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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9

    결국, 카페는 거짓말처럼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당사자인 잭이 그 영상을 본다면 과연 무슨 생각이 들 지 모르겠다만, 루크의 ‘선행’ 영상이 톡톡히 홍보를 한 뒤,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이 루크와 카페에 대한 궁금증으로 손님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사람이 몰리자, 그렇게 몰려든 사람들은 또 하나의 홍보효과로 작용해 그 영상을 접하지 못 한 대다수의 사람들도 ‘메이드만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라 뭔가를 판매하고 있는 가게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고, 어떤 가게인지 궁금증을 부추겨 더욱 많은 손님들을 마구 끌어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홍보의 순환에 의해 이제 카페는 이제 파도처럼 몰려든 손님의 향연에 미어터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

    게다가 음료와 디저트 모두 대 호평, 그야말로 이번 축제에서 꼭 와봐야 할 명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케일라는 기쁜 비명을 내지를 지경이었다.

     

    덕분에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여야 했지만, 아무래도 손님이 한 명도 없어서 파리나 날리던(실제로 파리가 날리지는 않았다, 슬슬 쌀쌀한 겨울이니까.)시간보다는 훨씬 유익하고 즐거웠으므로.

     

    그리고, 루크의 표정도 오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밝고 즐거워 보였다.

     

    “주문하겠나?”

    “오, 네가 주문도 받는구나? 반가워! 으음-, 그럼 우리 체리 컵케이크 세개하고, 버블밀크티 세잔 부탁해도 될까? 저 옆 거리에서는 그게 꽤 유행이라고 하던데…….”

     

    그러자, 루크는 그 밝고 즐거운 표정을 싹 바꾸며 말했다.

     

    “컵케이크에 버블밀크티라니……. 그러지 말고 레몬 허브티는 어떤가? 그게 훨씬 더 깔끔하고 세련된 맛이라네. 분명 컵케이크와도 잘 어울릴걸세.”

    “으음, 그으래? 네가 그렇게까지 추천한다면야……. 그걸로 할까?”

    “그래, 체리 컵케이크 세개랑, 레몬 허브티 세 잔 말이지? 곧바로 대령하겠네!”

     

     

    루크는 그렇게 허브티로 손님의 메뉴를 바꿔버린 뒤에야 다시 밝고 활기찬 표정으로 웃으며 주방으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케일라는 루크의 속이 너무 뻔히 보여서 웃겼다.

     

    그렇게까지해서 내기에서 이기고 싶을까!

    뭐, 루크가 내기에서 이기면 레시피의 가격이 오르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사실은 둘 다 루크가 만든 것인데도 한 쪽의 메뉴만 편애하는 것이 뭔가 귀여웠다.

     

    ‘이러다 정말로 루크가 이겨버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사실 지금까지의 판매 실적을 보면 두 음료의 매출은 비등비등했다.

    예절이나 차를 비롯한 이런 쪽에서는 보수적인 루크는 잘 모르겠지만, 유행이라는 건 생각보다 파급력이 큰 법이니까.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매출이 잘 나오면 좋은 것은 자신이었기에 크게 상관은 없는 일이다.

     

    —–

     

    “리브, 체리 컵케이크 세개, 레몬 허브티 세개라네!”

    “……!”

     

    루크의 주문을 받는 것은 팔에 비닐을 감싼 조그만 곰인형.

    루크가 직접 만들었다고 하는, ‘리브’라는 이름의 소형 골렘이었다.

     

     

    ‘소개하지, 내가 만든 골렘, 리브일세. 우리의 일손이 되어줄 거야.’

     

    아무리 루크가 천재라고는 해도 10살짜리 여자애가 직접 만든 골렘이라니.

    처음에는 아이들도 믿을 수 없어 꽤 불안한 모습이었으나, 리브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런 의심과 걱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와, 인형이 이 정도로 거품을 잘 낸다고?’

    ‘인형이 생크림 모양도 엄청 잘 잡는데?’

    ‘케이크도 완전 자로 재서 자른 것처럼 깔끔해…….’

    ‘곰인형이 골렘이라니, 되게 귀여운 발상이다!’

    ‘여러모로 대단하네, 이런 건 마법 연구 동아리에서도 눈독들일 걸?’

    ‘루크는 제빵만 잘 하는 줄 알았더니, 공부도 잘하고, 이런 것도 잘 만드는 구나!’

     

    하지만 리브의 능력을 확인한 아이들은 또 다른 의미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이러다 골렘한테 내 일자리를 뺏기게 생겼어……!’

    ‘그러게…….’

     

    일자리 걱정이라니, 혹자는 티그 아카데미에 어울리지 않는 서민적인 고민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틀렸다.

     

    아무리 명문가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명문 아카데미인 티그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아이들이 전부 잘 사는 집인 것은 아니다.

    티그 아카데미가 환경이 좋아서 어쩌다보니 명문가 자제들이 많이 몰리는 것 뿐이지, 원칙적으로 명문가를 제외한 아이들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때문에 아이들 중에는 평범한 소득수준을 가진 평범한 가정에서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따라서, 몇 아이들이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뭐, 당장은 루크처럼 리브 정도 수준의 고성능 골렘을 저가로 찍어내듯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일자리는 문제가 없겠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법이다.

     

     

    아무튼, 리브는 보기보다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리브의 몸이 작다는 것은 좁은 주방에서는 의외로 큰 이점이었고, 인형의 몸이라 뜨거움도 느끼지 않아 오븐에서 구운 빵을 꺼낼 때도 화상걱정 없이 빠르게 꺼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

     

    하지만 리브는 갑자기 불려나와 루크의 카페 일을 돕게 된 것이 못마땅한 모양새였다.

    처음에 비하면 일을 처리하는 속도도 느려졌고, 짜내는 생크림의 모양도 처음처럼 예쁘지 않았다.

    그러면서 루크의 눈치를 살살 보는 것이, 마치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러느냐,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라도 있나?”

    “…….”

     

    그러자, 리브는 기다렸다는 듯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루크를 가리켰다.

    그 후 몇 번 아양을 떠는 듯 몸을 꼼지락거리더니, 이내 테이블에 엎드려 바닥을 콩콩 찍었다.

     

    아마도, 리브는 고작 겉모습에 불과하더라도 루크가 메이드가 되어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루크는 리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 할 것은 아니다.

     

    대마법사인 루크와 같은 서클을 지녔다면, 리브의 입장에서 현재의 루크는 과거의 대마법사인 루크 이루시와 동일한 인물이거나, 그 직계 후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존재가 메이드복을 입고 뛰어다니고 있다니, 그야말로 믿기지 않을 노릇.

    게다가 그에 그치지 않고 손님들의 비위나 맞춰주며 팔랑거리는 모습은 기가 다 막힐 지경이다.

    왕실 근위대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그런 체통에 누구보다 엄격했던 리브에게는 더욱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겠지.

     

    과거와 자신을 적당히 분리시키기로 한 요즘의 루크는 대마법사로서 가져야 할 체통에서부터 심리적으로 조금 더 자유로워진 상태라 별 생각이 없었다지만, 리브는 루크가 여자아이가 되었다고는해도 여전히 대마법사에 걸맞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가져주길 바랬던 터라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그러니까, 리브는 그저 루크가 대마법사이자 아린세이아의 새 주인으로서 체통을 좀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흐음…….”

     

    그에 루크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처음 가방에서 꺼냈을 때부터 약간 그런 눈치를 보이더니…….’

     

    사실, 원래는 루크도 리브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

     

    리브의 존재는 아카데미에서 꽤 큰 반향을 일으키리라 이미 예상한 바 있었고, 실제로 지금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아이들 뿐 아니라, 심지어는 카페에 온 손님들에게까지 모두 말이다.

     

    원래 관심을 끌지 않으려던 루크에게 이런 상황은 그리 즐겁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 영상 때문에 축제에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어버려 시선을 끌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가 사라져버린 참에다, 곧 졸업해 연구에 몰두하게 되면 사람들을 지금처럼 자주 보지도 않을 테고, 당장은 눈앞의 매출이 더 급하다는 이유로 하는 수 없이 꺼내야 했을 뿐.

     

     

     

    허나 시간의 괴리가 너무나 깊어서 자신의 접점을 아는 존재가 전부 사라진 지금, 리브는 현재 유일하게 자신의 옛 모습을 아는 존재.

    아마 케일이나 레니에도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았다면 리브와 비슷한 반응이었을 터다.

    그러나 리브가 그들의 예상반응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예상외다.

     

    대체 레니에와 함께한 수천년, 마법을 공부한 레니에가 리브의 코어에 무슨 짓을 했길래 이토록 ‘인간적인’ 감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단 말인가?

    그것은 꽤 흥미로운 주제였지만, 지금은 그런 주제로 사색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

     

    솔직히 대마법사의 자아로서는 떳떳하지 못 한 광경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은 사실이기에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일단 할 일은 해야지. 체리 컵케이크 세개, 얼른 만들어주게.”

     

    딱히 반박을 할 말이 없기에, 루크는 오히려 더욱 뻔뻔하게 리브를 재촉하기로 했다.

     

    “……!”

     

    리브는 루크의 명령아닌 명령에 미쳐버리겠다는 듯이 얼굴을 짚었다.

     

    자신이 최대한 빨리 만들어내면 제 주인의 저 낯부끄러운 꼴을 더 적게 볼 거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던 것인데, 오히려 더 익숙해지는 모습이라니!

     

    급기야, 리브는 파업을 선언하고 말았다.

     

    -폴짝.

     

    리브는 즉시 테이블에서 뛰어내리며 카페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

     

    “리, 리브. 어딜 가느냐? 이제부터가 바빠질 시간인데!”

    “……!!”

     

    마치 나를 찾지 말아달라는 듯 온 몸으로 소리없는 아우성을 내뱉은 리브는 작은 몸을 이용해 마치 그림자처럼 순식간에 사람들의 틈에 녹아들어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조그만 곰인형이 카페에서 도망치는 영상은 한동안 텔레파시 네트워크에서 ‘조작이다, 아니다’라는 논란에 휩싸였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

     

    ——

     

    리브가 탈주한 이후, 카페는 그야말로 끔찍할 정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저기, 캐모마일 허브티 두잔, 아직이야?”

    “포장은 벌써 나갔는데, 테이블은?”

    “으아, 테이블이랑 포장이랑 바뀐 거 같아!”

    “오리지널 허브티도 주문 밀렸어!”

    “버블티가 먼저야! 벌써 20분 넘게 기다리고 계시다구!”

    “미안, 이 버블티가 생각보다 만드는 데 오래 걸려서……!”

     

    이는 아이들이 소화하기에 너무 많은 메뉴의 숫자와 손님 수와 더불어, 기존 제조 방식과는 이질적인데다 급하게 추가된 버블티라는 메뉴는 그런 상황에 발목까지 잡았다.

    덕분에 손님은 계속 밀리고, 일손은 부족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그 상황에서는 루크도 이마를 짚을 수 밖에 없었다.

     

    “…….”

     

    리브 이 녀석, 아무리 충격을 받았다지만 무책임하게 도망쳐버리다니!

    집에 돌아가면 녀석의 코어를 당장에 뜯어서, 레니에가 수정한 부분이 어딘지 낱낱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도망친 녀석을 가서 잡아오겠다고 자리를 비울 수도 없는 노릇, 루크는 한숨을 내쉬며 대신 자신이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케일라가 와서 한탄했다.

     

    “리브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네.”

    “그러게나 말이다.”

     

    확실히 리브의 빈자리는 컸다.

    처음에는 리브 혼자서 사람 세명분의 일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후 자신의 노동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뒤로 속도가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한 명 이상의 퍼포먼스는 보여주는 편이었고.

    게다가, 루크의 레시피에도 이미 익숙해서 숙련된 상태였던지라, 음료를 만드는 속도조차 발군이었다.

     

    때문에 그런 리브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인원이 적어도 여기엔 없었다.

     

    “큰일이네, 곧 있으면 음료가 많이 팔릴 시간인데.”

     

    마치 앞선 일을 예지라도 한 것처럼 걱정을 시작하는 케일라에게 루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음료가 많이 팔릴 시간이라니, 그런 시간은 어떻게 알지?”

    “통계야. 음료 가맹점 브랜드 운영하려면, 그런 건 기본으로 알아야지.”

    “오호, 그렇군.”

     

    통계라.

    옛날에는 그런 사소한 분석 따위는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꽤나 세세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모양이다.

    확실히, 그런 분포를 안다면 좋겠지.

     

    “그래서 말인데, 이따가 루크 너하고 나는 주방으로 옮겨야 할 것 같아. 여기서 차를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건 너하고 나 뿐이니까.”

    “그래, 그래야겠구나.”

     

    케일라의 의견은 타당했다.

    루크는 음료 레시피를 낸 장본인이니 당연하고, 케일라 역시 루크의 레시피를 위해 시험도 던져버리며(그냥 시험을 보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말이다) 가장 많은 연습을 한 아이니까.

     

    그 후, 케일라가 물었다.

     

    “하지만 그렇게하면 서빙이 좀 빌 것 같아. 루크야, 너는 주변에 부를 친구 없어? 엘프면 더 좋구.”

    “굳이 엘프여야 하나?”

    “엘프들은 보통 다른 종족들 보다는 훨씬 더 차에 익숙하니까. 아니어도 상관 없어.”

    “그런 의미였나. 흠. 부를 사람이야 있지만…….” 

    루크는 바로 시루드를 떠올렸다.

    분명 부르면 도움을 주겠다고 했었지, 아마.

       

    “잘 됐네! 지금 부르면 올 수 있대?”

    “아마…….”

    “그래? 그럼 지금 연락해 봐! 나는 내가 부른 인원들 인수인계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케일라가 그렇게 말하고 빠르게 자리를 비우자, 루크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나중에 적당히 불러서 차와 디저트나 대접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리 시루드가 도와주겠다고 했다지만 굳이 부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이렇게 급박해서야 원.

    아무래도 귀한 집 도련님을 불러다가 노동에 힘쓰라고 하면 제대로 할 지도 모르겠고, 이미 훌륭한 마법사가 된 시루드는 여러모로 이런 일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정말 일손 하나라도 부족한 상황이라면 하는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시루드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루크, 여기 있는 거 맞지? 밖에 보니까 사람이 엄청 많길래 난 무슨 싸움이라도 난 줄……. 어?”

    “응?”

     

    연락하기도 전에, 시루드가 먼저 찾아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리브 : 이런건 내가 알던 루크 이루시가 아니야! 끼에에에에ㅔㄱ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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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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