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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8

   기절한 조디악을 손에 든 채.

   한참을 나아가던 무장공주는 천천히 멈추기 시작했다.

     

   “이쯤 왔으면 됐겠지.”

     

   무장공주가 나아가던 발을 멈추고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곧 그녀의 주머니에서 검은 개구리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검은 개구리는 그대로 무장공주의 앞에 착지하더니 볼을 부풀리며 짧게 울었다.

   그것을 본 무장공주는 개구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어이, 흑마녀 내가 무슨 선물을 들고 왔는지 알아?”

     

   무장공주의 입에 미소가 씨익하니 그려졌다.

     

   “무려 너희가 원하던 조디악 클로리아라고.”

     

   무장공주는 조디악을 들어 올려 개구리 앞에 흔들거려 보였다.

   그것을 본 개구리는 한 차례 더 볼을 부풀리다가 줄였다.

     

   그러자 잠시 후 검은 개구리가 몸을 돌렸다.

   녀석은 입을 쩌억 벌리더니 이내 혀를 허공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새까만 공간이 허공에 만들어졌다.

   무장공주는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지었고, 검은 공간이 완성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즐거운 징수를 해볼까.”

     

   무장공주가 검은 공간 안으로 발을 성큼 뻗었다.

   곧이어 그녀의 눈앞에 기둥이 줄 지어져진 공간이 나타났다.

     

   화륵-

     

   무장공주의 시야를 밝히듯 푸른색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러자 무장공주의 눈동자에 이것저것 뒤섞여 버린 듯한 세계가 들어왔다.

     

   흑마녀가 다루는 칠흑 공간.

   이 공간을 통해 익시온은 제국과 여러 국가가 직접 쫓고 있음에도 들키지 않고, 마음대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곳에 들어선 무장공주는 조디악을 옆에 낀 채로 커다랗게 외쳤다.

     

   “흑마녀! 귀한 손님께서 선물까지 들고 와주셨는데. 어딨어!”

     

   그녀가 쩌렁쩌렁하게 외치자 곧 저 멀리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무장공주가 고개를 들어 올리자 거기에는 검은색 일색의 여성이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흑마녀(黑魔女)

     

   공간을 다루는 공간 술사이자 익시온의 수장.

   그녀는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더니 이내 이채가 없는 눈동자로 무장공주를 보았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새까만 기운은 무장공주마저 꺼림칙할 정도였다.

     

   “조디악 클로리아.”

   “그래, 조디악 클로리아라고.”

     

   무장공주가 입안 가득 씨익하니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무장공주는 냉큼 발을 옮겨 흑마녀의 앞에 뛰어왔다.

     

   “어때? 너희가 허튼짓할 때 나는 행동으로 증명했다고.”

     

   무장공주가 조디악의 뒷덜미를 잡고 들어 흔들흔들해 보였다.

   흑마녀는 그런 조디악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크라슈 발하임이 사라졌어.”

     

   그리고 다음 말을 듣고, 무장공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새끼 갑자기 어디로 갔는데?”

   “검존에게 접촉 후, 스타론에서 제블람으로. 그리고 사라졌어.”

   “뭐? 검존에게 접촉?”

     

   무장공주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눈을 했다.

   그게 죽고 싶어서 미쳤다고 하는 표정이었다.

     

   “검존은 아무나 죽이지 않아.”

     

   하지만 흑마녀는 덤덤했다.

     

   “그러니 검존에게 지옥 선녀가 갔어.”

   “가서 뭐 하게?”

   “검존을 끌어낼 거니까.”

     

   그 말을 들은 무장공주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러고는 대충 알았다는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아아, 그런 시답잖은 건 아무래도 좋고, 빨리 보상이나 내놔.”

     

   귀찮다는 무장공주를 흘긴 흑마녀는 손을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흑마녀의 앞에 무기 하나가 나타났다.

     

   검은색의 짧은 단도.

   그러나 거기에 새겨진 문양에서 흘러나오는 힘은 딱 봐도 범상치 않았다.

     

   무장공주는 냅다 손을 뻗어 단도를 낚아챘다.

   그러고는 바로 조디악을 흑마녀 쪽에 던졌다.

     

   흑마녀 쪽으로 날아오던 조디악이 공중에서 우뚝 멈췄다.

     

   “하하, 난 줄 거 줬고, 받을 거 받았으니까. 간다!”

     

   무장공주는 신나 하며 냉큼 뒤로 뛰쳐나갔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흑마녀는 손을 들어 그녀가 나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

     

   무장공주가 나가고, 어느새 공간에는 흑마녀와 조디악 둘만이 남았다.

   흑마녀는 조디악을 공중에 든 채로 자신의 앞에 손을 모은 채 또각또각 걸음을 옮겼다.

     

   흑마녀의 칠흑 공간은 난해하다.

   그렇기에 그녀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위 풍경이 기이하게도 계속해서 바뀌어 갔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그녀가 발을 우뚝 멈춘 순간.

   반대쪽에서 발소리 하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흑마녀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장신의 여성 한 명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를 마주한 흑마녀는 입술을 뗐다.

     

   “붉은 마녀.”

     

   흑마녀가 지칭한 순간 걸어오던 이가 멈췄다.

     

   머리 위에 쓴 눈을 가릴 만큼 기다란 천.

   그리고 그 아래에 드러난 붉은색의 머리카락.

     

   붉은 마녀라 불린 여성은 흑마녀가 걸어온 방향 앞에 서더니 이내 입술을 뗐다.

     

   “흑마녀, 최흉의 씨앗들이 발화됐어. 준비할 시간이야.”

     

   흑마녀는 그 말을 듣고,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또한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보내놨어.”

     

   이미 각지의 금역에 배치해둔 세계 침식자들.

   얼마 전 제국을 흔들어 놓았던 금역의 사건은 익시온에게 있어 사실 마지막 시험이었다.

     

   그리고 그 시험은 마쳤고, 익시온의 마지막 계획이 이미 진행 중이었다.

     

   “성배는?”

   “그거야…….”

     

   흑마녀의 질문에 붉은 마녀는 대답하려다가 말았다.

   그러고는 이내 천 너머로 물끄러미 흑마녀가 데리고 온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흑마녀, 너 뭘 데려온 거야?”

     

   흑마녀는 의아한 듯 고개를 기울였다.

     

   “조디악 클로리아.”

     

   그리고 대답하자 붉은 마녀는 천 너머로 게슴츠레 눈을 떴다.

     

   “그게 조디악 클로리아라고……?”

     

   다음 말이 이어진 순간이었다.

     

   퍼걱!

     

   흑마녀의 몸에서 핏물이 튀어 올랐다.

   튀어 오른 핏물은 그대로 뻗어져 붉은 마녀에게 일부 튀었다.

     

   흑마녀는 뒤늦게 자기 목에서 흐른 피임을 깨달았다.

     

   그녀의 목 위.

   검 한 자루가 박혀 있었다.

     

   흑마녀가 비틀거리며 천천히 몸이 무너졌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너머 한 소년이 착지했다.

     

   “여, 아벨라.”

     

   착지한 소년이 붉은 마녀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 웃음은 붉은 마녀조차 섬찟할 웃음이었다.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은 몰랐네.”

     

   그 말이 이어진 순간 아벨라라 불린 붉은 마녀의 인상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크라슈 발하임.”

     

   그것이 끝이었다.

   크라슈가 숨겨 놓았던 우뢰성을 뽑아 듦과 함께 백염을 내질렀다.

     

   순식간에 뻗어져 나간 백염이 붉은 마녀를 덮쳤다.

     

   화르르륵!

     

   붉은 마녀는 덮쳐진 백염에 휩싸이며 거세게 타올랐다.

     

   “다음에는 너도 진짜 모습으로 만나자고.”

     

   크라슈는 붉은 마녀를 봤을 때부터 이미 그녀가 가짜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진짜 아벨라는 다른 곳에 있다.

     

   ‘정체를 들키지 않으면 칠흑 공간의 심부까지 갈 속셈이었는데.’

     

   중간에 아벨라 녀석을 만나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

   흑마녀의 눈까지 속였건만 설마하니 아벨라에게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크라슈, 발하임?”

     

   그러는 순간 들려온 목소리를 따라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거기에는 목에 검이 박힌 흑마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죽지 않는다.

   정확히는 그녀의 진짜 영혼이 담긴 인형을 부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았기에 크라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를 냉큼 죽이지 않았던 거다.

   아벨라와 만나 꼬여 버렸지만 말이다.

     

   “그래, 흑마녀, 네 공간 안에서 직접 마주하는 건 처음이지?”

     

   크라슈는 그 말을 마침과 함께 백염을 전신에서 피어올랐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탈바꿈됨과 함께 검푸른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크라슈 발하임.

   그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자 흑마녀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흑마녀가 자기 목에 박혔던 검을 툭하니 뽑아냈다.

   그러자 검은 피가 주르륵 흘렀다.

     

   하지만 그런데도 흑마녀는 아무렇지 않았다.

     

   크라슈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블랙 후드가 발동됨과 함께 우뢰성이 다시 크라슈의 손에 쥐어졌다.

     

   “제물이 되러 온 거야?”

   “너희 익시온을 죄다 부수러 온 거지.”

     

   크라슈는 덤덤하게 말하며 우뢰성을 빙글 돌려 쥐었다.

     

   하지만 흑마녀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칠흑 공간 안에 들어온 시점에서 크라슈의 패배기 때문이다.

     

   칠흑 공간은 흑마녀의 소유.

   그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하더라도 흑마녀의 허락 없이는 바깥에 나갈 수 없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라슈의 태도는 시종일관 느긋했다.

     

   “혹시 손에 찬 그걸 믿는 거야?”

     

   그리고 흑마녀가 다시금 질문했다.

   크라슈의 손목에는 팔찌가 하나 끼워져 있다.

   그것은 바로 로나가 만들어낸 천상사강을 소집하는 폭탄이었다.

     

   본래는 칠흑 공간 안에서의 총력전을 위해 준비한 팔찌다.

     

   “됐어. 이건 이제 역할을 다했거든.”

     

   하지만 이를 크라슈는 사용할 생각 없었다.

     

   크라슈가 손에 찬 팔찌는 애초에 익시온이 이쪽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게 만드는 일종의 장치였다.

     

   자칫해서 크라슈를 건드렸다가 천상사강이 소집되면 익시온도 무척이나 곤란하니까.

   그동안 크라슈를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덕분의 크라슈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흑마녀의 칠흑 공간에서도 이렇게 당당히 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라슈는 흑마녀를 향한 웃음을 거닐었다.

     

   “이미 충분히 전해졌거든.”

     

   팔찌를 통해 천상사강을 부르지 않을지언정 그들에게 목소리는 전해진다.

   마도구 제작사 로나 임블라이즈가 넣어준 또 다른 장치였다.

     

   조금 전 아벨라가 직접 말했다.

   최흉의 씨앗이 발화됐고, 익시온의 일원들은 금역으로 흩어져 있다고 말이다.

     

   그 소식은 고스란히 천상사강의 귀에 전해졌다.

   분명 지금 각지에서 익시온과 맞서고자 준비되어 있던 모든 인원이 금역으로 향했을 것이다.

     

   크라슈가 조디악으로 분장을 한 시점.

   천상사강에는 미리 귀띔해 놓았기 때문이다.

     

   익시온과의 총력전을 준비하라고 말이다.

     

   지금쯤이면 천하십강은 물론 각 나라의 수장들에게도 전부 전해졌겠지.

     

   익시온의 인원들이 제각기 흩어진 지금.

   그들을 각개격파 하기에 최적인 상황인 것이다.

     

   “우리를 우습게 보지 마라.”

     

   그동안 금역을 관리해온 건 너희가 아니라 우리다.

     

   크라슈가 그리 고하자 흑마녀는 이제야 크라슈의 계획을 눈치챘다.

     

   “날 묶어둘 속셈이구나.”

     

   흑마녀의 칠흑 공간.

   이걸 이용해 익시온은 그동안 아무리 쫓아도 잡히지 않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었다.

     

   이번 금역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흑마녀의 칠흑 공간을 이용해 움직이려고 했을 터.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는 크라슈가 있다.

   영혼을 분리해 불사가 되었다고 해도 지금 흑마녀의 육체는 이곳에 있다.

     

   크라슈가 시간을 끈다면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건 크라슈를 너무나 얕본 행동이었다.

   흑마녀의 추측을 들은 크라슈가 콧방귀를 내쉬었다.

     

   “아니, 묶어 두는 게 아니라 너 죽이러 온 거다.”

     

   흑마녀의 눈이 미묘해졌다.

     

   조금 전에 자신이 물리적인 피해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을 텐데.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네 영혼이 깃든 인형.”

     

   크라슈는 그 말과 함께 대뜸 몸을 돌렸다.

     

   “그거 어디 있는지 난 알거든.”

     

   그리고 마지막 다음 말에 흑마녀의 눈이 희미하게 떠졌다.

     

   “그리고 죽은 네 딸도 말이야.”

   

   

   

   

     

   그 순간 흑마녀의 몸에서 새까만 살기가 용솟음쳤다.

   그럼과 함께 그녀의 검은 공간이 열리며 크라슈를 향해 엄청난 크기의 문어발들이 쫓아 들었다.

     

   크라슈는 바닥을 박차 문어발을 피함과 함께 귀기 어린 살기를 쏟고 있는 흑마녀를 향해 고했다.

     

   “어디 누가 이길지 해보자고.”

     

   익시온 대 인간.

   총력전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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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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