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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7

       

        

        

        

        

        

        

       “군비 감축 여부에 대해 다시금 재고할 필요성이 생겼네.”

        

       “의견을 경청하지요.”

        

        

        

        시애틀에서부터 이륙하여 뉴욕 JFK 공항을 향해 비행 중인 에어 포스 원 내부, 어둠이 짙게 내린 가운데, 비행기 내의 회의실에서부터 헨리 대통령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한순간에 십수 쌍의 눈동자가 그를 향했다. 의회와 상원, 하원이 동시에 증발해버린 현 시점에서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권력자라고 칭하더라도 결코 이상하지 않은 사람의 선언이었기에 대답을 갈구하는 눈빛은 초 단위로 강해져갔다.

        

        그러나 그는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선은 대통령이 아닌 서로를 향한다. 그 중 일부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듯한 눈빛까지 보내고 있었다. 주로 군부 인사들이 그러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 내막도 분명히 있을 터.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헨리가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웠다.

        

        

        

       “불과 7시간 전에 했던 연설로 이번 전쟁은 끝났지만, 과연 그 이후를 확신할 수 있겠나?”

        

       “이건….”

        

        

        

        몇 개의 맵과 공중에서부터 촬영된 듯한 수많은 사진들.

        

        일본에서 대기 중인 미국 함대에서 띄운 SR-72 오로라가 러시아와 중국의 주요 기지 일부를 스캔한 것이었다. 수많은 도시들과 요충지들이 요새화되고 있었고,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듯한 민간인들까지도 적나라하게 보였다. 흡사 백 하고도 몇 년 전 있었던 국민척탄병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촬영 시간은 전쟁이 끝나기 1개월 전의 시점. 아직 시애틀 강화 회의가 열리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지만, 해당 사진은 러시아와 중국이 추후 어떠한 경우에서든 상륙전을 대비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그 누구도 그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다.

        

        포문을 연 헨리가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쯤 러시아와 중국에도 1차 협상안이 전달되었겠지만, 아직 조정해야만 하는 부분이 많을 터. 저쪽의 정치인들이 미국으로 날아올 때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때까지 이번 안건을 빠르게 마무리해야 하네. 지금 시기가 평화기가 아닌 전간기라 불리기 싫으면 말일세.”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과 러시아를 여러 방면으로 쪼개버리는 거지만, 현실성이 없습니다.”

        

       “알래스카와 가까운 추코트카 자치구 방면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베링 해협을 관통하는 해저 터널을 놓는 건 어떻습니까. 물론 비용은 연합군이 대는 방식으로 하면 비용적 측면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겁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이 자리에 앉아있는 이들은 결과에 대해 한탄하는 것보단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최정상에 오른 인재들 뿐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한 나라의 대통령 앞에서 당당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이었고.

        

        하나둘씩 튀어나오는 의견들. 하나같이 러시아와 중국의 등뼈를 부수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하나씩 종합할수록 방향성이 생긴다 – 안타깝게도, 적국을 케이크처럼 갈라버리기엔 미국의 여력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렇기에, 에어 포스 원에 탑승한 이들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일본과 한국 쪽에 힘을 더 실어줍시다.”

        

        

        

        이미 요코스카에 주둔 중인 제1함대와 제3함대가 있었기에, 이들의 전력을 다시 증강시키고 반쯤 평탄화되어버린 북한이었던 땅에 군대를 전진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와 중국은 옆구리에 칼날이 들이대진 것마냥 컥컥댈 확률이 높았다.

        

        그리하여 동아시아 측에서는 한국 측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 측에 직접적인 핵전력을 공여하고, 요코스카에 제3함대와 같이 주둔하고 있던 제1함대를 진해 해군기지 방향으로 전진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하여 결론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추코트카 자치구에의 미군 주둔 및 핵무기 배치 용인, 베링 해협 해저 터널 건설 지원, 그리고 동북아시아에의 방어선 구축 용인. 그 외에 더 생각나는 게 있나?”

        

       “핵무기 폐기와 관련된 항목은 반드시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실성이 없네.”

        

        

        

        그 후 이어지는 말.

        

        

        

       “몰래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있지. 이미 쌓여있는 데이터가 없는 것도 아닐 거고. 러시아 및 중국의 핵무기 발사 기지 혹은 탄도미사일 차량 위치, 보유 수, 혹은 핵무기 생산 가능 시설 위치와 같은 데이터를 증여받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나.”

        

        

        

        그 말대로였다.

        

        핵무기 폐기는 여러 의미로 조금 애매한 요구였고, 받아들여질 확률도 적었으며, 여력이 된다면 비밀 시설에서 다시 생산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그런 방면에서 보았을 때, 헨리 대통령이 제시한 방안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두 패전국에게 실로 뼈아픈 타격이 될 확률이 높았다.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고, 상당하지만 지불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닌 전쟁배상금을 미국에게 준다는 조약 역시도 그 사이에 들어가있었다.

        

        에어 포스 원이 뉴욕에 착륙하기 두 시간 전, 훗날 두고두고 역사서에 실릴 조약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그러면, 이제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자본의 흐름을 어느 정도 정상화할 구석을 찾아봐야겠군. 캐나다와는 어느 정도 논의가 된 바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모자라지 않겠나.”

        

       “유럽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재건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두 번째 마셜 플랜이 필요하단 소리를 그리 거창하게 돌려 말할 필요는 없네. 아쉽게도 백 년 후의 미국은 그 정도의 지원 여력이 없는 것으로 추산되지만…이카루스 기어에 적용된 기술을 일부 팔아먹는 것으로 무마 가능하겠군.”

        

        

        

        그와 동시에 헨리가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미국 에너지부 장관이 송신한 제안이었다.

        

        

        

       “전기를 팔아먹자는 내용은 제법 구미가 당기더군. 각 나라에 핵융합로를 짓자는 발상은 어떻게 생각하나?”

        

       “…군대를 주둔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설명이 빨라서 좋군.”

        

        

        

        미국이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도 가장 잘 감춰진 비밀이었고, 기술의 누출은 절대로 용납 불가능한 것이었으니.

        

        그렇게 하나의 비행기 안에서 최소 30년 이상 세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결정들이 하나씩 이어진다. 그 이후 얼마나 지났을까. 비행기가 뉴욕 주에 진입함과 동시에 에어 포스 원의 네트워크 망에 데이터 송신이 시작되고, 헨리는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보안 등급 3 이하의 인원들은 잠시 퇴장을 부탁하지. 부득이하게 나눠야 할 말이 있어서 말이네.”

        

        

        

        그와 동시에 회의실에 앉아있는 인원들 중에서도 최소 ⅔ 이상이 퇴장했다. 심지어는 장관들 중에서도 일부 퇴장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였다.

        

        그리하여 국방부 장관, 에너지부 장관, 그 외에도 몇몇 정도만이 방 안에 남은 시점에서 헨리는 의자에 앉았다. 그 순간 벽 위로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어느 한 시설의 전경이 비춰졌다.

        

        아르테미스-웨스팅하우스 합작이라고 적혀있는 현판이 인상적인 거대한 지하시설 앞에 서있는 누군가. 통신이 원활하게 연결되었는지를 확인한다.

        

        헨리가 작게 덧붙였다.

        

        

        

       “이러니 아르테미스 그 자식들이 러시아랑 붙어먹을 만하다고 생각했나보군.”

        

        

        

        다들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말이 이어졌다.

        

        

        

       “…에너지부 소속, 페르미랩 연구소장 케이틀린 카펜터입니다. 현재 태스크포스 베히모스와 함께 아르테미스-웨스팅하우스가 건설한 초대형 입자가속기의 조사를 전부 끝냈고, 적절한 수리 조치 및 에너지 공급이 이뤄질 시 3개월 이내로 가동 가능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수고했네. 하지만 그 외에도 들어야만 하는 사안이 있을 것 같네만.”

        

       “물론입니다.”

        

        

        

        종이를 집어든 그녀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충분한 인력과 자원, 그리고 전력 공급이 이뤄질 시, 어떠한 보수 공사 및 성능 향상이 없다는 가정 하에, 최대로 오퍼레이트할 시 한 달에 반물질 10g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트루먼 대통령이 된 기분이야.”

        

        

        

        미국을 돌릴 에너지는 충분했다.

        

        이제부터는 시간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차례였다.

        

        어둠을 가르며, 에어 포스 원이 케네디 군사 공항에 착륙하고 있었다.

        

        

        

        

        

        

        

        

        

        

        

        

       “우엑, 술 그만 줘요…!”

        

       “어림도 없다. 네가 난동을 부리면 곰이랑 상어가 막아줄 거니까 걱정 말고!”

        

       “우부부븝….”

        

        

        

        한편, 그 와중.

        

        시애틀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리슨! 오래간만이에요!”

        

       “몸은 좀 괜찮나? 시애틀까지 날아올 정도면 어느 정도 멀쩡해진 모양인데. 영영 다시 걷지조차 못할 거라고 생각했더니.”

        

       “나름 다 방법이 있지. 나는 불사신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헨리가 에어 포스 원을 타고 떠나간 뒤, 미 서부 기준 오후 10시 37분. 전진기지로 복귀한 대거 팀은 그야말로 살판이 난 기지를 목도하게 되었고, 이내 무어라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수많은 인파들에 휩싸여 헹가래를 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만큼은 나와 로렌티나, 로건 역시도 피해갈 수 없었고, 이는 이 세 명을 제외하고도 간간이 존재하는 발현자들 덕분 – 혹은 때문 – 이었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몸뚱이가 허공을 몇 번이나 오가고 나서야 간신히 인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기지로 돌아온 우리를 맞이한 것은 파티 현장이었다. 기지 인원 전체를 먹이고도 남을 정도의 술과 고기 등등이 텍사스 쪽을 경유하여 날아온 것이었다. 킬로그램이 아니라 톤 단위로 세야 맞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걸 놓칠 팀원들이 아니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주변에서 온갖 바비큐용 장비를 가져왔고, 고작해야 5분도 지나지 않아 기지 한쪽 한적한 건물 근처에서 고기 굽는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후 지금에 이르렀다.

        

        

        

       “대거 팀의 일원으로 당당히 복귀했어야 하는데, 아쉽구만.”

        

       “하반신이 통째로 날아갔으면서, 고작 2년만에 다시 걸어다닐 수 있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 하지 않겠나?”

        

       “하, 이 안에 뼈 대신 엑소 스켈레톤 골격이 들어있지. 조금만 있으면 각력은 저 세 명 못지않을 걸?”

        

       “헛소리 그만 하고 술잔이나 받으시죠.”

        

        

        

        안톤 모리슨.

        

        과거 길리엄이 대거 팀에 들어오기 전…그러니까 대략 2년 전까지는 대거 팀의 일원이었던 사람이었다. 이중 IED 트랩 해체 과정에서 불상사가 발생하여, 건물이 반파될 정도의 폭발 속에서 하반신을 잃은 뒤로 전투 불능 판정을 받아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었다.

        

        상체와 하체가 분리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폭발이었기에 즉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이카루스 기어가 실드 대부분을 상반신에 집중시켰고 – 하반신을 전부 잃더라도 상반신만 지키면 생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 , 그 이후 출혈을 막는 와중 의무부사관 체스터가 제때 의료용 나노머신을 주사한 덕에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좌우지간, 그 이후로 2년. 아직 조금 삐걱대긴 했지만, 그럼에도 걷는 데는 크게 무리가 없는 모습을 한 그가 시애틀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앞으로 5년만 있으면 다시 현역으로 복귀해도 손색이 없는 몸이라고.”

        

       “안타깝군. 이미 열차는 떠났는데. 우리도 실직자가 될 위기야.”

        

       “거참 재밌는 농담이구만.”

        

       “그만 떠들고 막내가 가져온 선물이나 받아요. 다들.”

        

        

        

        삽시간에 돌아가는 눈동자.

        

        그 말대로,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집에서 보관 중인 여러 물품들이 있었고, 나는 그걸 낑낑대며 여기까지 전부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물론 힘들어서 낑낑댄 건 아니었고, 개중에는 부피가 꽤나 큰 것들도 여럿 있었기에 이리저리 오가는 게 조금 골치가 아팠던 탓이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들만이라도 하나씩 올려놓는 순간 시선이 장난이 아니었다. 모리슨은 특히 더더욱 그러했는데,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 두 곳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온갖 기호물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 허공으로 환호성을 토해낸 키신저가 시가 보관용 목판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정신나간 표정을 짓는다. 한편 모리슨은 능글능글하게 자기 것도 아닌 목판을 개봉하고는 쿠바산 시가 하나를 쏙 빼어들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정강이 한 번만 걷어차도 되겠는지, 이 빌어먹을 놈아?”

        

       “어허, 이제 막 걷고 다니는 사람한테 그러면 쓰나.”

        

       “멀쩡하게 걸어다니니까 봐준다, 망할 자식….”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니었고, 이제는 꽤나 희귀한 물품이 되어버린 비닐봉지 사이에서 또 다른 목갑을 꺼내어 올려놓자 키신저는 더더욱 환하게 웃음을 짓더니 나와 손인사를 나누었다.

        

        그 다음은 부분대장인 서킨스 차례였다.

        

        

        

       “자요, 차량 튜닝용품. 원하는 것도 많으셔라.”

        

       “믿고 있었다. 택배고 뭐고 인프라가 전부 박살나니 애마를 굴릴 수가 없어, 빌어먹을.”

        

        

        

        이카루스 기어로부터 뿅 하는 하찮은 음색이 들려왔다. 입금 소리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이 세계의 돈과 내가 있던 세상의 돈은 큰 무리 없이 호환이 가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나에게서 이미 꽤나 두둑하게 챙겨간 팀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아주 잘 익은 고기를 내 입으로 쏙쏙 넣어주기 시작했다. 요즘은 굳이 젓가락질을 하지 않아도 음식이 입 안으로 들어오나보다.

        

        물론 그걸로 끝은 아니었고, 이번에는 드물게도 오웬스의 요청이 있었다. 1억에 달하는 돈을 선뜻 입금한 그는 내가 끌고 온 거대한 캐리어를 열어보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고맙다.”

        

       “분대장이 음악 듣는 취미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고급 스피커까지 손대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한 번 빠지면 무시무시하게 돈이 나가는 취미긴 하지. 그것도 그렇고 제 몸 건사하기조차 벅찬 곳에서 이런 취미 생활을 즐기는 건 불가능하니….”

        

        

        

        그 말대로긴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카루스 기어를 손목에서 푼 그가 패널 위에 시계를 올려놓았고, 이내 에너지 전송이 시작되며 스피커가 작동을 시작했다. 끝내주는 재즈 음악이 바람을 타고 흐르는 가운데, 다들 유리잔에 맥주니 와인이니 샴페인 등등을 따라놓은 채 잔을 부딪혔다.

        

        물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누가누가 내 입에 술을 더 많이 들이붓는지에 대한 대결로 변질되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시간이 꿈결과도 같이 흘러간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술이 들어가니 다들 흥이 올랐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부모님을 좀 찾아가야 하는데, 선물이라도 들고 가야겠구만.”

        

       “그러고 보니, 다들 가족 분들은 잘 계시나요?”

        

        

        

        본래라면 꺼내선 안될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가 이 내용을 입에 담은 이유는 간단했다. 실로 천만다행이게도 대거 팀 전원은 부모님 혹은 가족이 전부 안전한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버몬트 출신의 로렌티나는 가족 전체가 수렵과 서바이벌을 즐기는 체질이었기에 바이러스 전파와는 크게 연관이 없었으며, 알래스카 출신인 로건 역시도 마찬가지. 그리고 대거 팀의 절반은 미네소타, 위스콘신, 몬태나와 같은 혼란의 중심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에 가족이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혼란에 휘말리지 않았다고 하기엔 애매하긴 했지만, 그들이 미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생존술에 능한 오퍼레이터의 가족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감안해야 했다 – 일이 커지기 전부터 대거 팀의 오퍼레이터들은 가족에게 후다닥 연락하여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가라고 언질해놓은 지 오래였단 소리.

        

        요컨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 정도로 끝이었단 소리.

        

        그러자 이어지는 말.

        

        

        

       “다음에 연락할 때는 먹고 싶거나 가지고 싶은 게 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겠네. 부탁한다, 막내.”

        

       “하하, 얼마든지요. 만물상은 항상 열려있어요.”

        

       “아주 행운 덩어리가 따로 없구만.”

        

        

        

        그렇게 킥킥대더니, 점차 말소리가 적어진다.

        

        귀를 타고 들어와 마음 속 깊은 곳을 잔잔하게 자극하는 재즈 음악, 그 사이에 섞인 풀벌레 소리, 드물게도 밝게 떠오른 달. 그리고 그 모든 사실들이 전쟁이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과 섞였을 때야말로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었다.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하긴 애매할지도 몰랐지만, 그럼에도.

        

        

        옆에 앉은 로건이 내 어깨 위에 슬그머니 팔을 올렸다.

        

        

        

       “고맙다.”

        

       “왜요?”

        

       “드디어 전쟁이 끝났으니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음악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나지막한, 그리고 평온한 숨소리가 대답을 대신했다.

        

        전쟁은 끝났다. 적어도 내게는, 우리에게는, 그리고 전진기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끝났다. 나머지는 정치인들의 몫이었다.

        

        

        

       “달이 참 밝네요.”

        

        

        

        암청색 밤하늘에 걸려있는 달은 완전한 원형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마치 태양과 같았다. 다가오는 모든 걸 불사르는 강렬한 불빛이 아닌 따스함을 주는.

        

        봄이었다.

        

        전쟁이 끝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애틀 수복 작전을 종료합니다

    토요일 1부 마지막화

    일요일 후기

    다음주 화요일 외전 연재로 뵙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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