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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59

        

         

       박진성을 담당하기로 한 셋은 호기롭게 장담한 것만큼이나 빠르게 박진성이 있는 곳을 알아냈다. 딱히 박진성이 비밀로 한 적이 없으므로 빨리 찾을 수 있는 것이었기는 하지만, 그 셋은 진성의 집을 찾아낸 것을 온전히 자신들이 유능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을 유능하다고 여기는 만큼, 그들은 박진성을 한없이 아래로 내려보았다.

         

       “역시 애송이로군.”

         

       “보통 주술사의 거처는 꼭꼭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야.”

         

       “하하. 아니지, 아니야. 사실은 이게 그 조센징 주술사 녀석이 꼭꼭 숨겨놓은 것일 수도 있어.”

         

       “하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군. 왜 어린아이 보면 이불 속에 몸을 욱여넣고서는 완벽하게 숨었다고 자신하지 않던가? 이 애송이 주술사도 그런 것일지 모르지.”

         

       그들은 박진성을 비웃었다.

       진성을 거처조차 제대로 숨기지 못하는 멍청이로 여겼고, 경험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애송이라고 치부했다. 그리고 그와 반대급부로 자신들은 매우 우수하고 유능하며, 저런 주술 불모지 출신의 주술사 애새끼 하나 정도는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미친 듯이 샘솟으며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이 위험해 보였던 것일까?

         

       무인 한 명이 그들의 자만심에 제동을 걸려 시도했다.

         

       “이봐. 아무리 그래도 주술사는 주술사야. 어떤 짓거리를 할 줄 모르는 족속들. 아무리 애송이라고 해도….”

         

       그 무인은 이 무리 중에서도 꽤 나이가 많은 편이었다.

       자랑할만한 큰 경험은 없어도, 나이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겪어온 자잘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존경 어린 시선을 받기에는 모자랄지는 몰라도, 고참으로서의 존중은 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무인의 걱정은 단숨에 씹혀버렸다.

         

       “하, 걱정도 지나치시군. 와타나베 씨.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기는 합니다만, 이번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술사가 위험한 존재라고? 그건 우리도 압니다. 하지만 이걸 보세요. 주술 불모지에다가, 하찮은 민족인 조센징에다가, 막 성인이 된 애새끼에다가, 듣기로는 스승도 없이 독학으로 주술을 배웠다고 합니다. 걱정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이 애새끼의 집을 쉽게 찾아낸 것만 해도 그래요. 주술사로서 갖춰야 할 기본조차 없는 놈입니다. 그런 놈에게 지레 겁을 먹고 조심조심 나간다? 이건 비효율적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와타나베 씨 말은 알겠어요. 무인의 격언을 말하는 거 아닙니까? 노인과 아이,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요. 아무리 격언을 가슴에 새겨두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침 질질 흘려대면서 사탕 쪽쪽 빠는 애새끼한테 겁을 먹는 무인은 없는 법입니다. 우리한테 이 조센징 주술사는 애새끼예요. 애새끼. 5살만도 못한 애새끼.”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순식간에 일을 끝내고 올 테니 와타나베 씨 담당이나 잘하십쇼.”

         

       그들은 와타나베의 걱정을 그냥 기우로 치부해버렸다.

       그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와타나베는 실력은 없는 주제에 연줄을 잘 잡아서 화족 집안에 붙어있는 하찮은 무인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 무리에서 와타나베는 실력이 떨어지는 편에 속해있었고, 그 나이 먹도록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기는 한 것인지 사교성도 밝지 않은 데다가 정치질에도 전혀 소질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그가 속해있는 집안 역시 그리 힘을 쓰지 못하는 편에 속해있었다.

       화족 중에서 가장 낮은 계급인 남작 출신의 가문인데다가, 딱히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핏줄이 고귀한 것도 아니었다. 제국 시절에 전쟁에서 어쩌다가 공을 세워서 훈장을 받고 남작 가문이 된 것이 시작인 가문이었다.

         

       공훈을 세웠으면 승승장구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공훈 한 번 세운 이후로는 허탕만 치는 것은 기본이고, 연줄도 제대로 잡지 못해서 공훈을 세울 수 없는 위치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새옹지마라고 그 덕분에 전쟁이 끝난 이후 전범으로 기소되지 않을 수는 있었지만, 그저 그뿐.

         

       그래도 자식 중에 돈을 버는데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어 어느 정도 돈은 있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다른 화족 가문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었다. 상류층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중산층이라고 하기에는 부유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돈도 애매하고, 연줄은 없고, 핏줄이 고귀하지도 않다.

         

       화족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언제고 소리소문없이 사라질 가문.

         

       “…알겠네.”

         

       와타나베는 자신을 무시하는 그들의 태도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물러섰다.

         

       ‘그래도 좋은 마음으로 한 충고였건만….’

         

       아무리 좋은 말을 한다고 할지라도 들으려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법.

         

       와타나베가 한 충고는 분명히 정론이었지만, 와타나베의 배경과 그의 부족함 때문에 그 정론은 정론이 아닌 잔소리로 격하되었다.

         

       한미한 가문.

       보잘것없는 무인.

         

       와타나베는 저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기며 한숨을 쉬었다.

         

       ‘무시당하는 것은 익숙하니 상관이 없기는 한데….’

         

       분노 때문에 한숨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의 삶에서 무시당하는 것은 일상이었으니까.

         

       어릴 적, 무인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부터 무시는 항상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주변 사람들보다 느린 성취에 무시당하고, 대련할 때 바닥을 구를 때마다 무시를 받았으며, 다른 화족 가문의 능력자들에게 무시를 받기도 했다.

         

       그래.

       무시당하는 것은 익숙하다.

         

       하지만 그렇게 무시당하면서도, 그는 이 나이까지 건재했다.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날뛰다가 죽지도 않았고, 몸 어딘가가 잘려서 불구가 되지도 않았다.

         

       특별히 공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큰 실책을 벌인 일도 없으며, 속해있는 가문 사람들에게 ‘실력은 좀 부족한 점이 있으나, 충성심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대단하다.’, ‘가문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꼽자면 반드시 와타나베를 꼽을 것이다.’라는 평가받으며 만족할만한 대접을 받고 있기도 했다.

         

       그가 힘이 약함에도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주위를 잘 살펴보고 위험에는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 덕분이었다.

         

       그 태도가 보잘것없는 재능을 가졌음에도 가문 사람들에게 신뢰받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래도 이번 일하는 동안은 동료니 내 말을 좀 들으면 좋으련만….’

         

       평소에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고, 친하게 지내는 듯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 화족 가문의 모양새였다. 당연하게도 그 화족 가문에 속해있는 무인들 역시 가문의 태도를 따라갈 수밖에 없으니, 지금 이러한 태도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평소에 반목하고 지냈다고 하더라도 이번 작전에 함께하고 있는 이상, 그들은 동료였다.

         

       이 작전이 끝나면 다시 평소처럼 돌아갈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동료이며, 서로서로 돕고 서로서로 믿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저들은 나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와타나베 혼자였던 모양이다.

         

       와타나베는 동료가 되기를 거부한 셋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래. 너희의 말대로 애송이였으면 좋겠구나.’

         

       와타나베는 빌었다.

         

       저들이 찾아가는 박진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술사가, 애송이이기를.

       그래서 저들의 말대로 순조롭게 일이 잘 풀리기를 말이다.

         

         

         

        * * *

         

         

       어둠이 드리워진 곳이 있었다.

         

       높은 그곳에 있음에도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앉아 머무르는 듯 새까맸으며, 땅에서 어둠이 자라나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을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어둠이 형체를 이루는 것처럼 창의 바깥을 가리고 있었고, 귀신이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가리는 것처럼 어둠이 가느다란 가닥을 이뤄서 창문의 안쪽을 가리고 있었다.

         

       높은 곳에 있음에도 드리워진 어둠은 가장 깊숙한 구덩이에 서리고 있는 것과 같으니, 이 어찌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늘에 달이 뜨여 있음에도 달빛은 어둠을 꿰뚫지 못해 그 어떠한 영향력도 끼치지 못하고 있으며, 창밖에 수많은 사람이 돌아다니고 수많은 차가 돌아다니고 있음에도 한 점의 소음도 없이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 모양새가 마치 구덩이를 깊게 파서 만든 무덤과 같으며, 위대한 자들이 잠자고 있는 깊은 지하를 보여주는 듯했다.

       묘지에 구멍을 파서 관에 있는 곳에 기어들어 가 눕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그 고요함은, 땅속으로 이어지는 깊숙한 동굴에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깊은 어둠은 유대인들이 말하는 깊은 수렁이자 구덩이이며, 죽은 자들이 머무는 보이지 않는 세계인 스올(שְׁאוֹל)을 보는 듯했다.

         

       그 새까만 어둠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이가 있었다.

         

       참선하듯 허리를 꼿꼿이 선 채 앉아있는 그의 주변에 맴도는 것이 있었다.

         

       희끗희끗한 그것들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주술사를 바라보며 움직이고 있었고, 지저에서 벌레가 꿈틀거리는 것처럼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움직이고 있었다.

         

       “치아의 울타리 밖으로 떠난 영혼에게 말한다. 결코 되돌아오지 못할 자들아, 할례받지 않고 죽은 자들아. 모독받아 마땅하며 수렁에 몸이 빠져 올라오지 못하는 영혼아. 저 땅 밑 스올이 들떠있는 것이 느껴지니, 오롯이 존재하는 분의 휘광을 둘러 너희에게 묻는다. 너희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느냐?”

         

       주술사가 입을 열어 물음을 던지자 맴돌던 영혼들이 답하였다.

         

       [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자들의 망령이 깨어났으니. ]

         

       [ 모든 민족의 왕들이 보좌에서 일어나 속삭임을 하였느니라. ]

         

       [ 피할 수 없는 죽음의 향을 묻힌 자들이 무덤가로 기어들어 오니, 이 어찌 기쁘지 않으랴? ]

         

       [ 그들은 우리처럼 맥이 빠질 것이다. ]

         

       [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신세가 되리라. ]

         

       영혼들이 속삭였다.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차가운 숨결을 뿜으며 말했다.

         

       [ 그 숫자는 셋. 셋이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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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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