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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7

   무장공주

   슈아 델피아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무기란 곧 정의라 느꼈다.

     

   그녀의 세계는 전쟁으로 멸망했다.

   끊이지를 않는 1000년의 전쟁으로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끊임이 없는 전쟁 속에서 그녀의 목숨을 지켜준 것은 전부 무기였다.

     

   첫 무기는 단검이었다.

   어린아이였던 자신을 강간하려는 사내의 목에 박아 넣은 단검.

     

   그 단검은 그녀를 구원해줬다.

     

   두 번째 무기는 장검이었다.

   전쟁을 위해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동원된 전장 한복판.

     

   믿을 수 있는 건 아군도 적군도 아닌 다름 아닌 무기였다.

     

   그녀는 무기를 믿었고, 그렇기에 전장에서 끊임없이 살아남았다.

   무기는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그녀의 믿음은 언제나 무기에 있었다.

     

   그녀는 전장을 살아남기 위해 보다 단순해지고, 직설적으로 변해갔다.

   말투에도 욕설이 잔뜩 섞였다.

     

   군인들은 입에 욕을 달고 사는 이들이 잔뜩 있었으니까.

   어쩌면 그들에게 욕이란 자신의 비통한 삶의 부르짖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장공주는 무기에 집착하게 됐다.

   그녀에게 무기란 생존의 도구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멸망한 세계를 딛고 다른 세계로 넘어왔음에도 같았다.

     

   클로리아 도시.

   그곳에 도착한 무장공주의 겉모습은 평소와는 달랐다.

     

   그녀가 지닌 무기 하나를 이용해 귀를 지우고, 꼬리를 지운 뒤 머리카락 색까지 갈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만약 평소에 그녀를 알던 이들이라면 몰라볼 정도였다.

     

   “흐흥, 흥.”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새로운 아이를 장만할 생각에 흥이 났다.

     

   클로리아 주민들 어느 사람도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냥 온천을 즐기러 온 관광객으로 인식했을 뿐이다.

     

   “이봐, 클로리아 가문의 저택은 어디야?”

     

   무장공주는 짐을 정리하고 있던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땀을 닦아 낸 가게 주인이 저 멀리 언덕을 가리켰다.

     

   “저기 있수다.”

   “오, 고생해라.”

     

   그녀는 성큼성큼 언덕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얼마 후 클로리아 저택 앞에 도착했다.

     

   클로리아 저택은 평화로웠다.

     

   워낙 삭막한 지형이다 보니 구태여 다른 도시나 나라에서 침략할 이유가 없기도 하고.

   온천으로 유명한 관광지일 뿐, 딱히 범죄율도 그리 높지 않았던 덕분이다.

     

   그나마 세계 침식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기사들이 갖춰져 있긴 하나.

   그들도 세계 침식을 상대할 뿐, 사람을 상대하는 것에는 별다른 재주가 없다.

     

   그래서인지 입구 앞에 서있는 문지기도 기다랗게 하품하며 따분한 기색을 보였다.

   그는 늘 가만히 서서 평화로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구름이나 셌다.

     

   그런 그의 앞.

   한 여성이 나타났다.

     

   갈색 머리칼의 여성을 본 문지기는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 곧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

     

   “새로 고용된 사용인이십니까?”

   “응? 아, 맞아.”

     

   마을 아낙네로 분장한 무장공주는 그냥 그렇다 대답했다.

   등 뒤에 조용히 끼고 있던 건틀렛은 잠시 접어둔 채 말이다.

     

   “마침, 안에 일손이 바빠 부족하다던데 들어가시죠.”

     

   문지기는 손쉽게 문을 열어줬다.

   그것을 본 무장공주는 어깨를 으쓱이곤 안으로 들어갔다.

     

   소란 안 일으키고 들여보내 주시겠다는데 안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문지기는 알지 못했다.

   이 덕분에 클로리아 가문은 몰라도 자신의 목숨은 지켰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나 손쉽게 문을 지나친 무장공주는 복도를 걷는 내내 사람들과 마주쳤지만, 그녀를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다들 그냥 사용인이겠거니 했기 때문이다.

     

   “흐음, 생각보다 너무 싱거운데.”

     

   쉽게 들어와 버리니 오히려 이쪽이 불편해진다.

   손이 슬슬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거기, 너.”

     

   그 순간 무장공주는 자신을 부르는 말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검은 머리카락의 붉은 눈동자를 지닌 남자가 있었다.

     

   오래전, 글라이시스 가문의 핏줄이 클로리아에 섞인 이후, 그들은 모두 이와 같은 머리색과 눈동자 색을 지니게 됐다.

   한 가지 다른 건 눈동자의 붉은색 정도가 글라이시스 보다는 조금 더 옅다는 것.

     

   어쨌든 이는 그가 클로리아의 직계라는 소리다.

     

   “집무 해야 할 방이 더럽다. 와서 청소 좀 해라.”

     

   그 말을 남긴 이는 그대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무장공주는 곧 천천히 입안 가득 웃음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노리는 건 클로리아의 직계 조디악 클로리아다.

     

   그녀는 조디악의 얼굴을 모른다.

   단지, 그의 외형이 검은 머리색과 붉은 눈이라는 것을 알 뿐.

     

   그리고 지금 그녀의 눈앞에 클로리아의 직계가 직접 나타났다.

   그것도 단둘이 있을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주며 말이다.

     

   그녀는 이 기회를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제 발로 입 속에 들어와 주네.’

     

   먹잇감이 호랑이 입 속으로 들어와 준다는데.

   굳이 삼키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녀는 입을 벌리고 받아먹어 주기로 했다.

     

   사내의 뒤를 따라간 집무실은 그의 말마따나 엉망이었다.

     

   무언가 스트레스받는 일이라도 있었는지.

   그는 물건을 여기저기 깨거나 던져 놓았다.

     

   사내는 그런 물건들을 신경 쓰지 않고, 터벅터벅 걸어가더니.

   이내 중간에 있던 소파에 털썩 기대어 앉아 머리를 식혔다.

     

   어디를 가나 들려오는 조디악의 이름 탓에 그는 지금 굉장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러던 사내는 데려온 사용인이 문 앞에서 멀뚱히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본 사내는 살짝 짜증을 부리듯 사용인에게 말했다.

     

   “뭐 하는 거지? 얼른 치워라.”

   “너 이름이 조디악 클로리아지?”

     

   다음 말을 들은 순간 사내의 얼굴이 서서히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사용인이 뭐라 지껄인 거지?

   황당하기 짝이 없는 기분을 느낀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감히 누굴 보고 조디악이라 지껄인 거지?”

     

   사내의 얼굴에 진한 분노가 흘러나왔다.

   그는 소파를 지나쳐 사용인의 앞에 우뚝 섰다.

     

   “지금 네 눈에 내가 조디악, 그 천한 것으로 비치나?”

   “뭐야. 아니야?”

     

   그러자 사용인의 얼굴에 급격한 실망감이 서렸다.

   그것을 본 사내는 이 여자가 조디악을 만나고자 사용인이 되었음을 눈치챘다.

     

   “하.”

     

   사내가 기막힌 숨을 내쉬었다.

   살다 살다 사용인에게마저 이런 취급을 받는 날이 올 줄이야.

     

   조디악이 금왕에게 천검을 하사받은 이후.

   조디악의 이름이 그의 귀에서 사라지지를 않는다.

     

   거기에 조디악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 또한 말이다.

     

   “앞으로 우리 저택에서 일할 거라면 잘 기억해라.”

     

   그는 사용인을 내려다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나는 조르발 클로리아다.”

     

   그 말을 끝으로 사내는 들어 올린 손을 그대로 그녀의 뺨을 향해 내려쳤다.

     

   “어차피 오늘부로 볼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뎅겅!

     

   하지만 내려친 그의 팔은 허무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손쉽게 잘려 나갔다.

     

   쿵!

     

   그리고 바닥에 닿은 조르발의 팔이 금세 식어가며 굴러갔다.

     

   조르발의 사고가 잠시 멈췄다.

   순간 그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 이해를 못 했다.

     

   눈앞의 사용인은 한쪽에만 날이 있는 박도를 들고 서 있었다.

   동시에 그녀의 눈에는 짜증이 가득 피어올라 있었다.

     

   “짜증나게, 아니고 지랄이야.”

   “윽, 아아!”

     

   조르발이 팔에서 온 통증에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그의 입을 무장공주가 손으로 텁하니 막았다.

     

   “고작 팔 잘린 정도로 시끄럽게 굴지 마.”

     

   무장공주의 힘에 억눌린 그는 순식간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장공주는 그런 그를 짓누른 채 한숨을 쉬었다.

     

   “너, 조디악 그놈 어디 있는지 알아? 몰라?”

     

   이 여자는 대체 뭔데 조디악을 찾는단 말인가.

   조르발은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은 자신을 제외한 조디악만을 찾는 것 같았다.

     

   “내가 묻는 것만 떠올려야지. 뭐해. 지금.”

     

   그러자 무장공주가 더욱더 거세게 그를 짓눌렀다.

   턱이 그대로 부서질 것 같은 통증에 조르발이 몸을 벌벌 떨었다.

     

   “조디악, 내 예쁜이를 가진 애, 어디 있냐고.”

     

   최소한 입을 열어야 대답하지.

   조르발이 대답을 못 하자 무장공주는 뒤늦게 자신이 입을 막고 있던 걸 깨달았다.

     

   진정한 조르발을 본 그녀가 입을 슥하니 떼자 조르발의 눈이 부릅떠졌다.

     

   “침입자다!”

     

   그의 목소리가 있는 힘껏 내질러졌다.

   그것을 본 무장공주의 눈이 와락 찌푸려졌다.

     

   설마하니 그가 침입자를 알리는 말부터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썅, 가족이라 이거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소리를 내질렀다고 생각한 무장공주가 짜증을 부리며 그의 목을 콱하니 조였다.

   그러자 조르발이 목이 졸린 채로 헛웃음을 지었다.

     

   “가, 족? 좆같은 소리 하, 네.”

     

   욕설을 내뱉은 조르발의 눈에는 분노가 거세게 타올랐다.

     

   “그놈, 내가 찾, 게 둘 거 같아?”

     

   이 여자가 아무리 조디악을 부르짖는다고 하더라도.

   조르발은 절대 그를 찾아 가게 둘 생각 없었다.

     

   이건 가족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저, 순전히 세상 모두가 조디악을 찾는 모습에 의해 짜증이 일어나서였다.

     

   “그래, 그럼 죽든가.”

     

   무장공주는 흥미 없다는 얼굴로 그의 목을 콱하니 조여 터트리려 했다.

     

   빠악!

     

   그녀의 얼굴에 발길질이 뻗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무장공주의 고개가 옆으로 꺾임과 함께 그녀의 몸이 공중에 떴다.

     

   순식간에 타격당한 그녀가 공중 제비를 돌더니.

   이내 바닥에 착지했다.

     

   “누가.”

     

   머리를 얻어맞은 그녀가 얼굴 가득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자그마한 키의 소년이 보였다.

     

   검은 머리칼, 붉은 눈.

   그 또한 클로리아 가문의 직계였다.

     

   하지만 왜일까.

   무장공주의 몸이 본능적으로 그에게 적대심을 느꼈다.

     

   분명 느껴지는 수준은 기껏해야 마스터 초입인데.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못한 감각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우리 형님을 괴롭히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붉은색으로 빛나는 그의 서늘한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무장공주는 몸을 털며 일어났다.

     

   “네가 조디악이구나?”

   “그래, 나 참, 넌 똑바로 찾아오는 것도 못 해서 이 사단을 만들어?”

     

   조디악이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무장공주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됐다.

     

   그녀는 몸에 들었던 위화감을 털어내며 검을 들어 올렸다.

     

   “조디악, 이 머저리가! 당장 도망쳐라!”

     

   그 순간 조르발이 조디악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조디악은 조르발 쪽을 힐끗 보고는 허리춤으로 손을 돌렸다.

     

   거기에 있는 것은 10대 천검 막령(莫令)이다.

     

   무장공주의 눈이 돌아갔다.

     

   “예쁜이가 그런 썩은 내 나는 손에 있어야 쓰나.”

     

   무장공주의 손아귀에 양손 도끼가 쥐어졌다.

     

   “형님, 팔 들고 도망치세요.”

   “조디악!”

     

   그리고 그걸 끝으로 조디악과 무장공주가 부딪쳤다.

     

     

   * * *

     

     

   전투의 결과는 무장공주의 승리로 끝났다.

   그녀는 10대 천검, 막령과 조디악을 챙긴 채 클로리아를 냉큼 떠났다.

     

   “싱겁네.”

     

   무장공주는 허리춤에 들고 있는 조디악을 보며 중얼거렸다.

     

   꼴에 최선을 다해본 모양이지만.

   기껏해야 이제 막 세계로 나온 후기지수.

     

   이미 완숙한 강자인 무장공주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그때 들었던 위화감은 뭐지.’

     

   기절한 조디악을 내려다보던 무장공주는 괜히 찝찝함을 느꼈다.

   하지만 곧 자신의 허리춤에 둘린 막령을 보니 그런 생각이 다 사라졌다.

     

   얼른 이 녀석을 익시온에게 던져주곤 흑마녀가 가진 무기나 받아 가야지.

     

   그녀는 신이 난 채로 성큼성큼 산을 올랐다.

   그녀에게 붙들린 채 기절한 소년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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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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