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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7

    <357 – 누군가에겐 공포, 누군가에겐 복사기>

     

    “그, 지젤 씨도 일단은 상급반이시죠?”

     

    정보에 빠삭하고 수하들을 잔뜩 거느리고 있으며 포인트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 그렇지만 일신의 무력 자체는 그리 대단치 않다는 소문을 들었다.

    조금 양심 없긴 해도 지젤과 싸운다면 어떻게든 이겨봄직 하지 않을까?

     

    “하하. 저 같은 몬스터를 찾는다면 부하가 아주 많은 집단형 종족의 대장급이어야 할 겁니다. 서너마리의 무리대장이나 수십 마리의 부족장을 넘어서 요새침략을 진지하게 걱정해야 하는 몬스터웨이브 생성이 가능한 네임드몬스터가 될 겁니다.”

     

    그딴 걸 어떻게 잡아.

    사색이 된 그에게 지젤은 쐐기를 박았다.

     

    “다행히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젤 씨만큼 강한 몬스터는 아니라서…입니까?”

    “단독으로 그만한 무리에 필적하는 괴물 같은 강함을 지닌 개체라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

    “상급반 학생 중에는 헤스티아나 신궁 스콜라, 호너 후라이드치킨 급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브는 결심했다.

    이건 내 선을 떠난 일이다.

     

    “오크노디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줄까요?”

     

    언제나 단정한 차림새에 유복하고 온화한 상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실눈의 지젤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실눈인데도 갑자기 상당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꼬마숙녀는 학업에 충실 하느라 바쁩니다. 친구 분들의 사정은 딱하지만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시길 바랍니다.”

     

    모브는 위압감에 떠밀려 알겠다고 대답했다.

    지젤 씨…

    언제나 오크노디에게는 져주는 모습만 보여서 이런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줄 것 같았지만 의외로 냉정하게 선을 그을 수도 있는 사람이구나.

    모브는 원망하려던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를 탓할 수는 없다.

    정보를 무료로 받은 것만으로도 신세는 충분히 졌다.

    도와줄 다른 사람을 구해보자.

     

     

    * *

     

     

    “뭐엇!? 그런 무서운 괴물이랑 내가 왜 싸워야해? 절대 싫어!”

     

    무투가 롯토가 허둥지둥 거리다가 문을 벌컥 열며 달아났다.

    얼마나 힘을 세게 줬는지 문고리가 구겨지고 문짝이 뚝 떨어진 모습에 모브는 차라리 저 힘으로 도와주면 뭐든 해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출신은?”

    “변방 친구들입니다.”

    “가업을 이어받아야 하는 장남인가?”

    “한 명은 그런데요.”

    “그렇다면 사양하지. 북부의 전력이 될 수 없는 학생을 위해 소중한 훈련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

     

    북부대공녀 아이린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설마 교장이 벌이는 이벤트로 사람이 죽기라도 하겠냐는 눈치였다.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어 불안한 모브와 달리 아이린은 완전히 무관계한 학생의 일이기에 저리 냉정하게 구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누구 즈앙을 본 사람은 없습니까?”

    “걔는 암살자잖아. 찾으려고 해봤자 보이지도 않아. 지정된 곳에 약속된 표식을 남기고 하루는 기다려야 겨우 연락이 갈걸? 제 발로 나타나는 상대는 오크노디나 티토소가 정도가 아니면 우리같은 하급반 학생은 얼굴 볼 일도 없어.”

     

    즈앙은 하급반 학생을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얼굴을 마주보는 경우는 학생들에게 포인트를 받는 의뢰를 수행하는 경우에 한해서.

    암살자가 대체 아카데미에서 무슨 의뢰를 받고 다니는지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상상이 일어났지만 한시가 급한 지금은 즈앙을 기다릴 여유도 없었다.

     

    ‘납치당한 사람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골든타임은 48시간. 접선에만 하루가 걸리는 즈앙의 도움은 바랄 수 없어.’

     

    학업에 매진하는 오크노디에게 손을 뻗었다간 지젤 씨가 가만 있지 않겠지.

    솔직히 그리 친한 사이의 동기들도 아니었기에 지젤의 분노까지 사가면서 도울 생각은 없다.

     

    -모브 넌 강하잖아.

     

    그래도 자신을 강자라고 인정해준 학생들.

    그들의 친구를 손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강자라면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하니까.

    롯토나 아이린, 즈앙은 그러지 못했지만 자신은 다르다.

    같은 하급반 학생이기에 저들의 설움을 이해했다.

    의지할 곳이 없다.

    교수와 교관들이 지켜주지 않으면 버려진다.

    학생회는 고학년 선배들을 우선시한다.

    상급반 학생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득이 되지 않는 하급반 학생 한 명의 구조를 거절한다.

     

    “자쿠. 그래서 말인데…”

    “멍청한 녀석. 친하지도 않은 녀석들 구하겠다고 니가 직접 가겠다고?”

    “그래.”

    “그것도 나한테 도와달라는 소리까지 하면서?”

    “부탁할게.”

    “바보냐 넌. 그 녀석들이 의지할 곳이 너밖에 없는 건 사실이지만 도와준 뒤에 감사한 마음이 얼마나 갈 것 같아?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이라도 입거나 같이 실종되는 신세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 대가로 네가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묻지마 연쇄살인마로부터 도망쳐온 피해자를 지키려는 일반인의 시도만큼이나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

     

    “그래도 하고 싶어. 네 말대로 난 바보니까.”

     

    모브가 제 갑옷을 탕탕 두드렸다.

     

    “오크노디도 그랬어. 날 도와봤자 자신에게 이득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런 아이가 아무것도 아닌 날 위해서 해준 것들을 생각해봐.”

     

    자쿠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확실히 모브는 운이 좋았다.

    오크노디의 눈에 보인 덕분에 엄청난 성장을 거두었으니까.

    물론 성장을 앞당길 훈련코스를 짜준 건 오크노디라도 그걸 착실하게 수행해온 것은 모브였기에 그의 노력과 열정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지만 애초에 그를 위해 오크노디가 훈련코스를 짜주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성장은 존재조차도 할 수 없었다.

    무상의 호의.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기부.

    모브는 오크노디에게 그런 커다란 빚을 졌다.

    그에게는 빚이자 빛이기도 한 오크노디의 선의는 모브의 마음속에 동경의 감정을 품게 만들었다.

     

    “졌다, 졌어. 네 고집을 누가 말리냐.”

    “고마워, 자쿠! 역시 너라면 도와줄 줄 알았어!”

    “친구를 잃은 멍청이들부터 데려와라. 써먹을 구석이 있으니까.”

     

    은근히 머리가 좋은 자쿠답게 그는 벌써부터 계획을 하나 떠올렸다.

     

     

    * * *

     

     

    자쿠는 하급반 학생들의 귀신들린 동전을 이용한 미끼함정을 설치했다.

     

    “지젤 그 인간이 그랬다며? 갈고리귀신은 저주받은 아이템 근처에 새로운 저주받은 아이템을 놓는다고. 몬스터의 습성을 이용해서 함정에 유인하는 거다.”

    “함정설치비용은?”

    “저놈들이 내라고 해야지. 그것까지 우리가 지불하는 건 양심 터진 짓 아니냐?”

     

    모브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왔던 하급반 학생들이 멈칫했다.

    친구를 버리고 달아난 사실이 양심에 찔려서 찾아온 주제에 막상 자기 주머니를 열려니 아까운 건가?

    자쿠가 대놓고 그들을 비웃었다.

     

    “납치당한 녀석이 불쌍하군. 잃어버릴 건 목숨뿐만이 아니라 우정까지였으니.”

    “말 함부로 하지 마! 우린 그냥 포인트가 너무 없어서 걱정이 되었을 뿐이라고!”

    “낼 거야. 내면 되잖아!”

     

    함정설치에는 교단의 사제를 직접 초빙했다.

     

    “그래서 저분은 어느 교단의 사제시래?”

    “조화의 신이랜다.”

    “근데 표정이 왜 그렇게 탐탁치가 않아?”

     

    미리 적당한 함정설치장소를 찾아두고 있었던 모브는 동기들과 사제님을 데리고 온 자쿠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는 사실에 의아했다.

     

    “식사 중에 찾아가서 밥 먹는 꼴을 봤는데 밥에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고 있었어.”

    “탕수육에 소스 좀 부을 수도 있지. 레스토랑에서 갓 나온 탕수육은 원래 그렇게 먹는데.”

    “탕수육이 아니라 밥.”

    “……”

     

    모브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대체 왜? 뭘 위해서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거야? 음식으로 장난치는 놈들은 제국에서도 역적가문으로 지목당하잖아.”

    “조화의 신은 어울리지 않는 것도 조화롭게 섞을 때 신앙도를 올려준단다. 저쪽 신 믿는 놈들은 진짜 불쌍한 녀석들이야.”

     

    조화의 신을 모시는 <전식포만신교>.

    어떻게 저딴 게 선신인가 싶을 정도로 극악무도한 신앙검증방법을 지닌 교단이었다.

     

    “허허. 걱정들 마시게. 선신 교단의 사제는 교단의 교리를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지 않으니. 이 신성한 마법진에 올라올 귀신 놈은 예외겠지만.”

     

    배가 산처럼 튀어나온 사제님의 너스레에 학생들은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1학년들이 네임드귀신을 퇴마한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 사제님이 곁에서 지켜보겠다는 말까지 했으니 괜히 밉보이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1학년이면 아직 저주학에 대해 배우지는 못했겠지만 모처럼 아카데미에 초청을 받았으니 한 수 가르쳐주겠네. 유령이란 것들은 대게 살아생전의 미련이 심해서 이승에 남아있기 마련인데 개중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들은 원한이 깊은 것들이지.”

    “그런 위험한 귀신도 신성력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거 맞죠?”

    “허허허. 그렇지. 신박꼼이야 신박꼼. 고것들은 신성력으로 박으면 꼼짝을 못해.”

     

    MZ세대스러운 신조어를 뽐내는 사제를 향한 모두의 시선은 더욱 불안해졌지만 이미 작전은 시작됐다.

     

     

    * * *

     

     

    “그럼 잘 됐잖아요! 사제님한테 도움도 받았고. 저한텐 왜 왔는데요?”

     

    오크노디의 물음에 자쿠가 피에 축축하게 젖은 팔을 움켜쥐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놈이 신성퇴마진 밖에서 저주템을 무더기로 던지더니 퇴마진의 효력이 다했어. 앞으로 탕수육소스에 밥 말아먹는 놈들은 상종도 안할 거다.”

    “모브는요?”

    “모른다. 나도 간신히 도망쳐온 거라서. 하급반의 두 얼간이들이 잡힌 것과 사제가 도망친 것까진 봤지만 모브는 아마 붙잡혔을 거다. 그 갑옷, 무거우니까.”

     

    그 갑옷, 네가 입혔잖아.

    죄책감을 자극해서라도 모브를 돕게 만들려는 자쿠의 수작이었지만 솔직히 반신반의였다.

    오크노디에게 그 정도의 양심이 남아있을까?

    실은 키우기 귀찮은 녀석이었는데 잘 됐다고 이 참에 버리기라도 하면 어쩌지?

    안 좋은 방면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자쿠.

    오크노디의 반응은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그럼 하루만 있다가 가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서 그런가?”

    “모브가 잡혔으면 귀속의 저주를 건 갑옷도 복제가 될 거 아니에요? 모아다가 강화재료로 쓰면 딱인데 갑옷을 복제할 시간은 줘야죠!”

    “…”

     

    모브는 정말로 이런 괴물에게 훈련을 받아도 괜찮은 걸까. 직전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친우의 미래가 진심으로 걱정되기 시작하는 자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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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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