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5

        

         사회는, 세상은 언제나 온갖 갈등으로 가득하다.

         

         …아, 갑자기 뜬금없이 시민 운동이나 반체제 활동에 투신하겠다는 미친 소리를 꺼내기 전 서론 같은 건 아닙니다?

         

         문득 그냥 순수하게, 높은 장소에서 도시 풍경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시각 자극에 의해 드는 감상을 공유해보고 싶어서 꺼낸 말이랄까.

         

         한때 내가 당연하게 누렸던 21세기의 평화 뒤에만 해도 국가간 지정학적 다툼, 빈부 격차, 고령화 사회, 복지 사각, 이민자 문제, 인종 차별 등등 그저 천천히 들판에 번지기 시작한 불길이 옮겨붙을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던 화약고가 정말 도처에 잔뜩 널려 있었으니.

         

         꼭 탐욕, 질투, 분노, 음욕과 같은 사리사욕을 위한 죄악만이 모든 다툼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한층 더 깊은 착잡함을 유발했다.

         

         지금의 나야 여러가지가 잘 풀리고 무사히 해결되어서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수 있는 거지, 자칫 삐끗했으면 저기 저 불빛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존권이 걸린 절박한 투쟁에 나 또한 아직 발을 담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 마지막 수분 보충으로부터 1시간 47분이 경과하였기에 좋아하시던 컵에 얼음 음료수를 가져왔습니다. 혹시, 어울릴만한 간식거리도 이쪽으로 내오는 편이 더 좋았을까요? –

         

         “…너, 팝콘 같은 거 얘기하는 거지 그거? 난 됐어. 그렇게까지 태평하게 즐길 축제는 아니게 될 테니까, 저기서 폼잡고 있는 마사나리한테나 챙겨주던가. 게다가 뭘 먹으면서 이런 걸 구경한다 하면, 왠지 악덕 자본가가 죽창 맞는 이미지밖에 안 떠올라서 절대 안 돼!”

         

         총 대신 쟁반을, 덧대는 장갑 대신 수건과 냅킨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준 듯 케어봇의 표본 같은 얌전한 모습을 연기하는 제로에게 투덜거리면서도 시원한 탄산음료를 사양 않고 건네받았다.

         

         여기는 헬리포트와 간이 정원이 조성되어 있는 엔지니어 플라자 야외 옥상.

         

         그리고 몇 년만의 군사 작전에 주변에는 엑사테크와 헤이롱의 재해 합동 방어 임무를 직접 관측하겠다며 무슨 항공 망원경에… 자료 수집을 위한 대포 카메라에… 촬영 드론 키트에, 하여간 취미 용품을 잔뜩 챙겨 올라온 거주민들이 북적거리는 상황.

         

         “……꿀꺽.”

         

         어색하게 벤치 등받이에 팔을 걸친 채 음료수를 홀짝이며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나름 전문 기술자나 고액 연봉 회사원이 많이 사는 동네라 그런지 개인 드로이드를 대동하고 있는 게 나뿐만은 아니었으나.

         

         날이 갈수록 유연해지는 제로 특유의 움직임 때문인지, 옆 화단에 걸터앉아 단검 날을 살피고 있는 마사나리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덕분인지 우연치 않게나마 이쪽과의 거리를 좁히는 거주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관심 좀 있다하는 사람들은 다 올라온 터라 공간이 그리 여유로운 것도 아닌데 다들 눈치랑 위기 관리 능력이 투철하네. 나야 뭐 이럼 편해서 좋지만.

         

         하여간 내가 유달리 서정적인 무드에 젖어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엔지니어 플라자가 딱히 독보적인 레벨의 고층 빌딩은 아니었지만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을 고려하면 충분히 높았기에. 발아래로 보이는 메트로폴리스의 소란에 관심을 안 주기가 더 힘들었거든.

         

         “저게 전부 단순한 축제나 불꽃놀이 현장이었으면 예뻤을 텐데…… 경치가 참.”

         

         평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많은 종류의 불빛이 번쩍이는 거리.

         무수한 고함과 총성, 비명이 뒤섞여 그 무엇도 알아들을 수 없게 되어버린 생활 소음.

         간헐적인 화재, 그리고 이렇게 멀리서 보면 아지랑이처럼 느껴지는 폭발 사고의 유독한 연기 줄기.

         

         죽음의 기색이 만연한 저 하계로부터 거리를 두고 발을 뺄 수 있다는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건, 그야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래 마지않는 호화로운 삶이 아닐까.

         

         정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도 괜찮았으련만. 지긋지긋하기 그지없게 삶에 뿌리내린, 심장을 옥죄는 사람 사이의 갈등은 시대를 넘어 계속. 그 질긴 명맥을 유지해오지 않았나?

         

         비록 국가의 개념은 사라졌어도 시장 점유율와 구획 배정 문제로 기업끼리 싸우는 게 여전한 것처럼.

         중산층 붕괴는 이미 너무 오래된 얘기라 거론할 가치조차 애매하며, 부동산 격차로 거주하는 구역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도 어제오늘 아니다.

         

         노화 방지 및 세포 재생 시술의 개발로 얼핏 젊어 보이는 사람들도 시민권을 찍어보면 40, 50대이기 일쑤.

         복지는 대부분 개인이나 관계자에게 빚을 남기는 시스템으로 대체되었고, 대출 또한 잠재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환 가능성을 다 따져본 다음에야 겨우 집행된다.

         

         더군다나 돈과 일자리를 찾아 메트로폴리스로 밀입국하는 사람들에, 인종의 용광로가 이백여 년 가까이 돌아갔어도 여전한 차별에 더해 최근 수십년 사이에 심화된 시민권 등급 마찰까지 더해지면….

         

         “어럽쇼…?”

         

         – 그렇게 염려하실 정도로 사회상이 크게 변하거나 악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상술하신 부분들은 인류 총 인구수가 폭증하고, 거주 영역이 좁아지며 생활 밀도가 과하게 높아진 탓이 훨씬 더 크지 않겠습니까? –

         

         …뭐야, 시발. 생각보단 겁나 비슷할지도? 이게 그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인가 그건가?

         

         의자에 편히 등을 기대고 있던 것조차 심리적으로 불편해서, 무릎에 팔꿈치를 댄 채 턱을 괴고 있던 삐딱한 자세를 자연스럽게 풀었다.

         

         굳이 제로의 첨언이 아니더라도, 앞서 떠들었던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온갖 사회 문제에 현대의 이슈들을 대입하다 보니. 삭막한 세상이라며 방정 떠는 게 영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형태가 모습과 이름을 바꿔 내가 체감할 수 있는 가까이에 다가왔을 뿐, 어쩌면 많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는 건 그것대로 과격한 비약이 아니었을까.

         

         “마사나리? 넌 저런 폭동 현장을 보면 먼저 무슨 생각이 들어?”

         

         안타깝게도 플라자에 거주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삭막한 도시 환경답게 알고 지내는 이웃이라고는 유전자 개조 닌자씨 한 명뿐.

         

         애당초 나도 그렇고, 주변에 있는 애들 중에 대인 친화력이 높은 캐릭터도 없는 데다가. 최근 지켜보는 눈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무슨 민폐가 될지 몰라 다른 층에 누가 사는지 알아보려 하질 않았다.

         

         하여간 급하게 다른 사람의 견해를 듣고자 간이 인터뷰라도 따보고자 발언권을 넘겼지만… 이건 질문의 대상이 약간 글러먹었을지도.

         

         “……아나스타샤 공께서 소인의 견해를 바라신다면. 저런 불완전한 범인들은 자유라는 이름의 허상과 구속을 내던지고 에나마의 질서와 시스템 아래에서 하나되어 계도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리겠.”

         

         “그래,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응. 극단적인 해결책 제시 잘 들었어, 고마워.”

         

         완전 글러먹었다.

         

         당장 본인부터 기업 외부에서 지내는 거에 적응 못하고 있는 특수 요원에게 난 대체 뭘 물어보려 한거람. 맨날 민간 위장복이라 입는 옷도 그렇고, 이번에 근신하다가 심심해서 슬쩍 구경해보니까 집안 거실에 흔한 가구는 고사하고 운동 기구와 장비 거치대만 잔뜩 널려 있더만.

         

         뭐, 마사나리의 사생활이 재미없다며 흉을 보려던 아니었지만. 짧게나마 주제를 환기하고 나니 소란스러운 도시 분위기를 너무 협소한 시선으로 보고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된다.

         

         어쩌면 잠시, 밤하늘과 도시 야경이 뿜어내는 마력에 나도 모르게 살짝 홀렸던 모양이다.

         

         단지 내가 모든 사회적 골칫거리들을 먼 얘기처럼 여겨도 되는 일개 대학생 입장에서 벗어나 그걸 진정으로 가까이서 직시하게 되었을 뿐, 돌고도는 세상사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자각하자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고 해야 하나.

         

         사실 규모가 좀 화려하고 커진 셈이고 휘말리는 무고한 일반인들이 적기를 바랄 뿐이지, 저런 게 다 불만을 표출하는 시위의 일종 아니겠어?

         

         서양 사람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행동력, 이제는 성별불문 발휘되는 지배적인 마초이즘을 21세기 감각으로 얕봐서는 안 되지. 음음.

         

         

         [ 인류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는 최전선, 네오 헤이븐의 자랑스러운 시민 여러분께 안내 드립니다. 10분 후 개시될 방위 작전의 시행에 따라 모든 호버크래프트와 헬기, 드론, 항공기 류의 운행이 제한되며. 비상 사태를 틈탄 중범죄는 반역 행위로 즉결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동된 방공망에 휘말려 발생한 그 어떤 재산 및 인명 피해 사고에 대해서도 당국과 기업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을 필히 명심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

         

         

         “아, 슬슬 올 시간이야?”

         

         구급차와 경찰차 출동 사이렌과 더불어, 각자 좋을 대로 틀어 놓았던 뉴스나 송출 채널에서 나오던 소음마저 모조리 잡아먹는 메트로폴리스 재난 방송이 울려 퍼지자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은 아까부터 지구로 다가오던 소행성 네메시스의 관측 현황을 재점검했고, 또 누군가는 촬영 방향을 약간 도시 쪽으로 내려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엑사테크와 헤이롱의 대공포. 그리고 다목적 발사대를 기록하는데 주력했다.

         

         …누가 시민 투표 ’가장 폭력적인 기업 랭킹’ 1, 2순위에 빛나는 놈들 아니랄까 봐. 각 군사 기지에 설치한 고정 포대로도 모자라서,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자신들 소유 빌딩 옥상 천장에 개폐식 차단문을 설치하고 다연장포를 은폐해놓는 게 말인지 방구인지.

         

         거 하중 설계라던가,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은 괜찮아요 정말? 게다가 원래 잠재적 사용 대상이 어디였는지도 겁나 신경 쓰이잖아 저건.

         

         기업 간의 전쟁을 대비한 거라면 모르겠는데, 만약 민간 통제에 쓸 용도였으면… 혁명 엔딩에서 탈취당한 탓에 본인들을 겨누게 되는 것도 다 업보인 거 아시죠? 으휴.

         

         기이이잉——……!!

         

         준비된 모든 전략 병기들이 동시에 어슴푸레한 하늘 너머를 조준하자, 대기를 비롯해 메트로폴리스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진동하였다.

         

         엑사테크 소유의 건물에서는 뭔가 미래지향적으로 번쩍거리는 초대형 레일 건이나, 자세한 분석이나 비교 대조 없이는 그 용도를 알기 어려운 여러 전자설비들이.

         

         헤이롱 쪽은 사용하는 탄두 크기와 적재된 화약양만 떠올려도 피부가 오싹한 실탄 병기를 비롯한 초대구경 포대와 미사일들이 인간의 적을 겨냥한다.

         

         재해를 막는다는 막중한 임무는 물론, 모든 타임라인이 예정되어 있던 만큼 미리 타격점을 맞춰 놓은 채로 초유의 사태를 대비했어도 괜찮으련만. 그리 큰 호들갑이 필요한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최대한 초연하게 막아내려는 메가 코프들의 살벌한 자존심 같은 게 얼핏 느껴졌으니.

         

         평소에는 방향 잡는 랜드마크나 조형물의 일부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저 우주 공간까지 치솟아 있는 중앙 궤도 엘리베이터의 기둥 같은 실루엣이 슬슬 거슬리기 시작할 무렵.

         

         “…아.”

         “허어…?”

         “……야, 시발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냐? 지금이라도 방공호로 내려가야 하는 거 아냐?”

         

         꿈쩍도 않는 기업들을 믿었어도 막상 실제 상황이 닥쳐오자 위기감이 들었는지 웅성거리는 소음과 함께, 돌연 하늘이 타올랐다.

         

         가스 층에 빛이 산란한 결과인 걸까, 아니면 일부 파편이 먼저 대기권에 진입해 가속한 걸까.

         

         어느 쪽인지는 당장 정확히 알 수 없어도, 이 별의 지평선과 창공을 붉게 물들이는 건 노을만이 아니라는 듯, 그 형형한 존재감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구름 너머의 공간이 격렬하게 맥동하였다.

         

         하지만 하이라이트, 메인 이벤트는 여전히 아직이다.

         

         재해를 마주함에 있어서 인류는 피해 복구보다는 예방책, 이젠 자연 그 자체에 대한 반항과 해결을 감행하는 수준이 되었기에.

         

         피잉—, 퍼버어어엉———!!!!

         

         “…….”

         

         수평으로 뻗어 나온 풍압에 놀란 거주민들이 누가 먼저랄 것없이 몸을 낮추며 신음을 흘렸지만, 이미 이 장면을 알고 있었던 나는 한치의 놀람마저 아껴가며 무표정하게 두 눈으로 투사체의 행방을 뒤쫓았다.

         

         저 멀리, 거대한 기계 요새처럼 보이는 엑사테크의 본사 방면에서 뭔가 실 끊어지는 파열음이 울리더니. 이내 공기를 찢어발기며 한 줄기 빛자락이 맹렬하게 소행성을 향해 사출된 게 이 광범위한 소닉 붐 현상의 원인이 되시겠다.

         

         과거 미군이 보유했던 전함에 달린 레일 건은 텅스텐 탄을 대략 6마하에서 7마하의 속도로 쏴 목표를 분쇄했다던가.

         

         – …탄도 계산 실시, 대기권 층별 온도 및 기체 성분비와 밀도 변수 적용. 성분 및 질량 미상의 발사체이기에 오차가 클 수 있으나, 네메시스와의 ETI(Estimated Time of Impact; 충돌 예정 시간)는 약 76초로 예상됩니다. 별도 카운트다운을 실시할까요? –

         

         “아니, 아니야. 그것만 해도 충분해.”

         

         안에 들은 내용물이 뭐였더라… 지연 신관과 연소 촉진제를 삽입한 특수 열 압력 폭탄이 담긴 캡슐이었나? 추후에 엑사테크 박물관에 가게 되면 약간 자사의 업적을 자랑하듯 일부 공개된 정보를 볼 수 있었던 게 떠오르는데.

         

         하여간 자세한 원리는 몰라도 소행성에 파고들어 내부에서부터 지층을 녹이고 잘게 쪼개서 강제로 기화시키는, 이번 자연 재해를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분쇄 병기였던 것 같다.

         

         물론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기억에 이렇게 상념을 품는 것도 잠시다.

         착탄까지는 곧, 3초… 2초… 1초…….

         

         “…방금 방송에서 제대로 명중했다고 엑사테크가 발표하지 않았어? 왜 아까랑 똑같아 보이지?”

         “설마, 이제 와서 뭐가 잘못되었다 거나 그러는 건 질 나쁜 농담 수준이 아니라….”

         

         길어지는 고요함에 사람들이 당황했으나 조급함은 금물.

         

         표면에 착탄한 캡슐이 심층으로 파고들 때까지 대기한 신관이 작동되고, 촉발된 화학 작용이 순식간에 그 몸집을 불려 우주에서 날아온 심판자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려면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번쩍! 하고 붉었던 하늘이 갑자기 푸르러진다. 조명이 무의미할 정도로 시계가 대낮처럼 밝아지자 모든 쓰잘데기 없는 잡담은 사라졌으며, 오직 무섭도록 막막하며 동시에 오싹한 침묵이 사위를 휘감았고.

         

         마침내 천공에 떠오른 인조 광휘光輝, 인간이 만들어낸 초신성(Supernova) 같은 빛남이 다가오던 소행성을 무참히 집어삼켰다.

         

         …나야 결국 이걸 직접 보게 되는구나~ 하는 감탄과 함께, 일견 아름다운 풍경이라 즐기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가슴의 먹먹함을 수습하느라 경황없지 않을까.

         

         기업은, 그들은 이걸로 무엇을 증명하였는가?

         

         다가오는 종말마저 거부할 힘과 기술, 능력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걸 만천하에 만천하에 다시 한 번 똑똑히 각인시켰으니. 그 효과는 분명 지대하리라.

         

         이 기형적인 치세와 사회에 불만은 얼마든지 가질지언정, 메가 코프가 정말 사라진 세계의 질서는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도록.

         

         아, 방위 작전이 방금 그 일격으로 끝난 건 아닙니다?

         

         갈 곳 잃은 운동에너지라도, 실체가 이미 대기권에 들어선 이상 중력에 이끌릴 것이고. 소행성 바깥 테두리 쪽에 있던 파편을 비롯해, 그 중심부에서 막대한 에너지에 노출되는 걸로 활성화된 공허 광물은 근방 여기저기에 낙하할 예정이니까.

         

         “하아….”

         

         앞으로 족히 몇 십 분은 계속될 발포음과 진동을 피부로 느끼며 남은 단번에 음료를 쭉 들이켠 나는.

         

         지구로 떨어지는 남은 파편들의 궤도를 엘리시움 쪽에서 계산해주고 있는지, 메트로폴리스 여기저기서 작동하기 시작한 반투명한 쉴드. 지역 릴레이형 리펄서 역장과 플라즈마 배리어, 그리고 다연장포가 불을 뿜으며 방공 우산을 펼치는 걸 본 다음 이만 엉덩이를 툭툭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들어가자. 끔찍한 장면을 일부러 볼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방공 작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괜히 씁쓸해했던 원인, 끔찍할 거라 에둘러 말한 건 다름이 아니다.

         

         기업 수뇌부는 소행성 네메시스를 깔끔하게 정리하기 보단 하나의 기회이자 쇼의 주역으로 소모했다.

         

         그 결과, 이 화려한 장면은 현장에서. 또 중계 화면으로 본 모든 사람의 뇌리에 분명 씻을 수 없는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틀림없이 성공했다. 허나 치러야 할 대가로 양산된 건 어마어마한 숫자의 파편화된 유성 잔해물.

         

         대강 어림짐작으로 헤아려도 축구 경기장 수십 개의 넓이에 족히 달하는 착탄지와 길게 파인 크레바스 같은 지형 할렘가 거주지 곳곳에 생길 텐데, 그거에 휘말릴 사람이 한둘로 끝날 리가 없지 않겠나?

         

         이 ‘불우한’ 사고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한 계산 실수? 글쎄, 휴먼 에러가 우연히 끼어들기엔 주어진 시간이 충분했는 걸.

         이번 기회에, 외곽 빈민촌은 네오 헤이븐의 일부가 아님을 확실하게 못박기? 너무 방법이 잔인하지 않나. 반발도 심할 게 뻔한데.

         

         무릇 세상 일이란 아는 만큼 이면이 보이는 법이라고.

         이 풍경을 수백 번은 더 지켜봤지만, 현장의 공기와 시대상은 처음 체감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완벽하게 처리하는 게 다소 무리여서 민간 재산 피해가 좀 발생하더라도. 기업들은 화려한 방공 작전 때문에 탄생한, 일부 놓친 운석 파편에 의한 ‘사소한’ 부작용쯤은 기꺼이 감수할만한 손해라 계산했다는 것.

         

         필요한 희생, 질서의 두 얼굴, 예언자의 딜레마.

         

         씁쓸한 걸 넘어 입술에서 아린 맛이 감도는 단어들을 홀로 곱씹었다.

         

         너무 책임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건 안다. 어디까지나 전대미문의 자연 재해. 여러가지 겹쳐서 일어난 재난이니까.

         

         그렇지만… 역시, 미안합니다 여러분. 막지 못해서. 어떤 식으로든 제동을 걸지 않아서.

         

         저에겐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될 이 계기가 절실히, 간절하게 필요했으니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걸 멀리서 방관했다는 사실만은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삶 동안 심장에 새기고 살아갈 테니 부디 극락왕생 하소서.

         

         “…좋아, 그럼 수고스럽겠지만 오늘부터 드론 풀어서 멀리서 계속 재난 피해가 심대한 도시 외곽 지역 교대로 집중 감시해줘. 그리고 절대 잊지 말고 비상 식량이랑 구호 물품 미리 구해 놨던 거 몰래 공급할 준비도 같이 하고.”

         

         – 확인했습니다. 소란이 잦아드는 대로 경유지로 점 찍어두었던 창고로 물자를 이송하겠습니다. –

         

         어디, 곧 만나봅시다. 우리 태풍의 핵, 주인공 형씨.

         

         예전에 제로가 주장했듯, 우연히 얻은 힘에 책임이 있을 수는 없는 것처럼. 지금 흐르는 피에 댁 지분이 있는 건 딱히 아니어도, 원망하는 만큼 한편으론 합리화하게 되는 건 불가항력이니까.

         

         거듭 말하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그럴 가치가 있었다 감히 기대해도… 괜찮겠지? 응??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할렘가 = 사회 기반망 바깥.

    아나스타샤가 미리 손 쓰기 어려웠던 자세한 이유는 후편에 이어서 설명될 예정입니다.

    항상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아주신 댓글, 눌러주신 추천. 다 너무 큰 힘이 됩니다!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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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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