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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8

       “이건 우리보고 죽으라고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무슨 소리를! 우리도 똑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네!”

       “에에잇! 이래서 더러운 사파 놈들은!”

       “뭐?! 더러워?! 네놈들이라 하여 깨끗하더냐! 더러운 위선자놈들이!”

       

       혈교에 대항하기 위한 회의가 시작되고서 벌써 다섯 번이나 반복되는 중인 정파와 사파의 감정다툼을 구경하던 설아는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둘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면한 위기 앞에서 어찌저찌 뭉쳤다고는 하나 그는 어디까지나 살아남기 위함. 저 녀석들을 조진 후에 네놈들을 조지겠노라! 마음 먹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협력이 될 리가 있나.

       

       “자자. 두 분. 좀 진정을 하시고.”

       

       어떻게든 회의를 이끌기 위해 한민준이 앞으로 나섰지만 그의 행동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했다.

       

       “진정하게 생겼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저 놈들이 우리 목숨을 앞으로 내놓고 자기들 공만 챙겨가려 하지 않나!”

       “공만 챙겨가?!”

       “하. 웃기고 있군! 그건 네놈들의 이야기 아닌가!”

       

       설아가 속으로 이래서야 양측이 협의하는 것보다 혈교주가 이끄는 군이 도착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천막의 문이 걷히고 한 사람이 안 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녀가 얼굴을 드러낸 순간 천막 안에 적막히 자리했다.

       

       “잡것들이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야.”

       

       천마. 백화령.

       

       정파의 공적이며 현 무림에서 천하제일을 논할 때에 항상 등장하는 이름 중 하나.

       

       그 누구도 그녀가 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그 모습을 보고 굳어버렸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가장 먼저 입을 뗀 것은 정파의 사람들이었다.

       

       “천마!”

       “여기가 어디라도 네 놈이 모습을 드러내는가!”

       “이 년이 감히!”

       

       과거 천마에 의해 멸망할 뻔 했던 이들은 백화령이 얼굴을 보이자마자 직설적인 적의를 쏟아 부었다.

       

       무기를 뽑아 들고 달려들 준비를 하는 이들마저 보일 지경이었으니. 백화령을 향한 미움이 얼마나 큰지는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천마.”

       “신교에 틀어박혀 있다고 들었는데.”

       “화산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단 소문이 있었거늘 진짜였나.”

       

       그에 반해 사파의 이들은 백화령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들 또한 백화령에 의해 피해를 입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멍청한 몇몇 파벌의 일이었다.

       

       서로 간의 소속감이 드문 사파는 원한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보전을 우선하는 걸 택한 것이다.

       

       그 모든 광경을 살피던 백화령은 자신의 내기를 풀어 이 천막 전체를 짓눌렀다.

       

       지금으로부터 먼 과거에도 홀로 무림맹을 상대했던 백화령이다.

       

       시간이 지나며, 그리고 민가라는 기인을 만나며, 과거와 비할 데 없을 정도로 성장한 그녀의 기운은 헛되이 세월을 낭비한 이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졸도하여 바닥에 나뒹구는 이. 입에 거품을 문 이. 창백해진 얼굴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이.

       

       개 중에는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사람도 몇몇 있었지만 그들도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압박감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자연스레 만들어진 침묵의 한 가운데에서 백화령이 입을 연다.

       

       “먼저 말을 해두마. 본좌가 이 곳에 온 까닭은 본좌의 제자가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네놈들의 잡소리를 들으러 온 것이 아니란 게다.”

       

       제자라면. 서우씨인가. 경기 준비 때문에 바빠서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 그러시더니. 자기 대신에 천마님을 지원군으로 불러줄 줄이야. 나중에 감사인사를 드려야겠네.

       

       “알겠느냐? 닥치고 당장의 일에만 집중해라. 그렇지 아니하면 내 친히 과거의 일을 재현할 터이니.”

       

       백화령의 살벌한 경고가 끝나고 그녀의 내기가 흩어짐에 따라 천막 안에 사람들이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모두들 천마를 노려보고 있지만 목소리를 내는 이는 존재치 않는다.

       

       방금 전의 일로 깨달은 것이다.

       

       자신들 따위로는 백화령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감정에 맡기고 내달려봐야 개죽음을 당할 뿐이라고.

       

       그 침묵이 만족스러운 듯 고갤 끄덕이던 백화령은 이내 설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분명 그대의 이름이 나설이라고 했었지?”

       “…네? 네!”

       

       갑작스레 불린 설아가 목소리를 높이자 백화령이 키득거리는 소리를 낸다. 거기에는 방금 전 같은 삼엄함이 존재치 아니했다.

       

       “무얼 긴장하고 있느냐. 네놈의 뒤에 민가가 있는데 그대에게 무얼 할까.”

       “…아. 네.”

       “진행을 해라. 저 잡것들이 무어라 하면 내가 알아서 처리를 해 줄 테니 말이다.”

       

       *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구름 위를 내달리고 있으려니 몇 개의 기운들이 하늘 한 가운데에 멈추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비행기 같은 것은 아니었다.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정순하고 고고한 기운은 그런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 근처에 도달해 내달리던 것을 멈추고 구름 위에 올라섰더니 양복을 입은 남성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머리카락과 피로에 찌든 눈이 인상적인 그는 삐뚤어진 안경을 바로잡으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성미가 너무 급한 것 아니더냐? 좀 기다리라고 했을 터인데.”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필요치 않았다.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내가 이전에 느껴본 적 있는 것이었으니까.

       

       저런 정순한 기운을 보고 나면 쉬이 잊기가 어렵지.

       

       “오랜만이구나. 백호야.”

       

       본인을 무림에서 이 곳으로 데리고 왔던 영물은 과로에 지쳐 죽어가는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따지자면 이 쪽이 본모습일까? 이 놈이 본래 활동하던 곳은 이 곳일 테니 말이다.

       

       “그래. 오랜만이다. 평생 볼 일이 없기를 바랐다만 그것은 과한 소원이었나보군.”

       “그러게 본인의 계정을 빨리 풀어줬어야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어쩌란 말이냐!”

       

       호오. 이 정도 되는 녀석도 중간에 불과한 것인가. 백호의 회사가 무얼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만 꽤나 대단한 곳인 모양이구나. 호기심이 생기는 군.

       

       “일단 돌아가라. 내 최대한 빠르게 처리를 해보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으니 다잡아 주어야겠구나.”

       “…음?”

       “약자는 강자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백호야.”

       

       내가 여태까지 이 세상에서 나름 얌전히 지냈던 까닭은 어디까지나 그러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당초 했던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하여 다소의 귀찮음 정도는 감수할 생각을 하고 있지.

       

       백호가 했던 이야기? 녀석이 날 이 곳으로 데려다 준 것이 사실인지라 조금은 신경 쓰자 생각했지만 그 뿐.

       

       내게 무언가를 강제하지 못했다.

       

       강제할 수 없었다.

       

       백호는 약하고 본인은 강하니까.

       

       “본인에게 세상이란 강자존이다.”

       

       천마신교에서 태어나 수도 없이 죽을 위기를 뛰어넘어 온 나에게 강자존이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자 규율이었다.

       

       이제와 이것이 잘못되었다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최소한 본인보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터.

       

       “요즘 아해들이 흔히 하는 말로 이야기를 해주자면 난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겠구나.”

       “협상은 불가능한가?”

       “멈추어 보거라.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백호는 재차 한숨을 내쉬더니 안경을 벗어 자신의 앞섬에 집어넣었다.

       

       겁에 질려 도주할지도 모른다 생각을 했다만 그 정도는 아닌가. 지난번의 교육이 부족했던 모양이야.

       

       마침 잘 됐군. 안 그래도 나약한 녀석이 자꾸만 반말을 내뱉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자기 주제를 때려 박아 주면 되지 않겠나.

       

       “진짜 방송에서 보던 거랑 똑같으신 분이네요.”

       

       구름 속에 숨은 기운 중 하나에서 목소리가 튀어 나왔기에 그 곳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년의 검사가 서있었다.

       

       자세가 괜찮군. 꽤 괜찮은 실력의 검사야. 몸 안에 품고 있는 것은… 마력인가.

       

       아피스 속에서 밖에 보지 못했던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군.

       

       저 정도면 아피스 속에서 보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인데.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내 하늘의 끝이라는 곳에서 보았던 흡혈귀를 예시로 들어야 할까.

       

       그는 나와 눈을 마주하고는 정중히 인사를 건넨 후 백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호. 이미 싸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듯 합니다만.”

       “나도 알아요. 근데 이 인간 답이 없다고요.”

       “에이. 너무 호들갑 떤다. 쟤가 얼마나 강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봐야 인간이잖아. 기운도 얼마 없어 보이는 걸.”

       

       다음으로 들려온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저는 눈여겨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무인이었다. 안에 쌓여 있는 정순한 내기를 보아하니 일단 정파 쪽의 사람이고. 육신이 평범한 인간의 것과 여러모로 다른 것을 보면 신선의 경지에 도달한 자인가.

       

       “율. 당신은 좀 닥쳐요.”

       “너 진짜 너무한다?!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당연… 하아. 됐어요. 설명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이 느껴지네.”

       “야!”

       

       백호가 여자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구름 속에서 많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하나 평범한 이는 존재치 아니했다.

       

       대체 그 아피스라는 게임을 만든 곳은 무얼 하는 장소이기에 이런 자들이 모여 있는 것인가.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내 진득하게 알아보았을 터이다만. 지금은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

       

       엔리와 해두었던 약속이 있기도 하고 내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존재하기도 하니 말이다.

       

       단전에 머무르는 내기를 주변에 풀어 주변을 짓누른다.

       

       단순히 압박만을 할 생각이었지만 내가 생각했었던 것보다 힘이 과했다.

       

       시끄럽게 떠들던 이들이 입을 다물고. 주변에 서 있던 이들의 얼굴이 창백해졌으며. 개 중에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한 이마저도 존재했다.

       

       힘을 잃고 낙하하는 이를 다른 누군가가 구해주러 가리라 생각했다만 본인의 압박이 과했던 탓인지 누구 하나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허공섭물을 통해 저의 몸을 붙잡아 고정시킨 후 본인의 내기를 흩어버렸다.

       

       그제서야 적막해졌던 하늘 위에 수많은 이들의 헐떡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곤란하게 되었군. 깨달음을 붙잡고서 처음으로 움직인 것이라 작금의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을 하기가 어려워.

       

       “…너. 대체.”

       

       슬쩍 고개를 돌려서 백호를 살핀다. 저 녀석은 이전의 본인에 관해서 알고 있다. 그러니만큼 작금의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바로 깨달았겠지.

       

       “백호야. 미리 말을 해두겠다만 내 지금 힘조절이 조금 서툴러서 말이다.”

       “잠시. 잠깐 기다려봐라.”

       “알아서 살아남도록 하거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난 나보다 약한 녀석의 말을 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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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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