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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4

   아벨라의 어머니를 추적해왔더니.

     

   갑자기 나타난 한 여성.

   그리고 그녀는 크라슈가 조디악이 아님을 꿰뚫어 봤다.

     

   ‘분명 그녀는 조디악이 이곳에 있을 리 없다고 말하였다.’

     

   그 말의 뜻을 크라슈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조디악의 친어머니.’

     

   거기에 생각이 닿자 크라슈가 바로 입술을 뗐다.

     

   “조디악의 친어머니이십니까?”

     

   크라슈가 질문한 순간 그녀의 눈에 더더욱 거센 경계심이 서렸다.

     

   괜히 여기서 부딪칠 필요 없다.

   크라슈는 바로 이 일촉즉발의 사태를 정정하기로 했다.

     

   “현재 조디악은 월묘, 지니묘아에게 인계받은 후 현재 제블람에 가 있습니다.”

   “……제블람으로 갔다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에게서 반응이 나왔다.

     

   지니묘아는 조디악의 친어머니 지인이다.

   조디악을 조카라고 말할 정도로 서로 친숙한 사이인 만큼.

   조디악을 숨겨달라 부탁한 것도 친어머니 쪽이었겠지.

     

   그러니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 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익시온을 낚으려고 이런 꼴이 되긴 했지만, 용왕 크라슈 발하임이라고 합니다.”

     

   자기 입으로 별호를 말하는 건 부끄럽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신분도 없다.

     

   무려 천하십강의 신분이니 말이다.

     

   크라슈가 신분을 말하자 여성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그러고는 그녀도 꽤나 놀란 눈으로 크라슈를 보았다.

     

   “……네가 크라슈 발하임이라고?”

     

   아무래도 이쪽을 아는 눈치다.

     

   “예, 지금은 조디악이랑 똑같은 상태로 조절 중이지만요.”

     

   크라슈가 말을 전하자 그녀는 가만히 있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머리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말하기 전에 미리 정정하지. 난 조디악의 친어머니가 아니야.”

     

   이 부분에서는 도리어 크라슈가 놀랐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소개하지. 나는 금왕, 메르지아 메리골드야.”

     

   곧이어 들은 소개를 듣고 크라슈가 몸을 굳혔다.

   동시에 그녀의 강함이 모두 한 번에 이해가 됐다.

     

   금역, 금광을 지키고 있는 천하십강.

   금왕, 메르지아 메리골드.

     

   그녀라면 크라슈가 강자라고 느껴도 이상할 것 전혀 없었다.

     

   ‘모습을 숨기고 나타난 건가.’

     

   더불어 그녀가 조디악과 연관 있다는 것에 크라슈가 의문을 보였다.

     

   “조디악은 내 동생의 아들이야.”

     

   그리고 밝혀진 진실에 크라슈는 복잡한 얼굴을 했다.

     

   “동생이 있으셨습니까?”

     

   그도 그럴 게 메르지아는 메리골드 가문의 독녀였기 때문이다.

     

   “있었지.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죽은 이후 외도로 만든 자식이지만.”

     

   이쪽도 외도의 자식이었나.

     

   메르지아의 어머니는 메리골드에 시집을 온 신분이다.

   그러니 가주였던 아버지가 죽은 이후로도 새로운 결혼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영원히 메리골드의 안주인으로 살아야 했을 테니까.

   그러다 시간이 흘러 누군가와 눈이 맞았고, 결국 하룻밤을 가지게 된 거겠지.

     

   “그래도 어린 시절에는 가문의 시종으로 들여서 함께 자랐었어.”

     

   메르지아의 어머니는 몰래 딸을 낳고, 메르지아와 함께 그녀를 키웠다.

     

   메르지아도 당시에 이미 십 대 후반이었던 만큼.

   어머니의 늦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았기에 동생을 키우는데 협조했다.

     

   동생은 무럭무럭 컸고, 메르지아에게 동생은 여러모로 딸 같았다.

     

   “그러다가 한 번 어느 날 크게 싸웠지.”

     

   하지만 이는 동생에게 전부 받아들이라고 하기에는 힘겨운 일들이었다.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언니를 언니라 부르지 못한다.

   분명 같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났음에도 그녀는 매일 같이 몰래몰래 움직여야 했다.

     

   그 삶에 결국 지쳐 버린 그녀는 메르지아와 다투게 됐고, 가문을 떠났다.

     

   아직은 앳된 그녀가 향한 곳은 이곳 클로리아였다.

   클로리아에서 그녀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녀가 연 것은 약재방이었다.

   그녀는 꽤나 실력 있는 약제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약재를 구하는 과정에서 한 세계 침식자와도 연이 닿았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세계 침식자.

   당시, 검존에게 도전한 후 패배한 뒤 결국 상처로 인해 기절한 월묘, 지니묘아였다.

     

   그녀는 지니묘아의 은인이자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우연한 계기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졌다.

   그 남자가 다름 아닌 클로리아의 가주였다.

     

   클로리아의 가주는 귀족 핏줄을 반드시 이어야 한다는 이유로 정략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 삶에 질려버린 그는 어느 날 마주친 약제사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하나, 그는 이미 결혼한 몸.

   당연히 허락될 수 있는 사랑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그녀의 몸에서는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그게 바로 조디악이다.

     

   “처음에는 클로리아 가주 놈을 죽여 버릴까도 했지만.”

     

   메르지아가 이걸 알게 된 건 한참 후의 일이었다.

   당시에 마리골드 영지는 금광의 일로 무척이나 바빴다.

     

   무엇보다 메르지아는 차마 동생을 막을 수가 없었다.

   동생에게 주어진 삶은 분명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으니까.

     

   그러니 동생에게 사람을 붙여 놓고,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더니.

   웬걸, 동생이 아이를 가졌다고 하지 않는가.

     

   메르지아는 부랴부랴 일을 정리하고, 동생을 찾았다.

   그리고 동생의 임신 소식을 알고, 클로리아 가주를 죽여버릴 듯했으나.

   결국 동생의 만류로 인해 그만둬야 했다.

     

   “낳아서 키우겠더군. 자기와 비슷한 인생을 가지게 된 이 아이가 사라지면 자신 또한 사라질 인생이지 않냐면서.”

     

   동생의 말은 메르지아의 가슴팍을 깊숙이 찔러 놓았을 것이다.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한 동생과 똑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신분인 아이.

     

   메르지아는 차마 동생에게 그 아이를 지우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게 더불어 태어날 수 있어서 기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외도로 낳게 돼 가문 속에서 비밀리에 자라야 했던 자기 딸 같은 동생.

   그녀의 말을 들은 메르지아는 결국 그녀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내 동생의 몸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거겠지.”

     

   메르지아의 동생은 조디악을 낳고, 얼마 못 가 시름시름 앓았다.

     

   그녀의 집에서 상주하던 지니묘아가 조디악을 대신 봐주며 그녀를 간호하긴 했으나.

   타고난 몸이 약했던 것인지 아이를 낳은 그녀의 몸은 기력이 다 쇠했다.

     

   결국 얼마 못 가 메르지아의 동생은 죽었다.

   그리고 그 뒤, 클로리아의 가주가 찾아왔다.

     

   뒤늦게 조디악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를 받고, 급히 온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어느 날, 갑자기 약재 방을 그만두고 찾아오지 말라는 말만을 남긴 채 집을 옮겼으니까.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자신을 피한다면 그 또한 그녀의 뜻이라 여겨 더는 그녀를 쫓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편지를 받게 되고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쯤에는.

   외도였지만 사랑했던 여성은 생을 떠나고 없었다.

     

   “클로리아의 가주는 조디악을 자신의 둘째 아이로 삼았다. 아내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어떻게든 호적에 둘째로 넣었지.”

     

   그걸 보고, 메르지아도 동생의 죽음에서 피어난 분노를 참았다.

   조카인 조디악만큼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크라슈는 그제야 조디악과 관련된 모든 열쇠가 풀린 기분이었다.

   더불어 어째서 조디악이 창공의 세대에 속할 만큼 강해질 수 있었는지도 알겠다.

     

   ‘금왕의 핏줄이었으니까.’

     

   메리골드 가문에서는 메르지아가 태어나기 전까지 무위로 뛰어난 이가 딱히 없었다.

   타고난 재산을 이용해 황금 기사단을 꾸려 이용했을 뿐이니 말이다.

     

   하나 당시, 메리골드 가주와 결혼을 한 것은 황금 기사단장으로서 뛰어난 무위를 지닌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에게서 재능을 이어받고 태어난 이가 바로 금왕이었다.

     

   그렇다 보니 금왕과 같은 핏줄을 이어받은 조디악은 당연히 타고난 무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첫째인 조르발 클로리아 입장에서는 날벼락이긴 하겠군.’

     

   아버지 핏줄이 아니라 어머니 핏줄 덕분에 뛰어난 무위를 갖춘 셈이니.

   조르발로서는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크라슈도 상황을 모두 이해했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크라슈는 지금 이 상황이 의문인 부분이 있었다.

     

   “메르지아 님은 조디악이 없는데 왜 여기 계신 겁니까?”

     

   그것도 분장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녀가 분장했다는 것은 들키지 않고, 이곳에 와야 할 이유가 있다는 소리.

     

   하물며 그녀는 아벨라의 어머니 아르델쥬의 집을 노크하려 했을 때 말을 걸어왔다.

   이는 분명 아르델쥬와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소리일 터.

     

   크라슈가 질문하자 그녀는 문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여기에 내 동생이 약재 방을 차릴 때 도와줬던 사람이 있어.”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바깥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잘 정돈된 방이 보였다.

     

   바깥보다 공간도 훨씬 넓은 것 같았다.

     

   ‘마법이군.’

     

   금왕이 마법사를 초청해 만들어 놓은 공간이겠지.

   크라슈는 그리 생각하며 메르지아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방 안쪽 텅 빈 눈동자로 누워 있는 중년 여성이 한 명 보였다.

     

   그녀에게서는 썩 좋지 못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아무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생은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따랐었어.”

     

   진짜 어머니는 어머니라 부를 수 없었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지냈다.

     

   “어느 날 이후로 저렇게 됐지.”

     

   죽은 동생이 어머니라고 따른 이다.

   아무리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

     

   “처음에는 메리골드로 데려갈까 했지만, 그녀가 떠나려고 하지 않아서 말이야. 결국 저렇게 거의 매일 누워있기만 해. 잠깐 다른 곳 보고 있어.”

     

   메르지아는 익숙한 듯 그녀의 옷을 갈아입혔다.

   그러고 나서 크라슈에게 돌아왔다.

     

   “그래서 이제 내가 묻고 싶은데.”

     

   그녀는 크라슈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너야말로 왜 이곳에 있는 거지?”

     

   크라슈가 익시온의 미끼가 되기 위해 조디악으로 분장한 건 알았다.

   그렇다면 그가 클로리아에 있어야지 왜 여기에 있냐고 그녀가 질문했다.

     

   그녀의 질문을 들은 크라슈는 넋 놓은 채 가만히 있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익시온을 돕고 있는 마법사 중 아벨라라는 여자가 있습니다.”

     

   크라슈는 중년 여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리고 저기 있는 그녀가 아벨라의 어머니입니다.”

   “딸이 있었다고?”

     

   메르지아도 몰랐던 사실이었는지 그녀는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아르델쥬를 바라보았다.

   크라슈는 가만히 보다가 이내 무언가 떠올랐다.

     

   그러고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메르지아를 돌아보았다.

     

   “……혹시 그녀가 쓰러진 시점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동생에게 듣기로, 지금이 그러니까, 응, 16년 전쯤인가. 그랬어.”

     

   크라슈의 얼굴이 굳었다.

     

   “아벨라가 올해로 16살입니다.”

     

   그러자 잠시 침묵했던 메르지아가 서서히 두 눈을 크게 뜨기 시작했다.

     

   “설마.”

   “아르델쥬 씨가 쓰러진 게 아벨라가 태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잠깐, 그건 말이 안 돼. 동생이 어머니처럼, 심지어 같은 집에서 지내던 사람이 임신한 사실조차 몰랐다고?”

     

   그녀의 말대로다.

   임신했다면 당연히 배가 불러 져야 하는 일.

   이는 생물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르지아의 동생은 그 사실을 몰랐다.

   크라슈도 이에 관해서는 아무런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아벨라는 클로리아의 주민으로서 등록되어 있었다.

     

   ‘아르델쥬가 아벨라를 낳았고, 그녀가 정신을 잃게 된 이유도 아벨라가 태어난 이유라 치면.’

     

   그렇다면 그녀를 주민으로 등록한 건 누구란 말인가?

     

   크라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언가 알 수 없는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팍팍 들었다.

     

   ‘우연이 아니라면.’

     

   그러다 문뜩.

   크라슈가 아르델쥬를 돌아봤다.

     

   “…….”

     

   크라슈가 아르델쥬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이내 손을 들어 올렸다.

     

   “……메르지아 님, 어쩌면 아르델쥬 씨를 깨울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뭐?”

     

   메르지아가 놀란 눈으로 본 순간 크라슈의 손아귀에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빛의 정체는 다름 아닌 블랙후드였다.

     

   만약 그녀가 정신을 잃은 게 단순한 육체가 아니라 별개의 이유가 있다면.

     

   ‘빼앗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 대상 아르델쥬 ]

     

   크라슈가 블랙 후드를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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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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