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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5

   아르델쥬를 대상으로 발동한 블랙 후드.

   크라슈가 빼앗고자 목표로 잡은 것은 아르델쥬의 정신을 봉하고 있는 정체 모를 무엇이다.

     

   ‘과연, 블랙 후드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까지 뺏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시도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크라슈의 손아귀가 새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얼마 후, 크라슈는 손아귀로 흘러 들어오는 힘 하나를 느꼈다.

     

   ‘된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크라슈가 블랙 후드를 쥔 손을 뒤로 당겨 올렸다.

     

   발동된 블랙후드와 함께 아르델쥬에게 걸린 정체 모를 힘이 크라슈에게 넘어왔다.

   이는 곧바로 크라슈의 정신을 집어삼키고자 이를 벌려왔다.

     

   ‘어딜.’

     

   그러나 고작해야 이걸로 크라슈의 정신을 삼킬 수는 없었다.

   피어오른 이그니스가 역으로 정체 모를 힘을 순식간에 태워 버렸다.

     

   크라슈는 가볍게 숨을 고르고 천천히 아르델쥬를 돌아봤다.

     

   “……된 거야?”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메르지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크라슈도 아직 모른다.

   아르델쥬의 정신이 과연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을지 말이다.

     

   얼마간 기다렸을까.

     

   “크흑, 흑.”

     

   아르델쥬의 입에서 기침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을 본 메르지아가 놀라 서둘러 아르델쥬의 옆에 붙었다.

     

   그러자 빛이 없던 아르델쥬의 눈에 서서히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르델쥬 씨? 정신이 들어요?”

   “흐, 흐으, 여긴.”

     

   아르델쥬가 침음을 내뱉으며 몸을 벌벌 떨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 배를 감싸 안았다.

     

   그것을 바라본 크라슈는 메르지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싶다.

     

   크라슈는 메르지아가 아르델쥬를 보살피는 사이, 잠시 떨어져서 기다렸다.

   크라슈의 머리는 지금 여러모로 복잡했다.

     

   “……크림슨가든.”

     

   크라슈가 조용히 호명하자 바깥에서 까마귀 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슈는 메르지아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대 마법에 관련해서 아는 게 있어?”

   [ 있다. 봐온 것들이 꽤 많으니까. ]

     

   크림슨가든은 역시 고대 마법 쪽에 지식이 있었다.

     

   마법사는 먼 옛날부터 존재했다.

   그들은 마법의 끝을 탐구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고대 마법들이 탄생했었다.

    

   그렇게 탄생한 고대 마법 중에는 가끔 무척이나 위험한 것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가령, 생물의 본질과 생명 그 자체와 연관이 있다던가 식으로.

     

   “예전에 말이야. 구시대 유물을 찾으려고 유적을 다닌 적이 있었거든.”

     

   크라슈는 거기서 유적에 걸려 있는 고대 마법을 몇 번인가 마주한 적 있다.

   이는 유적의 침입자를 죽이기 위한 장치였다.

     

   “그리고 거기에 적혀 있던 고대 마법의 문자.”

   [ 아카샤의 룬문자다. 언어적 인지 사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모든 언어가 합쳐 새롭게 창조한 고대 마법진이다. ]

   “그래, 거기에 부여된 힘과 똑같은 걸 블랙 후드로 빼앗는 과정에서 느꼈어.”

     

   크라슈도 유적을 다녀본 경험이 없었다면 그 힘의 정체를 아예 떠올리지도 못했을 정도로 옛 고대의 마법진이었다.

     

   그러자 크림슨가든 쪽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게 느껴졌다.

     

   [ 아카샤의 룬문자는 이제는 오래된 유적에서나 겨우 존재하는 수준의 마법진일 텐데? ]

     

   사실상 소실된 고대 마법이다.

   그런데 그런 고대 마법의 흔적이 어째서 아르델쥬의 몸에 새겨져 있었는가.

     

   이에 관해 크라슈와 크림슨가든은 같은 고민에 빠졌다.

     

   “크라슈 발하임.”

     

   그러는 순간 메르지아가 크라슈를 불러왔다.

   크라슈는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로 향했다.

     

   메르지아의 곁에 다가가자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된 아르델쥬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아르델쥬 씨.”

     

   크라슈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아르델쥬도 이쪽을 보더니 따라서 인사를 받았다.

     

   “아, 네, 안녕하세요.”

     

   아직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그것을 본 크라슈는 그녀의 시선을 맞춰 자리에 앉은 뒤 입을 열었다.

     

   “정신이 드신 지 얼마 안 되셨는데. 오늘이 몇 년도 며칠이신지 알겠나요?”

     

   장기간 정신을 잃은 이들은 시간 감각이 망가져 있다.

   그러니 시간 감각부터 먼저 되찾아 주는 게 정신을 일깨우는 데 가장 좋다.

     

   “……오늘이요? 정신을 잃은 지 꽤 된 거 같은데. 라해라 연도 6월쯤 되지 않았을까요.”

     

   라해라 연도, 16년도 전 연도다.

   크라슈와 메르지아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기껏해야 자신이 한 달 정도 기절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갑자기 현재 시간을 알려줬을 때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섣부르게 시간을 알려줘서는 안 된다.’

     

   메르지아와 크라슈는 말하지 않고, 서로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그럼 쓰러지기 전 기억은 나시는 게 있나요?”

   “그, 그게, 그러니까. 조금 말하는 게 이상하긴 한데.”

     

   아르델쥬는 떨떠름한 반응과 함께 자신의 배를 내려다봤다.

     

   “최근 들어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데. 갑자기 배가 불러왔었어요. 그것도 하루 만에요.”

     

   하루 만에 배가 부른다.

   이는 당연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아르델쥬는 갑자기 부른 배에 크게 당황했다.

   그녀는 꽤 오랜 시간 약재상을 하며 살아왔다.

     

   이는 당연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자각했을 것이다.

     

   “약재 몇 개를 만들어 보려 했지만, 곧바로 진통이 시작됐었어요.”

     

   결국 그녀는 배가 찢어지는 진통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출산이 시작됐다.

   그때의 고통이 떠오른 듯 그녀는 자기 몸을 움츠러트리며 벌벌 떨었다.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도 없는데 시작된 출산.

   이는 당연히 엄청난 공포를 수반했을 것이다.

     

   고통과 공포 속, 기어코 그녀가 아이를 낳은 순간.

   그녀는 정신이 까마득하게 날아가는 기분을 느꼈다.

     

   “끔, 끔찍했어요. 몸 안에 모든 게 아이에게 빼앗기는 느낌이었으니까. 제 내장이 전부 바깥으로 빠져나간 기분이었어요.”

     

   메르지아가 서둘러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줬다.

   아르델쥬가 몸을 극심하게 떨며 눈물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는 더 이상했어요.”

     

   그녀는 그날의 악몽을 생생히 떠올렸다.

     

   “막 태어난 아이는 울지도 않고, 기어 왔어요.”

     

   막 태어난 아이가 긴다.

   그것은 분명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고는 한동안 젖을 빨았어요.”

     

   어미의 마지막 영양분마저 가져가기라도 하겠다는 듯.

   젖을 필사적으로 빨아내는 아이를 보며 아르델쥬의 정신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리고 발소리가 들렸던 걸로 기억해요.”

     

   그녀는 그 발소리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녀가 기억하기로 그건 성인 여성의 목소리였다고 한다.

     

   “혹시 그 목소리의 주인이 신디가 아니었나요?”

     

   메르지아는 서둘러 자기 동생 이름을 언급하며 물었다.

   그러자 아르델쥬는 고개를 양쪽으로 저었다.

     

   “아니에요. 신디의 목소리는 제가 기억하니까요. 분명히 처음 듣는 목소리였어요.”

     

   아르델쥬의 부정을 듣고, 크라슈가 생각에 잠겼다.

     

   ‘그날, 태어난 건 아벨라가 맞다.’

     

   그리고 그때 마침 찾아온 이는 분명히 그날, 아벨라가 태어날 것을 알고 있었다.

   크라슈의 얼굴이 서서히 찌푸려져 갔다.

     

   ‘아벨라.’

     

   대체 넌 정체가 뭐인 거야.

     

   ‘아카샤의 룬문자를 사용해 아르델쥬 씨에게 고대 마법을 건 것은 분명히 뒤에 찾아온 여자겠지.’

     

   그렇다면 그 여자도 마법사라는 소리.

     

   ‘잠깐.’

     

   그 순간 크라슈는 세 가지에 집중했다.

     

   여자, 마법사, 아벨라가 태어날 것을 알고 있던 이.

     

   크라슈의 눈이 서서히 크게 뜨여지기 시작했다.

     

   ‘지옥 선녀?’

     

   붉은 마녀 아벨라가 익시온에게 심어두었다고 생각한 세계 침식자.

     

   ‘지옥 선녀가 아벨라를 태어나게 한 흑막인가?’

     

   아니,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옥 선녀는 크라슈의 회귀 전 어느 시점에서 이미 종적을 감췄던 인물이다.

     

   그녀가 모든 일의 흑막이었다면 세계가 멸망하는 지점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지옥 선녀는 아벨라를 따르고 있다. 그녀의 주인은 명백히 아벨라다.’

     

   아서가 회귀하는 마지막 시점.

   그때까지 살아남아 그의 곁에 있었던 이가 누군가.

     

   ‘아벨라.’

     

   크라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델쥬를 돌보던 메르지아가 크라슈를 의아한 듯 보긴 했지만, 크라슈는 그 자리를 돌아서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머리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지옥 선녀는 아벨라가 막 태어난 시점에 이미 익시온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는 아벨라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해에 라그렌에서 일어난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때 지옥 선녀와 광도제는 함께 라그렌의 비극을 일으켰으니까.

     

   ‘나는 그때 지옥 선녀가 한 활동은 아벨라와는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사건은 어디까지나 익시온을 위해 독단적으로 움직였을 뿐.

   아벨라와 연관된 건 없다고 크라슈는 판단했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때부터 이미 지옥 선녀는 아벨라의 명령으로 움직이고 있었을 거다.

     

   ‘지옥 선녀는 어느 순간 익시온에서 흔적이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

     

   크라슈는 이게 익시온과 황가의 거래가 틀어지며 천상사강 천황 달피론 쥬논이 스킬을 이용해 지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과연, 황가의 뜻만 담겨 있었을까.

     

   ‘지옥 선녀와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모두 지우기 위해.’

     

   아벨라가 의도적으로 익시온과 황가 사이에 입김을 불어 넣은 걸지도 모른다.

   아벨라가 그렇게 해야만 했던 이유가 무엇인가.

     

   ‘아서.’

     

   아서가 있었으니까.

     

   ‘회귀를 가진 아서는 아벨라에게 어떤 의미였지?’

     

   아벨라는 아서에게 집착했다.

   과연, 거기에 오직 순수한 사랑만이 존재했던 걸까?

     

   ‘멸망을 부르는 마녀.’

     

   아서는 아벨라를 그렇게 불렀다.

     

   마법의 끝에 달한 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

     

   ‘마법사는 아무리 천재라 한들 시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마법사의 수명을 다 바쳐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의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담기에는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자신이 모든 마법을 손에 쥐는 것을 갈망하면서도 이루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이는 모든 마법사의 공통적인 사항이다.

     

   회귀 직전 아벨라의 나이는 기껏해야 이십 대를 막 지나던 때다.

     

   그녀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한들 그 단시간에 세계를 멸망시킬 수준의 마법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마법의 새로운 지평을 연 마황조차 도달하지 못한 그 시점에?

     

   [ 불가능이다. ]

     

   이는 같은 마법사이자 불사인 크림슨가든이 단언했다.

     

   [ 마법이란 시간을 바탕으로 한 지식으로 쌓아 올린 학문이니까. ]

     

   재능만 있다고 해서 모든 게 되는 것이 아니다.

     

   “크림슨가든.”

     

   크라슈는 조용히 그 이름을 불렀다.

     

   “……고대 마법에서 수명이 끝나기 직전 다음 육체로 갈아탈 수 있을 마법이 있을 가능성과 그 성공 여부는?”

   [ 나는 아직 그런 종류의 마법을 본 적 없다. ]

     

   크림슨가든은 본 적 없다고 부정했다.

     

   [ 그러나 마법과는 별개로 그것을 시도했던 용왕족이 이미 존재하고 있지. ]

     

   백룡왕.

   자기 자손에게 백룡왕의 알을 심어 영생을 꾀한 자.

     

   그의 힘은 지금도 크라슈에게 흐르고 있다.

     

   [ 이론상. ]

     

   그리고 아벨라는 어쩌면.

     

   [ 마법에 불가능이란 없다. ]

     

   먼 고대.

   그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수 세기의 마법을 쌓으며 환생하는 마법사일지도 모른다.

   지옥 선녀는 오랜 옛날부터 그런 그녀를 모셔 온 세계 침식자였다.

     

   지금까지 흩어져 있던 모든 퍼즐의 파편이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이 순간 크라슈는 깨달았다.

     

   멸망을 일으켜 아서가 강제적으로 접촉할 수밖에 없게 한 이가 누구인가.

   회귀의 기억을 전승하는 방법을 가져온 게 누구인가.

   모든 마법적 지식을 지니고 과거로 돌아온 이는 누구인가.

     

   ‘아벨라가 아서에게 집착했던 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녀조차 완성하지 못했던 시간 마법.

   그러나 이런 시간 마법을 해결할 수 있는 이가 있다.

     

   ‘아서.’

     

   마법사에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시간의 제약.

   환생을 통해 모든 마력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는 대가.

     

   이를 한 번에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스킬.

     

   회귀.

     

   지금의 아서는 아벨라와 회귀를 함께 해줄 거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

   그녀에게는 아벨라조차 증오의 덩어리니까.

     

   하지만 세계 침식자의 신을 통해 만들어낸 아서라면 다르다.

   조금만 고쳐 인형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니까.

     

   ‘인형을 만들어 회귀를 통해 아벨라가 만들어낸 인형의 인격을 본래 아서에게 씌운다면.’

     

   아벨라의 회귀 도구가 만들어진다.

     

   바드득!

     

   크라슈의 이가 갈렸다.

     

   “아벨라.”

   

   

   

   

     

   미치광이 년이 정도를 넘어 미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삽화 및 일러스트를 총정리해서 인스타에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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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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