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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6

     강자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론만 말하자면, 상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공격을 유효타로 만들면 된다.

     

     상대를 죽이든 제압하든, 들고 있는 무기를 이용해 상대를 이기면 그만이다.

     심오한 논리, 검로(劍路)에 대한 고찰, 무학(武學)에 관한 담론 같은 건 지금 필요 없다.

     오직 하나.

     눈 앞의 적을 죽인다.

     생각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적을 죽인다.

     “하하! 역시, 노스트럼의 검을 익히고 있더냐!”

     대검을 두 손으로 움켜쥔 황제가 대검의 칼날로 레이피어를 막는다.

     레이피어의 끝에 모아둔 오러를 찌를 때마다, 그 오러의 칼날을 붙잡듯이 대검과 손잡이 끝을 부딪친다.

     “노스트럼의 기사들 중에 레이피어를 익힌 이들이 있지! 가장 전통적인, 결투의 예법에서 사용되는 무기니까! 하지만 소용없다!”

     황제가 뒤로 크게 한 걸음 뛰더니, 대검을 수평으로 움켜쥔다.

     “짧으니까!”

     부ㅡ웅!

     대검이 눈앞을 스친다.

     조금만 뒤로 고개를 빼는 게 늦었다면, 내가 제로스 후작처럼 머리가 날아갈 뻔 했다.

     “거리를 좁힐 수 있겠느냐!”

     거리 차이.

     같은 레이피어를 들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거라면 모를까, 레이피어로는 대검을 이기지 못한다.

     채ㅡ앵!

     투검으로 레이피어를 던지며 옆에 박힌 창을 든다.

     창날의 끝이 날카롭게 뻗어있으며, 창대의 길이는 황제가 든 대검보다 더 길다.

     “롤랜드식 창술! 그것은 회귀 전에 배운 것이렸다!”

     

     레이피어를 튕겨내자마자, 기수식만으로 창술의 근원을 알아차린다.

     “찌르기에 특화되어있지!”

     동시에, 세 곳을 찌른다.

     어깨에 하나, 심장에 하나, 그리고 명치에 하나.

     “하지만, 이미 파훼했다!”

     황제가 대검을 바닥에 찍으며 몸을 옆으로 돌린다.

     ‘피하는 건 예상했어.’

     어깨를 향하던 초격은 대검에 막히고, 심장을 찌르던 이격(二擊)은 심장을 비스듬히 비껴나가 허공을 찌르고, 빠르게 당기며 예상 지점을 향해 찌른 세 번째 공격은-

     카ㅡ앙!

     황제가 옆에 꽂혀있던 직검을 들고 창날의 끝을 튕겨내는 걸로, 막혀버렸다.

     “그걸로, 끝인가?”

     창술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창을 찌르며 공세를 이어나간다.

     “창이 안 되니 눈이 다른 무기를 찾는군.”

     찌르는 곳마다 한 손으로 검을 휘두르며 뒤로 거리를 벌린다.

     “도끼? 할버드? 아니면 메이스? 무엇을 쓰려고 하더냐.”

     창을 든 자가 오히려 자신을 쫓아오게 조바심을 내게 만들며, 나의 시선이 닿은 무기를 눈으로 빠르게 흘긴다.

     “과연.”

     “큿…!”

     앞으로 빠르게 창을 던진다.

     피하지 못하는 각도로, 직검을 이용해서 튕겨내지 않으면 안 될 각도로.

     그리고 그 사이에 바닥에 박힌 검을 뽑아, 가볍게 빙글 돌리며 횡으로 긋는다.

     “지브롤터!”

     카ㅡ앙.

     “네 아버지의 기술이군!”

     창을 쳐내고 자세가 무너지나 싶었으나, 황제는 발을 쭉 뻗은 상태로 내 검을 받아냈다.

     “아마, 회귀 전에 가장 많이 배웠겠지! 회귀 후에 검을 배우지 않은 이유는, 이미 지브롤터의 검술은 다 익혔을 테니까!”

     맞다.

     무기를 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무기를 다루는 체계까지 전부 파훼되고 있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그 길이 막힌 건지 알 수 없다.

     머리를 노리고 사선으로 벤다.

     그 검에 맞춰, 정확히 십자를 그리듯 두 손으로 군청빛 오러의 검날이 날아온다.

     카ㅡㅡ앙!

     

     “그레이여. 기술은, 네 아버지가 더 낫구나.”

     서로의 오러와 오러가 부딪치며, 검을 맞대고 오러의 줄다리기를 하는 순간.

     “하지만 이 마력, 무엇이냐.”

     황제가 순간적으로 뒤로 몸을 빼더니, 그대로 한쪽 다리를 접는다.

     “!!”

     검을 아래로 내린다.

     그와 동시에 내 복부를 향해 오러가 깃든 군화가 박힌다.

     파ㅡ앙!

     강력한 충격파.

     단순히 발로 차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마력의 충격을 통해 사람 자체를 날려버리는 강한 일격.

     나는 뒤로 물러났다.

     발차기를 막아낸 검이 너덜너덜해지고 망가져, 그대로 투검으로 앞으로 던지며 좌우에 있는 무기를 교차하듯 움켜쥔다.

     “마나만큼은, 후작보다 낫구나!”

     얼굴을 향해 날아가던 깨진 검을 황제가 붙잡는다.

     부서진 칼날의 단면 위로 군청빛 오러가 솟아오르고, 나는 좌우에 붙잡은 무기를 앞으로 교차하듯 휘둘렀다.

     “쌍검!”

     검의 길이는 비슷하다.

     그렇다면, 두 개의 검을 각각 따로 움직이는 수밖에.

     “흐하하! 재미있군! 한 몸으로 두 개의 검법을 펼친다고?!”

     깨진 검으로부터 오러를 길게 뻗는다.

     바스타드 소드와도 같은 길이의 검으로, 황제는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자세를 낮춘다.

     좌검, 수평으로 세워 앞으로 찌르고.

     우검, 그 검날의 아래에 숨긴 채 비수처럼 파고드니.

     “기사와 암살자의 검이라!

     초격이 검에 막혔으나, 초격에 숨은 검날이 검의 옆으로 스친다.

     그 끝은, 황제의 심장을 향해.

     

    “보인다!”

     늦었다.

     가장 빠르게 찌르기 위해 수직으로 세웠던 게 화근이었을까.

     “이렇게 나를 암살하려고 했던 자가 있었지.”

     황제는 그 짧은 순간에 심장을 향하는 몸을 옆으로 비틀어, 내 검을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로 밀어넣었다.

     “그레이 자네, 팔신장의 기술도 익히고 있구나!”

     “큭…!”

     검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겨드랑이와 팔뚝 사이에 꽂힌 검날에도 나의 오러가 깃들어있는데, 황제는 자신의 피부에 오러를 둘러 내 검을 근육의 힘으로 억눌렀다.

     검 두 자루를 버린다.

     그리고 동시에 아래로 몸을 낮추며, 발을 뒤로 크게 넘긴다.

     파각!

     오러를 담은 발등으로, 겨드랑이 사이에 끼어있는 검신을 후려친다.

     

     검날이 순식간에 부서지며, 쪼개지는 파편의 조각이 황제를 향해 솟구친다.

     “이건, 모르는 기술이군!”

     

     황제가 활짝 웃는다.

     얼굴을 향해 칼날이 날아감에도, 황제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서서히 잠기는-

     “!!”

     황제의 몸이 뒤로 넘어간다.

     넘어지듯 몸이 아래로 떨어지며, 동시에 아래로 향하고 있던 다리가 어느새 내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다.

     이쪽을 향해.

     콰ㅡㅡㅡ앙.

     “……!!”

     허리에 박힌 옆차기.

     순간적으로 마나를 끌어올려 옆구리를 보호했으나, 황제는 공중에 뜬 육신의 무게를 그대로 자기 발등에 싣는다.

     버티-

     퍼ㅡㅡㅡ억.

     

     세상이 빨라지고, 몸이 순식간에 떠오른다.

     이대로 날아가면 벽에 부딪친다-라는 안일한 생각을 한다면, 그대로 죽겠지.

     “흐읍…!”

     손을 뻗어 바닥에 박힌 걸 잡는다.

     무엇이든 상관없다.

     만일 잡고 버티지 않았다면, 재빨리 몸을 수습하지 않았다면-

     “장외도, 패배인 거 알고 있겠지?”

     유리창 너머로 내던져지는 순간, 지상 수 km 고도-심지어 지금도 실시간으로 상승하고 있는 전장에서 그대로 추락할테니.

     “비공성 그레이베르크는 지금 왕도로 향하고 있네. 이른바, 자네가 나를 빠르게 처치하지 못하면 왕도는 전멸이라는 거지.”

     “하아, 하아.”

     황제가 먼지 묻은 두 손을 탈탈 털어내며 바깥으로 눈을 흘긴다.

     

     “왕도의 백성들은 영웅 그레이를 믿고 기도하고 있을까, 아니면 매국노가 황제랑 들러붙을 테니 빨리 도망치자고 하고 있을까.”

     “관심, 없습니다.”

     도끼를 든다.

     

     “호, 클레이돌까지? 힘은 충분한가?”

     “힘도 충분하지만, 마나도 충분해서.”

     클레이돌 후작이 쓰던 것과 같이 무식할 정도로 큰 양날도끼지만,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반대쪽 손으로 받쳐들며 자세를 잡는다.

     “팔신장 중 클레이돌 후작은 유일하게 자네에게 죽었지. 그와 싸우며 배웠나, 아니면 회귀 전부터 배웠나?”

     “맞춰, 보시든가!”

     잿빛의 오러를 뿜어내며 앞으로 달린다.

     

     “무거운 무기를 들고 달리면, 그만큼 체력소모는 더 크지.”

     황제는 비어있는 두 손을 좌우로 펼치며 뒤로 걷는다.

     빠르지는 않지만, 내가 상정했던 거리보다 더 멀어지는 간격에 마나를 더 강하게 일으킨다.

     “그런데, 그 정도의 마나는 어디에서 얻었을까.”

     

     황제가 정색한다.

     “거짓된 황금을 이용했나? 그럴 리가. 지브롤터가 그럴 리가 없지.”

     클레이돌 후작의 부술(斧術)은 기본적으로 크게 휘둘러, 적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게 그 정수리를 찍어버리는 것.

     “그 폭발적인 마나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황제에게 닿기 전, 세 발자국 앞에서 크게 위로 뛰어오른다.

     “자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도 아닐텐데.”

     분석하는 듯한 눈빛의 황제는, 고요히 두 팔을 안으로 모았다.

     “아.”

     도끼가.

     “조상님이, 내려주신 건가?”

     황제의 정수리 앞에서, 종이 한 장 차이로 멈췄다.

     좌우에서 황제가 합장하듯 모은 두 손이 힘과 오러로 도끼날의 면을 눌러, 도끼날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억제당하고 있다.

     “이…!”

     “역시, 자네는 나와 결이 같아. 그래. 죽은 자의 유골에 예의를 갖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륙을 살아가는 사람이 중요한 법이지.”

     도끼 자루에 힘을 준다.

     어떻게든 자루의 칼날에 깃든 오러를 밀어넣기 위해 자루를 온몸으로 누른다.

     “그러나, 소용없다.”

     황제가 손을 비튼다.

     동시에 황제가 비튼 방향으로 자루까지 빙글 비틀렸고, 나는 급히 도끼자루를 놓고 몸을 옆으로 굴렸다.

     “아무리 많은 무기를 다룬다고 한들.”

     황제가 도끼날을 잡고 어깨 뒤로 넘긴다.

     “나 또한, 그렇기에.”

     던지듯이 뒤로 던진 도끼날이 그대로 넘어간 순간, 황제의 손에 물흐르듯 도끼 자루가 들어간다.

     “역시, 나와 너는 닮았다.”

     

     자루를 한 손으로 잡고, 뒤로 던진 양날도끼를 쥐며 앞으로 몸을 돌리며 그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도끼를 움켜쥔다.

     “클레이돌 후작은, 이 때 내게 다리가 날아갔지.”

     초승달의 궤적을 그리듯, 도끼날이 내게로 향한다.

     “자네는 어떨까?”

     어떻냐고?

     

     당연한 것을.

     서걱.

     베어 가른다.

     

     “역시나.”

     도끼를 날 째로 베며, 빠르게 앞으로 휘두른다.

     손에 든 무기는 없다.

     하지만 ‘오러’로 빚어낸 칼날은 이미 내 손 끝에서 실체를 가진 채 황제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서걱.

     붉은 피가 하늘로 튄다.

     약간의 옷자락과 함께, 검붉은 핏방울이 하늘을 향해 솟구친다.

     “역시. 1년…아니, 반 년만 더 있었으면, 몇 번 마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목이 날아갈 뻔 했어.”

     황제가 웃으며 뒤로 물러난다.

     “이 일격을 위해, 그 동안 얼마나 많이 칼을 휘둘렀을런지.”

     어깨의 옷이 살짝 벌어졌지만, 그 외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다.

     “하아, 하아, 하아….”

     얕았다.

     제법 많은 마나를 불어넣었으나, 그 칼날은 심장이 아닌 그 위를 스치며 어깨를 베었을 뿐이다.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검의 명가 지브롤터에서 태어난 장남이 가장 잘 다루는 게 제국식 블레이드라니.”

     “……아쉽게도.”

     나는 흐트러진 호흡을 크게 가다듬으며, 칼을 움켜쥐었다.

     “제국도법이 아니라, 에이페리아류라고 해야 하지 않을지.”

     “…엘프의 칼이라. 불쾌하게 만들려고 했다면, 정답이긴 해.”

     “그런데, 따지고 보면 에이페리아류도 아니긴 합니다.”

     “여유롭군. 다시 존대하는 걸 보면.”

     “칼을 잡아서 그렇거든요.”

     검보다, 창보다, 쌍검보다, 도끼보다 더 익숙하다.

     “제 기억을 통틀어, 제게 가장 먼저 칼을 가르쳐준 사람이 곧 스승이라고 한다면. 이 도법은 ‘아스타시아류’라고 해야겠지요.”

     “…….”

     “당신의 딸이 제 스승이었습니다.”

     “…유일하게 닿았지.”

     황제가 활짝 웃으며 어깨를 손으로 누른다.

     손가락 사이로 핏방울이 흘러나오지만, 황제는 아랑곳 않고 웃으며 손으로 어깨를 짓눌렀다.

     “나의 딸로부터 빚어진 칼날이 내게서 기어이 피를 보이게 만들다니. 아스타시아, 그 아이가 가진 나를 향한 적의와 공포가 기어이 자네의 손에서 복수로 빚어지는구나.”

     “아스타시아 또한 바랄 뿐입니다. 제국도법이든 뭐든, 무기가 뭐든 아무런 상관 없지요.”

     “하나의 결과만 도출하면 그만일 것이며, 그 결과는 ‘나를 죽인다’로 귀결되겠지.”

     “만 점 드리겠습니다.”

     “하ㅡㅡ!”

     황제가 폭소를 터뜨리며, 상처난 옷을 잡아뜯듯이 뒤로 내던진다.

     “최고의, 포상이로구나! 그렇다면 이 합스베르크 또한 가장 잘 쓰는 무기로 상대해야겠지!”

     뜯겨진 예복의 아래.

     등 뒤에 묶어두고 있던 것이 끈이 풀려 떨어지듯, 등 뒤에서 꺼내는 무언가.

     “크림슨 지브롤터를 이긴, 이 검으로.”

     검집도 없이 붕대에 칭칭 휘감긴 검을 잡고 앞으로 뻗는다.

     장식이라고는 하나 없는, 하얀 은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롱소드가 튀어나왔다.

     제국무기도감에서 가장 첫 페이지에서나 볼 법한, 가장 기초적인 검.

     “뭘로 만든 명검입니까? 흡혈귀 뼛가루? 실버드래곤의 몸통?”

     “제국에서 가장 질좋은 강철, 그리고 나의 피와 땀.”

     “…수제라는 거네요.”

     “딱, 일 만 번을 두드렸지.”

     

     지극히 평범한, 롱소드.

     “무기는 결국.”

     “상대를 죽이기 위한 물건.”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자네가 쌓아온 지브롤터의 역사가 먼저 고갈될까, 아니면 내가 먼저 그대의 의지에 쓰러질까.”

     “뭘 거창하게 말한답니까. 제 마나 떨어지면 당신의 승리고, 그 전에 제가 당신을 베어넘기면 제 승리인 것을.”

     “호흡이 많이 거칠어졌는데?”

     “설마요.”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지만, 마나로 억누르며 다시 오러를 일으킨다.

     “아직, 보여주지 않은 한 방이 남아있거든요.”

     칼을 들고.

     “딱 한 번을 위해, 지금까지 매일밤을 휘둘러온 일격이.”

     

     베어 넘긴다.

     목숨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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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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