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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6

    <356 – 이벤트강화>

     

    선의가 항상 좋은 결과만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모브와 오크노디가 놀아주는 조직의 활약도 그랬다.

     

    [이게 뭐냐.]

    [이놈이고 저놈이고 전부 공부만 하잖아.]

     

    상급반은 오크노디와 용사의 눈치를 봐서 공부.

    하급반도 오크노디 패거리의 눈치를 봐서 공부.

    그렇지 않은 녀석들도 오크노디 패거리의 도움을 받거나 제압을 당해서 덩달아 공부.

    가짜축제로 놀자판을 벌인 1학년들에게 쌓여버린 2주치 과제의 절망을 안겨주려던 드래곤교장은 심기가 몹시 불편해졌다.

    기대했던 오크노디가 공부판을 주도한 주범이라는 사실은 괘씸하기까지 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기특하지는 않으십니까?”

     

    마하바라타 교수의 구원시도에 드래곤교장은 코웃음을 쳤다.

     

    [저런 샌님정신으로 졸업해봤자 사회에 나가서 잔뜩 이용당하고 버려질 뿐이다.]

    [세상은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지, 1학년들!]

     

    ‘유혹에 넘어가서 놀지 말고 성실히 공부하라는 의미로 연 주간이벤트 아니었냐고…’

     

    언제나 그렇듯이 훈육은 핑계이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 아닌지 의심되는 교장의 모습에 마하바라타는 1학년들만 불쌍하게 느껴졌다.

     

     

    * * *

     

     

    퇴마축제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 챈 이들은 선배들이 이런 잔챙이까지 손대기는 양심이 찔려서 적선 삼아 남겨둔 유령들을 토벌하던 학생들이었다.

     

    “뒷골목은 어때?”

    “대목이야. 배수구 앞은?”

    “여기도 장난 아니야. 갑자기 막 쏟아지고 있어.”

     

    약한 유령들은 살아남으려고 온갖 곳에 다 숨어드는 기믹이 있다.

    소라게가 소라껍질처럼 단단한 통조림캔을 두면 통조림캔에 숨듯이 학생들이 둔 적당한 물건에 제멋대로 깃들기 일쑤였다.

    이를 역으로 노려서 으슥하고 그늘진 곳에 동전이나 짚을 엮어 만든 인형 따위를 놓고 하급반 학생들은 강의를 듣고 난 뒤에 숨겨둔 물건을 찾아 한 바퀴 순회를 했다.

    그렇게 열 개를 설치해도 선배들이 다 쓸어가는 통에 하나가 남을까 말까한 것이 지금까지였다면 갑자기 동전 열 개 중에 다섯 개가 달그락거리고 인형 열 개 중에 다섯 개가 멋대로 움직였다.

     

    “선배들이 단체강의라도 들으러 갔나보다!”

    “와 이거 다시는 없을 기회 아니냐?”

    “빨리 쓸어 담자!”

     

    정신없이 바닥에서 움직이는 동전과 짚으로 만든 인형을 주워서 가방에 담는 학생들.

     

    “응? 잠깐만.”

     

    동전을 줍던 하급반 학생 중 하나가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 챘다.

    분명 가져올 때는 이렇게 많은 동전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동전주머니가 묵직해질 정도로 많은 동전을 주워담았다.

     

    “이거 다 누구 동전이야?”

    “내건 여깄는데? 너희야말로 동전을 남의 자리에 놓고 가지 말라고.”

    “둘 다 무슨 헛소리야. 내 것도 여기 있는데?”

     

    아무도 자리를 착각하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각자의 빵빵해진 주머니를 보며 오싹함을 느꼈다.

     

    “그럼 이건 진짜 누구 동전인데?”

     

    짤랑짤랑 주머니 속에서 들리는 동전소리가 더는 흐뭇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빠, 빨리 버리자!”

    “맞아. 이런 기분 나쁜 동전 가지고 싶지 않아.”

    “동감이야. 지금은 선배들이 퇴마를 저지른 자리에 가져가서 남은 신성력으로 은근슬쩍 덩달아 퇴마효과를 보려던 계획을 고수할 때가 아니야!”

     

    다른 학생들이 들었다면 용케도 그런 꼼수를 발견했구나! 라며 박수를 칠 발상에 도달한 학생들.

     

    “버릴 거야?”

    “당연히 버리지! 방금 같이 버리자고 해놓고선 무슨 뚱딴지같은… 어?”

     

    더벅머리 학생이 제 앞에서 걸어가는 비실한 친구와 통통한 친구를 발견하고 몹시 당황했다.

    우린 세 명인데.

    그럼 지금 내 뒤에서 말을 거는 건 누구지?

     

    “뭘 혼자 궁시렁 대고 있…어…어어…?”

    “얼른 따라오기나 하… 흐야악.”

     

    자신을 돌아보더니 갑자기 새된 소리를 지르며 풀썩 주저앉은 친구들.

    그들을 따라 고개를 돌린 하급반 학생이 목격한 것은 3m가 넘는 기다란 목을 물음표처럼 만든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귀신이었다.

     

    “버릴 거야?”

    “다, 당장 성수 뿌려!!”

     

    위험하다.

    이건 장난이 아니다.

    동전 속에 숨어드는 저급한 유령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습성을 보고 제 수중에서 귀신들린 동전을 찍어내는 존재.

    퇴마를 하려고 귀신을 유인하는 사람처럼 무언가를 목적으로 사람을 유인하는 귀신이다.

     

    뽕.

     

    병마개를 따자 나는 경쾌한 소리.

    교단에서 축성된 하급성수를 뿌리려고 들자 기다란 목의 귀신이 손을 뻗어 팔을 덥썩 붙잡았다.

    주르륵.

    맨바닥에 그대로 쏟아지는 하급성수.

    붙잡힌 학생이 오줌을 지리는 광경을 마지막으로 다른 두 친구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렸다.

    한 명이라도 도망치기 위해서.

     

     

    * * *

     

     

    누구나 가끔 그런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나보다 잘난 녀석이 내 앞에서 아쉬운 소리를 하는 광경을 보고 싶다.

    모브에게도 그런 인간적인 시기와 질투의 감정이 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모브, 우리 부비 좀 찾아줘! 같은 반 친구잖아!”

     

    하지만 그의 상상 속에서 동기들이 그에게 매달릴 때는 제발 과제를 보여 달라며 애원하는 수준에 그쳤지, 퀭한 눈으로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실종자 수색을 요청하는 광경은 없었다.

     

    “잠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찾아달라니. 강의를 듣기 싫어서 어디 3학년 구역에 숨기라도 했어?”

     

    재단장학생이 많은 <오크노디와 놀아주는 조직>에는 당연히 고학년에 대한 정보도 알음알음 풀렸다.

    벽 속에서 불쑥 손이 튀어나오면 3학년의 것이라는 정보도 오크노디 조직 내에서는 그리 놀라운 축에 속하지 못했다.

     

    “갈고리 귀신이야. 목이 갈고리처럼 기울어진 귀신이 성수를 바닥에 쏟고 부비를 잡아갔어!”

    “너흰 뭘 했는데?”

    “도망쳤어. 보자마자 알았다고. 그건 절대로 하급유령 따위가 아니야. 고학년들이 상대해야 할 녀석이 어째서인지 우리 1학년 구역에 풀린 수준이라고.”

     

    상당히 강한 유령이 나타났구나.

    그런다고 모브의 의문이 다 해소되지는 않았다.

     

    “실종자수색을 왜 나한테 요청해? 교수나 교관도 아니고 같은 동기한테.”

    “모브 넌 강하잖아.”

     

    강하다. 내가?

    이렇게나 솔직하게 남에게서 평가를 받는 경험은 몇 번을 겪어도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런가.

    나는 강한 건가.

    오크노디의 교육을 충실히 따라온 보람은 있지만 정작 그 오크노디와의 격차를 떠올리면 자신의 강함이라는 것이 썩 납득이 가질 않았다.

     

    “그리고 교수님들이나 교관님들은 더 시급한 일이 터졌다고 도와주지 못한다고 했어.”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이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오기라도 했어?”

    “그런 건 아니고 드래곤교장님이 음차원의 게이트를 너무 많이 개방해서 지옥문까지 덩달아 열려서 공간균열을 닫고 다닌대.”

    “…”

     

    아주 개판이구나.

     

    “학생회에서 치안활동을 인계받았지만 고학년 구역은 더 크게 난리가 나서 우리 1학년에게까지 도움을 줄 여력은 없다나봐.”

     

    그래서 갈고리귀신한테 잡혀간 부비는 버려진 신세가 되었다는 건가.

     

    “기다려봐. 될지 안 될지 생각을 좀 해보게.”

     

    모브는 그 길로 지젤을 찾아갔다.

     

    “지젤 씨.”

    “무슨 일입니까, 흑기사 군?”

    “혹시 암흑상회에 갈고리 귀신에 대한 정보도 있습니까?”

    “있습니다. 교내에서 목격담과 관련정보가 여럿 들어왔거든요.”

     

    역시 지젤을 찾아오기를 잘했다.

    오크노디만큼 수상할 정도로 정확한 정보는 아닐지라도 지젤의 정보는 오크노디 다음가는 수준으로 신뢰도가 높았다.

     

    “갈고리귀신을 퇴마하려는 거라면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꽤 위험한 녀석입니다.”

    “같은 반의 얼굴을 아는 녀석이 잡혀갔습니다.”

    “못 본 체 하면 그만인 것을 당신도 참 사서 고생하는 성격이군요.”

    “오크노디가 납치당하더라도 손 놓고 두고 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위험한 귀신은 처치할 수 있을 때 처치해야죠.”

    “하하. 우리 꼬마숙녀가? 납치를? 먹을 걸로 유괴하는 유괴범이라면 모를까, 귀신이 무슨 수로 오크노디를 납치하겠습니까?”

     

    설령 그게 가능할 정도의 귀신이라고 해도 당장 아카데미에 대피령을 내리고 차원게이트로 섬 밖으로 도망쳐야 한다.

    그 오크노디가 당해버린 귀신을 자신들이 이겨낼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도 마음씨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요. 특별히 이번은 정보료 없이 정보를 드리죠.”

    “감사합니다.”

    “감사는 접어두십시오. 확인된 정보를 보면 그럴 마음이 사라질지도 모르니.”

     

    지젤의 사람 좋은 얼굴로 짓는 가느다란 눈웃음이 마나패널을 넘김과 동시에 날카롭게 번뜩였다.

     

    ━━━

    위험개체 : 갈고리귀신

    신체정보 : 갈고리 모양의 기다란 목, 기이할 정도로 단단한 팔

    특징1 : 저주받은 아이템 근처에 새로운 저주받은 아이템을 놓는다.

    특징2 : 누군가 저주받은 아이템을 발견하면 소유권을 포기하려 할 때마다 “버릴 거야?”라며 세 번 반복해서 묻는다.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버린다고 하거나, 현장에서 도망치면 즉시 습격 받는다.

    특징3 : 실종자 4인은 모두 갈고리귀신에게 붙잡혀 고유차원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며 생존유무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

     

    “약한 유령은 몸을 숨기기에 급급하지만 강대한 유령은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려하지 않습니다. 공포를 힘으로 삼아 더욱 강해지려 들죠.”

    “이건 좀… 굉장하군요.”

    “몬스터 위계등급으로도 족히 5위계에 오르고도 남을 위험개체입니다. 도전하시겠습니까?”

     

    모브는 깨달았다. 이건 성실한 단련 따위로 어찌할 수 있는 개체가 아니었다.

     

    ‘오크노디의 도움이 필요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억까교장의 무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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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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