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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7

       *** ***

         

       쉬익! 쉭! 쉬쉭!

         

       넓은 연무장.

         

       한 사람이 쓴다기에는 사치스럽다고밖에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넓고 잘 정비된 연무장에서는 한 사람이 땀을 쏟아내며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바위와 같이 묵직하고.

         

       뻗어지는 일권에는 하늘을 쪼갤 기세가 담겨 있었으니 연무를 펼치고 있는 이의 경지가 결코 낮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수련을 거듭하고 있는 무인은 바로 위서련이였다.

         

       “후우우…”

         

       수련을 마친 위서련이 땀을 닦아내며 새벽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상쾌하군.’

         

       위서련은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그리 생각했다. 소천마라는 단어가 주는 불길함과는 다른 상쾌한 표정이었다.

         

       위서련의 표정이 밝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적수가 없어 무에 대한 갈망을 풀 길이 없었던 위서련.

         

       그런 위서련은 요새 호천안과 주간 비무를 통해 그 갈망을 해소하고 있었다.

         

       뿐인가?

         

       천마와 함께 도박을 익히며 부녀관계도 극적으로 개선되었고 동시에 도박이라는 흥미로운 취미까지 생겼으니.

         

       단련, 그리고 또 단련을 반복하며 천마 위지천과 벌어진 무의 격차만을 되새김질하던 메마른 시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하며 충실한 인생을 보내고 있었었다.

         

       위서련은 이 모든 변화를 일으킨 한 사람을 떠올렸다.

         

       ‘호천안…’

         

       위서련의 얼굴에 슬쩍 미소가 서렸다.

         

       이 원석을 다듬는다면 지루하고 자극 없는 생활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더할 수 있겠지.

         

       위서련이 호천안에 건 기대는 그 정도였으나 호천안은 그야말로 위서련의 마교 생활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새벽 수련을 마치고 조식을 먹은 위서련.

         

       호천안이 오기 전만 해도 조식을 먹은 뒤 홀로 차를 음미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래곤 했던 위서련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천마전으로 향했다.

         

       “밤사이 강녕하셨습니까.”

         

       “음.”

         

       두 사람이 가볍게 도박을 나누고 있노라니 전입이 들어왔다.

         

       “오늘은 손 밑의 상완, 그 사각을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대해서 알려 드리겠습니다.”

         

       “음.”

         

       위서련은 위지천과 함께 사각을 이용하는 기초적인 방법을 배웠다. 오전을 새 도박기술을 장착하는데 시간을 보낸 위지천과 위서련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오전에 배운 도박기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판을 깔고 잠시 둘이서 오전에 배운 내용을 복기하고 있자니 호천안과 위지천의 대결 시간이 되었다.

         

       “승부를 시작하지.”

         

       두 사람의 승부를 지켜보던 위서련은 문득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지천과 호천안의 진검 승부. 

       

       그 승부를 펼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한 달.

         

       한 달이 지났지만 호천안은 여전히 알기 쉬운 태도로 위지천에게 도박을 소개했고 위지천은 그런 호천안의 인도를 묵묵히 따르고 있었다.

         

       그러나 위서련은 한달 전, 무공도박술을 선보인 승부 이후 두 사람의 도박 승부가 달라졌음을 알고 있었다.

         

       “요새도 계속해서 지하도박장에 드나들고 있다 들었다만.”

         

       “예. 생각해보니 저도 무인이자 도박사니까요. 이곳 말고는 도박에 무공을 섞어 쓸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필요하면 배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천하제일을 자부하더라도 배움을 잊지 않는다는 것인가.”

         

       위지천이나 호천안이나 둘다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결코 긴장감이 가시는 법이 없었다. 

         

       위서련은 흥미로운 눈으로 호천안과 위지천의 눈치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날의 승부 이래로 한 달이 지난 상황.

       

       위지천은 진짜 승부를 볼 각을 재고 있었고, 위지천이 다시 한번 진짜 승부를 벌이리라는 것을 눈치챈 호천안 역시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기대되는군. 아버님께서도 최적의 순간을 재고 계시겠지.’

         

       그렇기에 위서련은 요새 두 사람의 대결이 퍽 흥미진진했다. 호천안에게 빈틈이 보인다 싶으면 위지천은 오늘 당장이라도 진짜 승부를 신청할 테니까.

         

       다만 오늘은 날이 아닌 모양이었다.

         

       “오늘도 졌군. 잘 배웠네.”

         

       위지천의 패배선언 같지 않은 패배 선언이 이어지고 호천안은 묵묵히 포권을 해 보였다. 그런 호천안을 따라 숙소로 복귀하는 위서련.

         

       위서련은 자연스럽게 호천안을 따라 천마전을 나서며 일정을 물었다.

         

       “오늘은 어쩔 생각인가?”

         

       “수련 대신 서고에나 들릴까 합니다만.”

         

       “흐음. 그렇다면 가볍게 한 판 어떤가?”

         

       호천안은 잠시 고민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위서련은 그런 호천안의 반응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위서련은 요새 호천안과 하는 도박에 푹 빠져 있었으니까.

         

       위서련도 도박을 배우기 시작한 지 벌써 두 달.

         

       위지천과 마찬가지로 무공도박술을 위주로 도박을 익힌 위서련은 이제 호천안과 어느 정도 수를 교환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호천안의 입장에서도 무공도박술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으니 위서련과 함께 도박을 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어느 때와 같이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은 선에서 판을 즐긴 두 사람.

         

       “그럼 전 이만 비고로 가보겠습니다.”

         

       “음. 오늘도 수고하도록.”

         

       적당한 시기에 호천안은 천마비고로 떠났고 위서련은 만족스러운 감정을 담아 오후 수련에 들어갔다.

         

       해가 질 때까지 시원하게 땀을 흘리며 수련한 위서련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오늘 수련도 알찼다고.

         

       호천안이 마교에 오기 전이라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위서련은 그 답을 잘 알고 있었다. 홀로 느릿하게 점심을 먹은 뒤 또 시간을 죽이기 위해 천천히 차를 마시고 매일 같은 풍경을 보며 산책을 한 뒤 수련을 했을 것이다.

         

       수련을 한 뒤에는 천마와의 격차를 생각하며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길게 한숨을 내쉬었겠지.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수련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위서련은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짓눌린 채로 하는 의무적인 수련이 어디 제대로 된 성취가 나오겠는가.

         

       위서련은 새삼스럽게 지난 날을 떠올렸다.

         

       되짚어 보니 호천안이 온 이래로 대단한 성취는 없었지만 하루하루의 수련이 헛되지 않았다.

         

       ‘순풍만범이로군.’

         

       해가 졌지만 가볍게 땀을 씻어낸 위서련이 향한 곳은 자신의 방이 아닌 다른 방이었다.

         

       “오셨군요.”

         

       “음.”

         

       그 방에는 무공을 수련하거나 의뢰를 처리하고 온 흑묘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천안의 행적 보고를 함께 듣기 위해서였다.

         

       “귀빈께서는 전일 저녁에는 서악루의 지하도박장을 방문해 도박을 즐기셨습니다. 그 뒤로는…”

         

       줄줄이 이어지는 보고.

         

       호천안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쩍 길어진 위서런의 입장에서는 절반 정도는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기에 절로 잡생각이 들었다.

         

       ‘흐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던가.

         

       호천안과 함께 마교로 돌아온 이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위서련은 슬슬 흑묘와 함께하는 이 시간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흑묘, 그대는 도박에 관심이 없는가?”

         

       “글쎄요…”

         

       흑묘는 위서련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호천안에게 마술 기술은 많이 배웠지만 도박 기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동료에게 도박을 권하거나 기술을 알려 주지는 않을 테니까.

         

       흑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굳이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가 정확하겠네요.”

         

       “흠. 어째서지?”

         

       “도박에 관한 부분은 선배가 알아서 잘 해결할 테니까?”

         

       일견 대책없이 들리는 말이었지만 호천안의 도박 실력을 잘 알고 있는 위서련은 바로 납득이 갔다.

         

       ‘도박을 익힌다 한들 어지간한 수준으로는 호천안을 도울 수가 없겠지.’

         

       위서련은 흑묘의 말에도 영 미련이 남았다.

         

       “그래도 도박을 할 줄은 알 것 아닌가?”

         

       흑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박사는 아니었지만 어두운 영역을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접한 도박 규칙 정도는 꿰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이 시간에 나와 도박을 하지.”

         

       “….음. 별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요.”

         

       흑묘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흑묘 입장에서는 아무 이득도 없는 제안이었으니까.

         

       흥미도 없고 질 것이 뻔하기만 한 도박을 뭣하러 한단 말인가.

         

       그러나 위서련은 그런 흑묘의 거부 의사에도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흑묘는 어쩐지 시커먼 속내가 그대로 묻어나는 불길한 미소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다.

         

       ‘도망치자.’

         

       그렇게 생각한 흑묘가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런 흑묘의 행동보다 위서련의 말이 더 빨랐다.

         

       “최근 호천안이 지하도박장에서 획득한 무편 말이다. 그게 다 어디로 가고 있을지 궁금하더군.”

         

       ‘끄응.’

         

       몸을 반쯤 일으켰던 흑묘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층까지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호천안이 어디 무편을 소비할 곳이 있겠는가.

         

       그러나 흑묘는 달랐다.

         

       흑묘는 아직 호천안이 지정해 준 열 권의 무공서를 모두 모으지 못한 상황.

         

       자연스럽게 지난 한 달간 호천안이 딴 무편은 전부 흑묘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위서련은 방금 그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무편의 양도는 불법이 아니지만…떳떳하지 않은 수단으로 벌어들인 무편이니 소천마가 딴지를 걸 구석은 많아.’

         

       “그래서 뭘 원하시나요?”

         

       “딱히. 어차피 보고를 받으며 차나 마시는 시간 아닌가? 그 시간에 차 대신 도박을 좀 하자는 것 뿐이다.”

         

       흑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위서련은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큭큭 웃었다.

         

       위서련의 손짓에 순식간에 시비들이 도박판을 준비했고 위서련은 잔을 잡으며 생각했다.

         

       ‘그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사사삭.

         

       이제는 제법 도박사의 냄새가 나는 야바위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흑묘가 눈에 힘을 주며 잔의 움직임을 쫓는 것을 본 위서련은 조금씩 기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호천안의 등 뒤로 보고 들은 것이 있는 흑묘.

         

       쉬운 기술을 펼치니 곧잘 주사위를 쫓아오는 흑묘의 눈동자를 의식한 위서련이 상급 기술을 펼쳐냈다.

         

       사삭!

         

       “음.”

         

       그 순간 찌푸려지는 흑묘의 눈. 갈피를 잃은 눈을 흑묘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위서련은 자신이 왜 흑묘에게 도박을 하자고 강짜를 부렸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도박을 익히는 과정은 즐거웠다. 호천안과의 승부도 있었고 아버님과의 기술 교류도 있었고 지하도박장의 도박사들에게 습득한 기술도 있었지.’

         

       그러나.

         

       위서련은 늘 지는 입장이었다.

         

       호천안은 물론이고 기본적으로 경지 차이가 심한 위지천에게도 늘 밀렸으며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천마전을 방문하는 전입을 위시한 지하도박장의 도박사들은 기술만을 가르쳐 줄 뿐 소천마와 승부를 가리려 하지 않았다.

         

       탁!

         

       “으음…이쪽?”

         

       흑묘가 자신이 없다는 듯이 중앙의 잔을 싶었다. 그 순간 위서련은 여태동안 충족되지 않았던 마음 한구석에서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건 바로 승리의 기쁨이었다.

         

       신체적 능력이나 무공이 아닌 도박 기술의 우위로 성취해 낸 승리!

         

       “후후후, 틀렸다.”

         

       위서련은 의기양양하게 왼쪽 잔을 들어올렸고 그런 위서련의 신난 모습을 바라보던 흑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호천안이랑 어울리더니 묵직한 분위기는 다 어디 가고 저렇게 철부지 같은 모습만 닮았는지 몰라.

         

       그런 흑묘의 속내를 알 길 없는 위서련은 다시 주사위를 중앙의 잔으로 돌리며 외쳤다.

         

       “다음 판을 시작하지.”

         

       “네네.”

         

       새벽 수련부터 야밤의 승리 도박까지.

         

       위서련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한 하루 일과가 완성된 날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와! 정시연재!

    행복 루틴을 완성한 위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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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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