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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5

       *** ***

       

       천마신고 내부 2급 서고.

         

       흑묘는 한 권의 비급을 뽑아들며 중얼거렸다.

         

       “찾았다.”

         

       흑묘가 들어올린 비급에는 귀운철조라는 글자가 뚜렷이 나타나 있었다.

         

       “그 비급으로 하시겠소?”

         

       흑묘를 의식하여 과도하게 목소리를 착 깐 안내인에게 아무런 감흥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 준 흑묘.

         

       흑묘는 곧바로 독서실로 안내되었다.

         

       독서실은 선택한 비급을 익히거나 암기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흑묘는 호천안이 추천해 준 뇌력공을 운용하며 귀운철조의 비급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세 시진에 걸쳐서 일차적으로 귀운철조의 전반부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은 흑묘는 과도한 집중력을 소진한 탓에 지끈거리는 머리의 통증을 다스리기 위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생각했다.

         

       ‘이제 선배가 모으라고 한 열 권의 무공서 중에서 일곱 권의 무공을 모았네.’

         

       흑묘는 방금 머릿속에 집어넣은 귀운철조의 내용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영 애매한 무공이라고.

         

       조법이라는 게 본래 사람의 팔이나 몸을 옭아매는 것이 중점이긴 하지만 이 귀운철조는 공격성이 너무 과했다.

         

       초절정의 경지부터는 손에 강기를 두를 수 있으니만큼 무기를 이용하지 않는 자들이 신체의 절단을 두려워하지 않고 손발을 뻗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기를 두른다 한들 신체에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흑묘는 머릿속으로 지금까지 익힌 6개의 무공을 떠올렸다.

         

       ‘선배가 추천해준 월령투수와 조합이 좋기는 하지만 그러면 기의 운용이 너무 까다로운데.’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흑묘는 상념을 떨쳐냈다.

         

       “뭐, 선배가 추천한 이유가 있겠지.”

         

       흑묘는 기연에 한해서는 호천안을 의심하지 않았다. 강속 밑바닥에 있는 화리 동굴을 알고 있지 않나, 현천자의 비동 같은 신비한 곳을 알고 있지 않나, 어느 산에 정확히 무슨 무공이 묻혀 있는지 알고 있지를 않나.

         

       보여 준 것이 하도 많아서 의심하는 것 자체가 바보같은 짓이었다.

         

       물론 그런 정보의 출처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사실이었다.

         

       흑묘는 영휘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선배는 그 방에서 기억을 되찾은 것 같은데…’

         

       호천안의 행동은 분명 기억을 되찾은 자의 행동이었다. 그러나 흑묘는 호기심에 호천안의 과거사를 파고싶지는 않았다.

         

       숨겨진 진법 속에 펼쳐진 그 풍경만 봐도 비극적인 호천안의 유년기가 그려졌으니까.

         

       ‘언젠가 이야기해 주겠지.’

         

       마교 생활은 큰 위기 없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그게 편하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호천안은 매일같이 위지천과 도박 승부를 이어나가고 있었고 동시에 매주 한 번 위서련과 대련을 펼치고 있었다.

         

       뿐인가.

         

       위서련과의 대련을 위해서는 꾸준히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발전이 정체되었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며 투덜대고는 있었지만 입으로만 투덜거릴 뿐, 부지런히 비고를 드나들고 수련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

         

       호천안이 잘 벼터내고 있을 뿐, 호천안이 이어나가고 있는 마교의 일상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뇌정을 받으면 선배는 화경에 오르려나?’

         

       흑묘는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호천안을 상상하면서 묘한 감흥에 휩싸였다. 서로 열심히 해서 화경의 경지에 도달하자는 약속을 나누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그 약속이 정말로 현실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5개월 정도가 지나면 그 약속은 현실이 된다.

         

       “나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흑묘는 눈에 힘을 주고 귀운철조의 후반부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흑묘가 그렇게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있을 때.

         

       “여긴가?”

         

       호천안은 지하도박장을 방문하고 있었다.

         

       *** ***

       

       무림고수는 도박을 즐기기 힘들다.

         

       무인이 도박판에 서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경지가 높은 무인은 어디까지나 도박을 통해 잠깐 여흥을 즐기는 정도가 한계다.

         

       초절정 고수인 이몸 호천안.

         

       사채용의 의뢰를 받아내기 위해 영상루의 도박사들을 털어낸 적이 있었다.

         

       이때야 사천성의 암흑가에서 사파들을 몰아내기 위해 움직인다는 명분이 내 행동을 정당화 시켜 주긴 했지만 사실 초절정 고수가 도박사들을 털고 다니는 행동 자체만 보면 그냥 무림고수가 도박판에서 행패를 부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무림고수는 접대 도박이나 좀 받을 수 있을 뿐, 진짜 도박판에서는 배제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거지.

         

       이게 무림천하 등장인물들 중에서 도박을 대성한 이가 없는 이유였다.

         

       결국 무림천하의 등장인물들은 무림인인데 무림인이라면 도박판에서 배척받기 일쑤니 어디 도박을 대성한 자가 나올 수가 있겠냐고.

         

       이토록 무림인이 도박을 즐기고 익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위지천에게 제대로 허를 찔렀다.

         

       무공이 배제되어야 할 도박판에 무공이 등장했으니 정신을 못 차리고 당해버린 셈이다.

         

       위지천의 야바위 기술이 단순했기에 이긴 것이지 무공도박술 자체에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으니 그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위서련에게 찾아가 물었다.

         

       “그런 도박술은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아아, 아버님께서 펼치신 기술 말인가? 마교의 도박사에게 배웠지.”

         

       마교에 그런 도박사들이 있어?

         

       무림천하 고인물이었던 나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가볼 생각이라면 안내인을 붙여 주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위서련이 붙여준 안내인은 수신호위가 아니라 도박사였다.

         

       “전입이라 합니다.”

         

       “반갑소.”

         

       아무래도 이 자가 위서련과 위지천을 가르친 도박사였던 모양. 지난 이주간 위지천과 위서련에게 꽤 시달린 탓인지 볼이 홀쭉해져 있었다.

         

       “그대도 무공을 섞어 펼치는 도박에 관심이 있습니까?”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전입이라는 자는 동지가 늘어난다고 생각했는지 우호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그대와 같은 이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일 게요. 그곳에서는 스스로에게 제약을 두지 않고 마음껏 도박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오.”

         

       그런 전입의 인도 하에 도착한 지하도박장.

         

       전입은 나를 보며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목회 겸 단수회에 온 것을 환영하오.”

         

       나는 도박장의 전경을 둘러보며 입을 쩍 벌렸다.

         

       쉬쉬시시시싯!

         

       “으하하! 받아라! 나의 풍신류!”

         

       샤샤샤샥!

         

       “과연 나의 수법을 간파할 수 있을까?”

         

       도박판에서 배제된 무림고수들이 저들끼리 모여 무림고수들만의 도박을 펼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 대체 얼마나 도박에 진심인 거지?

         

       오고 가는 기술을 보아하니 하루이틀만에 완성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오직 지하도박장에서만 쓸 수 있는 무공도박술을 진심으로 연마하는 자들.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짜릿함을 위해 땀흘리고 머리를 굴리기를 주저하지 않은 자들.

         

       그 열정만큼은 나도 감탄사를 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잇! 받게!”

         

       쩔그렁!

         

       감탄사를 토하던 나는 그들의 주고받는 화폐를 보는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무편!

         

       나는 그들이 주고받는 무편을 보는 순간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를 깨달았다.

         

       금전이 아닌 무편을 걸고 도박을 벌이는 곳.

         

       지하도박장!

         

       내가 바로 지하도박장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이몸 호천안조차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곳은 어디인가?

         

       천마신교다.

         

       천마신문도 아니고 천마신파도 아니고 천마신맹도 아니고 천마신교(敎)다.

         

       그런 천마신교에서는 숭무사상이 하나의 교리였다.

         

       즉 그만큼 무(武)는 이 마교에서 신성시 된다는 뜻이었다.

         

       그런 마교에서 무편을 걸고 도박을 벌인다?

         

       불경한 일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는 법이니까. 꾸준한 근로 대신에 한 방의 도박을 통해서 대량의 무편을 획득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자들끼리 도박판을 벌일 수도 있지.

         

       그런 마교에서 무공과 도박을 섞은 무공도박술을 만들어 낸다?

         

       불경한 일이지만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도박을 좋아하는 무인들이 무인들끼리 즐기는데 사용되는 도박기술을 만들어서 저들끼리 즐길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 그 두가지의 불경을 동시에 범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자들일까.

         

       지금 이 지하도박장에서는 그 두 가지의 금기를 동시에 범해지고 있었다.

         

       지금 이 자들은 숭무사상이 팽배한 이 마교에서 무편으로 도박을 벌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무공을 섞은 기술을 펼치며 무편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나니 방금 전까지 도박에 진심을 보이는 열정적인 도박사들로 보였던 이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 미친놈들 아니야!

         

       “후후, 어떻소? 감동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손가락으로 코밑을 비비며 멋쩍어하는 전입이 다가왔다.

         

       생각해보니 이놈이 제일 위험한 놈이네.

         

       금기라는 금기는 다 범한 녀석이 이 천마신교의 주인인 천마와 소천마를 가르치고 있다니.

         

       사람 이름이 올인이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며 전입과의 거리를 벌렸다.

         

       “왜 그러시오?”

         

       “아, 아니오…”

         

       당장이라도 이 미친놈들 소굴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본래의 목적을 생각하며 간신히 뒷걸음질치는 발을 억눌렀다.

         

       잠시 나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던 전입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지 나를 지하도박장 안쪽으로 안내했다.

         

       “보시다시피 이 지하도박장에서는 자신이 갈고 닦은 무공을 펼쳐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소. 다만 무공을 사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판 안에서의 일이요. 상대에게 직접 경이나 무공을 펼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소.”

         

       어찌보면 당연한 말인지라 저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공으로 상대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지하도박장에서 벌어지는 건 도박이 아니라 싸움이었을 테니까.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경지를 여쭈어 봐도 되겠소? 무공을 사용할 수 있는 이 지하도박장의 특성상 경지가 비슷한 자들끼리 붙어야 경기가 성립하기 때문이니 오해하지 마시게.”

         

       “초절정이오.”

         

       “호, 과연…기도가 범상치 않더니만.”

         

       지금 보니 각 판마다 비슷한 경지의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역시 일류 고수들. 절정 고수들 역시 일류 고수들과 비슷한 숫자로 보였다.

         

       더욱더 도박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풍기는 기도가 묵직해졌다.

         

       “음.”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다섯 명의 무인이 초절정임을 직감했다. 두 사람의 도박을 지켜보던 세 사람 역시 내 기도를 느꼈는지 내 쪽을 바라보았다.

         

       “전입, 이자는?”

         

       “후후, 오늘 처음으로 지하도박장을 방문하신 분입니다.”

         

       “…호.”

         

       세 사람이 나를 보며 흥미로운 기색을 보였다.

         

       “별종이 하나 더 늘었군.”

         

       초절정쯤 되면 이 마교에서 정말 부러울 것이 없는 상위 계급이다. 만약 지하도박장에 다니는 것이 발각되면 자신의 명성에 큰 타격을 입을 자들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이 위험한 지하도박장에서 죽치고 있으니 별종이라고 부를 수밖에.

         

       “이분께서는 오늘 무공도박술을 견식할 목적으로 이곳을 방문하셨습니다. 혹여 어느 분이 좀 어울려 주실 수 있으신지요.”

         

       세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더니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그래, 새로운 상대는 언제든 환영하지. 하겠나?”

         

       “물론이오.”

         

       “후후, 무편을 너무 잃더라도 속상해하지 말게나. 본래 잃으면서 배우는 것이니.”

         

       상대가 나를 도발했지만 가볍게 무시하면서 판에 앉았다.

         

       “통명성이나 하지. 나는 삭휘일세.”

         

       “호천안이오.”

         

       삭휘과 잔과 주사위를 꺼내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천마 위지천이 펼치는 무공도박술에 그야말로 맥없이 당했다.

         

       왜 그렇게 맥없이 당했을까.

         

       그야말로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도박판에서 무인의 본능이 자극당하리라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나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천마가 내 무인으로서의 본능을 후벼팠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익숙해져야 했다.

         

       무인으로서의 본능이 도박판에 끌어 올려지는 상황 자체에 익숙해져야 했고.

         

       무공도박술에 대응하는 법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저 삭휘라는 자가 펼칠 무공도박술은 위지천이 펼치던 것과 다를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무인의 본능을 자극해 빈틈을 이끌어낸다는 점은 같겠지.

         

       그렇다면 이곳에서 무공도박술을 펼치는 자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무공도박술에 대한 기초적인 내성을 기를 수 있을 터였다.

         

       위지천이 성장한다면 나 역시 성장하면 될 일 아니겠는가.

         

       “그럼 가겠네.”

         

       “오시게.”

         

       삭휘의 손아귀에 기가 집중되는 것을 느끼는 순간 삭휘의 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하도박장.

         

       진짜 무공도박술을 구사하는 고수와의 첫 대결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어둠의 듀얼!

    *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기 기운이 살짝 도는가 싶더니 정신을 못 차리고 자버렸네요…

    긴잠을 잔 탓인지 몸은 괜찮아졌습니다.

    금요일 연재분은 정시에 연재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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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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