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5

     그대의 황궁.

     

     듣자마자 절로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는 단어이기는 하지만, 나는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올리며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갔다.

     “급하군. 무엇이 그리 급한가.”

     황제가 손가락을 튕긴다.

     “이러면 좀 여유가 생기겠나?”

     “…….”

     빠르게 움직이던 비행황궁이 멈춘다.

     구름은 천천히 왕도를 향해 움직이고 있지만, 비행황궁은 그 바람에 저항하듯 그저 공중에 떠 있을 뿐이다.

     “어차피 이제 자네와 나, 둘 중 한 명이 이기면 모든 게 끝나는 셈이야.”

     “…….”

     “앉으시게. 정원에 따뜻한 차를 우려놓았으니.”

     황제가 등을 돌리며 옆으로 걷는다.

     하얗게 피어오른 솜누스 꽃으로 뒤덮인 정원의 사이를 산책하듯 여유롭게 걸어가고, 나는 검에서 손을 놓고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걸으면서도 가늠하고 있군. 지금 베면 승산이 있을까. 아니야. 상황을 지켜보자. 아직은 경계하고 있어. 차라리 싸우다가 약해진 틈을 노려서 베면 그게 더 승산이 있을 거야.”

     “…….”

     “혹시나 생각을 읽는 게 아닐까? 사고를 읽는 마법을 익혔거나, 황금의 기적을 기어이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게 아닐까? 안심하게. 이건 자네가 가장 잘 하는 것 중 하나니까.”

     합스베르크 황제가 피식 웃으며 정원의 의자를 잡아끈다.

     “내가 저 위치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

     “우리는 정말로 많이 닮았어. 언제나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상대의 생각을 추론해내고 그걸 바탕으로 행동하지. 앉게. 찻물이 식겠어.”

     나는 황제가 당긴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하얀 테이블에는 고급 초콜릿과 다기가 놓여있고, 황제는 우아하면서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찻잎을 우려내기 시작했다.

     “제국의 마도구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네. 실시간으로 물을 끓여서 온도를 맞춰주는 물건이지. 혹시 이름을 알고 있나?”

     “별 거 있습니까. 마도주전자라고 부르면 될 것을.”

     “미래에서는 그렇게 부른 모양이군.”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허. 이제는 부정하지도 않아?”

     “회귀자이든 아니든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그래. 누구든 상관없지. 자네가 그레이 지브롤터이며, 내가 지난 10년 동안 지켜보면서 판단한 존재라면 더더욱.”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지만, 황제는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입술을 삐죽거렸다.

     “생각보다 열이 잘 안 오르는군.”

     “……연구 불량인가보죠.”

     “그런가. 모처럼 가장 귀한 차를 준비했는데, 차향을 느끼기도 전에 맛이 다 달아나버리겠어.”

     “찻잎이 싸구려든 최고급이든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그 자리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가 중요한 법이거늘.”

     “그래. 실용적이지. 그래도 이왕이면 상대의 환심을 얻으려면 그만큼 대접한다는 걸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제 환심을 얻으려고 하시는 겁니까?”

     “그야, 당연히.”

     황제가 직접 찻잎을 우려내고, 찻잔에 차를 따른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거든.”

     “저도 포기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마지막 기회 정도는 있겠지? 이렇게 테이블에 마주앉는 걸 보면.”

     “서로 의혹만 가진 채 끝내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지. 검을 휘두를 때는 미혹이 있어서는 안 되는 법이거든.”

     솜누스 꽃 특유의 향기가 전신을 감돈다.

     “잔을 들게. 마음 같아서는 술이라도 마시고 싶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으니.”

     나는 조용히 잔을 들어, 차를 들이켰다.

     “95점.”

     “100점 만점인가?”

     “찻물의 온도가 낮습니다.”

     “아쉽군. 5도 정도 낮은 건가. 흠.”

     황제는 차를 홀짝이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독이 든 것도 확인하지 않고 마시는군.”

     “독을 넣었을 리 없었으니까.”

     “나를 확신하는가?”

     “저를 확실하게 이기려고 한다면, 독살로 이기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테니.”

     “다른 방법이라. 혹시, 무력으로?”

     황제가 웃는다.

     “자네의 아버지가 쓰러졌는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눈 앞에 선 이유를 아실텐데요.”

     “사람들은 그걸 만용이라고 부르지.”

     “틀렸습니다. 이것은 만용이 아니라, 결의입니다.”

     “자신감이 아니라는 걸 봐서는 100%가 아닌데, 괜찮겠나?”

     “0%가 아니라면 도전해봐야겠지요.”

     “어렵군.”

     황제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깔끔하게, 서로가 가진 의혹 딱 세 가지만 털어놓고 가도록 하지.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는 모든 게 끝난 뒤라도 의문을 가진 채 죽을 거야.”

     “좋습니다.”

     “자네부터 시작하겠나, 아니면 나부터 물어볼까?”

     “그것도 첫 번째입니까?”

     “……쯧.”

     

     황제가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런 걸 가지고 구체적인 규칙을 정하고 따지기에는 격에 어울리지 않지. 이곳은 어느 땅보다도 높은 곳이니.”

     “…….”

     “뭔가, 그 표정은. 꼭 ‘지금 이곳보다도 더 높은 곳이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생각하는 표정은.”

     “더불어서, ‘그러면 그보다 더 높게 날아오르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시겠죠.”

     “……하아.”

     황제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아쉽도다, 아쉬워. 이렇게 나를 잘 이해하는 자가 나를 향해 검을 겨누려고 하다니.” 

    “본론. 그걸 이해하기 위해 서로 질답을 나누고자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진심으로 답해줄 건가?”

     “저는 항상 진심이었습니다, 폐하.”

     “나를 죽이겠다는 것도, 말이지.”

     언제나.

     “첫 번째. 회귀 전의 자네를 죽인 건 합스베르크 폰 테르시안이다. 맞나?”

     “예.”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합스베르크 황제가 손가락을 움찔거렸지만, 나는 차를 한 모금 더 삼키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지브롤터 협곡에 몰아세워놓고 하늘에서 포격을 때려박으셨지요. 아, 폭격이었을 겁니다. 이번에 비행선에 대포를 담으셨던 것처럼 쓰는 게 아니라, 탄도학을 이용해 협곡 위에서 폭격을 날리셨을테니.”

     “확신하지 못하는군.”

     “죽어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런가.”

     나는 황제에 의하여 살해당했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

     “묻겠습니다. 어머니를 죽인 건 당신입니까?”

     “…….”

     황제가 고민한다.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망설이는 것 같기도 하고, 눈썹을 찌푸리며 눈을 파르르 떤다.

     “아무래도 뭔가 걸리는 모양이군요. 진실을 말해줄 생각이 없거나, 혹은 그레이 지브롤터의 미혹을 해결하게 해줄 생각이 없거나.”

     “…….”

     “그도 아니면 거짓말을 해서 또다른 질문을 유도할까. 아니면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혼란스럽게 만들까.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나는 허리에 찬 검을 앞으로 꺼냈다.

     “어머니가 살아계시든 인질이든 돌아가셨든, 당신은 내 손에 죽습니다.”

     “……샤를로트 지브롤터. 화재 속에서 행방불명되었다고 들었다.”

     황제가 낮게 말한다.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어딘가에는 살아있겠지.”

     “그렇다면 이어서, 두 번째 질문. 어머니에게 무능왕을 보낸 건 당신입니까?”

     “……전혀.”

     황제의 눈썹이 일그러진다.

     “무능왕은 죽었다.”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달려갔더니, 봉인된 결계 안에서 녹아내리던 황금으로 튀어나와 문드러지더군요. 썩은 과일처럼.”

     “…….”

     “당신이 보냈습니까? 묘비를 세운 사이, 몰래 구멍을 뚫고 무능왕의 영혼을 꺼낸 겁니까?”

     “아니.”

     황제는 단언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 자는 노스트럼의 기적을 악용하고 남용했다.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노스트럼의 또다른 기적을 활용한다고 해도 나는 이해하고 상대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미치광이는 용서할 수 없다.”

     “그렇습니까.”

     나는 가볍게 호흡을 골랐다.

     “그렇다면 더더욱 가차없이, 이성적으로 검을 휘두를 수 있겠군요.”

     “내가 무능왕을 보내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이러한 문답도 없이, 명쾌한 해답도 찾지 못한 채 분노를 담아 검을 휘둘렀겠죠. 그 어떤 배려도 없이.”

     “그런가. …생각은 해봤는데, 역시 하지 않기를 잘했군.”

     황제는 내가 잔을 내려놓는 것에 맞춰, 자신의 잔을 들었다.

     “두 번째 질문일세. 자네를 회귀시킨 건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다. 맞지?”

     “예.”

     “그런가.”

     황제가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황금의 기적으로 시간을 되감을 수 있는 자는 없겠군. 잔을 들고 따라오게.”

     황제가 찻잔을 와인처럼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차그릇을 한 손으로 받치며 찻잔을 들고 일어났고, 황제가 걸어가는 뒤를 따라 걸었다.

     “잠깐 질답을 내려놓고, 이동하는 동안 사사로운 이야기나 하지. 자네, 이 부유성 ‘그레이베르크’를 띄우는데 들어가는 마나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나?”

     “관심 없지만, 이름부터 바꾸라고 하고 싶군요.”

     “그러려면 이 성을 자네가 물려받으면 되는데. 그 전까지는 그레이베르크야.”

     “피비린내가 가득한 황성 따위, 물려받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마나의 총량도 관심 없고요.”

     끼이익.

     “어차피 ‘무한’ 아닙니까.”

     “정답.”

     황제가 직접 굳게 닫힌 문을 연다.

     “호.”

     좌우로 열린 문의 너머, 황금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무언가가 황궁의 연회장 홀 중앙에 우뚝 솟아있다.

     “혼자서 옮긴 겁니까?”

     “고생 좀 했지. 위치 잡느라.”

     황궁 연회장의 끝, 황금으로 된 조각상이 있다.

     그 조각상은 내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익숙한 것으로, 이미 몇 번이고 봤던 물건이기도 했다.

     “골드드래곤 크로노스트럼.”

     모래시계와도 같은 황금의 기둥을 휘감고 있는 골드드래곤.

     “협곡 아래, 마법으로 숨겨진 드래곤의 레어에서 가져왔지. 지브롤터의 피를 이용하니, 진입도 되고 꺼내올 수도 있더라고.”

     “엘프들은 그걸 두고 ‘시간의 끝’이라고 표현하더군요.”

     “시간의 끝이라. 딱 맞는 표현이군. 그리고 그 시간의 끝에서….”

     황제는 빈 손으로 황금의 기둥을 손등으로 노크하듯 두드렸다.

     “이 ‘회귀장치’를 가져와 여기에 설치했지.”

     “역시 속마음을 읽는 거 아닙니까?”

     “아니. 나는 자네의 표정을 읽어. 내가 하는 말이 정답일 때와 아닐 때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해내거든. 내가 협곡 아래에 있는 레어라고 했을 때, 눈꼬리가 살짝 내려간 것처럼 말이야.”

     “…무슨 말을 못하겠군요.”

     역시 변태가 틀림없다.

     아니면 그런 관찰력 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걸수도 있겠지.

     “마지막 질문이네. 만일. 정말 만일.”

     황제가 표정을 굳히며, 황금의 모래시계를 한 손에 올린 채 나를 바라본다.

     “자네가 나를 수용한다면 이 회귀장치를 주겠네. 그러니, 나를 따르겠는가?”

     “…….”

     회귀의 기적.

     황제는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걸 통하여, 나를 설득하고 있다.

     “하. 대답하지 말게.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으니.”

     황제는 손을 흔들며 낮게 웃었다.

     “알고 있어도, 역시 듣고 싶지 않는 말이야. 그냥 넘겨짚을테니 말하지 말게. 응, 그래. 물론 자네가 나를 동요시키려고 한다면, 말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말하면 그걸 바탕으로 더 가차없이 무기를 휘두르려고 할 거 아닙니까.”

     “역시 자네야.”

     “거절합니다.”

     “…역시 자네야.”

     그럴 줄 알았다는듯, 황제는 처연한 웃음으로 골드드래곤의 꼬리에 걸터앉는다.

     “대륙의 절반, 아니 세계 자체를 이미 자네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으니 의미는 없겠지. 재물과 황금? 자네가 마음만 먹었으면 제국 전체 경제를 박살내었을 것이야. 여자라. 제일 의미 없는 질문이군. 이미 줘버렸으니.”

     “그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스타시아를 일찍 보내준 것.

     “황제께서 7년 전, 아스타시아를 지브롤터로 보내주셨기에 이렇게 지금 칼이 아닌 말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겁니다.”

     “그런가. 7년 전의 나를 칭찬해야겠군. 그리고….”

     황제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서 황금의 비가 찬란하게 쏟아진다.

     “회귀 전, 그대를 죽였던 나에게 묻고 싶군.”

     검, 창, 활, 도끼, 머스킷, 할버드, 도, 건틀릿, 메이스, 그 외 제국무기도감에서나 볼 법한 수십 종류의 무기들이 연회장 바닥에 처박힌다.

     “어째서 그레이 지브롤터를 죽여버렸는가?”

     “…….”

     “도대체 왜?”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는 가까이 있던 무기를 들었다.

     “오, 레이피어? 그래. 내가 가장 어렸을 때, 처음으로 내 이복형을 죽였던 무기지. 그리고 이사벨라의 자식을 죽였던 무기기도 하고.”

     “…그런 건 관심없고.”

     황금으로 도금된 레이피어를 앞으로 겨누며, 나는 오러를 일으켰다.

     “합스베르크 폰 테르시안, 합스베르크 통일제국의 초대 황제에게 마지막이자 처음으로 묻겠습니다.”

     “오. 얼마든지.”

     “저와 아스타시아 사이에서 낳은 딸이 너무나도 출중하여 합스베르크 통일제국의 3대 황제로 선정할 때.”

     “……설마.”

     황제의 표정이 굳어간다.

     “새로이 20년이 지나도 그레이 지브롤터만큼의 자질을 가진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태상황께서는 어떤 선택을 하시겠나이까.”

     “…그 때가 되면, 나는 이미 늙었겠지.”

     황제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자네는 여전히 펄펄 날아다닐테고.”

     “대답하십시오.”

     “……아아, 그랬구나. 합스베르크여. 그대는 나에게 다음 차례를 넘긴 건가.”

     “…….”

     질문. 회귀 전의 합스베르크 황제는 회귀의 기적을 몰랐을까.

     “영광스럽도다, 과거의, 그레이를 죽인 이전의 나여. 그대는 대륙을 통일한 업적을 쌓고도, 그레이 지브롤터를 설득하기 위해 나에게 모든 영광을 넘겨주었구나. 시간이 되감겨도, 내가 그레이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기에 모든 걸 내려놓았구나.”

     전혀.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지. 내가 나 자신의 바람에 따르지 않는다면, 어찌 통일제국의 황제라고 할 수 있으랴.”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대검을 두 손으로 들며, 앞으로 한 발자국 걸음을 내딛는다.

     “미래의 일이지만, 역시 정답은 하나야.”

     “그 정답 때문에, 당신은 나에게 죽습니다.”

     “가장 우수한 수컷과 가장 우수한 암컷이 교배하여 새끼를 낳는다. 그것이 나, 합스베르크의 방식.”

     오러를 담아, 가볍게 앞으로 한 걸음.

     “자네와 자네의 딸이라면, 그보다 더 뛰어난 황제가 태어나겠지.”

     “전 싫습니다.”

     황제가 웃는다.

     “저는 제 딸을 상대로 그러기도 싫고, 아스타시아 또한 아들을 상대로 그러는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얽혀있던 실타래를 전부 불태워버리고 그 안에 있던 정답지를 찾아낸 것처럼, 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대검을 어깨 너머로 넘긴다.

     “왜. 근친이라서?”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런가.”

     황제가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그렇다면, 강제로 하는 수밖에.”

     “역시 당신은 제게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합스베르크입니다.”

     나는 들고 있던 잔을 옆으로 뻗었다.

     “아. 하나만 말해두도록 하죠. 회귀 전, 제가 죽기 전에 당신은 아스타시아를 죽였습니다.”

     “…통일대제 놈, 제일 귀찮은 분노를 떠넘겼군.”

     “안심하십시오. 지금의 당신과 회귀 전의 당신을 구분할 정도로 과거에 연연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래.”

     쨍그랑.

     “나의 아이를 위하여.”

     

     잔이 깨지는 순간, 나는 앞으로 오러의 칼날을 찔러넣었다.

     “미래라.”

     합스베르크 황제의 대검을 뚫었으나, 그 오러의 칼날 끝은 합스베르크 황제의 심장 앞에 멈췄으니.

     

     “그렇다면.”

     우두둑.

     오러의 칼날을 손으로 붙잡아 우그러뜨리며, 황제는 활짝 미소지었다.

     “그 미래를, 나를 죽여 가져가보라. 나의 모든 것을 이어받을…나의 ‘미래’여.”

     대검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황제의 눈빛은, 군청빛보다도 더 짙은 푸른색이었다.

    다음화 보기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