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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7

       “장관이네요.”

       

       자신의 문파원들과 함께 절벽 위에 선 하린은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이들을 구경하다가 그리 이야기를 했다.

       

       저 먼 곳. 무림의 삭막한 평지 위에 사람의 형체가 가득 서 있었다.

       

       허나 그 곳에선 발소리 이외의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지친 숨소리도. 투덜거리는 목소리도. 자그마한 대화도.

       

       대낮에 움직이고 있는 죽은 자들의 군세는 일종의 섬뜩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좀비게임 하는 것 같네.”

       “그런 장르에서 저런 규율이 존재하는 경우 없지 않아요? 전략이고 전술이고 그냥 물량으로 밀어 붙이던데.”

       “네가 유명한 것만 해서 그래. 마이너 한 쪽으로 파고들면 좀비랑 좀비가 싸우는 전략 게임도 있다고.”

       “…그거 이미 군사 시뮬레이션이잖아요.”

       

       그 군세를 이끄는 사람은 무림에서 높은 악명을 자랑하던 사람이었다.

       

       혈교주. 유저들의 집단 실종이 일어나기 무섭게 자신의 세력을 무림 이곳저곳에 보내어 문제를 일으킨 녀석.

       

       분명 그 과정에서 세력 대부분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가 어디선가 자신의 군세를 이끌고 온 것이다.

       

       처음에 유저들은 여기저기서 남은 패잔병들을 이끌고 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의 공세가 실패했으니 마지막 유격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유저들은 혈교 때문에 생겨난 여러 울분을 해소하는 겸. 혈교주를 박살내기 위해 연합해 저들에게 습격을 가했다.

       

       정과 사를 가르지 않은 전 유저의 연합군은 상당한 위용을 보였지만 그 위용이 무색하게도 개처럼 멸망했다.

       

       저 강시들은 하나하나가 고수라 불러 마땅한 수준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화령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화산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분전을 해보았지만 그 뿐. 몇몇의 분전으로 해결하기에는 적의 수가 너무도 많았다.

       

       지침을 모르는 불사의 무인들은 유저들의 연합을 너무도 간단히 박살낸 후 진군을 이어나갔다.

       

       “아저씨들. 헛소리는 됐고 대피 상황은 어때요? 끝났어요?”

       “헛소리라니. 이건 게이머의 자존심이 걸린.”

       “자꾸 그러면 아주머니한테 아저씨가 장비 바꾼 걸 이야기…”

       “아이! 끝내놨지 당연히!”

       

       자신들 만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선 유저들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기들이 속한 여러 문파에 혈교의 위협을 고하는 일. 혈교들이 진군하는 길에 머무르는 이들을 피난시키는 일. 이외에도 유저들은 혈교의 군세가 불러 올 여러 재앙을 막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은 계속해서 진행이 되는 중이었다.

       

       무림맹과 사파의 연합을 촉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천마신교의 천마께서 도움을 준다시기에 그 분의 세력을 어디에 끼워 넣어야 하는 지 고민하고. 혈교주의 퇴치를 위해 무림 최고수들을 끌어 모아 요격조를 구성하고.

       

       화룡무인의 유저들은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화룡무인의 랭커집단은 모두들 이 세상에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바친 괴인들이다. 무림의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 게임을 하는 이들이란 말이다.

       

       그런 이들이 이 상황에 손을 놓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새로운 컨텐츠라는 외침과 함께 연차를 냈고.

       

       또 누군가는 이제 시작점에 섰는데 여기가 망해서는 곤란하다며 일을 손에서 놔버렸고.

       

       또 누군가는 부인의 등쌀을 무시하며 가게의 문을 닫아버렸다.

       

       모두가 이 상황에 진심을 내고 있었다.

       

       “사실 화령님만 있었으면 이런 난리가 일어날 일도 없었을 텐데.”

       

       얼마 전에 갑작스레 잠적해버린 화령이 지금 이 곳에 있었다면 이런 호들갑은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화령에게 혈교주가 나댄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래? 재밌겠구나. 라는 대답과 함께 저 무리를 박살내고서 돌아왔을 테니까.

       

       그리고는 생각보다 시시하다는 말을 하며 바루와 함께 어디 식당에나 찾아갔겠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계시기에 전화고 문자고 뭐고 아무것도 안 받으시는 걸까. 지금 만들어 둔 영상 컨펌도 해주셔야 하는데.

       

       하린이 턱을 괸 채 혈교주의 진군을 살펴보던 그 때에 그녀의 아버지에게서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이러했다.

       

       ‘하린아. 아빠다. 욕심 그득한 노친네들 설득시키는 데 성공했다. 돌아와라.’

       

       이 내용 사이사이에 무림맹과 사파의 윗사람들에 관한 여러 불만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면 설득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모양이다.

       

       세상이 망한다 하더라도 각자의 잇속을 챙기려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네. 하린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니까 좀비 게임이라는 게…”

       “그거 그냥 스킨이잖아요?”

       “어쨌든 좀비가 나오잖아!”

       “아저씨들! 그만하고 움직이죠?!”

       

       *

       

       ‘아니. 이 새끼들 대체 왜 안 뒤지는 거야?!’

       

       강시 무리를 상대하는 유저들을 보고 있자니 기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강시들에게 저들이 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시가 살아있었을 적에도 경지와 실력에서 밀렸을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무한한 생과 내기를 손에 쥐었는데 어찌 유저가 저를 상대하겠는가.

       

       내가 의문을 품은 부분은 혈교주가 어찌 저를 한 번에 다루고 있는가에 대해서다.

       

       본인은 본인이 살던 무림에서 혈교와 대적해 본 적이 있었다.

       

       사실상 본인 혼자서 혈교라는 무리를 일소했으니 저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고 있지.

       

       지금 저 녀석이 이끌고 있는 강시 무리는 본인이 아는 혈교주가 이끌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당장 저기에 도사리는 강시들만 하더라도 최소가 절정에 도달한 무인이지 않은가.

       

       홀로 하나의 문파를 건설할 수 있었을 사람도 여럿 보이는 데다, 본인이 한 번 싸워보고 싶다 생각할 법한 놈들도 한 둘 존재한다.

       

       거기에 중간중간 신선들의 시체까지 뒤섞여 있다니. 저것은 이미 하나의 맹이라 불러도 될 수준이지 않은가.

       

       저는 혈교주가 이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본인이 직접 목숨을 끊었던 미래의 혈교주가 맨 앞에 서 있다한들 마찬가지다.

       

       혈교주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저 군세를 유지하는 모든 힘이 혈교주 하나에게서 나오기는 불가능하다.

       

       허나 지금 이 영상 속 혈교주는 저 무리를 이끌면서도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대체 본인이 깨달음을 갈무리하는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무엇이 일어났기에 혈교주가 저만한 힘을 손에 쥔 것일까.

       

       “상황이 이래서 유저들이 여러 파벌을 끌어 모아서 혈교와의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네요.”

       

       영상이 끝나고서 엔리가 방금 전 전화로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줬다.

       

       그러니 무림과 혈교간의 대전이 펼쳐진다는 것인가.

       

       무림이 승리할 수 있을까? 현 무림의 세력은 나 하나에게 무너질 적보다 더 허약해졌다.

       

       저들이 쇠퇴했음을 두 눈으로 새긴 나다. 무림이 뭉친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전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패하겠지. 그것도 처참하게.

       

       본래라면 가만 그것을 구경했을 것이다. 본인은 딱히 무림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없으니까.

       

       허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저 혈교 무리의 진군 끝에 화산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본인이 오기를 바라는 거겠지.

       

       도전을 피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저 도발에 기꺼이 응해주고 싶기는 하다마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존재했다.

       

       본인이 화룡무인의 세상에 향할 수 없다는 점이지.

       

       방금 전에 시도를 해보았다만 여전히 본인의 계정은 가로막혀 있는 상태였다.

       

       덕분에 서버를 터트릴 방법도 없어 백호와 연락을 할 수도 없는 상황.

       

       곤란하군. 무림이야 망하건 말건 내 알 바가 아니지만 화산은 다르다.

       

       본인이 살아온 세월에 비하면 그 곳에서 지낸 기간은 얼마 되지 않으나 그 곳에 머무르며 쌓은 추억은 분명 본인의 기억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아끼던 곳을 잃는 경험을 또 다시 하고 싶지는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오랜만에 예전처럼 움직일 수밖에.

       

       사고를 끝마친 나는 고개를 들어 엔리의 얼굴을 살폈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소식이 왔다가 떠나간 까닭일까. 엔리의 눈가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마침 잘 되었다. 일이 생긴 김에 조금 쉬게 내버려 두자꾸나.

       

       “엔리 씨.”

       “네?”

       “아피스 만든 제작사 건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

       

       현대에 운영되고 있는 회사라면 분명 그럴 듯한 건물이 존재할 터.

       

       엔리는 저를 의아해하면서도 인터넷에 검색을 해 그 곳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 주었다.

       

       어디보자.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있는 것인가. 생각했던 것보다 거리가 멀군.

       

       “…아라 씨.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지금 여기에 찾아갈 생각이세요?”

       “네. 그래야죠.”

       “가려면 시간이 좀 오래 걸릴 텐데.”

       “괜찮아요.”

       

       적당히 산책한다 생각을 하고 움직이면 된다. 하늘을 밟아가며 툭툭 움직이다 보면 얼마 걸리지 않고 도착할 테니까.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마는.

       

       뭐어. 저 근방에 가면 백호의 기운을 느낄 수 있지 않겠나.

       

       “금방 갔다가 올게요. 머리 좀 식히고 있어요.”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엔리가 나의 소매를 붙잡았다.

       

       “…오는 거 맞죠?”

       “네?”

       “보통 이런 식으로 떠나면 한참이 지난 후에 돌아와서는 돌아왔어요. 라고 말하는 클리셰라고요!”

       

       순간 농담인가 싶었지만 이내 엔리의 표정이 진지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허허. 정말이지.

       

       “걱정마요. 반나절도 안 걸릴 테니까.”

       “그걸 어떻게 믿어요…”

       “만약 반나절보다 더 걸리면 화령냥이 방송 해줄게요.”

       

       엔리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는 소매를 놓아 주었다.

       

       “뉴스에 나오시면 안 돼요?”

       “으음. 그건 뭐라고 확언드리기 어렵네요.”

       

       그 쪽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눈에 띄고 싶지는 않으니 되도록 조용히 처리하긴 하겠다만 확언은 못하겠군.

       

       미묘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엔리를 보고 웃음지은 나는 베란다 쪽으로 발을 움직였다.

       

       “아. 맞다. 엔리 씨. 말 안 한 게 하나 있어요.”

       “뭔데요?”

       “저 천마 맞아요.”

       “…네? 네?!”

       

       나는 엔리의 고함소리를 뒤로 하고서 허공으로 발을 내딛었다.

       

       오랜만에 좀 진심을 담아 뛰어보도록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령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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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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