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58

    <358 – 귀신 부르는 함정>

     

    주간이벤트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공략이 미진하면 일정확률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

     

    -들었어? 황소축제는 꼬리에 불을 붙인 황소가 장애물을 부수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놀이래!

    -정말 야만적인 동물학대로군. 당장 하자.

    -어어… 근데 저거 숫자가 왜 이렇게 많아? 게다가 안전선 부수고 이쪽으로 오고 있지 않아!?

     

    물량이 많아지고, 위험도가 높아지고, 새로운 기믹이 추가되고.

    억까확률이 높아지는 위험한 현상이기에 공부벌레들은 공부만 하다가 급격히 덩치가 불어난 억까에 당해 복도에서 비명횡사하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고인물은 가끔 맛없는 주간이벤트를 방치해서 키워먹기도 한다.

     

    “냅두면 성능이 좋아지는 복사기를 굳이 먼저 잡을 이유가 없잖아요?”

    “귀신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네 사고방식은 무섭기까지 하군….”

    “자, 그럼 전문가 데리러 가요.”

    “사제가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지는 이미 충분히 얘기하지 않았나? 상급반의 벽력성천신교를 따르는 니세나 참수의 골고다의 성녀 유피라도 그 녀석은 힘들 것 같은데.”

    “사제 필요 없는데요?”

     

    오크노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 * *

     

     

    “에에엣!? 나보고 그런 무서운 귀신을 잡으라고?”

     

    도로시의 눈이 두 배는 더 커졌다.

     

    “응! 도로시는 숲지기잖아?”

    “견습이지만!”

    “그래도 숲에는 병든 노모를 잃고 나무에 목을 매단 사냥꾼이나 세금 피해서 숲에서 농사를 짓다가 엘프한테 걸려서 불타 죽은 화전민의 유령도 많잖아.”

    “우리 숲은 그런 무서운 숲 아니거든?!”

    “그래서 못해?”

     

    우물쭈물하던 도로시는 이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숲에 대한 오크노디의 선입견은 그런 선입견을 불어넣어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오크노디네 파파는 애를 유령의 숲에 데려가기라도 한 건가!’

     

    뭐든지 경험한 대로 믿는 오크노디에게 이대로 약한 모습만 보여주면 견습숲지기는 (유령의) 숲도 못 돌아다니는 겁쟁이로 취급 받겠지.

     

    “할 거야. 귀신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사냥감에 대해서는 많이 알수록 좋아!”

     

    자쿠는 모브에게 들었던 부분도 포함해서 그간의 일을 전해주었다.

     

    “좋아, 작전은 다 세웠어!”

     

    도로시는 야심차게 준비를 시작했다.

    자쿠는 반신반의했다.

    주류 24신중에 하나를 믿는 사제조차 맥없이 농락을 당하다가 달아났다.

    그 영악한 괴물이 고작 1학년의 트랩 따위에 걸릴 거라는 믿음이 도저히 생기지를 않았다.

     

    “그 귀신,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었지?”

    “분명 그랬었다.”

    “그럼 <기척감지>와 <은신>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거고, 신체능력이 엄청나다고 했으니 벽과 천장을 타고 다닐 수도 있다고 봐야겠고, 그리고 또…”

     

    중얼중얼 갈고리귀신의 예상스펙을 입에 담으며 부지런히 수첩에 필기를 하더니 함정을 설치할 장소로 후다닥 달려가는 도로시.

    그 심상치 않은 <달리기> 속도에 자쿠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뭐가 저렇게 빠르지?”

    “숲지기는 몸이 가볍대!”

     

    달리기만 빠른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이곳저곳에 설치한 조형물이나 나무도 슉슉 타서 뛰어넘더니 순식간에 아무도 모르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공터에 도달했다.

    학점을 망치고 실의에 찬 선배 몇 명이 목을 매달은 공터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의 불길한 분위기!

     

    “이러케 요러케 덫을 깔고 도배를 하면… 완성!”

     

    도로시의 덫은 공터를 발 들이기도 무서울 정도의 함정밭으로 만들었다.

     

    “무슨 함정을 이렇게 많이 깔았냐? 딱 봐도 함정 티가 나니까 바보라도 함정에 걸리지 않겠다. 사제처럼 농락이나 안 당하면 다행이겠어.”

    “그건 모르는 일이지. 그 귀신, 신성마법진은 파훼했지만 그건 신성마법진 내부에 들어가면 퇴마를 당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잖아.”

     

    도로시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함정에 걸리지 않고 발을 들일 길이 있다면 분명 몰래 저주템을 복사해서 놔둘걸? 동물들만 그런 <습성>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고. 몬스터나 유령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

     

    숲속 친구들의 특징을 면밀히 관찰하고 공략법을 숙지해두는 숲지기다운 관찰력.

    그 안목이 적중할지는 모르지만 제법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틀림없었다.

     

    “만일 계획대로 된다면 귀신이 하나뿐인 생로로 함정 속에 발을 들이겠군. 그 생로를 우리가 차단하면 그대로 갇히는 신세가 되고.”

    “그렇지!”

    “하지만 귀신에게 유효할 정도로 살벌한 함정은 여기에 없다. 걸리더라도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만 일방적으로 당할 뿐인데 그래도 괜찮나?”

    “오크노디가 있잖아.”

    “맡겨만 주세요! 도망치지 못하게 근처에 부르기만 하면 무조건 잡을 수 있다고요?”

     

    오크노디가 자쿠 앞에서 보란 듯이 팔을 굽히며 가녀린 체격을 자랑했다.

     

    “자, 그럼 오크노디. 먼저 실험해줘!”

    “실험?”

    “정말로 들어갈 길이 하나만 남았는지 확인해야지. 밖에서 우리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서 공터 중앙에 놓인 바구니를 터치해봐. 물론 함정은 하나도 작동시키면 안 돼!”

     

    오크노디는 새로운 컨텐츠라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며 제자리에서 2m를 폴짝폴짝 뛸 정도로 신나하더니 냉큼 공터 밖으로 나갔다.

    나갈 때야 도로시와 자쿠가 보는 길로 나갔지만 시선을 피해 들어가는 길은 상당히 험난했다.

     

    ‘공터 주변의 나무에서 중앙의 바위까지는 약 50m. 그 사이에 도로시는 나무막대를 심고 소리가 나는 방울을 실에 달아서 매달았지.’

     

    스스스.

    딸랑딸랑…

     

    가벼운 바람만 불어도 작게 울리는 방울소리.

    제대로 걸린다면 시선을 사로잡는 것도 한 순간이다.

     

    “소리가 나면 돌아봐도 되냐?”

    “당연히 되겠지? 누가 봐도 수상하잖아. 오히려 소리가 나는데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지 않으면 귀신이 이상하게 생각할걸?”

    “더럽게 까다롭군.”

    “동물들은 더 그래. 요즘은 덫 속에 고기를 매달아놓으면 고기만 쏙 빼먹고 달아나는 동물도 많다?”

    “동물이 맞기는 하냐? 하는 꼬라지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어.”

     

    대화를 나누면서 자쿠는 가장 먼저 살살 들리던 방울소리가 뚝 끊겼음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손 안에 쥔 풀 부스러기를 가볍게 날리면 바람을 따라 흩어진다.

    오크노디가 소음을 차단하는 결계를 치며 침입했다는 증거였다.

     

    ‘과연. 갈고리귀신도 아무도 모르게 우리 머리 위로 접근 했을 때에는 이런 수를 썼겠군.’

     

    실 트랩을 요리저리 넘은 다음에는 밟으면 먼지가 확 피어오르도록 설치된 함정이 있었다.

    소리는 막을 수 있어도 시각적인 현상을 동반하는 함정은 가릴 수 없다.

    피할 길은 마찬가지로 도로시가 바닥에 심어둔 말뚝 위를 딛고 징검다리처럼 이동하는 것뿐.

     

    “저 징검다리에도 뭔가를 하지 않았었냐?”

    “꽝을 밟으면 엄청 지독한 냄새가 나는 열매를 말뚝의 안을 파서 숨겨뒀어.”

    “그런 함정을 숲에서도 쓸 일이 있냐?”

    “숲속 친구들이 사람이 사는 집의 나무까지 갉아먹으면 곤란하잖아? 그래서 집 주변에는 갉으면 동물들이 싫어하는 냄새가 확 퍼지는 함정을 깔아둬!”

    “그렇게 들으니 숲지기도 참 만만찮은 직업이군.”

    “게다가 냄새가 고약한 함정은 대형종도 쫓아낼 수 있어서 좋아. 자고 일어났더니 벽이 뻥 뚫려있거나 몇 cm 차이로 밟혀죽지 않고 살아남는 아찔한 경험은 하지 않아도 되거든!”

    “…그거 진짜 만만찮은 직업이군.”

     

    얜 도대체 무슨 숲에서 숲지기를 하는 거야?

     

    ‘역한 냄새는 나지 않았으니 오크노디가 말뚝구간도 전부 돌파했나보군. 다음은 마지막 구간인가.’

     

    바구니로 향하는 최종 10m 구간에는 바닥이 푹 꺼지는 함정 위를 기다란 침엽수의 잎으로 덮어서 가리는 원시적인 함정이 잔뜩.

    방심을 유도하는 허접한 함정의 위로 실제로는 <마력감지>를 사용하지 않으면 포착할 수 없는 보안마법이 주변 공간을 빙빙 순회했다.

    타이밍에 맞추어 정확하게 대쉬를 해서 바구니가 놓인 바위 위에 착지하지 않으면 마나경보로 주변공간 전체가 마구 울린다.

     

    ‘…내가 귀신이라면 이 귀찮은 함정을 다 뚫느니 그냥 밖에서 돌을 던지겠다.’

     

    그런데 오크노디는 귀신보다도 한술 더 떴다.

     

    “도로시. 보완할 부분이 있어요!”

    “정말? 어디에?”

    “말뚝구간 끝에서 낚싯대를 휘둘러서 바구니를 낚으면 보안마법을 무시할 수 있어요!”

    “앗, 그건 곤란하지. 바위에 못을 박을게!”

     

    망치와 못을 구해다가 힘으로 바구니를 바위에 땅땅 못 박는 도로시.

    명색이 상급반 학생인 도로시였기에 힘도 참 예사롭지 않았다.

    하기야 저 많은 함정을 설치하려면 애초에 상당한 힘과 체력이 있지 않고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우왕, 민첩이 1이나 올랐어! 도로시 대단해!”

    “풋. 머야 그게.”

    “이 정도면 도움은 충분해?”

    “응. 충분히. 그럼 기다리고 있자!”

     

    스스스.

    딸랑딸랑…

     

    오크노디가 쳤던 결계를 풀었는지 다시금 들리기 시작하는 바람소리.

    자쿠는 조금씩 쫄리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오크노디의 대범함을 본받고자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귀신은 물질적인 함정에 면역 아니냐? 이거 다 의미가 있기는 하냐?”

    “힘이 센 유령들은 내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람을 겁주는 유령이라고 과시하고 싶어 해요. 분명 걸릴걸요?”

    “언제 오는지는 어떻게 알고?”

    “바구니에 제가 가지고 다니던 개인용 저주템을 넣어뒀으니 오기는 올 거예요! 그동안은 여기 앉아서 밀린 과제나 하면 될 듯?”

    “…여기에 책상은 왜 가져왔나 했더니 공부까지 하면서 기다릴 작정이었나.”

     

    개인용 저주템에 대한 딴지는 걸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도 책상은 덕분에 도움이 되었다.

    과제가 부담스러운 건 자쿠도 마찬가지였기에.

     

    ‘이런 상황에서 집중은 안 되지만.’

     

    귀신을 방심시켜서 접근하게 만든다는 의미에서는 쓸모가 있겠지.

    용케도 거침없이 펜을 놀리며 공책이 빽빽하게 과제를 작성하는 오크노디와 그녀의 필기노트를 부지런히 필사하며 필기노트 장사를 준비하는 도로시.

    부지런한 상급반 학생 둘 옆에서 자쿠도 나름 머리를 써가며 과제를 작성하던 도중이었다.

     

    딸랑딸랑딸랑.

     

    방울소리가 울렸다.

     

    누가 들어도 “저 녀석, 걸린 거 아니야?”라는 소리가 바로 나올 정도로.

    열심히 함정을 설치한 도로시의 노고가 가여워질 정도로 아주 크게.

     

    ‘설치에만 20분이 걸린 함정의 1단계에 바로 걸리다니… 귀신이 허접한 건지 도로시가 함정을 너무 어렵게 친 건지 원.’

     

    자쿠가 곁눈질로 살펴본 도로시의 시무룩한 얼굴이 말도 안 되게 불쌍해보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유령은 안나오지만 집을 짓밟고 지나가는 대형종은 나오는 숲의 숲지기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