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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7

       독고천이 가리키는 방향을 확인한 백우진은 곧장 걸음을 뒤로 물렸다.

         

       마음 같아선 곧장 경공을 사용하여 그곳까지 내달리고 싶었으나, 봉우리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각우 도사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여기까지 온 것도 도장 덕분이니 인사는 해야지.’

         

       각우가 아니었다면 필시 오랜 시간을 헤맸을 터다.

         

       그러니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옳을 듯했다.

         

       산 아래로 내려간 그는 커다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무언가를 끊임없이 읊조리고 있는 각우를 향해 다가갔다.

         

       제 앞에 갑작스레 드리워진 그림자에 의아함을 느낀 각우가 마침내 눈을 떴다.

         

       그는 백우진의 입가에 걸린 옅은 미소를 보고 뜻하는 바를 이루었음을 깨달았다.

         

       “미혹을 이겨낸 듯하여 다행이오.”

       “도장 덕분입니다.”

       “빈도가 한 게 무얼 있다고 그러시오.”

       “도장께서 저를 이곳까지 안내해주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겁니다.”

         

       백우진이 포권을 취하자, 각우 또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도호를 읊었다.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그가 말을 이었다.

         

       “혈교의 본거지로 향하는 길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니, 도장께서는 이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러자 각우가 침음성을 흘리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음은 그와 함께 혈교의 본거지를 찾아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제 존재가 그에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는 게 좋겠소. 앞으로의 위험에서 빈도는 짐밖에 되지 않을 테지.”

       “…송구합니다, 도장.”

         

       이곳에 오기까지 도움을 준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이었다.

         

       각우에게선 미약한 내공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보단 훨씬 튼튼할 테지만, 거기까지일 뿐.

         

       혈교도들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을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각우는 인자한 미소를 띤 채로 백우진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빈도가 소협에게 마지막 조언을 하나 해도 되겠소?”

       “얼마든지요.”

       “…너무 깊은 곳까진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겠소. 어쩐지 아주 불길한 느낌이 드오.”

       “불길한… 느낌이라고요.”

       “그렇소. 아주 꺼림칙하여 가까이 다가설수록 숨이 옥죄어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구려.”

         

       그 말을 듣는 순간, 백우진의 몸에서도 이상 신호를 전해왔다.

         

       날카롭게 선 감각이 그의 말을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며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의 목숨을 살려준 감각이다.

         

       백우진은 한층 기운을 끌어올리며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도장.”

       “빈도는 이만 하산하겠소. 원하는 걸 꼭 이루길 바라오, 소협.”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허허, 인연이 되면 또 만납시다.”

         

       그리 말하며 각우는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후우.”

         

       마침내 혼자가 된 백우진은 보자기에 감싸두었던 독고천의 머리를 풀어낸 뒤, 미리 봐두었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부터 눈에 익은 게 보이면 바로 얘기해.”

       “알았다.”

         

       동시에 그는 나무 위로 제 걸음을 옮겼다.

         

       이곳부터는 어디서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적진(敵陣).

         

       제 모습을 훤히 드러내놓고 다니는 것은 그야말로 내 목숨 거둬가라고 단두대 앞에 목을 들이미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이기에.

         

       그것으로 모자라 나무 밑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늘을 이용하여 얕게나마 밤의 장막을 두르기까지 했다.

         

       제 눈앞에 거뭇한 막이 드리우자, 독고천이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이건 뭐지?”

       “은신술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정파의 후기지수가 은신술까지…, 종잡을 수 없는 놈이군.”

       “너만 하겠냐.”

       “…….”

         

       최소한의 준비를 끝마친 그가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경신법을 이용해 한껏 가벼워진 몸과 걸음이 얇은 나뭇가지를 밟고 허공을 가른다.

         

       제법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백우진의 신형은 금세 봉우리 위에서 보았던 네 번째 연못에 도달했다.

         

       연못이 훤히 보이는 나무 위에 올라선 순간.

         

       “……!”

         

       알 수 없는 감각이 백우진의 등골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공기의 흐름도, 기의 움직임도.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도 그의 몸은 고작 두어 걸음 사이에 무언가 크게 변했음을 감지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더욱 긴장되기 시작했다.

         

       조심, 또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하고 떠나간 각우의 말이 더욱 실감이 난다.

         

       “…저 연못을 지나가야 한다.”

         

       독고천의 말에 백우진은 길을 모색했다.

         

       ‘연못을 넘어가는 건 무리야.’

         

       연못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원한다면 얼마든 경공을 이용하여 뛰어넘을 수 있겠으나, 그리했다간 이곳 어디에 있을지 모를 적에게 제 모습을 들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뿐.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회하는 수밖에.’

         

       조심스레 나무 아래로 내려선 백우진은 그늘과 그늘 사이를 오가며 연못을 두르고 있는 숲을 우회하여 목적지에 다다랐다.

         

       등 뒤에는 네 번째 연못이, 눈앞 멀리에는 다섯 번째 연못이 보이는 자리에 도달하자 조금 전 느꼈던 불길하고도 기묘한 감각이 한층 더 짙어졌다.

         

       모르긴 몰라도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지는 순간.

         

       백우진이 독고천의 머리를 높이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냐.”

       “…잠깐 기다려라.”

         

       썩은 동태눈깔 같은 그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여 무언가를 찾는다.

         

       이내 그의 눈동자가 멈춰 선 곳은 연못과 연못 사이에 널리고 널린 돌멩이 중 하나였다.

         

       “저것을 건드려 봐라.”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간 백우진이 쪼그리고 앉아 돌멩이에 손을 얹어보았다.

         

       “…응?”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평범한 돌멩이와는 사뭇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돌멩이지만, 그 안에 전혀 다른 것이 담긴 듯한 질감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그걸 강하게 누르면 혈교의 본거지로 향하는 문이 열린다.”

       “그렇단 말이지…?”

         

       백우진이 곧장 돌멩이를 짓누르려던 순간.

         

       삐리릭!

         

       괴이쩍은 소음과 함께 날아든 비수 한 자루가 그의 볼을 스치고 지나가 땅에 틀어박혔다.

         

       퍼걱!

         

       백우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비수가 지척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런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비수가 틀어박힌 위치가 하필 혈교의 본거지로 향하는 문을 여는 장치라는 것.

         

       쿠구구구구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뒤흔들린다.

         

       동시에 조금 전 그를 불안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던 감각이 조금씩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던 기묘한 감각은 감추어진 기척이었다.

         

       네 번째 연못…, 아니, 연못의 그림을 덧씌워 감춰두었던 지하 통로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곳에 매복하여 기다리고 있던 수백의 혈교도들이 솟구친다.

         

       하나 같이 그 경지가 평범 수준을 넘어선 이들.

         

       광기로 물든 눈동자에는 탁하기 짝이 없는 붉은빛이 끈적이고 일렁인다.

         

       무기를 꼬나쥔 채 비처럼 쏟아지는 혈교도들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저것들을 만드는 데에 몇 명이나 희생당했을까.’

         

       으레 사술이란 것이 대부분 그렇듯, 기초를 이루는 데에는 더없이 빠르고 효율적이나 그 뒤로 향할수록 처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혈술 또한 마찬가지.

         

       일류를 넘어 절정, 초절정에 오르기 위해 그들은 지금까지 흡수한 피의 몇 배나 되는 양을 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한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에 들어간 피의 양은 고작 한두 사람, 아니, 열 사람으로도 부족할 터.

         

       “예전부터 느낀 거긴 하지만.”

         

       고요한 시선이 그들을 눈에 담았다.

         

       “실로 너희는 인간이 아니구나.”

         

       소리소문없이 뽑혀 나온 검이 수천, 수만의 갈래로 뻗어나가 쏟아지는 그들 사이를 드리운다.

         

       「백가검법(白家劍法) 제2초

         

       백도만천(白桃滿天).」

         

       푹푹푹푹!

         

       수십, 수백의 가지에 혈교도 하나가 꿰뚫려 피를 흩뿌린다.

         

       “커헉…!”

       “크아아악!”

       “끄르륽…?!”

       “께흑!”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갈가리 찢긴 시체가 나부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쏟아져 나온 핏줄기는 그대로 혈우(血雨)가 되어 땅을 적신다.

         

       그 땅 위에 선 백우진도 함께.

         

       후두두둑!

         

       살점과 피로 얼룩져 한껏 살벌해진 그의 시선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고 주변에 떨어져 내린 혈교도들을 휘감는다.

         

       잔혹하고 참혹한 광경.

         

       백우진은 이러한 감각이 싫었다.

         

       피를 뒤집어쓰고 있노라면 자신이 인간으로부터 한없이 멀어지고 있는 듯하여.

         

       그러나 지금은 개의치 않기로 했다.

         

       제 몸에 뒤집어쓴 피와 살점은 인간의 것이 아니기에.

         

       저들이라면 얼마든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천참만륙을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내가 먼저 지치겠지만.’

         

       마음은 굴뚝 같으나, 아쉽게도 힘에 부친다.

         

       그들은 최소 절정에서 초절정에 이른 혈교 정예 중의 정예.

         

       죽음 앞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달려드는 광기에 잠식된 존재들을 수백이나 베어내려면 완숙한 현경에 다다라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적당히 상대하다가 틈을 봐서 몸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 또한 쉬이 길을 터주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이 이 자리를 빠져나가는 순간 혈교의 본거지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을 알 것이기에.

         

       “완전 제대로 걸렸네.”

         

       조금 더 조심했어야 했나.

         

       아니,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이 상황이 이상하기만 하다.

         

       놈들은 대체 무슨 연유로 통로에 매복하고 있었던 것일까.

         

       마치 자신이 이곳으로 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혹시?’

         

       그의 의심이 독고천의 머리로 향하려던 찰나.

         

       녀석이 걱정 한가득 담긴 표정으로 백우진에게 물었다.

         

       “…반드시 살아라, 백우진.”

       “엉?”

       “네놈이 죽으면 독고세가를 도와줄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 아니냐.”

       “아.”

         

       아무래도 이놈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생각을 이어질 즈음, 백우진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호시탐탐 때를 노리고 있던 혈교도들이 사방팔방에서 날아들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며칠 쉬었다가 글을 쓰려니까 머릿속에서 원하는 느낌을 뽑아내기가 쉽지 않네요.

    혈교 에피소드도 이제 슬슬 끝이 보입니다.

    최대한 어,,, 괜찮은 느낌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빡집중해서 써보도록 하겠읍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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