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6

    사실, 드워프를 제외한 타 종족의 여자아이들은 주로 변신골렘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는 비약이 꽤 심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시도해 볼 여지는 있었다.

    고작 탐색 필터에 드워프라는 종족값 하나를 추가하는 것 정도는 그렇게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루크의 그런 추측은 타당했던 모양이다.

     

    마침내 컴퓨터에 그려진 단 하나의 붉은 점.

    루크는 그것에 강한 확신을 받았다.

     

    루크는 그 즉시 빨간 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기며 그 확신은 점점 살을 붙여나갔다.

     

    커다란 안경과, 작은 키, 땋은 머리등등…….

    사실 서드가 묘사한 외형은 전형적인 현대 드워프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 말은 즉, 서드가 말한 유미르의 외형적 특성을 가진 여자아이는 인간이 아닌 드워프라는 종족 안에서는 수두룩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어째서 결과에는 단 한명만 나타났겠는가?

     

    애초에 마법 위주 학습 커리큘럼의 티그아카데미에서 벌어지는 축제는 분명 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드워프가 좋아할 만한 것은 별로 없는데다가, 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너무 많으니 술도 팔지 않는다.

    여러모로 전형적인 드워프로는 즐기지 못 할 장소가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축제라는 이야기.

     

    만에 하나, 이 축제가 마음에 드는 드워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취향의 드워프 여학생이라면 아마 서드가 묘사한 수수한 차림으로 놀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워프의 기준으로는 이토록 지루한 축제에 굳이, 그것도 특별한 꾸밈도 없이 편하게 놀러 올 드워프는 아마 유미르 단 한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루크는 그런 추측이 무의식에서 반영되어 강한 확신으로 나타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소위 사람들이 ‘여성의 감’이라 부르는 그 기묘한 상황 직감능력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만, 당장은 그러한 쓸데없는 고민 보다는 유미르를 찾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행히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유미르라는 아이가 발이 느려서 별로 멀리 도망치지 못 한 건지는 몰라도, 거리는 꽤 가까운 편이었다.

    걸어가도 얼마 걸리지 않을 거리였으니.

    아마 지금 자신의 운이 지속적으로 나쁜 상황인 걸 고려하면, 후자일 가능성에 조금 더 높은 무게를 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방금은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으리라.

     이 추측은 그 드워프들의 대화를 듣고 떠올릴 수 있었던 추측이니.

     물론 그 목소리가 드워프라는 종족적인 특성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크고, 그리고 자신의 귀가 다른 종족들보다 훨씬 예민하여 멀리서 들린 작은 소리에도 반응할 수 있었다는 약간의 확률 외적 도움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대화가 운좋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경우였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적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행운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모양이다.

     

    “하아, 오늘만큼은 방금 겪은 이 행운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군.”

     

    루크는 한숨을 푹 쉬었다.

     

    루크는 원래 운이라는 개념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운도 있다가 없어지니까 굉장히 피곤하고 귀찮다.

    이전처럼 뭘 해도 행운이 깃드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적당한 수준의 운은 괜찮지 않나.

     

    ‘이 정도 거리면 서드에게 굳이 연락 할 필요는 없겠지.’

     

    귀찮게 굳이 전화를 거느니, 차라리 그냥 오는 길에 찾았다고 하고 카페에서 만나면 그만이리라.

     

    그렇게 마침내, 컴퓨터에 표시된 빨간 점에 도착한 루크는 생각지도 못 한 광경에 맞닥뜨렸다.

     

     

    “응?”

     

     

    —–

     

    유미르처럼 보이는 한 아이를 찾기는 했다.

     

    하지만, 둘러싼 채 비웃는 남자아이들도 있는데, 마치 괴롭히는 것만 같다.

     

    “야, 진짜 혼자 놀러왔어?”

    “으, 응…….”

    “푸핫, 진짜? 축제를 혼자 온다고? 진짜 개 웃기네 이거.”

    “심심했는데 잘 만났다. 우리가 같이 놀아줄게.”

    ”어, 그……. 저기……. 그건…….”

    “왜? 우리가 싫냐? 놀아준다고 하잖아. 축제인데 혼자서는 재미 없을 거 아냐, 안 그래?”

    “으, 응…….”

     

    그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루크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흠.”

     

    ……괴롭히는 거 맞나?

    아이의 반응은 미묘하지만, 대화만 들어보면 참 착한 친구들 같아 보인다.

    뭐, 그렇다고 육체적인 괴롭힘도 당장은 없는 것 같고…….

     

    가만 보면 아주 싫어한다기 보다는 부담스러워 하는 것에 가까운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유미르의 목소리가 조금만 더 컸다면 말 속에 담긴 감정이라도 읽어서 좀 더 정확히 유추할 수 있겠다만, 지금 정도로 목소리가 작아서야 감정도 잘 실려오지 않는다.

     

    일단 반응을 보아 아는 사이인 건 확실해 보이고, 저 남자아이들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에도 반가움이라는 감정이 확실히 느껴지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개입하기엔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다.

     

    그렇게 가만히 눈치를 보고 있던 루크는 일단 유미르를 서드에게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저기, 친구끼리 대화 중에 미안한데 말이다. 잠깐 실례하겠네.”

     

    그 아이들 틈에 루크가 갑작스레 끼어들자, 그 남자아이들은 그 괴롭힘인지 뭔지 모를 행위를 일단은 멈추었다.

     

    “응? 뭐야? 메이드?”

    “뭐지? 이 아카데미 학생의 메이드인가?”

     

    메이드복의 수인 소녀를 갑자기 마주하게 된 아이들의 반응은 일단 어리둥절해 져서 중얼거렸다.

    티그 아카데미가 소위 상류층이 많이 다니고 있는 아카데미인 만큼, 학생들을 보조하는 메이드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만, 메이드복을 입은 사람을 실제로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반면, 유미르는 루크를 보자마자 바로 알았다.

    백금발의 곱슬기 있는 머리카락, 눈동자의 색이 서로 다른 고양이 수인.

    서드가 말한 ‘신비로운 분위기’가, 게다가 메이드복을 입고 있는데도 너무나도 정확히 들어맞고 있으니 말이다.

     

    ‘저, 저 사람이 서드의 여자친구분……!’

     

    유미르는 루크의 모습에 너무도 큰 충격에 혼이 나갈 뻔 했다.

    그래, 이런 귀엽고 예쁜 여자친구가 있는데, 과연 서드가 자신에게 눈길이라도 주겠는가?

    당연히 서드에게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약간의 희망조차 짓밟히는 느낌이 들었다.

     

    루크가 들었다면 기겁을 하며 아니라고 부정할 생각이지만, 안타깝게도 루크는 말에서 감정은 읽을 수 있어도 생각을 읽지는 못했다.

     

    “내가 지금 저 아이를 데려가도 되겠는가?”

     

    루크는 그들의 뒤에 뻣뻣하게 서 있는 유미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응? 왜? 지금부터 같이 놀려고 했는데.”

    “저 아이를 찾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다만.”

    “아아,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유미르, 뭐야. 혼자 온 게 아니잖아? 친구한테 가 봐.”

    “으, 응?”

     

    루크의 말을 들은 그는 별 미련 없이 유미르의 등을 떠밀었다.

    그에 유미르는 혼란스러웠다.

    왜냐하면, 그동안 단 한번도 잭의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지? 이 애들이 이렇게 쉽게 물러날 애들이 아닌데…….’

     

    “야, 왜 그렇게 얼어있어?”

    “어?”

    “내가 그렇게 무서워?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아무것도 안 했잖아, 그치?”

    “으, 응? 그, 그렇지이…….”

     

    유미르는 우물쭈물 거리다 조금씩 걸어서,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는 루크를 향해 다가갔다.

     

    ‘긴장은 여전하군. 원래 이런 아이인가?’

     

    루크는 만약 저 아이들이 괴롭히고 있는 것이었다면 지금쯤 긴장이 살짝이라도 풀어져야 정상인데, 오히려 더욱 뻣뻣해진 것을 보면, 유미르는 그냥 원래 이런 성격의 아이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루크는 안심하라는 듯, 그런 유미르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걸음을 카페로 옮기려 했다.

     

    그 때, 잭이 루크를 멈춰세우지 않았다면.

     

    “잠깐만.”

    잭이 루크의 손을 잡아세운 것이다.

    “왜 부르지? 또 뭔가 할 말이 있느냐?”

    “넌 이름이 뭐야? 누구 메이드야?”

     

    그 갑작스런 접근에 루크는 살짝 당황했으나, 이내 평범한 표정으로 그의 질문에 답했다.

     

    “……? 난 루크 이루시고, 이건 그냥 종업원 복장 같은 거지 딱히 누구의 메이드인 것은 아니다.”

    “하하하! 뭐야, 이름 알려주기 싫어서 가명 대는 거야? 너무하네. 흐음, 말투는 원래 그런가?”

    “말투가 기분나빴느냐? 흐음, 기분나빴다면 미안하구나, 입에 붙어서 말이지…….”

    “아니,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하하, 그런 걸로 사과 받으니까 기분이 묘한 걸.”

    “아니, 뭐. 나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고 하면 사과를 해야지. 그런다고 뭐 입이 닳는 것도 아니고.”

    “와, 너 성격 되게 좋구나? 얼굴만 귀여운 줄 알았더니.”

    “으음……. 고맙다?”

     

    대체 갑자기 왜 이런 쓸 데 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나 싶던 루크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익숙한 분위기와 이어진 미묘한 불쾌감에 루크는 대화를 끊을 필요성을 느껴 입을 열었다.

     

    “잠깐, 그럼 난 바빠서 이만…….”

     

    그 말에 잭은 한 손으로 뒷 머리를 잠시 긁적이다, 루크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잭, 잭 루셀카라고 해. 혹시 연락처 있어?”

     

    연락처.

    설마하니 결국 그 단어가 나오고 만 것이다.

    루크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잭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잭.”

    “응?”

    “……지금 설마 나한테 ‘작업’ 거는 건가?”

    “하하하, 평소에도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이야? 싫지 않은데.”

    “…….”

     

    ——-

     

    그 시각, 카페에서 스승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던 서드는 생각했다.

     

     

    ‘왜 스승님이 안 오시지.’

     

    잠깐 반지를 통해 위치를 읽어보니 분명 아까까지는 이 쪽으로 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자리에 멈춰서 움직임이 없으시다.

    물론 걱정을 한다는 건 아니다.

    그 분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은 굉장히 주제넘은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 분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뭔가가 실제로 있다면?

    ‘조금 늦는다’는 연락조차 없는 이유가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급한 ‘어떤 무언가’ 때문이라면?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곳에 멍청하게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서드는 즉시 테이블에서 일어나 루크의 위치를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맞닥뜨리고 말았다.

     

    “유미르? 여기서 뭐하고 있냐.”

    “서, 서드! 마침 잘 왔어! 어, 얼른 저거 좀 말려봐!”

    “무슨 일인데…….”

     

    서드는 유미르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이끄는 곳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더욱 믿기 어려운 장면을 보고 말았다.

     

    “왜 그러지? 연락처를 말해주기 전까지는 손을 놓지 않겠다고 한 건 그대가 아니었나? 나는 이미 기회를 몇번이나 주었다. 어디한번 놓아보거라.”

    “그아아악! 미안, 미안해애!!”

    스승님이 손을 쥐어잡고 있는 상대는 다름아닌 잭이 아닌가?

    맙소사, 저 바보녀석이 대체 스승님께 무슨 짓을 했기에 저런…….

     

    “끄아아악! 아악! 악!”

    “내가 하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왜 말을 전혀 들어먹질 않지? 게다가 그 더러운 손으로 내 머리까지 만지려 하다니, 주제넘긴.”

    ‘아.’

    서드는 이마를 짚었다.

    저 녀석, 단단히 미쳤군.

    애도를 표한다.

    -우두둑-!

     

     

    그 소리를 들은 서드는 확신했다.

    저 녀석, 당분간 두 손으로 밥 먹기는 글렀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또 삽화를 급히 추가하느라 늦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ㅜ

    작업도 상대를 보아가며 걸어야 합니다.

    ps. 드워프라면 미성년자도 신분증이 있으면 술을 살 수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