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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8

     

    그렇게 서드의 이야기가 일단락되고 난 후, 루크는 다시 축제를 즐기러 가 보겠다며 자리를 옮기는 서드와 유미르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다시 카페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서드의 일을 나름 깔끔하게 마무리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루크의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하아…….”

     

    그 이유는, 돌아가면 루크를 반기고 있을 카페의 불황 탓이었다.

     

    어차피 손님도 없는 카페로 돌아가 봤자, 할 일도 없는데 말이다.

    텅텅 빈 카페의 풍경을 생각하니 심란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게다가 서드의 일을 개인적으로 처리하느라 못 돌린 홍보지와, 그동안 자신을 대신해 혼자서 발바닥에 땀 나도록 혼자서 홍보지를 돌렸을 케일라에게도 할 말이 없었고.

    왠지 자신의 불행이 카페에 옮겨진 탓에 장사가 안 된다고 생각하니 카페의 모두에게도 참으로 미안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힘없는 발걸음을 계속해서 옮기던 찰나.

     

    ‘응? 뭐지?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

     

    아니, 길을 잘못 든 것 같지는 않다.

    카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말고는, 주위의 풍경이 자신이 목표로 한 곳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 몰린 인파와, 보이지 않는 카페의 모습에 루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이내 사실을 깨달은 루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카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이유가, 무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카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아무리 케일라가 홍보지를 돌렸기로서니, 당최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왔단 말인가?

     

    루크는 혹시나 카페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약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자리를 비운 그 짧은 시간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을 리 없으니까.

     

    ‘불이라도 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역시 싸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큰일이 아닌가!

     

    루크는 허겁지겁 인파를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잠깐만 비켜주겠나! 지나가겠네!”

    “미안하네, 지나가야 해서…….”

    “여기서 일하는 몸인데, 잠깐만 지나가겠네!”

     

    루크가 그렇게 간신히 카페 안으로 도달하자, 드러난 광경에 루크는 더욱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불이나 싸움 등 문제가 생긴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무려 카페의 안쪽도 사람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심지어 단지 사람이 많을 뿐만이 아니라, 테이블은 이미 빈 자리도 없었고, 기다리며 쉬라고 놓아 둔 소파도 사람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모두가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게……. 대체……?”

     

    그에 놀라운 광경에 결국 루크는 완전히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그 때, 루크를 발견하고 반갑게 다가오는 케일라.

     

    “루크! 이것 봐! 손님이야! 어때? 엄청 많지?”

    ”정말 이게 다 손님이란 말이야?”

    “그래! 그렇다니까!”

     

    그 때였다.

     

    “어? 쟤가 걔 아냐?”

    “어머 어머, 맞네! 걔다, 걔야.”

    “정말 대단해!”

    “어린데도 정말 대단했어!”

     

    -짝짝짝짝짝-.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하는 무수한 박수세례.

    그에 루크는 상황에 따라가지 못해 완전히 놀란 채로 얼어붙을 뿐이었다.

     

    ‘이, 이게 다 어찌된 영문인지…….’

     

    어찌나 놀랐는지 아까부터 바짝 서서 귀만 쫑긋쫑긋거리는 루크의 모습을 바라보던 케일라는 피식피식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푸하하!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해?”

    “그거야 당연하지! 뜸 들이지 말고 얼른 말해보거라! 대체 왜 저 많은 사람들이 다 날 보고 저러는 거지?”

    “그게 다 네가 한 행동 때문이 아니겠어?”

    “……내가 한 행동? 그게 뭔데?”

    케일라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어떤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아까 전, 루크가 잭을 관리 인원에게 인계할 때 지나가던 행인이 찍은 것으로 보이는 짧은 영상이었다.

     

    “이거 말이야, 이거. 이거 덕분이야.”

    “뭐?”

     

    영상을 본 루크는 기겁을 했다.

    케일라가 보여준 영상은, 자신이 잭의 손을 이리저리 꺾으며 고문(?)을 하고 있는 영상이었으니까.

     

    찍은 곳이 멀기도 하고 주변이 시끄러운 탓에 자신과 잭 사이에 오가는 대화소리는 전혀 들리고 있지 않았지만 좋은 마도기기를 쓰는 지 영상의 화질만큼은 너무나 선명해서, 루크가 잭의 손을 부여잡고 있다가, 들것에 싣는 걸 도와주고 잘 가고 다시는 오지 말라는 듯 후련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그 영상에는 너무나 잘 보였다.

     

    ‘대체 이게 왜? 어째서 유포되고 있는 거지?’

     

    루크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대놓고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이 찍히다니!

    어쩐지 오늘 내내 운이 없더라니, 이건 너무나 큰일이 아닌가!

    아무리 10살이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이처럼 텔레파시 네트워크에서 공론화가 되어버린다면 너무나도 곤란했다.

     

    루크는 크게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았어야 했어, 이걸 예르나가 본다면 대체 뭐라고 할 지…….’

     

    그러고 있으니, 케일라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너는 영웅이잖아!”

    “무슨 말이지……? 내가 잘못을 한 게 아닌가?”

     

    루크는 케일라의 말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영웅이라니, 대체 무슨 소린가?

    물론 자신이 한 행동은 영웅적인 행동이기야 했다만, 영상 속에 찍힌 장면은 그저 사람의 팔을 이리저리 꺾는 부분 뿐이었다.

    이것만 보고 어떻게…….

     

    “푸하하하! 이거, 네가 팔이 부러진 사람을 응급처치하고 병원에 갈 수 있게 도와준 거 잖아! 모르는 척은!”

    “……?”

     

    케일라의 말을 들은 루크는 다시한번 영상을 돌려보았다.

    이제보니 제목이 ‘충격, 티그 아카데미에서 메이드가 폭력행사’따위가 아니라, ‘실시간) 티그 아카데미 축제에서 메이드가 다친 사람 도와주는 거 봄 ㄷㄷ’이었던 것이다.

     

    다친 사람을 도와주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하던 루크는 잠깐 보이는 관점을 바꿔보기로 했다.

     

    ‘잠깐, 다시 그렇게 보니까 또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영상 속의 자신은 잭의 팔을 붙잡고 이리저리 돌린다.

    그럴 때마다 잭은 비명을 지르며 미안하다, 아프다는 식으로 외친다.

    이 때 자신은 너무 제멋대로 움직이면 정말로 크게 다칠 수 있으니 부상정도를 적당히 조절할 수 있도록 팔을 붙잡고 고통은 느껴지되, 신경계에 손상은 입지 않도록 절묘하게 관절을 꺾듯 움직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모습이 어떻게보면 빠진 팔을 다시 맞춰주는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 다음장면, 축제 관리인원이 들것을 챙겨와 잭을 실어가는 모습이다.

    이 때도 루크는 잭의 손을 잡고 있었는데, 혹시나 병원에 갔을 때 폭력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어긋내 두었던 관절을 대강 끼워맞추느라 그랬다.

     

    그런데 또 하필 이 모습이 어떻게보면 또 마지막까지 괜찮다며 다독이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제 골칫거리가 사라진 탓에 후련한 미소를 지은 채 잘 가라(혹은 빨리 꺼지라)는 식으로 웃으며 흔든 손이, 멀리서 보면 ‘병원에 무사히 가라’는 느낌의 인사처럼 보이는 것이다.

     

    “…….”

     

    그 장면들을 모두 확인한 루크는 미묘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 장면들만 똑 떼어서 보면 그들이 보기엔 루크는 영웅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팔자 좋은 일이 다 있나?’

     

    하긴 그렇다.

    외모가 좋으면 살인범이어도 감싸주는 것이 사람의 심리.

    루크의 특별한 외모는 객관적으로 첫인상에서 호감을 사기가 매우 쉬웠다.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의 시선에서, 과연 십대 소녀가 사람의 관절을 맘대로 뺐다가 끼웠다 하면서 고통을 주는 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는가?

    당연히 자신이 고통을 주는 쪽이라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쪽으로 비춰지겠지.

    ‘또 이 외모가 한 건 하는구만.’

    그렇게 남들이 듣는다면 자아도취적인 상상을 아무렇지않게 속으로 중얼거린 뒤, 루크는 이내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걸 알았다 쳐도 사람들이 우리 카페는 어떻게 알고 다들 찾아왔단 말이냐?”

    “후, 후, 후. 이 영상 댓글에다 홍보했거든. 그게 완전 대박인 거 있지!”

     

    루크는 영상에 ‘이 애는 메이드가 아니라, 학생이에요! 지금 제과제빵 동아리에서 메이드 카페를 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료랑 디저트도 있어요! 위치는-.’이라고 써 놓은 케일라의 홍보성 댓글에 달린 ‘하트’와 ‘대댓글’의 수를 보며 감탄했다.

     

    “엄마가 루미너스도 잘 쓰면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정말이지 뭐야!”

    “……과연. 그렇군.”

    루크는 자신도 나중엔 직접 홍보지를 붙이고 돌아다닐 게 아니라, 텔레파시 네트워크를 통한 마케팅을 좀 알아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보다 효과가 너무 좋다.

    아무래도 루크의 특이하고 귀여운 얼굴, 그리고 메이드와 미담이라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분위기의 영상이라 축제라는 이벤트에 겹쳐 빠르게 확산된 덕에 메인까지 올라가 큰 홍보가 된 모양인데…….

     

    문제는 이게 사실은 완전히 날조라는 거다.

     

    “…….”

     

    뭐,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는가.

    사람들끼리 알아서 좋게좋게 오해해준 거고, 자신이 입으로 낸 말은 아니니까 상관 없지 않을까?

     

    ‘그럼, 그럼. 그렇고말고.’

     

    “그럼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대체 왜 한 명도 안 왔단 말이냐?”

    “어! 그거 말이지! 아, 그것도 완전 웃긴데!”

    “웃기다니? 무슨 이유인지 알았단 말이냐?”

     

    케일라는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듯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우리가 준비한 인테리어나 소품 퀄리티가 너무 높아서, 메이드랑 그 고용주만 와서 사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인 줄 알았다지 뭐야! 완전 어이없지 않니?”

    “……뭐?”

     

    루크는 케일라의 말에 이마를 짚었다.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것이 이렇게도 작용하나 싶어서.

    좀 힘을 적당히 쓸 걸 그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하하! 이런 행운이.
    루크는 SNS를 안해서 몰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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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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