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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7

        

       이제순을 잡으러 간 두 사람은 가문에서 알려준 감시 장비의 위치를 숙지하며 조심조심 앞으로 나아갔다.

       둘 다 무인이었기에 신법을 사용한다면 어지간한 말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도 있었지만, 감시 장비에 걸리면 안 되기에 아주 조심조심 걸어갔다. 일반인보다도 약간 느린 속도로 말이다. 거기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했기에 기감을 켜기까지 했고. 게다가 이제순의 집 주소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주소를 살펴보기도 했다.

         

       이러한 둘의 모습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고, 주변을 느긋하게 둘러보는 관광객같이 보이게 만들었다. 딱히 디테일하게 관광객의 흉내를 내려 하지 않았음에도 관광객처럼 보이게 만드는, 참으로 기묘한 우연이었다.

         

       그렇게 조심조심 걸어간 둘은 마침내 이제순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지직.

         

       CCTV에 찍히지 않을 것을 알기에 둘은 거칠 것이 없이 움직였다.

       현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에 가지고 온 장비를 이용해 회로를 태워버려서 망가뜨린 뒤 문을 열었고, 이제순의 방에 설치된 도어락 역시 특정 부분에 고열을 가해서 강제로 열리게 했다.

         

       덜컹.

         

       “어?”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들어오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이제순이 침대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지만, 이미 그 시점에서 늦어버렸다.

         

       텁.

         

       “읍!”

         

       둘은 무공을 사용해 순식간에 이제순과의 거리를 좁힌 뒤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혈을 짚어서 몸을 마비시킨 뒤, 정맥에 주사를 꽂아버렸다.

         

       하얀색의 액체가 들어있는 주사.

         

       프로포폴이었다.

         

       이동 중 충격으로 혈이 풀리거나, 혈도가 특이하게 생긴 경우 문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깨어나서 날뛰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의심의 시선을 받을 수도 있었고, 풀려서 도망가는 일도 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만전을 기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사용했다.

       수면마취를 해버리면 혈이 풀리건 말건 탈출은 꿈도 꾸지 못할 테니까.

         

       그렇게 둘은 순식간에 이제순을 잠재워버리곤 신발을 소중히 끌어안고 있던 이제순의 몸을 꾸깃꾸깃 접고는 그대로 가지고 온 캐리어에 쑤셔 박아버렸다.

         

       뿌득.

       뿌드득.

         

       이제순의 몸이 유연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몸을 접는 과정에서 소음이 잔뜩 발생했다. 하지만 무인들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리어 뻣뻣하게 굳은 이제순의 몸을 강제로 힘을 줘서 그대로 접어버렸다.

         

       자칫 잘못하면 근육이 파열해버리거나 인대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뭐, 무슨 상관인가.

         

       이제순이 그들과 친한 사람도 아니고, 털끝 하나 건드려선 안 되는 중요한 사람도 아니다.

       도리어 고문을 하라고 지령까지 받은 상대다.

         

       그런 상대가 근육에 문제가 생기건, 인대가 문제가 생기건, 뼈가 부러지건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냥 ‘지령’을 조금 더 일찍 수행하기 시작했다고 여기면 그만이지.

         

       이제순은 그렇게 사정없이 캐리어 안에 쑤셔박힌 채, 두 사람에게 그대로 납치가 되었다.

         

       무인은 이제순이 담긴 캐리어를 든 채 빠르게 건물을 빠져나왔고, 감시 장비가 없고 경찰의 순찰이 적은 지역을 가로질러 미리 확보해두었던 장소로 향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낡아빠진 컨테이너.

         

       오랫동안 방치되었는지 벽면에는 페인트칠로 『 폐차장 』이라는 글자와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숫자 몇 개만 간신히 남아 있었고, 문은 녹이 잔뜩 슬어서 과연 열리기는 할까 의문을 품게 할 정도였다. 게다가 인적이 끊긴 지 오래되었다는 듯 주변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었고, 사람의 인적이라고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불량소년들의 아지트로 사용되었다는 듯 주변에 깨진 술병이나 담배들이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그들 역시 이곳에 오는 것을 오래전에 멈춘 것인지 술병과 담배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버려진 공간.

       그렇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덜컹.

       끼이익.

         

       둘은 컨테이너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둘이 컨테이너로 들어서자 보인 것은, 계란판같이 생긴 것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내부의 모습이었다.

       바깥의 낡아빠진 모습은 그저 위장에 불과하다는 듯, 안은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있었고, 벽면에는 온갖 흡음재들이 잔뜩 붙어있었다. 어찌나 많이 붙어있었는지 사람 네다섯만 들어서면 꽉 차버릴 정도로 내부 공간이 좁아져 있었다.

         

       그 좁아터진 공간의 중심에는 강철을 이용해서 만든 튼튼한 의자가 있었다.

         

       둘은 컨테이너의 문을 닫고 캐리어를 열고 그대로 뒤집어 이제순을 바닥에다가 내동댕이쳐버렸다. 그 과정에서 이제순은 볼품없이 바닥을 굴렀고,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던 신발 역시 바닥을 굴렀다.

         

       그들은 이제순을 들어 의자에 앉힌 뒤 가만히 기다렸다.

         

       이제순이 눈을 뜰 때까지 말이다.

         

         

         

        * * *

         

         

         

       

       이제순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을 떴다.

         

       투약된 프로포폴의 양이 소량이었던 까닭이었다.

         

       하지만….

         

       이제순이 눈을 뜬 순간, 지옥이 시작되었다.

         

       퍼억!

         

       “윽!”

         

       퍼어억!

         

       “읍!”

         

       이제순이 눈을 뜨자마자 무인 둘은 기다렸다는 듯 이제순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이제순을 주먹과 발을 이용해서 두들겨 팼고, 최대한 티가 나지 않은 곳에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급소를 공격하는 것 역시 가리지 않았는데,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인지 급소에 살짝 손만 닿았음에도 망치로 속을 진동시키는 것처럼 고통이 엄습해왔다.

         

       “사, 살려….”

         

       이제순은 그 끔찍한 폭력 속에서 허우적대며 목숨을 구걸했다.

         

       제발 그만하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이제순은 두들겨 맞으며 애원하듯 두 사람에게 말했다.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냐고.

         

       그렇게 이제순은 불쌍할 정도로 두 사람에게 애원했지만, 둘은 그런 이제순의 모습에 그 어떠한 동정심도 가지지 않은 채 그를 계속해서 두들겨 팼다.

         

       그렇게 얼마나 두들겨 팼을까?

         

       둘은 그제야 처음 이제순에게 말을 걸었다.

         

       “너, 왜 맞는지 알지?”

         

       분위기를 잡으며 하는 것과는 달리 그 말투는 어눌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사용할 때 생기는 그 어눌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아마 정신이 멀쩡했다면 단번에 ‘외국인이구나.’라고 알아챌 수 있는 발음이었다.

       하지만 이제순은 한참 얻어맞아서 그런 것인지 그 발음에는 신경이 미치지 않았다.

       대신에 그 내용에 집중할 뿐이었다.

         

       “예? 그….”

         

       왜 맞는지 아냐는 질문.

         

       그 질문에 이제순은 벙찐 표정을 지었다.

         

       왜 맞는지 아냐고?

       어떻게 아는가?

         

       갑자기 나타나서 납치하고 사람을 패는데, 그 이유를 어떻게 자신이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대체 누구지…?’

         

       높은 확률로 원한이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본격적으로 사람을 두들겨 팰 리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제순이 저지른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연예인부터 정치인까지.

         

       이제순은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원한을 샀다.

         

       물론 그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기사에 쓰이기 싫었으면 처신을 똑바로 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괜히 남에게 욕을 들어먹을 행동을 한 자체가 문제였다.

       빌미를 주지 않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몸에 먼지를 잔뜩 묻혀놓고 다른 사람에게 한 소리 듣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 양심이 없다고 여겼다.

         

       그래.

       원한을 사지 않으리라고는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언론사에 속해있었고, 치안이 좋은 나라에 있었다.

       그랬기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누군가에게 고소당한다거나, 협박 편지를 받는다거나 그 정도로 끝날 것이라 여겼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납치한 후 두들겨 패리라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안일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었다.

         

       “몰라?”

         

       “그럼 더 맞자.”

         

       이제순은 둘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고, 두 사람은 씨익 웃으며 다시 이제순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미약하게 내공을 쏘아내서 이제순의 내부를 휘저어 고통을 가하기도 했으며, 가지고 온 침을 이용해 그의 뼈마디를 긁어내기도 했다.

         

       “읍! 으으읍!”

         

       끔찍한 고통의 연속.

         

       하지만 고통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와중에도, 이제순은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무인 중 한 명이 그의 아혈을 짚은 뒤 입에 재갈을 물려버린 것이다.

       그랬기에 이제순이 아무리 우렁차게 비명을 질러대려 해도 목 밖으로 나오는 것은 크지 않은 소리였으며, 그 소리는 흡음재에 흡수되거나 방 안에 맴돌다가 사라지기만 했다.

         

       그렇게 이제순은 둘에게 한참이나 고통을 받았다.

         

       어찌나 고통에 몸부림을 쳤는지, 이빨이 깨져서 피가 줄줄 흘러나올 정도였다.

         

       무인 둘은 그 시점에서 이제순에게 가하는 고문을 멈추고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고통 때문에 축 늘어져 있는 이제순을 여러 각도로 찍은 뒤 가문에다가 보냈다.

         

       그렇게 이제순을 손봐줬다는 증거를 확보한 둘은 이제순의 입에 물린 재갈을 빼내고 혈을 짚어 말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곤 그의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젖힌 뒤 물었다.

         

       “너. 주물에 대한 정보. 다 내놔.”

         

       “끄윽, 주, 물…이요?”

         

       “어. 천. 황. 주물.”

         

       둘은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이제순에게 협박했다.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 이제순은 둘의 협박에 순순히 자신이 아는 것을 털어놓았다.

       우연히 정보를 들어서 방송국을 조사해서 낌새를 느꼈다는 것, 촬영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산을 헤매고 다니며 흔적을 찾아다녔다는 것, 구덩이를 발견했다는 것….

         

       그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힘없이 말했다.

         

       ‘별거 없군.’

         

       하지만 이제순이 힘겹게 털어놓은 정보는 안타깝게도 둘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사람 하나를 납치해서 고문해서 뽑아낸 정보라고 하기에는 디테일이 한참이나 모자랐다.

         

       그나마 수확이 있었다면 이제순의 입에서 방송 제목과 방송국 직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

         

       퍼억!

         

       무인 중 한 명은 이제순이 생각보다 쓸모가 없어 화가 난 모양인지, 이제순의 배를 발로 팍 차버렸다. 내장이 터지지 않도록 내공을 싣거나 전력으로 치지는 않았지만, 아무런 단련도 하지 않은 이제순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끅!”

         

       이제순은 배를 얻어맞고 제대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을 뒹굴었다.

         

       하지만 그런 불쌍한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도 무인은 못마땅한 시선을 이제순을 바라보았다.

         

       그는 수고에 비해 얻은 것이 없자 짜증이 샘솟았고, 그 짜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제순을 창의적으로 괴롭힐 방법을 떠올렸다.

         

       ‘어?’

         

       그렇게 이제순을 어떻게 괴롭힐까 고민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신발이었다.

         

       이제순이 납치당할 적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던 낡은 신발.

         

       “이거, 조던 신발이냐?”

         

       낡아빠진 신발을 마치 보석인 것처럼 소중하게 껴안던 모습이 떠오른 무인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신발을 들어 올렸다.

         

       “잠, 잠깐만요….”

         

       무인의 미소에서 가학적인 감정을 느낀 것일까?

         

       이제순은 고통조차 잊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동공이 미친 듯이 움직였으며, 손은 믿을 수 없는 것을 봤다는 것처럼 바르르 떨렸다. 그는 파르르 떨리는 손을 간신히 움직여 그에게 뻗었다.

         

       “자, 잠깐…. 신발, 신발은….”

         

       그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혀를 필사적으로 움직여 애원했다.

         

       제발 신발에는 아무 짓 하지 말라고.

       신발을 제발 그냥 내버려 두라고.

         

       그렇게 애원하고 또 애원했다.

         

       하지만 무인은 그런 이제순을 마치 벌레라도 되는 것처럼 하찮게 바라보았고, 벌레의 날개를 떼거나 몸뚱이를 나뭇가지로 꾹 눌러서 터뜨리는 것처럼 너무나 잔혹하게도 그의 애원을 무시해버렸다.

         

       찌이익!

         

       “아.”

         

       시간이 멈췄다.

         

       천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낡은 신발은 그대로 걸레짝이 되어버렸고, 제대로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겨서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제순은 찢긴 신발을 허망한 시선으로 하염없이 바라보았고, 아픈 몸을 질질 끌어서 조각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그것을 그러모은 뒤 어떻게든 끼워서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갈기갈기 찢긴 신발이 다시 맞춰질 수 있겠는가.

         

       “경찰에. 신고하면, 다시 날 만날 거야. 흐흐.”

         

       퍼억!

       쿠당탕!

         

       무인은 세상을 잃어버린 것처럼 절망하고 있는 이제순을 보며 만족한 듯 웃었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이제순을 걷어차서 컨테이너 저 너머로 날려버린 뒤, 다른 무인과 함께 그대로 컨테이너를 나섰다.

         

       둘은 천천히 컨테이너에서 멀어졌고, 한때 고통 어린 비명이 가득 찼던 컨테이너는 죽음과 같은 침묵이 감돌았다.

         

       “끄윽.”

         

       스으윽.

         

       이제순은 그 침묵을 깨려는 듯 고통 섞인 신음을 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아까처럼 몸을 질질 끌어 앞으로 나아갔다.

         

       갈기갈기 찢긴 신발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 말을 해봐….”

         

       그는 신발 조각에 말을 걸었다.

         

       여태까지처럼 수다를 떨기를 기대하며.

       제발 말을 하기를 빌면서.

         

       하지만 갈기갈기 찢긴 신발은 말은커녕 그 어떠한 소리도 내지 않았으며, 이미 자신은 쓰레기나 다름이 없다는 듯 그의 부름에 그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

         

       신발은 망가졌다.

         

       그가 공포를 억누르면서 만들어낸 주물이, 망가졌다.

         

       “내, 신발이.”

         

       가로등 하나 없는 오지에서 얼마나 두려움에 떨면서 의식을 했던가?

         

       “신발이….”

         

       요정이 앞에 나타났을 때 얼마나 긴장했던가?

         

       “망가졌어….”

         

       오직 밝은 미래를 위해서 그 고통을 억누르고 의식을 행했다.

       의식이 잘못되었을 경우 닥칠 재앙에 대한 미지의 공포에 떨면서도, 그가 어떻게든 용기를 짜낼 수 있었던 건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

         

       기자로서 우뚝 서겠다는 꿈.

       세계 전역에 이름을 알리는 기자가 되겠다는 희망.

         

       그런데.

       그런데 지금.

         

       그 희망이 짓밟혀버렸다.

         

       이상한 두 놈한테, 갈기갈기 찢겨버렸다.

         

       “아.”

         

       어눌하게 말하던 두 녀석.

       마치 외국인처럼 말을 하던…두 녀석.

         

       이제순의 텅 비어버린 눈동자에 감정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밀물이 들어차며 땅을 물바다로 만들 듯, 감정이 그의 눈동자에 들어차며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몸을 활활 태워버릴 듯한 감정.

       쑤시는 고통조차도 잊게 만드는 극단적인 감정.

       목이 타들어 가고, 당장이라도 찬물에 뛰어들어 몸을 식히게 만드는 감정.

         

       “그 둘….”

         

       이제순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를 다 써도 상관없다는 듯 뇌가 미친 듯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인상착의와 행동거지, 말투까지 영상을 되돌려본 것처럼 생생하게 그의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다.

         

       그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해마 깊숙한 곳에 각인시켰다.

         

       잊지 않기 위해서.

       절대로 잊지 않기 위해서.

         

       이제순은 입가에 피를 줄줄 흘리며 중얼거렸다.

         

       “죽여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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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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