 날아간다.

     동시에 황궁이 화답을 하듯, 황금의 폭풍이 우리를 향해 시야를 뒤덮을 듯이 날아온다.

     콰ㅡㅡㅡㅡ앙!!

     용기병들이 순식간에 휩쓸리고, 내가 윈체스터 대공을 스쳐지나가듯 그 위를 달려간 순간.

     “카르멘을, 잘 부탁하마.”

     속삭이듯이 스쳐지나간 말을 뒤로 한 채, 나는 고개를 숙이며 윈체스터 대공이 던진 창의 뒤를 좇았다.

     콰ㅡㅡㅡㅡㅡ앙!!

     연달아 일어난 폭발.

     비룡들이 괴성을 지르고, 갑옷이 으깨지고 부서지며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더 멀어진다.

     

     그리고 동시에, 폭발에 흩날리는 하얀 머리카락이 스쳐지나간다.

     “…….”

     붉은 피가 튄 하얀 머리카락.

     폭발의 여파 때문인지, 그 흰 머리카락은 바람을 거슬러 하늘로 날아오른다.

     ‘앞으로.’

     앞을 바라본다.

     우리의 앞에는, 황금의 폭풍 사이를 꿰뚫는 검은 화살이 있다.

     흑색의 오러가 나선을 그리며 흩날리는 궤적의 뒤를 따라 날아가고, 그 창 끝이 나와 니드호그와 시선이 닿는 풍석을 향해 처박힌다.

     파지직.

     풍석에 금이간다.

     다른 풍석들은 아무런 이상없이 계속 폭풍을 쏟아내고, 그 출력은 더욱더 거칠어진다.

     그러나 우리가 날아갈 방향의, 정면을 향하는 풍석 단 하나에 꽂힌 검은창은 분명 황금의 폭풍을 꿰뚫어 풍석을 멈췄다.

     펄럭.

     니드호그가 날개를 펼친다.

     

     “고생했다.”

     마지막 한 번의 날개짓이었고, 나는 니드호그의 어깨를 발로 밟으며 앞으로 크게 뛰었다.

     큐르륵.

     마지막으로 날개를 크게 튕긴 움직임은 나를 던져주기 위함이었을까.

     쿵.

     

     두 발이, 땅에 닿는다.

     지상으로부터 이미 몇 km에 올랐는지 모를 정도로 높은 상공에서, 나는 두 발을 낯설면서도 너무나도 익숙한 장소에 발을 디뎠다.

     “어서오게.”

     정원의 반대편.

     “자네의 황궁에.”

     합스베르크 황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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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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