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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5

        

         

       의원은 자기 능력을 뽐내려는 듯 당당하게 말했다.

         

       자신의 인맥의 도움을 받는다면 잠입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고.

       괜히 한국인들 눈치나 보면서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들어가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의원의 당당함에 감탄하며 말했다.

         

       “허허.”

         

       “허풍도 참….”

         

       그들은 의원을 허풍쟁이라도 보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영상이나 사진에 찍히지 않는 방법?

       당연히 존재한다.

         

       교란용 위장막을 걸치거나, 전파 교란 장치를 작동시키거나, 광학 위장 능력이 있는 아티팩트를 사용하거나, 역용술을 익힌 무인이 골격을 바꿔서 변장한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EMP를 터뜨려서 주변 장비들을 모두 망가뜨리는 방법도 있었다.

         

       그래.

       방법은 많았다.

       많은데….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리는 게 아니라,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영상에 찍히지 않는다고 끝인가?

       아니다.

         

       곳곳에 깔린 능력자가 몇이며, 장비가 몇이며, 아티팩트가 몇인가.

         

       그냥 기계에 찍히지 않는다고 다가 아니다.

         

       게다가 사람도 문제다.

         

       한국은 땅덩어리에 비해서 사람이 바글바글한 동네였다.

       그나마 지방이라면 은신과 암행을 통해서 사람 눈에 띄지 않고 활동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나, 이번 일은 수도권에서 활동해야 할 것이 뻔했다.

         

       즉, 최소한 임무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 들키지 않으려면.

         

       기계에도 찍히지 않아야 하고.

       사람에게도 보이지 않아야 하고.

       곳곳에 있는 감시 장비를 피해야 하고.

       아티팩트에도 걸리지 않아야 한다.

         

       거기다가 그냥 들어갔다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해야 하지 않은가?

       물건을 들고 와야 할 것 아닌가!

         

       한국이 일본에 넌지시 ‘이런 물건이 있으니 협상 좀 해야겠지?’라며 넌지시 말을 할 정도다.

       그 정도 유물이 아무런 방비 없이 굴러다니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 방비를 뚫고 무사히 물건을 쥐어야 하며, 그것을 무사히 일본까지 가지고 가기까지 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토가 나오지 않는가.

         

       저게 가능해지려면 잠입, 침투 전문 능력자를 여럿을 묶어서 보내야만 한다.

         

       잠행, 은신을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무인에다가, 서포트를 할 음양사나 마법사, 그리고 후방에서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사람들까지. 거기에다가 발각되었을 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여러 물건도 쥐여줘야만 한다.

         

       저게 무사히 능력자가 작전이 끝난 후 무사히 귀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저 조건에 충족하지 못하면?

         

       그래.

       어찌어찌 작전은 할 수 있겠지.

       운이 좋다면 물건을 무사히 일본에 보낼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그 후엔?

         

       반드시 잡힌다.

         

       일본의 능력자가.

       천황폐하와 관련된 주물을 일본으로 보내는 공을 세운 능력자가, 그대로 잡힌다는 소리다.

         

       일회용.

       일회용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가?

         

       “너무 당당하게 능력자를 파견하자고 하는 것을 보고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싶었는데…. 쯧쯧. 그런 것도 없었구먼.”

         

       “영상 장비에만 안 찍히면 된다? 그래봤자 흔적은 남지 않는가? 노이즈 같은 걸로 추적이 가능하잖나?”

         

       “영상 장비만 막으면 침투까지는 되겠군. 물건까지는 어찌 빼돌릴 수는 있겠고. 그런데 그 능력자는 한국에 붙잡히겠어.”

         

       “한국 정부가 그 능력자를 증거로 내세우면서 일본이 한국의 유물, 주물을 훔치려 했다면서 난리를 피우면 일본의 망신이 되겠구먼.”

         

       “게다가 말이야. 우리가 능력자가 넉넉한 형편인가? 당장 어르신만 하더라도 여러 곳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덕분에 능력자 경호원도 넉넉하게 데리고 다니질 못하는데 말이야.”

         

       “그나마 어르신은 일본을 부흥시킨 공이 있으니 배려를 받는 것이지요. 저는 무인 한 명 간신히 데리고 다닙니다. 쯧. 경호라는 것이 아무리 철저해도 부족한 것이거늘…. 경호 대장이 무인이고, 무인이 직접 호신술을 단련시킨 경호원들이 있으니 충분하다나 뭐라나.”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화족들에게 있어 능력자라는 것은 참 소중한 존재였다.

       그들에게 있어 능력자라는 것은 옛 시절의 사무라이와 같은 존재.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고,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며, 자신의 명에 따라 무력을 사용하는 소중한 존재였다.

         

       단순히 경호원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휘하에 둔 능력자라는 것은 그들의 세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그들 가문의 위세이며, 귀족으로서의 격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옛날, 근대화되기 이전.

       가문의 힘을 무엇으로 구분 지었는가?

         

       돈?

       땅?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가문의 힘을 나타내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바로 무사였다.

         

       무사!

       사무라이!

         

       실존하는 무력이자, 그들의 팔이자 검!

         

       일본 제국 시절 때도 마찬가지.

         

       그들은 군에 끼치는 영향력이 강할수록 강한 가문이라 여겼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이러한 화족의 사상은 그대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에서 남아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능력자와 가문의 힘을 동일시하는 전통.

         

       그런데….

         

       그런 전통을 뻔히 알고 있을 의원이, 이렇게 말한다.

         

       그냥 물건만 가져오게 하고 능력자는 버리자고.

         

         

       “당신은 능력자가 남아도나 봅니다?”

         

       “쇼군이라도 되나 봅니다. 허허허. 임무 하나에 능력자 하나라.”

         

       “아니면 뭐, 어디 우익 단체 하나 먹었습니까? 용케 정부의 눈을 피해서 우익 능력자 단체에 접촉이라도 했나 봅니다?”

         

       “하하, 그랬으면 지금 여기에 있겠습니까? 당에서 자진사퇴 시키고 바로 내란죄 혐의로 체포했겠지.”

         

       어이가 없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의원이 말했으면 이해라도 할 텐데.

       데릴사위 같은 형태로 뒤늦게 가문에 들어와서 성을 바꾼 경우라면 상식이 조금 부족하구나 여겼을텐데.

         

       저 의원은 놀랍게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들과 교류한 사람이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화족이었고, 어디 긴 시간 동안 유학을 나갔다 온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 계속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그럼 당연히 이렇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 중요한 건 물건이니까 아무 능력자나 보냅시다. 귀환? 아 물건만 가져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능력자요? 아 그건 제 가문 능력자는 보낼 생각 없고, 그냥 견제할만한 가문에서 능력자 뽑아서 보내면 되는 거 아닙니까? 』

         

       그렇기에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의원을 허풍쟁이처럼 바라보았고, 이기적인 놈처럼 바라보았고, 의원 생활 오래 하면서 못된 것만 배워먹고 화족끼리의 유대감이라고는 개나 줘버린 놈처럼 바라보았다.

         

       의원은 그들의 좋지 않은 눈총을 받으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혀 위축되지 않은 듯, 당당한 태도로 말이다.

         

       “하. 이런, 여러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한 말은.”

         

       의원은 스마트폰을 꺼내며 씩 웃었다.

         

       “다른 걱정은 할 필요가 없으니, 영상과 사진에만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사진 하나를 띄워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어…?”

         

       “잠깐만.”

         

       그 사진은 오직 문자만 있는 사진이었다.

         

       하지만 그 문자밖에 없는 투박함과는 달리, 그 안의 내용은 아주 중요한 것들로 차 있었다.

         

       “감시 장비 위치…?”

         

       “이거, 기밀 아닙니까?”

         

       놀랍게도 거기 적힌 것은 군사기밀이었다.

         

       서울 일부 지역의 감시 장비의 위치가 적혀있었다.

         

       물론 전부는 아닌 듯 듬성듬성했지만, 침투 경로를 만들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의원을 바라보았다.

         

       “이거 어떻게 얻었습니까?”

         

       고작 2선 의원 따위가 얻을만한 정보가 아니었다.

         

       “다 방법이 있습니다.”

         

       의원은 사람들의 경악이 담긴 시선을 받자 기분이 좋아진 듯 슬쩍 웃었다.

         

       “자. 이만하면 믿음이 가십니까?”

         

       “아, 그…렇지요?”

         

       “그렇긴 한데…. 허, 참….”

         

       의원은 아까 전의 날카로운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온순해진 사람들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자, 감시 장비 위치도 있습니다. 영상과 사진에 찍히지 않을 방법도 있습니다. 뭐, 더 문제 있습니까?”

         

       “흐음….”

         

       “가능할지도….”

         

       사람들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 정도가 있다면, 무사히 물건을 들고 귀환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의원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재촉하듯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나 준비가 되어 있는데 못할 리가 없다, 일본의 능력자는 한국과는 비교도 안 되게 우수하다, 한국이 물건에 대한 방비를 해봤자 얼마나 잘했겠냐, 일본의 능력자라면 설령 문제가 생겨도 힘으로 그들을 때려눕히고 돌아올 수 있다, 그다지 많은 숫자가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니 천황폐하와 관련된 주물을 얻는 명예를 얻으려면 어서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의원은 정치 생활하며 갈고닦아온 혀 놀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조바심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래, 합시다.”

         

       마침내 허락받았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는 웃었다.

         

         

         

        * * *

         

         

         

       능력자 여럿이 무리를 지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사카 국제공항에서 만났고, 오사카의 니시나리구(西成区)에서 부랑자 몇몇의 신분을 사들였다.

         

       그 후 그들은 두 번의 비행기를 거쳐서 바다를 건넜다.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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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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