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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6

   아벨라에 관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크라슈는 아벨라를 향해 짙은 분노를 드러냈다.

     

   고작해야 자신의 욕심 때문에 세상을 멸망시키고, 더불어 아서를 자신의 회귀 도구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것이 증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 개 같은 년이.”

     

   크라슈가 두 주먹을 우두둑 쥐었다.

     

   아서 바라기인 것처럼 꾸민 주제에 정작 속내가 이따위였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남아 있던 미운 정마저 죄다 불살라졌다.

     

   “내가 살다 살다 메리와 시그린이 약과라고 생각 들 줄은 몰랐다.”

     

   아벨라는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녀만큼은 절대 그냥 살려 둬서는 안 된다.

     

   ‘그러니 이번에 반드시 익시온을 끌어내야 한다.’

     

   아벨라의 손발이 되어준 건 다름 아닌 익시온.

   그들을 부수지 않으면 아벨라는 기어코 세계 침식의 신을 완성 시킬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크라슈는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사라졌던 아서 또한 마음에 걸렸다.

     

   아서와 크라슈는 분명 악연이다.

     

   크라슈가 겪지 못한 회차에서도 그리고 크라슈가 겪은 회차에서도.

   크라슈는 아서와 참으로 많이 엮였다.

     

   하지만 한 가지 사실은 안다.

   아서는 적어도 멸망을 막고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자 했다.

     

   그녀의 인생은 회귀 인형 따위로 종지부를 찍을 만큼 덧없는 삶이 아니다.

     

   ‘아서를 찾아야 한다.’

     

   수 틀리면 아벨라가 현재의 아서에게도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시간선을 전부 잇지 못하고, 뒤죽박죽 회차의 기억이 뒤섞인 아서는 이쪽을 달갑지 않아 하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화로 풀어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나원, 사람 찾아 삼만리네.’

     

   정말 사람 찾다가 볼 일 다 보겠다.

     

   하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건 사람을 통해 일어나는 일들이니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엮여 생겨난 수많은 문제.

   그것이 결국 멸망을 향해 치달아 간다.

     

   크라슈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에 섰다.

     

   “크림슨가든, 에벨아스크, 아서를 찾아줘.”

     

   그러니 크라슈는 가장 믿음직한 둘에게 부탁했다.

     

   [ 이미 진작에 까마귀를 하나 붙여 놨다.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크림슨가든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크라슈가 놀란 눈을 하자 크림슨가든이 콧방귀를 내쉬었다.

     

   [ 누굴 바보로 아느냐. 너와 관련된 인물인 것을 안 시점에 그 정도는 해놓는 게 당연한 게다. ]

     

   역시 크림슨가든이다.

     

   [ 무슨 일이 생기면 말해주마. 우선은 지금 일이 먼저일 텐데? ]

     

   그녀의 말대로 지금 우선 해야 할 건 익시온 일이겠지.

   그들이라면 분명히 조디악을 노릴 것이다.

     

   “고마워.”

   [ 간에 기별도 안 가는 감사 인사로구나. ]

     

   정말, 이 녀석에게는 매번 신세 진다.

     

   이러면 아서 쪽은 걱정이 없다.

   무슨 일이 생기면 크림슨가든이 알려줄 테니까.

     

   ‘그러니 남은 건.’

     

   이제 조디악의 겉모습을 이용해 익시온을 끌어들이는 것뿐이다.

     

   ‘아직은 입질이 없단 말이지.’

     

   간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저쪽도 의심을 하는 건지.

     

   크라슈는 혀를 차며 턱을 눌렀다.

     

   ‘차라리 세계 침식자 한 명이 익시온의 거점으로 데려가도록 할까.’

     

   아예 불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언제까지고 이렇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쓸만한 방법일 터.

     

   ‘문제는 그럴만한 세계 침식자를 찾아야 한다는 건데.’

     

   크라슈가 팔짱 낀 팔을 천천히 두드렸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문뜩 떠올랐다.

     

   게다가 크라슈는 그 녀석이 어디에 지내고 있는지 또한 알고 있다.

   자기 주요 거점을 절대 옮길 녀석이 아니니까.

     

   거기에 성질이 급한 게 조금만 떡밥을 줘도 냉큼 물어 버릴 녀석이다.

     

   “크림슨가든, 내가 생각난 게 있는데.”

     

   크라슈는 크림슨가든과 잠깐 상담했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크림슨가든은 잠깐 침묵하더니 이내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녀석을 미끼로 낚을만한 물건이구나. ]

   “그거 관련으로 때마침 생각난 게 하나 있거든.”

     

   크라슈는 그리 말하고 몸을 돌렸다.

   크라슈가 방 안으로 돌아오자 아르델쥬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평생을 정신이 가둬진 채 있던 그녀다.

   아직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에는 기력이 모자란 탓이겠지.

     

   “급하게 나가던데. 뭔가 떠오른 게 있나 보지.”

     

   아르델쥬를 살핀 메르지아가 이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질문에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생각보다 더 복잡하게 이뤄진 일이라 설명하기는 그렇지만. 적어도 아르델쥬 씨에게 태어난 아이가 위험한 건 확실합니다.”

   “그 아이가 아르델쥬가 일어난 걸 눈치채면 일이 생길까?”

   “그럴지도 모릅니다.”

     

   크라슈도 여기에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아벨라가 왜 구태여 아르델쥬를 죽이지 않고, 정신을 가둔 채 뒀는지.

   크라슈도 추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벨라의 약점으로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르델쥬의 상태를 보면 그것도 바른 판단은 아니다.

   평생 잠재워져 있던 사람을 또 써먹을 수는 없으니까.

     

   적어도 아벨라 때문에 희생당한 그녀의 삶은 남은 생이라도 보답받아야 마땅하겠지.

     

   “그렇다면 아르델쥬는 내가 데려가도록 하지.”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는 이 집에 남아 있으려 발버둥 쳤지만.

   정신을 차린 지금이라면 무사히 설득해서 데려갈 수 있을 터.

     

   크라슈도 이에 찬성한다.

     

   “이 문제는 그리하도록 하고, 개인적으로 메르지아 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크라슈가 말을 꺼내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크라슈가 자신에게 부탁할 게 뭐가 있냐는 표정이다.

     

   “10대 천검을 하나 가지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메르지아가 멈칫했다.

   크라슈의 말대로 메르지아는 10대 천검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어쨌냐는 표정을 짓자 크라슈는 말을 마저 이었다.

     

   “그 검을 조디악의 이름 앞으로 잠시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조디악의 이름 앞으로?”

     

   메르지아는 순간 이해가 안 된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거기에 금왕의 이름으로 직접 10대 천검을 조디악에게 준 걸 알려줬으면 합니다.”

   “천검을 준 것까지 알려 달라고?”

     

   메르지아는 더더욱 영문을 모를 표정을 지었다.

     

   “익시온의 일원 한 명을 낚기에 딱 맞거든요.”

     

   언제까지고 익시온이 찾아올 때까지 오매불망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러니 저쪽을 먼저 움직이게 만들겠다.

     

   크라슈가 그리 말하자 메르지아는 팔짱을 낀 채 침묵했다.

   그러고는 이내 크라슈를 돌아봤다.

     

   “내가 천검을 빌려주고 받을 대가는?”

     

   금왕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 이건가.

   그녀는 자신이 이득 볼 수 있는 것에는 철저하게 붙는 사람이었다.

     

   “절 노리게 될 익시온의 일원이 값비싼 무기를 수집하는 걸 좋아합니다. 최소한 천검 하나 이상의 가치는 모아뒀겠죠.”

     

   크라슈의 입에 도둑놈 미소가 걸렸다.

     

   “그걸 죄다 어디에 숨겨 뒀는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자기 것 대신 남의 껄 주겠다.

   게다가 범죄자 놈의 것이니 가져가도 전혀 문제없다.

     

   “물론 익시온의 일원은 제가 처리합니다.”

     

   메르지아는 잠깐 크라슈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이내 손을 내밀며 씨익하니 사채꾼 같은 웃음을 거닐었다.

     

   “가만 보니 용왕이 꽤 사악한 친구였네.”

     

   크라슈는 그 손을 맞잡았다.

     

   “금왕님만 하겠습니까.”

     

   두 사람이 사악하게 웃었다.

   아주 훌륭한 천하십강들이었다.

     

     

   * * *

     

     

   클로리아 도시에 뜻밖의 소식이 퍼졌다.

     

   그건 바로 클로리아의 둘째.

   조디악에게 천하십강인 금왕이 직접 방문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에 클로리아는 잠깐 난리가 났다.

     

   천하십강이 나타날 만큼 큰 도시가 아니었던 만큼.

   너도나도 금왕의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연한 계기로 금왕은 조디악에게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그 도움을 갚고자 무려 10대 천검을 조디악에게 준다지 않는가.

     

   금왕의 말에 의하면 새 시대를 열게 될 인물에게 전한 것뿐이다 였지만.

     

   10대 천검이라 하면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검.

   이는 클로리아는 물론 세계 곳곳에도 금방 퍼졌다.

     

   평소 쫌생이 이미지가 강한 금왕의 후대를 생각한 마음가짐에 다시 봤다는 의견부터.

   조디악이라는 이가 누구길래 금왕이 그렇게 호의를 베푸나 하는 말까지.

     

   여러모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내 예쁜이가 이런 꼬맹이한테 갔다고?”

     

   한 세계 침식자가 세계 신문을 통해 이 소식을 접했다.

   그녀는 눈썹을 와락 일그러트리더니 등 뒤에 드러난 호랑이 꼬리를 살랑거렸다.

     

   “이건 도무지 용납 못 하겠는데. 예쁜이를 구출해야겠어.”

     

   그녀의 머리 위에 솟은 호랑이 귀가 쫑긋거렸다.

     

   한쪽 안대를 차고, 전신에 무기를 잔뜩 이고진 이.

     

   그녀의 별호는 무장공주.

   이름은 슈아 델피아.

     

   그녀가 신문을 보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녀의 취미는 무기 수집.

   무장공주라는 말답게 그녀는 집요할 정도로 무기에 집착한다.

     

   그런 지금, 무려 10대 천검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애송이의 손에 들어갔다.

     

   그녀가 10대 천검을 얻으려고 할 때마다 얼마나 많은 마음 아픈 이별이 있었던가.

   그녀에게 10대 천검은 마치, 첫사랑 같았다.

     

   바드득!

     

   동시에 그녀의 이가 갈렸다.

   왜냐하면 그녀는 10대 천검을 눈앞에서 놓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발하임, 그 개새끼.”

     

   마성궁에서 놓쳤던 우뢰성.

   발하임 직계인 크라슈 발하임에게 당하며 놓쳤던 그날의 울분을 무장공주는 아직도 잊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는 그 울분을 풀 수도 없다.

   크라슈는 이제 무장공주가 어쩌지 못할 정도로 너무 강해졌기 때문이다.

     

   “씨발, 짜증나. 진짜 짜증나.”

     

   입이 험한 그녀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신문을 부욱 찢었다.

     

   그러고는 앉아 있던 바위 위에서 냉큼 뛰어내렸다.

     

   10대 천검을 얻을 수 있게 된 새로운 기회.

   무장공주는 절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다.

     

   “클로리아랬지.”

     

   어디 듣도 보도 못한 변방의 깡촌.

   딱 봐도 제대로 된 경비도 없을 게 분명하다.

     

   그대로 박치기 해 10대 천검만 냉큼 빼앗아 오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가 발걸음을 뻗던 순간이었다.

   그녀는 문뜩 무언가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그녀는 익시온의 수장 흑마녀가 이야기하던 게 하나 떠올랐다.

   분명 그녀 말로는 클로리아의 조디악이라는 놈이 앞으로 필요할 거라 말하였다.

     

   “그, 조디악이 이놈 아닌가?”

     

   10대 천검을 받은 놈 말이다.

     

   무장공주가 입을 쭈욱 찢으며 씨익하니 웃었다.

     

   이거 웬걸.

   그녀가 노리려던 녀석이 때마침 익시온에서도 노리는 놈이다.

     

   그녀가 익시온에 들어간 이유는 단 하나.

   흑마녀가 그녀가 익시온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그녀가 가지고 있던 무기를 주겠다 하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익시온이고 나발이고, 무기 수집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익시온 쪽에도 생색낼만한 일이 하나 생겼다.

     

   “흐히히, 난 역시 운이 좋아!”

     

   순식간에 신이 난 무장공주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목표는 클로리아.

   새로운 예쁜이와 조디악이라는 놈을 잡으러 가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 나는 분명 예약을 걸었어! 예약을 걸었다고!!!!!(사실 올린 줄 알고 안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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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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