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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6

       그거 아는가?

        

       클레어는 귀엽다.

        

       사실 안 귀여울 수가 없긴 했다. 게임의 ‘히로인’ 중 하나였으니 그만큼 얼굴이 예뻤고, 몸매도 좋았으니까. 게다가 성격도 절대 나쁘지 않고 활발하기까지 하니 귀엽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언제나 강한 척하고 조금 고압적으로 행동했지만 속은 여리다. 게다가 친해지면 엄청나게 친근하게 굴기까지 하니 그 갭이 무척 귀엽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체력은 안 귀여워.

        

       클레어도, 앨리스도.

        

       자전거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운동기구 중에서 가장 가지고 놀기 좋은 운동기구였다. 조금만 힘을 주어도 꽤 멀리까지 빠르게 달릴 수 있으니 운동을 조금만 해도 성취감을 얻기 좋다. ‘얼마 안 움직였는데 여기까지 왔어?’라는 것이 가능하니까.

        

       내가 듣기로, 관절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운동들은 너무 과하게 하면 관절에 무리가 생길 수 있는데, 자전거는 그런 쪽에서는 상당히 안전하다고 했다.

        

       문제는, 내가 클레어의 체력을 물로 봤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첫날이니 주변만 조금 돌아보고 말겠지, 하는 내 생각은, 그래, 뭐, 어느 정도는 맞았다.

        

       어느 정도는.

        

       “언니! 왜 여기 있어? 조금 더 달려봐! 언니는 할 수 있어!”

        

       그런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가.

        

       가장 어이가 없는 것은, 클레어가 그 말을 내 옆에서 달리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원의 저 멀리까지 달려갔다가, 옆으로 꺾어서 한 바퀴 돌듯 내 옆으로 와서는 눈을 반짝이며 그렇게 말하는 클레어에게,

        

       “가,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달려도 괜찮습니다.”

        

       겨우 그렇게 대답한다.

        

       그러면 클레어는, “그래? 그럼 나 먼저 달리고 있을게!” 하고는 앞으로 달려 나가버리는 것이다.

        

       다행히 클레어나 앨리스는 내가 하는 말을 지키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다가 사고 치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얌전한 성격’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은 첫날이니 이 공원을 벗어나지 말자는 나의 말은 철저하게 지켰다.

        

       문제는 여의도 공원의 공원은 빈말로도 좁다고 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클레어는 여기 오자마자 탁 트인 공원을 보고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만큼 넓은 곳이었다.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넓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학교 운동장보다는 확실하게 넓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공터를 크게 빙글빙글 돌고 있는 클레어를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클레어도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자기가 제어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돌고 있긴 했지만, 그걸 아주 오랫동안 반복하면 뒤따르는 사람은 반드시 지치게 된다.

        

       “실비아, 힘들어?”

        

       그리고 그렇게 달리다 보면 옆에서 또 그런 소리가 들린다.

        

       앨리스의 목소리다.

        

       앨리스는 클레어처럼 우리를 앞지르지는 않았다. 내 옆에서 살짝 앞서는 자리에서 달리면서 가끔 내 쪽을 돌아보며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오늘 처음 자전거를 타는 앨리스는, 오랜만에 자전거 위에 오른 나보다 오히려 자전거를 잘 타는 것 같았다.

        

       지쳐서 억지로 다리를 움직이느라 앞바퀴가 좌우로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나와는 다르게, 앨리스는 한참 동안 자전거를 탔는데도 아무런 흔들림 없이 자전거를 운전하고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도 분명 검성에게 수련받았고, 검을 휘두르는 법을 조금은 배웠고, 군인으로서 전투에 참여한 적도 있다. 심지어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을 뚫고 싸워 승리로 이끈 적도 있었다.

        

       문제는, 그게 내가 내 체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싸웠기에 가능했다는 거지만.

        

       전투 한번을 치러낼 체력은 분명 존재했지만, 시간을 몇 번이고 돌리며 체력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설계해 싸우는 것과 나보다 확실하게 체력이 많을 두 사람을 양쪽에 끼고 무식하게 자전거만 주야장천 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너무 힘들면 그만 타자고 해도 괜찮잖아? 저기 앉아서 쉬고 있는 건 어때?”

        

       앨리스가 방금 우리가 지나친 벤치를 곁눈질하며 말했다.

        

       이거 지금 놀리는 거 맞지?

        

       가르쳐준 사람이 가르침 받은 사람보다 자전거 못 탄다고 놀리는 거잖아, 지금.

        

       내 자존심을 찔끔찔끔 찌르는 앨리스의 표정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설마…… 어린 시절 나한테 졌던 것을 지금 이렇게 풀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같이 가서 쉬도록 할까요?”

        

       “응? 아니, 나는 이거 꽤 즐거워서. 쉬고 싶으면 혼자 가서 쉬고 있어. 걱정하지는 말고. 네 시야 넘어가지 않는 선에서만 탈 테니까.”

        

       그 말은 즉, 내 시야 보이는 곳에서 계속 나를 놀리겠다는 소리였다.

        

       “…….”

        

       나는 이를 악물었다.

        

       클레어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부러 나보다 조금 앞에서 달리는 앨리스는 한 번쯤 추월하고 싶었다.

        

       “계속하고 싶으면 해보시던가.”

        

       그리고 그런 나의 의지를 알아보았다는 듯, 앨리스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

        

       결국 나가떨어진 쪽은 나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세 사람 중 체력단련에 가장 관심이 없었던 건 나였으니까.

        

       아니,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저 두 사람은 낮에 햄버거를 그렇게 먹어놓고 배도 안 아픈가? 혹시 아제르나 쪽의 사람 내장은 지구 사람의 내장과 그 생김새가 다르기라도 한 걸까?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내 내장도 똑같겠구나. 지금 내가 쓰는 몸도 내 ‘원래’ 몸은 아니었으니까.

        

       “아이고, 젊은 처자가 그렇게 지쳐서 어떻게 해, 응?”

        

       벤치에서 숨을 고르고 있자, 내 정수리 쪽에서 그런 소리가 났다.

        

       나는 아래로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웬 인자해 보이는 할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물병을 하나 건네고 있었다. 500mL 페트병이었다.

        

       “아뇨…… 저는, 괜찮습니다…….”

        

       “어휴, 그러지 말고 마셔요. 운동했으면 수분 보충을 해야지.”

        

       “…….”

        

       나는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국 물병을 받아들였다.

        

       생수는 새것이었다.

        

       “감사합니다.”

        

       가볍게 인사한 뒤 이 안에 물을 머금었더니,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그냥 손녀 생각이 나서 그래. 지금 외국에서 공부 중이거든. 학생도 지금 한국에서 공부 중인 거 아니에요?”

        

       입 안에 머금었던 물을 삼켰다.

        

       “아…… 저는 한국인입니다.”

        

       “아, 그래요?”

        

       할머니의 눈이 조금 커졌다.

        

       멀리서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돌아다니던 클레어와 앨리스도 내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신경 쓰였는지, 금방 우리 근처로 왔다.

        

       “저 둘도 한국인이고요.”

        

       우리 세 사람 다 혹시 몰라서 지갑을 들고 온 상황이었으니, 여차하면 보여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경찰이라면 몰라도 그냥 보통 사람한테는.

        

       “어머, 내가 착각했네. 미안해요.”

        

       할머니는 몹시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정말로 외국인 피가 섞인 한국인이었다면 이 말에 기분이 나빴을지 모른다. 정작 우리 세 사람은 사실상 외국인인 상황이라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쁠 일은 없었지만.

        

       사실 민증이 갑자기 생겨서 그렇지, 사실상 국적을 속이고 있는 거나 다름 없는 게 아닐까?

        

       “아뇨, 괜찮습니다. 자주 오해받으니까요.”

        

       내가 클레어와 앨리스를 보며 말했더니 두 사람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할머니는 그게 우리가 국적을 착각 당한 것이 기분 나빠 그런 건 줄 알았는지, 급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아, 그럼 셋이 자매야?”

        

       머리카락 색도 전부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물론 클레어는 염색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네! 어떻게 아셨어요?”

        

       하지만 클레어는 곧장 그 말에 반응했다.

        

       “아유, 셋 다 닮았네, 닮았어. 그럼 누가 첫째예요?”

        

       그 말에는 우리 셋 다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클레어는 나를 언니라고 부르고, 앨리스는 자기가 언니라고 주장하고, 나는 굳이 그걸 부정한 적은 없으니 앨리스가 첫째인가 싶긴 했지만, 솔직히 그렇게 대답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쪽이 막내고, 나머지 둘 중 누가 언니인지는 논쟁 중입니다.”

        

       나는 클레어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클레어는 자기가 앨리스 동생 취급을 당했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그 논쟁을 더 키우지는 않았다.

        

       “그럼 이쪽이 동생이고, 나머지 두 사람은 쌍둥이예요?”

        

       그 말을 듣고 앨리스는 짧게 웃었다.

        

       “우리 둘이 그렇게 닮았어요?”

        

       앨리스의 물음에, 할머니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고 말했다.

        

       “셋 모두 아주 판박이네. 어딜 가도 자매라는 소리 듣겠어요.”

        

       처음에는 못 알아보지 않았나?

        

       하지만 굳이 그렇게 태클을 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네, 그런 소리 자주 들어요.”

        

       앨리스가 할머니에게 무척 기분 좋다는 듯 대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레어도 마찬가지였고.

        

       자매인가…….

        

       사실 따지자면 나는 이 둘과 피도 섞이지 않았는데 말이지.

        

       그런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정말로 기분 좋다는 듯 할머니와 대화를 이어 나가는 둘을 보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면 그걸로 좋은 거지.

        

       기분 좋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두 명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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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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