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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5

       어이없는 물음을 입에 담은 도인은 그야말로 선풍도골(仙風道骨)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이였다.

         

       과장 조금 보태면 이런 이들이 오랜 시간 수양 끝에 신선이 되어 선계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 정도.

         

       ‘혈교와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여.’

         

       수풀 속을 헤치고 나온 도인이 그러했듯, 백우진 또한 도인을 의심했다.

         

       한창 전쟁으로 중원 전역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모산을 찾는 이라면 충분히 혈교의 끄나풀 또한 교인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나 눈앞의 도인은 혈교와 연관이 없어 보였다.

         

       그의 주변으로 흐르는 기운은 거칠고 더럽기 짝이 없는 혈교도의 것과는 달리 더없이 장중하고, 맑았기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백우진이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도인께선 제가 혈교도로 보이십니까?”

         

       이에 도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지 않소.”

       “허면 그리 물음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재차 던진 물음에 도인은 조용히 손을 뻗어 그가 앉아 있던 곳에 떨어져 있는 독고천의 머리를 가리켰다.

         

       “도우께선 확실히 혈교도와 달리 정기가 맑고 깨끗하나, 곁에 그런 흉측한 것을 두었으니 어찌 의심하지 않을 수 있겠소.”

       “아.”

         

       그제야 깨달았다.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제 주변에 흉측한 머리 하나를 같이 끼고 있었음을.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음을 인정합니다.”

       “허허, 그리 이해해주니 고맙소.”

         

       난감했다.

         

       저 머리를 들고 모산에까지 온 이유를 어찌 설명해야 할까.

         

       혈교의 본거지를 찾으러 왔다는 말은 함구해야 한다.

         

       눈앞의 도인은 분명 혈교도와는 거리가 먼, 선한 인물로 보이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상대를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인물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기에.

         

       “어려운 사연이 있는 듯하니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되오.”

         

       그때 도인이 먼저 선심을 베풀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소만, 도우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말이오.”

         

       그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옥면신룡 백우진 소협…, 맞소?”

         

       백우진이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맞습니다. 헌데 도인께선….”

       “빈도는 각우라 하오.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며 도를 닦고 있소.”

       “반갑습니다, 각우 도장.”

       “허허, 명성이 자자한 백 소협을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소.”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반갑다는 투로 말을 건네는 각우.

         

       그러나 백우진에게는 조금 다른 뜻으로 다가왔다.

         

       네가 왜 이곳에 있냐는 느낌.

         

       “인근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잠시 들르게 되었습니다. 도장께선 수양을 하러 오신 겁니까?”

         

       이어지는 물음에 침음성을 흘리는 각우.

         

       “수양을 위해 들른 것은 맞소만…, 지금은 아니오.”

       “지금은 아니란 말씀은…?”

       “그것이….”

         

       말끝을 흐리며 대답을 망설여하던 그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 솔직하게 털어놓겠소.”

       “무얼 말입니까.”

       “빈도는 이곳에 혈교의 본거지가 있지 않을까, 의심되어 둘러보는 중이었소.”

         

       갑작스럽게 쏟아진 그의 말에 눈을 부릅뜨는 백우진.

         

       혈교의 본거지라니.

         

       도교의 성지나 다름없는 모산에 그들의 본거지가 있음을, 저 도인은 어찌 알아낸 것일까.

         

       “…그렇게 판단하게 된 근거라도 있으십니까.”

         

       그러한 의문은 자연스럽게 각우를 바라보는 백우진에게 의심을 심어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오문과 손을 잡은 백우진조차 강시로 변한 독고천과의 거래가 아니었다면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한 정보를 어찌 알 수 있는지.

         

       그것이 무척이나 의아했기 때문.

         

       각우는 그러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자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말했다시피 빈도는 마음의 수양을 위해 모산을 찾았소.”

         

       모산은 도교의 성지이자, 맑고 깨끗한 정기로 가득 차 있어 신선이 되기를 꿈꾸는 도사들이 수양을 쌓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각우 또한 다르지 않았다.

         

       중원 곳곳을 휘감은 전란으로부터 한 발짝 벗어나 수양을 쌓기 위해 모산에 들렀건만.

         

       “언제부턴가 이곳에도 사이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구려.”

         

       중원에서 느껴지던 혈교도들의 사이한 기운이 모산에서도 느껴지기 시작한 것.

         

       이를 의아하게 여긴 각우는 기운이 느껴진 곳을 찾아 헤맸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더구려. 마치 빈도가 헛것을 쫓아 그곳까지 당도한 것처럼 말이오.”

         

       각우는 그것이 의아했다.

         

       그가 느낀 기운은 분명 혈교도의 것과 매우 흡사한 것이었고, 이는 허상이 아니었다.

         

       기이한 현상에 시름하던 각우는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어쩌면 이곳에 혈교의 본거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리 생각하게 된 이유는 이곳이 혈교의 본거지를 숨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백 소협도 알 것이오. 그들의 주변에 흐르는 추악한 피 냄새를.”

         

       아무리 몸을 깨끗하게 씻어도 지워지지 않은 짙은 피 냄새.

         

       혈교의 본거지에는 그러한 이들이 대저 몇 명이나 똬리를 틀고 있을까.

         

       “모산은 그 냄새를 지우는 데에 아주 탁월한 장소요.”

         

       앞서 말했듯, 이곳 모산은 맑은 정기가 끊임없이 흐르는 도교의 성지.

         

       이를 이용할 수 있다면 그들의 몸에 짙게 밴 피 냄새를 없애는 것도 가능했다.

         

       “하여 빈도는 며칠 전부터 모산 곳곳을 옮겨 다니며 사이한 기운을 좇아 헤매고 있다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백우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일리가 있어.’

         

       그의 말은 분명 타당했다.

         

       아니, 듣고 보니 자신 또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이곳에 혈교의 본거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어찌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피를 마시며 제 무공의 경지를 드높이는 혈교도들의 몸에서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피 냄새가 늘 진동한다는 사실을.

         

       혈교의 본거지에는 그러한 교인들 수백, 수천이 도사리고 있을 터.

         

       그들이 모여 자아내는 피 냄새는 또 얼마나 끔찍하고, 추악할까.

         

       놈들이 조금만 엉성했다면 그 냄새만으로 본거지는 이미 들통났어야 정상.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자취뿐만 아니라 냄새까지 완벽하게 지워내고 있다는 뜻.

         

       거기까지 생각하면 중원 전체에 혈교의 본거지가 숨을 만한 곳은 몇 군데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혈교가 모산파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여기 말곤 없다시피 한 수준.’

         

       모든 화살표가 이곳 모산을 가리키게 된다.

         

       백우진의 얼굴에 미약한 확신이 깃들 즈음.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각우가 넌시지 말을 꺼냈다.

         

       “빈도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으니, 백 소협도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시오.”

       “…….”

         

       입가에 띤 미소가 백우진에게 그리 말하는 듯했다.

         

       조금 전의 거짓 대신 이곳을 찾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직접 밝히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가 끝까지 모르쇠로 나온다면 모를까, 이토록 허심탄회하게 말을 꺼냈으니 자신 또한 진실을 토해내는 수밖에.

         

       “도장의 생각이 맞습니다. 저 또한 혈교의 본거지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허허…, 그럼 빈도의 예상이 맞은 것이구려.”

         

       너털웃음을 흘리는 각우의 표정은 오묘했다.

         

       제 추측이 맞았음에 기뻐하는 듯, 동시에 씁쓸해 보였다.

         

       도교의 성지라 불리는 곳에 추악한 것들이 숨어 있으니 못내 안타까울 테지.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라.’

         

       백우진은 각우와의 만남이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곳 모산을 잘 아는 인물.

         

       그렇다면 수수께끼와도 같은 스물여덟 개의 연못에 대해 아는 바가 있지 않을까?

         

       “도장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이곳에 스물여덟 개의 연못이 모여 있는 곳이 있습니까?”

       “…혹 그것이 혈교의 본거지를 알아내는 실마리요?”

       “그렇습니다.”

       “으음…, 스물여덟 개의 연못이라.”

         

       골똘히 고민하던 각우가 이내 입을 열었다.

         

       “모산에 연못이 많기는 하나, 스물여덟 개나 되는 연못이 모여 있는 곳은 없소.”

       “…으음.”

         

       백우진의 날카로운 시선이 죽은 척 눈을 감고 있는 독고천에게로 향한다.

         

       스물여덟 개의 연못은 다름 아닌 그가 던져준 실마리.

         

       만약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헛고생한 셈이 되는 것 아닌가.

         

       ‘저걸 그냥 반으로 한 번 더 갈라버려?’

         

       그가 무시무시한 생각을 품고 있을 때, 각우가 말을 이었다.

         

       “확실히 스물여덟 개가 모여 있는 곳은 이곳 모산에 없소. 다만, 짐작 가는 곳은 있구려.”

       “짐작 가는 곳이라면….”

       “확실치는 않으나, 그곳이라면 그렇게 보일지도…, 으음.”

         

       말끝을 흐리는 각우.

         

       짐작 가는 곳은 있으나, 좀처럼 확신할 수 없어 자신 있게 말을 내뱉지 못하는 듯했다.

         

       이에 백우진이 그를 향해 한 걸음 크게 다가서며 말했다.

         

       “확실치 않아도 좋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일러주십시오.”

       “좋소. 가는 길이 제법 어렵고 험하니, 빈도가 백 소협의 길을 열어드리리다.”

         

       이윽고 들려온 대답에 백우진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마침내 그들의 본거지를 제 눈으로 확인하게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된 듯하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우,,, 허리 통증이 아직 완전히 낫질 않아서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드네요.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_ _)

    P.s 후원 감사의 말씀

    파페포포 님!

    후원 감사합니다. (_ _) 늘상 꾸준하게 봐주시는 덕분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완결까지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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